자동차 시승기

완벽에 근접한 어른용 장난감, BMW 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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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덩치가 커지고 무거워지며 값이 비싸진 M3가 버겁다면 아래쪽으로 눈을 돌려보자. 1M 쿠페의 뒤를 잇는 M2는 당신의 판타지를 완성시켜줄 가장 완벽한 존재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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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오랜 모델일수록 성격이나 대상 고객이 등장 당시와 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폭스바겐 골프 1세대는 지금의 폴로보다도 작은 크기였다. 또한 BMW의 첫 M3는 4기통 2.3L 엔진에 최고출력은 200마력 정도에 불과했다. 오늘날의 M3는 4세대를 거치면서 어느덧 괴물이 되었다. 최신형 M4(이제 M3는 세단이고 쿠페는 M4가 되었다)는 최고출력 425마력에 값은 1억원을 훌쩍 넘는다.

너무 화려하고 강력해진 덕분에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실제 구입을 원하는 마니아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1시리즈 기반의 소형 쿠페로 옮겨졌다. 이제 M2로 이름을 바꾼 신형은 출력과 장비를 보강해 단순히 M3 염가판을 넘어 스스로도 매력 넘치는 존재로 진화했다.

새로운 작명법 덕분에 M2로 개명

이 차의 전신은 전대 1시리즈 쿠페에서 가장 강력했던 1M 쿠페. 원래는 M1이라 불려야 하지만 그 이름은 BMW 역사상 유일한 미드십 수퍼카가 선점하고 있었다. 그런데 BMW가 새로운 작명법에 따라 1시리즈 쿠페형은 2시리즈로 부르면서 후속 모델은 이름에 걸렸던 속박을 풀고 M2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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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는 여러모로 비범한 존재다. 작은 차체에 50:50의 무게배분과 뒷바퀴굴림을 집어넣었다. 최고출력은 370마력으로 0→시속 100km 가속을 4.3초 만에 끝낸다. 라이벌 중에는 동급 양산차 플랫폼을 활용하느라 FF(앞바퀴굴림) 혹은 FF 기반의 4WD를 활용하는 일이 많다. 성능과 구동방식에 이르기까지 어느 부분 하나 꼬집을 데 없는 완벽한 스펙은 까다로운 순혈주의자들까지도 만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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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부터 베이스 모델인 2시리즈 쿠페와 구별된다. 트레드가 무려 7cm 가까이 넓고 범퍼 흡기구와 에어로파츠 디자인이 과격해졌다. 범퍼 흡기구는 최대한 많은 공기를 흡입하기 위해 입을 잔뜩 벌린 형상. 또한 뒤 범퍼는 양쪽 끝에 단차를 만들어 한층 힘이 넘치고 과격해졌다. 국내 수입 모델에는 M 퍼포먼스 옵션이 달려 기본형 M2와도 다르다. 알핀 화이트 색상에 3색 스트라이프 장식을 넣은 시승차는 70년대 3.0 CSL 경주차나 초대 M3 DTM 머신을 떠올리게 한다. 카본으로 만든 프론트 스플리터와 사이드미러 커버, 리어 스포일러와 디퓨저는 마치 경주차에서 금방 떼어 붙인 듯 카본 패턴이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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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는 스포크가 얇은 스포츠 스티어링과 둥그렇게 디자인된 시프트레버가 M의 향기를 진하게 풍긴다. 외형에 비해 다소 양산차 느낌이 강한 인테리어이지만 국내 수입 모델은 카본 장식을 기본으로 넣어 분위기를 좀 더 스포티하게 다듬었다. 더 이상 선택할 옵션이 없다고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 림에 LED 변속 인디케이터가 달린 스포츠 스티어링과 스테인리스 페달, 카본 장식 시프트레버와 파킹레버가 아직 남아 있다. 넉넉함보다 홀드성이 중요한 스포츠 시트는 승객의 몸을 잘 조여주고, 짙은 회색에 더한 파란색 스티칭 또한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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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은 N54에서 N55로 바뀌었다. 직렬 6기통 3.0L 가솔린 직분사 터보라는 기본 구성은 같지만 트윈 터보를 트윈 스크롤의 싱글 터보로 단순화했다. 대신 밸브트로닉을 더해 연소를 더욱 정밀하게 제어한다. 그 결과 M2는 최고출력이 370마력으로 높아졌다. 엔진은 컴포트 모드에서도 힘이 넘친다. 최대토크가 47.4kg·m나 되고, 오버부스트 상황에서 토크는 51.0kg·m에 이른다. 출력은 높아졌지만 연비와 배출가스는 오히려 개선되었다. 이전보다 100km 가는 데 0.6L씩 연료를 덜 쓰고, km당 이산화탄소를 14g씩 덜 내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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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모드로 세팅하면 오른발에 조금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드라이브 모드는 엔진뿐 아니라 듀얼 클러치식 7단 자동변속기 M DCT뿐 아니라 조절식 댐퍼의 감쇠력까지 아우른다. 휠베이스 2,695mm의 콤팩트한 차체에 직렬 6기통 엔진을 세로로 얹고도 무게배분은 50:50으로 완성한 데서 BMW 엔지니어들의 고집스러움이 느껴진다. 이를 위해 서브 프레임과 서스펜션 암, 휠 캐리어 등을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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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딩 로드에서 극대화되는 매력

