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 지프 그랜드체로키, 가장과 가족을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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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 위상이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한 때 ‘지프 그랜드체로키’라고 하면 중년 남성의 로망으로 인식되던 때가 있었다. 지금처럼 다양한 수입차가 있는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커다란 차체와 지프 특유의 오프로드 주행 성능이 결합된 독특함이 마치 ‘가장의 힘’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을 이제 와서 해 본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그러한 로망이 담겨 있는 그랜드체로키의 4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 정확히는 2019년형 모델이다.
잠시 그랜드체로키의 역사에 대해서 논의하자면, 지프의 전신인 AMC 시절까지 이동하게 된다. 1980년대 초 당시 AMC는 지프 체로키(XJ)의 후속 모델의 기획하고 있었고, 이를 XJC 프로덱트라고 칭했다. 그러나 당시 AMC는 가세가 기울어 결국 1987년에 크라이슬러가 회사를 인수하게 되었고, 당시 리 아이아코가는 미니밴 개발에 몰두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랜드체로키의 등장 계획도 상당히 미루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늦게 등장한 그랜드체로키는 당시 포드 익스플로러와 경쟁 모델로 등극하게 되었다. 당시 익스플로러가 프레임 보디를 적용한 것에 비해 그랜드체로키는 모노코크 보디를 적용해 화제가 되었고, 당시 크라이슬러에 있던 밥 루츠가 조수석에 디트로이트 시장을 태우고 1992년에 NAIAS가 개최되었던 디트로이트 코보 홀까지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이동하기도 했다.
크라이슬러는 비교적 이른 시기인 1992년에 한국에 진출했기 때문에 몇 년 뒤 국내 시장에 출시된 그랜드체로키가 중년 남성의 로망으로 인식되기 용이했을 것이다. 지금은 FCA 그룹에 속해 있지만 전 세계적인 SUV 열풍으로 인해 주목받는 브랜드들 중 하나가 되어 있고, 그랜드체로키 역시 그 영향을 받고 있으니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실감나는 시점이다. 그러한 로망과 역사를 느끼면서 그랜드체로키에 올라본다.
그랜드체로키는 랭글러와는 달리 ‘도심형 SUV’라는 이미지가 조금 더 강하게 다가온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차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프론트 그릴과 헤드램프, 크게 강조되지 않는 휠하우스, 심플하게 다듬어진 라인이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다. 페이스리프트 이후에도 헤드램프와 프론트 범퍼가 조금씩 모습을 바꿔왔기 때문에 자세히 보면 모델간의 차이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기존의 원형 안개등이 직사각형 형태로 바뀐 것도 그렇다.
그랜드체로키 역시 지프의 모델답게 사각형의 휠하우스를 적용하고 있지만 다른 SUV들과는 달리 무광검정 플라스틱을 적용하지 않는데, 도심형 SUV라는 점을 확실하게 강조하기 위한 표식으로 보인다. 2박스 형태의 자동차인데다가 측면을 장식하는 라인도 대부분 수평과 직선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각 엣지를 둥글게 처리해 상대적으로 완만한 느낌을 주고 있다. 1열 도어에 영어로 굵게 새겨진 ‘Grand Cherokee’로고가 인상적이다.
전체적으로 육각형을 취하고 있는 테일램프는 기교를 부리지 않은 형태이다. 프론트와 리어 범퍼, 사이드 스커트 하단에는 크롬 띠가 둘러져 있어 이 차가 지프 내에서는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모델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길이 4,825mm, 폭 1,935mm의 차체 크기는 이 차가 등장했을 때는 대형에 가까웠겠지만, 이제는 중형 크기로 느껴지는 세월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실내는 대시보드와 도어트림을 비롯해 곳곳에 가죽과 우드를 적용하고 있어 고급스러움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는 것이 느껴진다. 3 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하단에 지프의 탄생 시기인 ‘1941’을 새겼고, 계기반은 회전계와 연료계, 수온계는 아날로그로, 그 외의 부분은 LCD 화면으로 처리해 다양한 기능을 출력하도록 하고 있다.
센터페시아의 유커넥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터치 시 반응이 제법 빠르다. 애플 카플레이도 간단하게 연결할 수 있고, 시트 열선 등 다양한 기능도 빠르게 조작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그 아래에는 에어컨 조절 스위치와 차량 기능 조작 스위치가 있고, 센터터널에는 변속기와 4륜구동 기능 관련 조작 다이얼, 스위치가 있다. 중저음을 강조하는 세팅의 하만카돈의 오디오가 적용되어 있다.
