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XC90 D5 (모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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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는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 질리 자동차에 인수된 2010년 이후 상황은 조금 나아졌지만 완벽한 신차를 출시하기엔 한계가 따랐다. 모기업인 질리 자동차는 볼보의 신차 개발을 위해 대출까지 받아 자금을 확보했다. 그렇게 볼보 XC90은 질리에 인수된 이후 나온 첫 신차로 데뷔할 수 있었다.
이처럼 힘든 과정을 통해 출시된 2세대 XC90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까? 언제나 그랬듯 우리 팀은 냉정하게 평가 차트를 꺼내 들었다. 이 차트에는 다양한 계측 정보 및 실주행서 나타난 각종 내용들이 기록된다. 물론 모든 내용이 시승기에 담기는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만큼은 분명히 전달하고 있다.
디자인이 완전히 새로워졌지만 첫인상에 XC90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전면부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헤드램프다. 특히 토르의 망치라 불리는 전면 헤드램프 속 LED 주간 주행등이 돋보인다. 이는 향후 등장할 볼보의 신차들에 적용될 내용이기도 하다. 세로줄 형태의 그릴은 볼보 역사상 최초로 적용된 것이라고 하는데 입체적이면서 당당한 느낌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측면부와 후면부는 간결함을 내세운다. 금속 장식이 자제된 편이라 조금은 심심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 특히 간결한 디자인을 내세웠던 독일 3사(벤츠, BMW, 아우디)가 최근 미국차 못지않을 정도로 크롬 장식을 더해나가는 것과 반대되는 성격이다. 그리고 XC90 특유의 리어램프는 마치 물이 흐르는 듯한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전체적으로 세련되면서 정갈한 이미지도 느껴진다.
과거 볼보는 상당히 투박했다. 외부 디자인도 그랬지만 실내 역시 투박함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 하지만 이제는 옛말이다. 깔끔함은 물론 넘치는 세련미에 미래지향적인 모습까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단연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세로 형태의 대형 디스플레이다. 기능적 요소를 떠나 일반인들의 흥미를 끌어낼 수 있는 부분이다. 볼보는 정전기 방식이 아닌 적외선 방식의 터치 인식 기술을 구현해 보다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구성은 보기 좋은 것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 팀은 실내 인터페이스가 모두 터치식으로 바뀌는 것을 원치 않는다. 직관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운전을 하며 터치 패널을 조작하려면 정상적으로 인식됐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물리 버튼 방식은 이러한 수고스러운 행동이 필요치 않다. 이는 안전과도 연관이 있다.
또한 너무나 많은 기능이 디스플레이 안에서 구현되면 조작하다 헷갈리는 일도 발생한다. 특히나 중장년층으로 가면 사용에 불편을 느낄 소지가 커질 수도 있다. XC90도 에어컨을 작동시키기 위해 화면 하단 공조장치 그림을 터치한 후 바람 세기나 온도를 설정한다. 한번에 에어컨을 끌 수 있는 물리 버튼도 없다. 르노삼성 SM6에서 지적한 부분이었지만 XC90 역시 동일한 불편함을 갖는다는 점이 아쉽다. 특히나 볼보는 안전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런 볼보를 운전하며 전방 시야에서 눈을 떼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이 아쉬움을 키운다.
하지만 SM6의 터치와 비교하기는 어렵다. 또한 메뉴 구성이 복잡하지 않고 간결하다. 특히 차량의 각종 기능을 한 페이지에 몰아넣었기 때문에 터치 횟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768 X 1020의 해상도를 조금 더 높일 필요가 있겠다.
계기판은 12.3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로 대체됐다. 다양한 정보를 화려하게 보여주며 내비게이션 연동 기능도 갖췄다. 계기판을 통해 외기 온도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다른 차에서도 널리 쓰이는 기능이다. 하지만 온도에 대한 정확성이 많이 떨어진다. 우리 팀이 테스트 주행을 하고 있을 때의 외기 온도는 43도로 표기됐다. 정밀 온도계로 대기 온도를 직접 한 결과는 26.5도였다. 오차가 큰 것이다. 이와 같은 경우 센서 장착 위치가 문제인 것이 보통인데 개선을 통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안내해 주면 좋겠다.
스타트&스톱 버튼과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 볼륨 컨트롤 다이얼은 금속을 다이아몬드-커팅 마감으로 마감해 보석처럼 보이도록 했다. 기능 수행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만족감이 높다.
볼보는 시트를 잘 만드는 제조사 중 하나다. 대부분의 모델이 편안한 착석감을 제공한다. XC90 역시 그렇다. 편하게 몸을 잘 감싸준다. 헤드레스트도 편하다. 다만 테스트 모델인 XC90 D5 모멘텀 모델에는 통풍 기능이 빠져 아쉬움을 줬다. 더운 여름에 도움이 되는 기능인만큼 향후 채용을 기대해 본다.
뒷좌석 공간은 상당히 넓다. 여기에 시트 간격을 120mm까지 슬라이딩 시켜 공간 활용성을 키운다. 1세대 모델처럼 3열 시트도 갖춰진다. 하지만 포드 익스플로러나 혼다 파일럿처럼 넉넉한 수준까지는 아니다. 볼보 역시 3열 시트는 170cm의 성인까지 탑승하도록 설계했다는 입장이다.
