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욕심쟁이, 포르쉐 911 타르가 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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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타르가는 전통적으로 특별한 모델이다. 1967년에 처음 나왔으니 벌써 역사가 50년이나 되었다. 그 중 993과 996, 997을 거치며 조금 경직된 모습으로 바뀌었던 타르가는 991로 넘어와 2014년부터 오리지널의 모습이 되살아났다. 이번에 적잖은 변화가 이루어진 991.2로 바뀌면서도 타르가라는 모델의 본질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라인업에서도 여전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찾는 사람이 꾸준히 있다는 뜻이다. 바뀐 911에서 타르가는 새로운 면모를 어떻게 갖췄을까.

전반적인 외모는 911 시리즈의 변화를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원형 헤드램프는 내용물이 풀 LED로 바뀌었을 뿐, 911 전통의 둥근 형태는 그대로다. 범퍼도 전체적인 형태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좌우의 공기흡입구 주변에 각을 세우고 아래쪽이 좀 더 날카롭게 바뀌었을 뿐이다. 앞모습처럼 옆모습도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앞으로도 달라지기 어려울 것이다. 변화는 뒷바퀴 뒤쪽에 집중되어 있다. 다른 911처럼 타르가 역시 차체 뒤쪽 테일램프 주변 형태가 조금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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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프 위쪽을 약간 돌출시켜 스포일러 기능을 더했고, 유리 위쪽에 있는 냉각용 흡기구는 빗살이 90도 꺾여 주행방향으로 늘어섰다. 원형 배기구를 차체 가운데로 모은 것은 카레라 S나 4S와 같다. 휠 하우스에서 이어지는 뒤 범퍼 아래 모서리에는 새로 공기배출구를 뚫었다. 사소한 듯 보이는 변화들은 모두 기능을 고려한 것들이다.

은색 T 바가 돋보이는 타르가 톱은 이전과 같은 모습이다. 고전적 타르가와 달리 991 시대의 타르가는 완전 전동식이다. 운전석에 앉아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20여초 동안 기계적인 움직임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실제 벗겨지는 캔버스 톱은 앞좌석에 앉은 두 사람 머리 위를 덮을 정도의 작은 크기다.

고작 그만한 크기의 톱을 움직이려 앞 유리 보다 훨씬 더 큰 T바 뒤의 유리 전체가 솟아올랐다 제자리로 돌아온다. 멋부리기 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지붕이 열리면서도 T바 덕분에 비틀림에 강하고, 최소한 전복 사고 때 다칠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준다. 그러나 아무래도 카브리올레보다 무게 중심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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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도 분위기를 바꿀 정도의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소수의 달라진 부분 중 하나는 새로운 디자인의 GT 스포츠 스티어링 휠이다. 세 갈래로 뻗은 스포크 안에는 뻥 뚫린 금속 분위기의 프레임이 강렬한 느낌을 준다. 다기능 스위치와 다이얼은 양손 엄지손가락이 닿기 좋은 위치에 배치되어, 운전 중에도 조작이 쉽다. 나머지 네 손가락이 닿는 곳에는 변속 패들이 있다. 흥미를 끄는 것은 허브에서 4시 방향으로 뻗어 나와 있는 드라이빙 모드 선택 다이얼. 조작 편의성을 고려한 위치다.

이전에는 모드 선택 버튼이 기어 레버와 센터 콘솔 사이에 있어 주행 중에는 조작이 불편했다. 선택할 수 있는 모드도 일반, 스포트, 스포트 플러스와 인디비주얼의 네 개로 늘어났다. 적극적으로 운전하는 사람은 추가된 인디비주얼 모드가 반가울 것이다. 다만 눈으로 보기에 썩 조화롭지는 않다. 테두리를 없애고 해상도를 높인 대형 터치스크린 화면에 애플 카플레이 기능이 더해지면서 스마트폰에 신경을 덜 쓰게 된 것은 바람직한 변화다.

다른 911과 마찬가지 변화를 겪었지만, 스포츠카에서 엔진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다. 991.2에 새로 쓰이기 시작한 3.0리터 트윈 터보 엔진 이야기는 포르쉐 마니아라면 익숙할 것이다. 새 엔진은 이전 S 모델에 쓰인 3.8리터 자연흡기 엔진보다 배기량은 줄었지만 두 개의 터보를 더해 출력은 높아지고 성능은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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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20마력 높아져 420마력이 된 최고출력 같은 숫자변화보다는 1,700rpm부터 5,000rpm까지 51.0kg·m의 최대토크를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게 된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여느 터보 엔진들처럼 자연흡기 엔진보다 한계회전수가 낮지도 않다. 계기판 한가운데 자리잡은 엔진회전계의 빨간 눈금은 7,400rpm(제원표 상의 회전한계는 7,500rpm)부터 시작한다.