시트는 단단함보다는 편안함을 우선시하는 타입으로 운전석의 경우 시트를 낮추어도 일정 이상의 높이는 확보하고 있고, 이로 인해 보닛의 양 끝은 물론 차량 주변을 잘 확인할 수 있다. 공간은 상당히 넉넉하기 때문에 2열 레그룸도 충분히 확보되어 있으며, 트렁크 역시 기본적으로 800L의 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에 가족 단위의 캠핑에 상당히 유용하다. 도어 트림을 비롯한 곳곳에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주행 중 소지품이 흔들릴 염려는 없어 보인다.
현재 국내에 수입되는 그랜드체로키는 최고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56.0kg-m을 발휘하는 3.0L V6 디젤 엔진만을 탑재한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되어 네 바퀴를 구동한다. 연비 향상을 위해 스톱&스타트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으며, 요소수를 사용하는 SCR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그만큼 배출가스 제어에도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토크가 넉넉하기 때문에 발진이 경쾌하다. 2.4톤이 넘는 차체 무게를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이며, 이로 인해 도심에서도 스트레스는 거의 받지 못한다. 기어비는 상당히 촘촘하게 설정되어 있는데 40km/h에서 2단, 55km/h에서 3단, 80km/h에서 4단, 100km/h에서 5단으로 넘어간다. 가속 페달을 밟는 깊이와 속도에 따라 기어를 재빨리 찾아가기 때문에 기어 변속에서도 답답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100km/h에서는 1,600rpm을 가리키며 여유 있게 순항한다. 여기에서 더 속력을 올리게 되면 아무래도 지면에 차체가 가라앉는 느낌은 점점 사라져 가는데, 그렇다고 해서 차체가 붕 떠서 날아갈 것 같은 극도의 불안감을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과속을 하거나 고속에서 스포츠카처럼 운전하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이 차는 어디까지나 오프로드에 더 어울리는 SUV이기 때문이다.
디젤 엔진이지만 소음은 상당히 억제되어 있고, 가속 시 발생하는 부밍음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는 차폐 기술을 통해서 엔진음을 차단하겠지만, 엔진 자체의 소음 억제력도 높은 것 같다. 가족이 탑승하는 SUV로써 합격점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프론트 더블 위시본, 리어 멀티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은 일상 영역에서 크기를 의식하지 않는 기민한 코너링 성능을 보여주지만 높은 차체로 인해 롤이 크기 때문에 고속에서의 코너링에서는 한계가 있다. 그보다는 어떤 환경의 도로를 주행하던지 간에 편안한 승차감을 확보할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두는 것이 더 좋겠다. 스티어링 휠은 유격은 있지만, 느슨한 감각은 없기 때문에 생각대로 제어하는 것이 가능하다.
지프의 모델인 만큼 오프로드 주행 성능도 보유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자동(Auto)에 주행모드를 맞추겠지만, 지형에 따라 눈, 모래, 진흙, 바위 모드가 마련되어 있고 수동으로 최저지상고를 조절할 수도 있다. 험준한 곳을 돌파할 때 유용한 4WD 로우 모드와 언덕을 내려갈 때 유용한 HDC도 있다. 흔히 마주할 수 있는 수준의 오프로드는 다이얼을 돌릴 필요도 없겠지만, 기능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느낌을 준다.
오랜만에 만난 그랜드체로키는 여전히 중년의 로망이 되기에 충분했다. 큰 차체와 넉넉한 토크를 지닌 높은 배기량의 엔진, 승용차와 비슷한 편안함과 주행 감각을 지녔으면서도 오프로드를 거침없이 주행할 수 있는 성능. 그것은 ‘아직은 가족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은’ 중년 가장에게 가장 잘 맞는 로망일지도 모른다. 혹은 아직은 남자로써의 매력이 남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객체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탁 트인 시야와 여유 있는 발진 감각으로 인해 운전이 편안하다는 것은 아이들을 챙겨야 하는 여성들에게도 큰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다. 가족을 위한 편안한 SUV, 그것이 바로 그랜드체로키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주요제원 지프 그랜드체로키
크기
전장×전폭×전고 : 4,825×1,935×1,765mm
휠베이스 : 2,925mm
트래드 : 1,620/1,630mm
공차 중량 : 2,465kg
엔진
배기량 : 2,987cc V형 6기통 터보 디젤
보어×스트로크 : --mm
압축비 : --
최고출력 : 250ps/3,600rpm
최대토크 : 56.0kgm/1,800rpm
연료탱크 용량 : 93리터
변속기
형식 : 8단 자동 E-시프트
기어비 : --
최종감속비 : --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더블위시본 / 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 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타이어 앞/뒤 : 265/50R20/ 265/50R20
구동방식 : AWD
성능
0→100km/h 가속 : --초
최고속도 : --km/h
최소 회전반경 : --
연비 : 10.4km/L(도심 9.5/ 고속 11.7)
이산화탄소 배출량 : 188g/km
적재 용량 : 800/1,689리터
시판가격
리미티드 7,080 만원
오버랜드 7,680 만원
서밋 8,080 만원
(작성 일자 2018년 3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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