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선웅 | 현대 6세대 그랜저 가솔린 3.0 시승기 |
컨텐츠 정보
- 632 조회
- 목록
본문
6세대 신형 그랜저가 국내 출시되었다. 사전계약기간부터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는 신형 그랜저는 기존의 파워트레인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지만 향상된 차체강성과 새로운 엔진 셋팅을 통해 주행성과 효율성이 향상되었다. 여기에 새로운 디자인을 통한 젊은 감각을 더해 새로운 소비층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사명까지 짊어지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역사 속에서 그랜저라는 이름이 주는 묵직한 무게감 만큼이나 진중한 변화의 깊이가 느껴졌다.
지난 2011년, 5세대 그랜저를 출시하면서 현대차는 플루이딕 스컬프처 (Fluidic Sculpture)라는 디자인 테마를 통해 파격적인 디자인의 변화를 이끌었다.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내비치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으로 보여지고,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전략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만큼 파격적인 변화를 추구했던 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5세대 그랜저 이전만 해도 그랜저의 디자인은 전형적인 고급차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각그랜저’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던 엣지 있는 모습의 1세대 그랜저부터, 스타일이 개선되며 국내 대표 중형 세단으로 자리잡기 시작은 2세대 그랜저, 1998년 그랜저 XG가 출시되면서 현대차의 기함이라는 위치에서는 내려왔지만 고급세단의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했던 변화까지 현대차의 역사에서 그랜저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며 꾸준히 성장해 왔다.
그런 그랜저가 이번에는 ‘역동성’이라는 수식어를 추가하고 6세대 모델로 태어났다. 고급세단의 이미지를 이어오고 있지만 기존 그랜저와는 전혀 다른 디자인 테마를 가지고 만들어졌다. 유럽기준으로는 E1세그먼트, 미국 기준으로는 ‘어퍼 미들 클래스’ 세단으로 분류되는 그랜저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오너 드리븐 패밀리 세단으로서 자리매김을 해왔다. 여기에 역동적인 주행성을 새롭게 강조하면 실내외 디자인에서도 이에 합당한 모습으로 새롭게 변모했다.
현대차는 이전처럼 쏘나타와 아반떼의 디자인 변화를 통해 시장의 반응을 살피고 이를 그랜저에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는 EQ900까지 앞서 출시되면서 젊은 세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소비층이 새로운 디자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충분한 조사를 통해 그랜저의 디자인을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젊은 감각을 더해 더 많은 소비자들이 그랜저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전계약 현황에서도 30~40대의 비중이 기존 30대 12% 40대 29%에서 30대 16% 40대 32%로 증가한 것도 이러한 변화의 반증이다.
좀 더 자세히 디자인을 살펴보면 6세대 그랜저의 전면 디자인은 캐스캐이딩 그릴(cascading grill)의 프레임을 바탕으로 기존 모델보다 낮고 안정적인 포지션을 추구하고 있다. 기존 그랜저가 Y형의 그릴 디자인과 라인 구성을 선보이며 날카로움을 강조했던 반면 신형 그랜저는 좀 더 스포티하고 안정감있는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 좌우 모서리를 부드럽게 처리하고 전면부 보닛 후드의 시작점이 기존 모델보다 낮아져 작아보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차량의 크기는 전장 10mm, 전폭 5mm가 늘어나고 전고와 휠베이스는 기존과 동일한 크기이다. (전장 4930mm, 전폭 1865mm, 전고 1470mm, 휠베이스 2845mm)
현대차는 그랜저의 새로운 스타일링을 ‘열정과 감성’이라는 2가지 주제로 설명했다. 이를 위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은 측면의 실루엣이다. 기존 그랜저의 모호한 측면 디자인을 버리고 전형적인 스포티 세단의 모습 ‘롱 후드 솟 데크, 로 노즈 하이 데크’를 따르고 있다. 기존 모델보다 작아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이러한 변화에 기인한다.
사실 외관디자인의 변화도 인상적이지만 새로운 그랜저의 가장 큰 특징은 실내디자인에 있다. 쏘나타와 EQ900 등 기존 출시된 하위, 상위 모델들의 디자인 테마가 고루 적용된 모습이지만 무엇보다도 손이 가는 곳곳에서 보여지는 고급감이 뛰어나다. 5세대 그랜저가 외관디자인과 유사한 형태의 Y형 레이아웃의 실내 디자인을 선보였다면 6세대 그랜저는 수평적인 라인을 통해 안정감을 추구하고 있으며 또 늘어난 데크 넓이로 인해 시야도 더 좋아졌다.
