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신형 그랜저(IG) 시승기…그 달콤한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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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는 옵션을 모두 더해 무려 4515만원. 적어도 가격에선 독일차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렇지만 가장 낮은 렌터카 사양은 단 2600만원에서 시작해 쏘나타까지 위협 할 정도다. 가격 폭이 매우 넓은걸 보면 국내 최다 판매 자동차로서의 역할을 단단히 염두에 두고 있는 셈이다.
판매 대상 연령층도 넓혔다. 디자인은 훨씬 젊어져 중년 운전자에게 좀 부담스러워 보였는데, 하루 종일 지켜보니 나름대로 고급스런 면모를 갖췄다.
# 스스로 가고 서고 핸들까지…첨단 기능이 큰 매력
얼마전 삼성전자에 인수된 ‘JBL’이 버젓이 찍혀있는 내비게이션. 이 화면이 실내 인상을 장악한다. 문제는 왼쪽으로 좀 치우쳐 있다는 점인데 아마 조수석 에어백과 간섭 등을 고려해 어쩔 수 없었던게 아닐까 생각된다. 반면 오른편이 썰렁해 보이는 것을 막기 위해선지 아날로그 시계가 배치됐다. 물론 어색한건 잠시, 눈에 익으면 나름대로 괜찮다. 나머지 부분의 대시보드 디자인도 우수한데, 특히 브라운 가죽실내는 그랜저급에서 생각하기 어려웠던 수준의 고급감이 느껴진다.
뒷좌석도 화려하진 않지만 군더더기 없고, 넓은 공간이 매력적이다. 무릎 공간은 넉넉하고 머리 공간도 부족하지 않다. 현대차는 실내 공간을 넓고 시원하게 뽑아내는데 큰 강점이 있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을 이용하니 차는 스스륵 스스로 출발한다. 속도와 간격만 설정 해 두면 적절한 속도로 가감속 하며 앞차를 졸졸 따라간다. 과속카메라가 나타나면 알아서 규정에 맞게 속도를 줄였다가 카메라만 지나면 또 다시 고속 주행을 시작한다. 말하자면 차가 알아서 불법 주행까지 대신 해 주는 셈이어서 은밀한 공범이 된 기분도 든다.
꽤 인공지능적인 가속-감속이 이뤄지는데, 이전 버전에 비해 더 멀리 내다보는 덕에 안심이 되고 정지에서 재출발하는 과정도 매우 부드럽다. 차선을 넘지 않도록 핸들을 스스로 조금씩 돌리는 기능(LKAS)도 갖췄는데 이제는 차선 가운데로 정확히 주행한다. 사실 당연한 일인데 그동안 현대차엔 그렇지 못한 차들이 많았다.
드라이브모드도 이제 ‘스포츠’와 ‘노말’ 모드를 구분 할 수 있을 정도로 바뀌었다. 하지만 스포츠 모드에서도 계기반이 화려하게 바뀐다거나 소리가 요란하게 변하는 정도는 아니고 핸들의 조향감각과 가속페달의 감각, 엔진 회전수가 좀 높아지는 변화다.
정숙성, 특히 공회전의 정숙성은 어지간한 차에선 보기 힘들 정도로 탁월하다. 시동이 걸려 있는지 모를 정도다. 덕분에 오디오 성능이 더욱 인상적으로 느껴진다. 이 차에 장착된 JBL 오디오는 매우 섬세하고 꽉 채워진 느낌에 음장감도 좋아 제네시스에 들어가는 렉시콘(Lexicon) 브랜드보다 오히려 낫다. 다만 다른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초저음 스피커(subwoofer)가 분리 돼 있지 않아 볼륨을 높여도 가슴까지 울리지는 않는다.
# 엔진과 변속기…아직은 예전의 자동차
모양은 꽤 스포티한데, 주행하는 느낌은 그리 스포티 한 타입이 아니다. 우선 변속기는 최신 8단 변속기인데도 요즘 차 답지 않게 다소 헛도는 타입이다. 즉각적인 시프트다운을 하는 대신, 어지간하면 락업 클러치를 풀어 토크컨버터를 미끄러뜨리는 방식을 택했다. 다시 말해 엔진회전수(rpm)가 먼저 증가한 후에야 차가 가속한다. 이로 인해 꽤 부드럽게 가속되는데, 이 점은 이 차의 세팅이 완전히 젊은 층이 아니라 중년 층까지 염두에 뒀다는걸 느낄 수 있게 한다.
시승차의 3.0리터 람다 엔진은 초기 정숙성이 극히 우수하고, 내구성을 포함한 여러가지 면에서 꽤 인정받고 있는 엔진이다. 힘도 넉넉한 엔진인데도 이런 세팅이라면 2.4 세타2 엔진에선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궁금해진다.
핸들은 이번에도 C-MDPS를 이용했는데, 이전에 비해 조금 향상 됐다지만 여전히 노면의 느낌을 읽기 어렵고 예리한 느낌이 적다는 점이 아쉽다. 전륜구동 특유의 둔감한 느낌도 그대로다.
시승차는 19인치 타이어가 장착 됐는데, 이렇게 얇은 편평비의 타이어로도 노면의 잔충격을 모두 흡수해내는 능력은 놀랄 정도다. 서스펜션이 고주파진동을 효과적으로 잡아내면서 동시에 긴 코너에서 롤링까지 잡아내는 능력이 대단하다. 제동을 할 때 앞이 주저 앉는 현상이나 가속 할 때 들리는 현상도 억제돼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든든한 서스펜션이다. 다만 핸들을 좌우로 크게 움직이는 조향에서는 전후륜이 따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오래 남는데, 이전 그랜저(HG)의 착 가라 앉은 서스펜션을 지나치게 발랄하게 재구성하면서 빚어진 부작용 같다.
# "어쨌건 차는 시승해봐야"
차에서 내려 굳이 렌트 한 구형 그랜저 2.4를 다시 탔다. 그동안 불만이 많았는데, 다시 탄 구형 그랜저는 꽤 잘 디자인 됐고, 세팅도 충분히 무르익은 걸로 느껴졌다. 매우 부드럽고 안정적인 서스펜션 세팅으로 인해 일부 소비자들은 구형을 더 기분 좋게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떤 면에선 물에 축 젖은 스폰지 같은 주행감각인데 그게 꽤 마음에 들었다.
대부분 시승자는 차를 가혹하게 밀어 붙인다. 자동차를 전문적으로 운전한다는 점 때문에 한계를 파악해야 한다는 명분이 있고, 그 때문에 일반 운전자의 취향과는 동떨어진 결과를 내놓을 때도 많다. 이런 종류의 차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패밀리세단이나 비즈니스세단으로서 이 차는 전혀 다를지도 모른다. 이 차는 느긋하게 탈 때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차기 때문이다. 시승기는 어디까지나 참고만 하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차인지는 직접 타보는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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