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트랙스, 진작 좀 바꾸지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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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안좋은 얘기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지난해 이맘때 만났던 트랙스는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디자인이 문제였다. 차는 괜찮은데, 생긴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실내는 더 안습이었다. 10년 전 자동차 같은 디자인과 거칠고 딱딱한 내장재에 정이 가질 않았다. 디자인이 이상하니 운전할 맛도 안났던 것 같다.
1년 전의 만남은 이렇게 좋지 않은 기억을 남겼고, 자연히 트랙스에 대한 생각은 머릿속에서 지워져갔다. 이런 이유로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관심이 가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디자인 좀 고친다고 차가 달라질까?’ 하는 냉소적인 생각까지 들었다.
이 부분만 따로 보니 더 멋진 것 같다. 그렇다고 다른 부분이 별로라는 뜻은 아니다
그런데 아니다. 조금 고쳤을 뿐인데 차가 정말로 달라졌다. 정확히 말하면 달라 보인다. 이전 디자인이 별로여서 새차의 모습이 훌륭해 보이는 게 절대 아니란 걸 강조하고 싶다. 이전 트랙스는 나이 들고 고지식해 보이는, 매력 없는 자동차의 전형이었다. 반대로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젊고 활기차 보이며 매력이 넘친다. 측면과 뒷모습은 큰 변화가 없어(휠 디자인이 바뀌고, 입체감을 살린 LED 테일램프가 추가된 정도) 얼굴 쪽에 국한되긴 하지만 전체적인 이미지가 확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두툼한 프론트 범퍼를 달고, 좌측 헤드램프와 프론트 그릴, 우측 헤드램프가 3:4:3쯤 되는 비율은 이전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그 속에 펼쳐진 디자인은 완전히 다른 세상 같다.
헤드램프와 듀얼 포트 프론트 그릴이 스파크와 비슷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둘 사이의 연관성이 잊혀진다. 트랙스의 이미지가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근육질의 커다란 범퍼와 SUV의 상징인 스키드 플레이트, 더 날카로워진 헤드램프가 이전 모델의 못생김을 지워버릴 정도로 큰일을 해내고 있다.
실내는 누구의 말처럼 프리미엄급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전모델과 비교하면 이 정도 수식어는 붙여도 될 것 같다. 확실히 고급스러워졌으며, 무엇보다 쓸데없는 개성을 죽인 게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시인성 낮은 계기판과 엉뚱한 곳에 어설프게 자리한 수납공간이 사라진 것도 반갑다.
깔끔한 디자인과 부드럽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소재를 사용해 차 안으로 들어설 때 기분이 좋다. 그 중심에는 대시보드를 넓게 덮고 있는 인조가죽(스티치까지 들어가 있다)이 있다. 평범한 실내를 화려하게 만드는 애플 카플레이도 빼놓을 수 없다. 이것저것 신경 쓴 곳이 많다.
애플 지도만 완벽하면 더할 나위 없을텐데…
그런데 애플 카플레이까지 갖춘 차에 온/오프만 되는 앞좌석 열선시트(이마저도 LT 트림 이상만 적용된다)를 넣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최상급 트림조차 공조장치 컨트롤러가 수동인 것도 마찬가지. 시트도 허리받침과 앞뒤, 상하 이동은 전동이면서 등받이 각도는 수동인 것도 어색하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7인치 터치스크린에서 내비게이션은 그림의 떡이 되고 만다.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실내 완성도가 확 올라갈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평범한 계기판이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이전 계기판은 쓸데없이 개성만 강했다
1.4L 터보와 1.6L 터보 디젤 중 시승차는 디젤 모델이다. 최고출력 135마력, 최대토크 32.8kg·m를 내고 6단 자동변속기를 매치한 무난한 구성이다. 실제 움직임도 평균치를 벗어나지 않는다.
소음과 진동이 잘 억제됐지만, 터보 래그는 큰 편이다. 최대토크가 터지는 시점은 2,250rpm인데, 2,000rpm 이하에서는 영 힘을 쓰지 못한다. 최고출력이 나오는 구간은 4,000rpm. 회전수를 올릴 때 질감이 매끄럽지 못해 엔진을 마구 돌리기가 부담스럽다. 그래도 아담한 차체를 끌기에는 힘이 넘친다.
6단 자동변속기는 민첩하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다. 그래서 수동 모드를 쓰고 싶었다. 그런데, 이런… 쉐보레만의 아이덴티티라고 하는 기어 노브 옆에 달린 토글 스위치 방식이다. 엉성한 조작감 때문에 두손은 결국 스티어링 휠에 얌전히 올려둬야 했다.
파워트레인은 깊은 인상을 주지 못했지만, 섀시는 예나 지금이나 기대 이상이다. 스티어링은 묵직하면서(반응이 빠르진 않다) 정직하게 반응한다. 서스펜션은 단단한 축에 속해 거친 노면을 달릴 때는 일부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질 정도다.
대신 코너에서의 신뢰감이 상당하다. 젊은층이 좋아할 만한 세팅이다. 무거운 디젤 엔진 탓에 앞머리 회전이 조금 둔하게 느껴지지만, 코너를 도는 재미는 1년 전이나 지금이나 기대를 뛰어넘는다.
디젤 모델이 가솔린 터보보다 나쁜 것만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연비가 가장 큰 장점이다. 270km의 거리를 고속화도로와 시가지를 고루 섞어 달려본 결과, 평균연비 15.7km/L를 찍었다. 공인연비 14.7km/L를 가볍게 뛰어넘는 수치다.
1년 전 만난 트랙스는 별로였으나 오랜만에 새로워진 차를 타보니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절이 안되는 열선시트와 쓰기 불편한 공조장치 때문에 주저하는 마음도 커졌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다. 따뜻함을 좀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차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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