운전석에 앉아 손을 뻗는 위치에 사용된 소재들은 촉감이 대단히 좋다. 도어 트림의 인조가죽 소재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소재의 경우도 부드러운 표면처리를 통해 ‘오감을 만족시킨다’는 디자인 기조를 반영하고 있다. 실내 도장에서도 새로운 페인트 개발을 통해 촉감을 향상시켰다는 설명이다.
센터페시아에는 플로팅 타입의 디스플레이 모니터가 위치해 있고 하단에는 공조장치 버튼과 오디오 버튼이 분리되어 위치해 있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경사진 형태의 각종 버튼들은 위치 뿐만 아니라 터치감 또한 우수하다. 특히 좌우로 2개씩 위치해 있는 다이얼은 세세하게 가공된 모습이 독일 세단들에서 보았던 딱 그 위치의 그 품질의 다이얼이다. 다이얼의 유격이나 돌릴 때의 감각, 세밀하게 조형된 표면 등은 실내 디자인의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디자인 전체의 품질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기어노브 주변에는 드라이브 모드 변경 버튼과 어라운드 뷰 모니터 버튼이 위치해 있다. 신형 그랜저에는 기존의 어라운드 뷰 기능 외에도 주행 중 후방의 모습을 확인하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사실 직접 사용해 보기 전에는 이러한 기능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의아했다. 하지만, 직접 사용해 보면 상당히 편리하다. 사이드미러와 룸미러를 확인하는 것보다 더 정확하고 확실하게 후방에 위치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다. 차량의 주변 상황 확인이 미숙한 운전자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어노브 앞쪽에는 작은 수납함과 1개의 USB 단자 그리고,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이 위치해 있다. 최근 출시되는 차량 가운데 USB 단자의 수가 1개 인 차량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되는 상황. 다소 의외인 부분이다. 좌석 옆의 수납공간에 위치한 CD체인저도 요즘에는 보기 어려운 위치와 설정이다. 젊은 디자인과 감각으로 돌아온 그랜저지만 다시금 그랜저의 주요 소비층이 어떤 계층인지 돌이켜 보게 하는 부분이다.
시트는 5인승으로 리어시트는 폴딩되지 않는다. 대신 스키스루가 설계되어 있다. 휠베이스는 기존 모델과 그대로지만 뒷좌석은 더 여유가 느껴진다. 소폭 낮아진 시트포지션이 반영된 결과로 보여진다. 리어 도어와 리어 윈도우에 수동 및 전동 커튼이 설계되어 있다. 센터 암 레스트를 내리면 별도의 오디오 조절 패널이 있다.
트렁크 공간 처리도 잘되어 있다. 골프백 4개는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플로어 커버를 열면 기존과 달리 템포러리 타이어 대신 긴급 수리 킷이 위치해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메이커들이 중량과 공간확보를 위해 택하는 것이다. 개방감을 위한 파노라마 선루프도 있다.
신형 그랜저에는 2.4리터 GDi와 3.0리터 GDi, 2.2리터 디젤 등 3가지 엔진이 탑재된다. 시승차에는 2,999cc V형 6기통 DOHC 직분 사양이 탑재되어 있다. 최고출력 266마력/6,400rpm, 최대토크 31.4kg.m/5,300로 기존 그랜저 3.0모델보다 최고출력은 4마력, 최대토크는 0.2kg.m가 하락했다.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변화는 아니지만, 출력과 토크가 감소했다는 점은 소비자들의 의아해할 부분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이 부분에 대해실용영역에서의 응답성과 효율성, 연비 향상을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의 다른 엔진이 그렇듯이 수치상으로는 동급에서 높은 수준 출력과 토크이다. 트랜스미션은 3.0 가솔린 모델의 경우 8단 변속기가 적용된다.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6,200rpm 부근에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45km/h에서 2단, 80km/h에서 3단, 130km/h에서 4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초기 발진에서 약하지만 휠 스핀이 발생한다. 2800rpm 부근에서 잠시 주춤했다가 다시 치솟는 엔진회전이 신경쓰이지만 속도계의 바늘은 거침없이 상승한다. 이후에는 별 무리없이 엔진회전을 끌어 올린다. 수치상의 최고출력이나 최대토크에 비하면 가속감이 폭발적이지는 않다는 점도 이전의 그랜저와 같은 느낌이다.
