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CR-V, 갓지은 밥처럼 은근한 맛이 있는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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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기름 먹는 하마’ 하면 미국차를 떠올리고, 일본차 하면 품질을 떠올린다. 아무튼 ‘잔고장 없는 차’라는 오랜 평판을 믿고 소비자들은 의심 없이 일본차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토요타가 1958년 크라운을 앞세워 일본차 최초로 미국에 상륙했을 때 비웃음을 샀던 아픈 과거를 믿을 수 없을 정도다.
혼다의 경우 1974년 소형차 시빅으로 미국에 진출했다. 당시 강화된 배기가스 기준을 별도의 정화장치 없이 통과한 CVCC 엔진으로 높은 기술력을 뽐냈다. 혼다 시빅의 대히트는 토요타가 동급 코롤라(3세대)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기폭제가 됐고 오늘날 두 모델은 현지에서 콤팩트카 시장의 스테디셀러로 확고한 입지를 굳혔다.
CR-V의 경우 거꾸로다. 1994년 토요타가 RAV4를 출시해 콤팩트 SUV시장을 개척하자 이듬해 혼다가 CR-V를 내놓아 맞불을 놓았기 때문이다. 판매를 시작한 지 20년이 된 CR-V는 디자인과 품질 개선을 거듭하며 4세대로 진화했다. 현재 CR-V는 북미시장에서 SUV부문 판매 1위를 달리고 있으며(2014년 33만5,000대 이상 팔렸다), 국내엔 2004년 2세대 CR-V가 처음 소개되어 2008년까지 가장 많이 팔린 SUV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판매되는 CR-V는 4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2015년에 나왔다. 헤드램프, 프론트 그릴, 범퍼, 테일램프 등 앞뒤의 많은 변화를 준 것이 특징. 얼마 전 연식 변경을 거친 2016년형의 경우 루프 레일과 동반석 사이드미러 아래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사각지대를 확인할 수 있는 레인워치시스템, 도어를 열면 불이 들아오는 일루미네이션 사이드 스텝 가니시를 추가하는 정도에 그쳤다.
파워트레인은 4기통 2,356cc 엔진과 무단변속기(CVT)의 조합이다. 지난해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크랭크샤프트와 피스톤 등 주요 부품을 손질해 무게와 마찰을 줄였고 토크컨버터 방식의 5단 자동 대신 CVT를 달았다. 두개의 원뿔모양 부품을 연결하는 체인을 통해 동력을 전달하는 CVT의 특성상 변속충격은 없지만 주행감각이 조금 밋밋하다. 그래도 연소효율이 높아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배기규제도 끄떡없이 대응할 수 있고, 연비도 11.6km/L로 약간 개선됐다.
CR-V는 부드럽고 무난한 주행감각을 보인다. 188마력/6,400rpm의 최고출력과 25.0kg·m/3,900rpm의 최대토크를 바탕으로 부족함 없는 힘을 발휘하며, 1,635kg의 제법 무거운 차체지만 몸놀림도 꽤나 날렵하다. 조금 괴팍하게 차를 몰아도 스티어링 휠을 꺾는 방향으로 앞머리를 재빨리 돌리고, 꽁무니 역시 휘청임 없이 옹골지게 따라붙는다.
적당한 연비와 무난한 주행성능, 짜임새 있는 실내공간, 럭셔리하지는 않지만 질리지 않는 깔끔한 인테리어는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갓지은 밥처럼 은근한 맛이 있다. 이것저것 신경 쓰지 않고 무난하게 탈 SUV를 고르는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차다. 국내에서 팔리는 CR-V는 EX-L과 투어링 두 종류로 값은 각각 3,890만원, 4,07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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