실제로 다양한 도로환경에서 차를 몰아보면 터보가 주는 혜택이 어떤 것인지 금세 알 수 있다. 시동 키를 돌리는 순간, 배기구로 터져나오는 우렁찬 소리는 '당신은 지금 스포츠카를 잠에서 깨웠다'고 외치는 듯하다. 그러나 외침이 끝나자마자 소리는 차분하고 묵직하게 가라앉는다. 웬만큼 속도가 붙은 상태에서도 부드럽게 가속할 때에는 배기음이 나직하기만 하다.

신호등과 신호등이 이어지는 도심 거리에서 얌전히 달리는 동안에는 주변 사람들의 귀를 거슬리게 하지 않을 정도로만 포르쉐 수평대향 6기통 특유의 배기공명이 얕게 퍼진다. 빨간 신호등을 앞두고 속도를 줄일 때, 오토 스톱-스타트 기능은 차가 완전히 정지하기 직전에 일찌감치 시동을 끈다. 속도계 숫자가 세 자리로 넘어가도, 차는 얌전한 모습을 곧잘 보여준다. 속도 변화가 크지 않을 때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면 곧장 엔진 회전계의 바늘은 공회전 위치로 떨어진다. 다시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자연스럽게 가속이 이어진다. 소리는 여전히 차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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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얌전하던 엔진은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으면 본색을 드러낸다. 이전보다 좀 더 낮은 회전수부터 시작하는 포르쉐 수평대향 6기통 엔진 특유의 독특한 배기음은 색깔이 조금 달라졌을지언정 풍부한 양으로 여전히 포르쉐임을 과시한다. 빠르게 가속이 이루어지기 시작하면서 구동력은 금세 앞바퀴로도 나누어 전달되고, 노면에 착 달라붙은 상태로 속도계 바늘은 시원하게 솟구친다. 빗길이 썩 달갑지만은 않은 피렐리 P 제로 타이어를 끼우고 있지만,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한도 안에서는 가속과 고속 모두 안심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터보가 언제든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엔진에 힘을 보탠다는 점이다. 물론 부드럽게 가속하려 할 때, 터보가 충분한 부스트압을 얻기 전까지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액셀러레이터 반응이 화끈하지 않을 수도 있다. 민감한 사람이면 '터보 엔진답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전혀 이질감은 들지 않는다.

터보를 빼더라도 3.0리터라는 배기량이 그리 작은 것은 아닌 만큼 힘을 매끈하게 키워나간다. 주행 중 급가속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빠른 반응을 얻기 위해 기울일 수 있는 노력은 모두 기울인 느낌이다. 포르쉐가 다운사이징이 아니라 라이트사이징(right-sizing)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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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타르가 4S는 터보를 제외한 일반 911 라인업 중 가장 무거운 모델이다. 그렇다고 해서 체감 성능이 뚜렷하게 처지지는 않는다. 뒷바퀴 굴림 911에 비해 가속감이 너무 정직하다는 것과 스티어링의 날끝이 조금 무디다는 것을 빼면 날카롭고 정교한 칼날처럼 흠잡을 곳 없이 나아갈 방향으로 길을 베어나간다. 스티어링과 움직임에서 무게의 존재감이 느껴지지만 달리기에는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 본격적인 스포츠 드라이빙에 대한 욕구만 자제한다면 아쉬울 게 없는 차다.

911 타르가 4S는 욕심 많은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차다. 계절과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스타일 구기지 않고, 911의 맛을 포기하지 않고 싶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차다. 여러 욕심을 채우기 위해 희생한 부분도 있다. 운전의 즐거움 중 가장 섬세하고 날카로운 자극들이 그 희생양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타르가 톱보다 4륜구동 시스템의 영향이 더 크고, 그런 희생으로 911의 색깔이 완전히 바래지는 않는다. 그것이 911 타르가 4S의 매력이고 존재 이유다.

류청희 자동차평론가 c2@iautocar.co.kr
사진
이충희 포토그래퍼 c2@iautocar.co.kr
제공
오토카 코리아 (www.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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