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V40, 프리미엄 해치백의 가치있는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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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요즘 자동차시장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그리고 연일 계속되는 미세먼지 관련 문제 속에서 우리는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왜 자꾸 디젤엔진에 딴지를 거는 걸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친환경=디젤차’라고 그렇게 떠들어대더니….
이렇게 어지러운 디젤차 운명 앞에서 반갑게 인사를 건넨 건 볼보 V40이다. 최근 혁신적인 변화를 시작하면서 전세계 판매량에 제대로 탄력을 받고 있는 볼보. 볼보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SPA와 CMA 플랫폼의 이분법은 차세대 볼보 모델의 핵심전략이다. 여기에 모듈화 파워트레인 ‘드라이브-E’가 심장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두 조합의 결과물이 현재 전세계적인 인기를 실감 중이다. 바로 XC90 말이다. 하지만 새로운 V40은 아직 플랫폼 혜택을 보지 못했다. 4년 만의 변화지만 이번은 페이스리프트 단계. 풀모델체인지는 더 기다려야 한다. 대신 새로운 LED 헤드램프와 볼보의 아이언마크가 눈에 띈다. 혁신적인 변화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세련미 넘치고 도시적인 컴팩트 해치백에 온갖 화려한 미사여구가 따라다녔지만 이번에는 눈 돌아갈만한 혁신은 없다.
▲ 가장 큰 변화는 헤드램프. 토르의 망치로 대동단결
하지만 여전히 스타일은 빠지지 않는다. V40 특유의 쐐기형 실루엣에 얼굴을 단정하게 가다듬고 보디키트로 멋까지 부렸다. 새로운 헤드램프는 LED로 수를 놓았다. 그들이 말하는 ‘토르의 망치’다. 시동을 켜면 언제나 불을 밝히는 데이타임 라이트 역할과 실제로 전방을 비추는 헤드램프 역시 모두 LED 타입. 세로로 정렬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새로운 볼보자동차 아이언마크가 볼보의 디자인언어다.
▲ 설마 이것도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라고 생색내지는 않겠지?
결론부터 말하면 성공적. 헤드램프와 그릴의 변화만으로도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한편 실내는 표준과 프리미엄 사이를 넘나든다. 감각적인 디자인은 여전히 사랑스럽지만 군데군데 거친 소재가 눈에 밟힌다. 다행인 건 경쟁모델보다 여전히 비교우위라는 점. 특히 세 가지 테마로 표현하는 계기반과 통일성을 강조한 센터페시아는 한눈에 볼보임을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아이템이다. 두툼한 가죽으로 두른 시트가 엉덩이를 푹 감싼다. 촉감이나 시트포지션이나 두말 할 나위 없이 정석 중의 정석. 컴팩트 해치백에서 수준 높은 라운지 체어에 걸터앉아 손을 뻗으면 핸들이 손에 쏙 들어온다. 시야는 위로 올라갈수록 개방감이 더했다. 비록 열리지는 않지만, 파노라마 글래스루프가 새파란 하늘을 품었기 때문이다. 볼보가 말하는 ‘센서스’는 말처럼 똑똑하지 않다. 더욱 명확한 조작을 위해 리모컨까지 마련했지만, XC90의 완벽한 인포테인먼트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 고성능도 좋지만, 대중을 유혹하는 현실적인 엔진. 이 정도면 파워는 충분하다
V40은 시동버튼에 우렁차게 반응한다. 마치 거대한 엔진이 작고 견고한 차체를 쉽게 요리하듯 대단한 활력이다. V40의 엔진라인업은 유종과 출력에 따라 150마력, 190마력, 245마력으로 나뉜다. 시승차는 엔트리 라인업 D3. D3는 싱글터보를 달아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는 32.6kg·m를 발휘한다. 0→시속 100km 가속은 8.4초. 속도계는 쉽게 올라간다. 아담한 볼보 해치백은 야무지게 도로를 박차고 달렸다. 저속에서는 힘 자랑에 나섰고, 고속으로 올라가면서는 끈질긴 뚝심을 자랑했다. 트랜스미션은 착실하게 톱니를 바꿔 물며 말도 잘 듣는다. 듀얼클러치가 아니라 토크컨버터 방식이지만 그렇다고 게으름을 피우는 경우는 없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16킬로미터. 둘의 조합은 연비도 슬기롭게 뽑아냈다.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라면 특징적인 주행성능을 뽐내기 마련인데 볼보는 신사적이다. 단단한 차체와 유연한 댐퍼의 궁합이 불편한 노면조차 푸근하게 감싼다. V40도 예외는 아니다. 유연한 댐퍼 스트로크를 십분 발휘해 불편한 진동을 상쇄하며 자세를 다잡는다. 그럼에도 굳건한 핸들링 감각은 모델에 관계없이 공통된 특성이다. V40은 작은 차체 덕에 야무지게 코너를 돌아나간다. C세그먼트의 운명이자 골프가 마련한 교과서적인 핸들링 특성을 다분히 의식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굳이 보챌 필요가 없다. 신사적인 컴팩트 해치백은 날렵한 기운 대신 여유로움을 강조했다.
과분한 안전장비는 볼보의 상징이다. 차선변경을 시도하면 블리스(BLIS)가 바쁘게 사각지대를 알렸고, 앞차와 가까워지는데도 드라이버가 브레이크를 밟을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면 여지없이 알람을 울리며 주위를 환기시킨다. 심지어 진보한 레이더 덕에 시속 50km 속도에서 알아서 차를 멈춰 세운다. 이렇게 똑똑한 장비를 V40 모든 트림에서 만날 수 있다. 마침 불사조 같았던 폭스바겐 골프가 휴식을 선언한 상황. 볼보 V40에게 기회일 수도 있다. 최첨단 안전사양에 경쾌한 라이프스타일까지 노리는 예쁜 디자인을 내세운다면 한국시장을 제대로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LOVE : 아내에게 추천할 만한 안전장비
HATE : 헤드램프 하나로 너무 생색내는 변화
VERDICT : 페이스리프트라도 충분히 가치 있는 해치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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