드라이브 모드 세팅은 각 모드에 따라 운전특성 변화가 드라마틱한 수준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스포츠 세팅이면서 컴포트 모드에서는 잔진동을 조금 더 흡수하는 수준. 당연하겠지만 M2의 매력은 와인딩에서 극대화된다. 연이어 등장하는 속도방지턱에 지쳐갈 때쯤 한적한 시골 와인딩 로드가 눈앞에 펼쳐졌다. 오른발에 박자를 맞추어 매끄럽게 회전수를 올리는 엔진이 드디어 물 만난 고기처럼 토크를 뿜어낸다. 끈끈한 타이어 그립이 노면을 단단히 붙잡고, 탄탄한 서스펜션은 어떤 상황에서도 믿음직스럽다. 덕분에 코너에서는 단호하고, 직선에서는 총알처럼 가속한다. 어느새 가변 플랩이 열린 머플러에서는 드라이버를 흥분시키는 사운드를 뿜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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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차저는 하나로 줄었지만 터보렉이나 망설임은 느껴지지 않는다. 1,400~5,560rpm의 넓은 토크밴드와 듀얼 클러치 자동변속기는 오직 변속에 신경 쓰지 않고 운전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수동변속기의 손맛에 대한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M2 수동 모델은 자동 레브 매칭 기능이 달려 더블 클러치 조작도 필요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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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킷에서 실력을 다듬은 서스펜션 세팅과 강력한 브레이크, 듀얼 배기 플랩도 스포츠 주행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들. BMW는 여기에 최신 액티브 M 디퍼렌셜까지 더했다. 전통적인 LSD는 로킹비를 한번 정하면 변경하기 어렵지만 이 기술은 상황에 따라 0~100까지 자유자재로 바꾼다. 완전 오픈 디퍼렌셜부터 리지드까지 가능하다는 얘기. 뒷바퀴굴림의 약점인 안정감을 확보하면서도 특유의 날카로운 핸들링을 제공하는 보석 같은 장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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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게임기나 피규어 같은 키털트족 관련 산업이 호황이란다. 그런데 어른을 위한 장난감이라면 자동차만큼 역사가 오랜 것도 드물지 않을까? 7,540만원의 돈이라면 넉넉한 크기에 고급스러운 차들이 차고 넘친다. 패밀리카를 전제로 하면서 시끄럽고 단단하며 뒷좌석까지 옹색한 쿠페를 선택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반면 이 조건들만 극복할 수 있다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다. 어른을 위한 최고의 장난감. M2는 분명 당신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줄 마지막 퍼즐 조각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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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편집위원
사진
최진호
제공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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