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선웅 | 렉서스 RC F 서킷 시승기 |
컨텐츠 정보
- 670 조회
- 목록
본문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말하자면, 렉서스의 RC F는 매우 훌륭한 스포츠 쿠페이다. 경쟁 브랜드인 BMW M이나 메르세데세-벤츠 AMG의 경쟁 모델들과 겨뤄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아니, 그 이상이다. 렉서스 SC와 LFA, 그리고 IS F의 생산 중단 소식에 아쉬움도 있었지만, 렉서스는 RC 시리즈의 스포츠 라인을 탄탄히 구축하고 하이브리드 뿐만 아니라 스포츠성 까지 한층 강화해 나가고 있다.
BMW의 'M'과 'M 스포츠‘, 메르세데스 벤츠의 'AMG'와 'AMG 패키지’ 와 같이 렉서스에서도 'F'와 'F 스포츠'라는 두 가지 고성능 브랜드가 운영되고 있다. 그 관계는 앞서 설명한 독일의 고성능 브랜드 들과 유사하다. F 스포츠가 기본 모델에 약간 더 스포티한 내외장을 추가하고 서스펜션 튜닝을 더한 반면, F는 엔진에서 바디까지 모두 일반 모델과 다른 고성능을 추구하고 있다. 400마력 이상의 슈퍼 스포츠에 필적하는 성능을 가진 모델에게 주어지는 칭호가 바로 ‘F’ 이다.
지금까지 코드 F를 자칭한 렉서스의 모델은 하나뿐이다. 슈퍼카 LFA를 제외하고 기본 모델을 완전히 업그레이드 해 만들어진 F모델은 ‘IS F'뿐이다. 이전 IS 모델에 5리터 V8엔진을 탑재한 IS F는 2007년 등장한 이후 약 7년에 걸쳐 섬세한 숙성을 거듭한 결과, M과 AMG의 동급 모델과 나란히 겨룰 정도로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IS의 풀 모델 체인지에 따라 2013년 5월IS F의 생산을 종료했다. 그렇게 잠시 동안 F 코드는 공석으로 남았다.
2014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렉서스는 2도어 고성능 쿠페 RC를 공개했다. 그와 동시에 렉서스 고성능 모델을 대표했던 IS F의 후계자인 RC F도 함께 소개했다. 렉서스는 RC와 RC F를 한번에 공개하며 RC 시리즈를 통해 단번에 렉서스의 스포츠성을 강조하는 전략을 선보인 것이다. 이미지 변신을 위한 시작이 바로 RC 라인업이다.
참고로 국내 RC 라인업은 RC 350 F 스포츠와 RC F 두가지로 하이브리드 모델은 아직 도입되지 않고 있다. ??RC350의 파워트레인은 듀얼 인젝터 2FR-FSE형 3.5리터 V6엔진으로 배기음 튜닝 외에도 흡기음을 공명시켜 자극적인 사운드를 생성시키는 제너레이터도 추가된다.
RC의 플랫폼은 GS와 IS, IS C의 플랫폼이 혼재되어 있는 혼성형태 플랫폼이지만 RC를 위한 전용 플랫폼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앞 더블 위시 본, 뒤 멀티 링크 서스펜션도 RC전용의 설계로 새롭게 적용되었다. 차제의 용접이나 부품의 접착 방식도 개선되어 바디 강성이 렉서스의 다른 모델들에 비해 월등히 향상되었다.
여기에서 RC F는 한걸음 더 나아간다. RC F의 바디는 RC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향상된 출력에 맞게 강성이 보강되었다. 비틀림 강성은 IS에 비해 약 1.5배까지 증가되었다. 또한 서스펜션도 70%의 부품을 전용 설계해 F 브랜드에 어울리는 강성을 보여주고 있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브렘보의 최신 6 피스톤 브레이크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다.
RC F의 엔진은 IS F와 같은 2UR-GSE형 5리터 V8 엔진. 그러나 블록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새롭게 설계된 엔진이다. 티타늄 밸브와 단조 커넥팅로드 등 무빙 파트는 극한까지 경량화되어 있으며 최대 회전수는 IS F보다 500rpm 높은 7,300rpm으로 설정되어 있다. IS F보다 50마력이상 향상된 473마력의 힘을 7,100rpm에서 발휘한다. 조합되는 변속기는 IS F와 마찬가지로 아이신제 8단 AT를 적용하고 있다.
제원상의 특징이나 변화는 앞서 설명한 대로지만 역시 달려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법. 다행스럽게도 RC F를 시승한 곳은 바로 용인 스피드 웨이. 스케쥴 문제로 항상 올 기회를 놓쳤었는데 이번엔 제대로 체험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RC F의 가장 큰 매력은 5리터 V8 자연 흡기 엔진이다. RC F의 이 엔진은 수많은 스포츠 쿠페들에 탑재된 엔진 가운데서도 최상위에 위치해 있음이 분명하다.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정숙성도 우수해 숨겨진 야성을 들춰내기 전까지는 쉽게 알아채기 어렵다. 하지만, 가속패달을 바닥까지 밀어내는 순간 호화롭기까지한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의 엔진음이 온 몸으로 밀려들어 온다. 엔진 음색만으로 본다면 근래 가장 짜릿한 경험을 선사했다. 이제 대배기량의 자연흡기 엔진자체가 이슈가 되는 때이니 만큼 이 엔진만으로도 RC F의 존재에 의미가 있다.
가속성능도 성능이지만 서킷에서 경험하는 차체의 움직임에 군더더기 하나 느껴지지 않는다. 향상된 차체 강성에 이제 렉서스는 전자제어에 있어서도 소위 물이 올랐다. 정확한 핸들링 응답성은 서킷을 도는 내내 입가를 미소짓게 한다. 또한 200km/h 가까운 속도에서 풀 브레이킹을 반복해도 브램보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컨트롤이나 페이드 현상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수 없었다.
쉽사리 단점을 찾기 힘든 주행성을 가지고 있지만 RC F에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그 ‘생김’이다. 최근 렉서스가 추구하는 디자인보다 더욱 거칠게 몰아부친 형상이랄까. 강하게 어필하는 디자인이 개세인 시기이긴 하지만 고성능의 이미지를 어필하기 위한 RC F의 과격한 모습은 이미지 쇄신을 위한 렉서스의 극약처방으로 보인다.
라이벌 모델들이 터보를 이용한 다운사이징을 강요하는 가운데, RC F가 대 배기량의 자연흡기 엔진에서만 실현 될 수 있는 도발적인 관능미를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은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전략에 그 이유가 있다. 주요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들 덕분에 총 CO2 배출량을 억제 할 수 있는 이유가 되고 있는 것이다.
RC F는 탁월한 동력성능을 바탕으로 핸들링, 브레이킹, 차체 강성 등 서킷에서 경쟁 모델에 절대 뒤지지 않는 성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RC F로 서킷주행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RC F는 일상에서도 무리없는 스포츠 쿠페이다. 언제든 본색을 들어낼 준비가 되어 있는 실력자임이 분명하다.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