그보다는 정숙성과 매끄러운 반응에 더욱 비중을 높이고 있다. 8단 변속기의 적용이 이러한 맥락이기도 하다. 아이들링에서는 말 그대로 정적이다. 스티어링 휠에 전달되는 진동도 없다. 크루징 상태에서의 소음과 차음도 잘되어 있다. 로드 노이즈에 대한 대책도 좋다. 쏘나타 때도 그랬지만 파워풀함을 살리기보다는 쾌적성을 중시한 파워트레인이다. 트랜스미션의 매끄러움도 마찬가지이다. 부족함이 없지만 넘치지 않는다.
한가지 큰 차이점이라면 바로 서스팬션의 변화이다. 이전 그랜저의 경우 다소 부드럽게 셋팅된 서스팬션이 고속주행시의 안정감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었었다.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강조한 신형 그랜저는 다소 단단하지만, 지나치지 않은 감각을 보여준다.
댐핑 스트로크는 국내 대표 고급세단을 지향하던 차량으로는 의외일 만큼 짧아졌다. 독일세단들에서 확인했던 감각과 많이 유사해졌다. 노면의 요철을 읽어 전달하면서 부드러운 승차감을 유지하는 특성이 인상적이다. 다리 이음매를 타고 넘는 감각도 세련되었으며, 요철을 넘어설 때 불쾌한 느낌이 전혀 없다. 무엇보다 고속 주행시 운전석에 앉아서 느끼는 감각은 주행성을 강조하는 이유를 실감하게 해주는 부분이다.
와인딩 로드에서도 원하는 라인을 추종하는 주행성은 이전 그랜저와는 확연히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고강도 철판을 추가하고 차체 구조를 개선해 강도를 34% 이상 끌어올렸으며 차체 구조의 결합력을 강화해 비틀림 강성을 23.2%까지 높였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차체 강성 향상은 곧 과격한 움직임에도 흔들림없이 주행을 이어가는 가장 큰 힘이다.
주행 중 정숙성 또한 뛰어나다. 고속도로에서 제한 속도로 주행하는 상황이라면 풍절음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도 잘 차단되어 있으며, 아이들링시에도 엔진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방음 대책에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난다. 당연히 진동도 없다.
주행모드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그리고 스마트 모드 총 4가지가 있다. 이 중 스마트 모드는 운전자의 주행성향을 분석해 각각의 도로 사정에 맞게 변경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경사로에서 속도를 급격하게 높이며 주행하는 성향의 운전자라면 경사로에서는 좀 더 높은 rpm을 가져가는 등 상황에 맞는 주행 모드를 ‘운전자 모르게’ 제안한다는 것이다. 스마트 모드의 경우 기어노브를 매뉴얼로 변경하면 해제된다.
신형 그랜저에는 현대차 최초로 지능형 안전기술인 ‘현대 스마트 센스’가 적용되었다. 이름은 새롭지만 기능자체는 기존에 경험해 왔던 기술들이다.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AEB), 주행 조향 보조 시스템(LKAS), 후측방 충돌회피 지원 시스템(ABSD), 부주의 운전 경보 시스템(DAA),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어라운드 뷰 모니터(AVM) 등을 조합한 기술이다. 현대차는 앞으로 출시하는 모델들에도 순차적으로 현대 스마트 센스를 적용해나갈 계획이다. 이 중 후측방 충돌회피 지원 시스템의 경우 사각지대로 접근하는 차량이 감지되는 경우 운전자에게 경고하고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경우 미세하게 스티어링휠을 조향해 보조하게 된다.
새로운 그랜저는 혁신보다는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수입차 시장의 확산으로 수입세단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유럽 세단의 감각을 일찌감치 경험한 세대들의 입맛을 충족시키는 새로운 변화들이 더해졌다. 시승행사를 통해 만난 그랜저 뿐만 아니라 최근 출시된 현대 차는 크게 흠 잡을 만한 구석이 없다. 다만, 종종 불거지는 초기품질이나 내구성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소비자들의 질타를 받고 있는 부분이다. 이전보다 충분히 개선되었지만, 더욱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야만 한다. 여전히 올라야 할 산은 높다. 그리고, 더 높은 목표를 바라봐야 한다. 기존 그랜저의 취약점이었던 스포티함이 더해진 부분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이다.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