XC90 D5 모멘텀은 국내에서 기본형 트림에 해당하지만 갖출 것은 다 갖췄다. 자동 주차, 긴급제동 시스템, 헤드업 디스플레이, 4존 에어컨, 9인치 터치스크린, 230볼트 전원 아울렛, 20인치 휠까지 기본이다. 하지만 4존 에어컨의 2열 공조장치를 가동하면 바람 소리가 상당히 커진다. 특히나 소음은 1열을 기준으로 증폭된다. 이 소음 수준을 적정 수준으로 조율할 필요가 있겠다.
볼보 XC90에 적용된 기술 중 눈여겨볼 부분은 반자율 주행 능력이다. 또한 이런 파일럿 어시스트가 기본 사양이다. 덕분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물론 스티어링 어시스트와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 등의 다양한 액티브 세이프티도 기본으로 제공된다. 기본 트림만으로도 경쟁사의 풀 옵션 급 구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분명 경쟁력이 될 것이다.
더욱이 반자율 주행 시스템의 완성도가 상당하다. 참고로 벤츠는 브레이크를 조금은 급작스럽게 조작하려고 하고 BMW는 차선을 너무 넓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아우디는 차선 유지 기능이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이런 것들은 운전자에게 불안함을 남기게 한다. 반면 볼보는 다양한 부분서 무난한 성능을 자랑한다. 속도를 올리거나 내리는 것도 갑작스럽지 않다. 참고로 최근 테스트한 캐딜락 CT6는 매우 급작스러운 가감속으로 심적 부담을 키웠던 바 있다. 센서의 차간거리 인식 범위도 넓은 편에 속해 끼어드는 차량까지도 곧잘 인식한다. 차선 중앙도 잘 잡는다. 무엇보다 이러한 기능 작동 때 운전자를 불안하지 않게 해준다.
자율 주행을 경험해봤으니 이제 직접 운전에 나설 차례다. XC90 D5에는 2리터 디젤엔진이 탑재된다. 참고로 차량의 무게를 측정한 결과 2,080kg로 나타났다. 여기에 사람까지 타면 2.1~2.2톤에 육박하는 것인데 이를 2.0리터 디젤이 감당하기엔 다소 버거울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이는 편견일 뿐이었다. XC90은 답답하지 않게 잘 달렸다. 묵직하게 나가지만 속도 상승도 제법 빠르다. 무엇보다 일상 실용구간에서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 좋다.
XC90 D5의 엔진은 235마력과 48.9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2.0리터 디젤로는 상당한 수치다. 이를 위해 2개의 터보차저를 장착해 성능을 높이고 있다.
참고로 1개의 터보차저만 사용하면 D4, 여기서 출력과 토크를 낮추면 D3 엔진이 된다. 가솔린 엔진의 경우 터보차저가 장착되면 T5, 터보차저+슈퍼차저의 조합은 T6, 터보차저+슈퍼차저+전기모터 조합은 T8로 분류한다. 한가지 엔진으로 여러 조합을 만들어 내는 것. 이것이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의 핵심이다.
변속기는 아이신에서 가져온 8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한다. 일단 부드러운 감각이 강조된다. 무난한 성격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스포츠 모드에서는 의외로 빠른 반응까지 보인다. 매우 빠르다고는 할 수 없지만 SUV에 적용된 자동변속기로는 상위권에 속할 수준의 빠르기다. 엔진과 더불어 변속기에 대해 나무랄 부분은 없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테스트를 진행했다. 최고 기록은 8.24초. 테스트가 반복되면서 최대 8.6초까지 느려졌지만 평균 8.4초 수준은 유지했다. 2,080kg의 무게와 2.0 디젤 엔진을 생각했을 때 충분한 성능이다. 앞서 언급했듯 일상 주행시 답답함이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가속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차량의 속도계와 고정밀 GPS를 통해 산출된 속도가 동일하다는 점이다. 속도계 오차가 0이라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속도계는 실제 속도보다 약 3~5km/h 가량 느리게 표시해주지만 이처럼 실제 속도와 같았던 것은 이례적이다.
다양한 주행 환경서 보여준 XC90의 강점은 바로 고급스러운 주행 감각에 있다. 묵직한 듯 부드러운 승차감은 운전자에게 고급스러운 감각으로 전달된다. 디젤 모델이지만 덜덜거리지 않고 미끄러지듯이 움직이는 감각도 좋다. 물론 이는 SUV로서 고급스럽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대형급 세단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참고로 아우디 Q7도 이런 고급스런 느낌을 보여준 바 있다.
소음 자체만 놓고 봤을 때 아주 조용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이들 소음이 41.5dBA로 디젤 엔진으로는 보편적인 수준이었다. 진동도 잘 억제시켰지만 디젤로 타협할 수준으로 보는 것이 좋겠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정속 주행하는 환경에서는 약 58.5dBA의 정숙성을 확보하며 가솔린 중형 세단 대비 나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XC90은 수치보다 체감으로의 만족감이 더 큰 차다. 서스펜션은 부드러움에 치중한 듯 보이지만 제법 성능도 좋다. 1세대 모델처럼 코너에서 출렁거리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는다. 부드럽지만 필요할 때 차체를 탄탄하게 지지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서스펜션이 코너를 빠르게 돌 수 있도록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적어도 SUV의 서스펜션으로 적합하다는 얘기로 해석하면 된다.
물론 XC90의 코너링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코너링 성능도 좋은 편에 속했기 때문이다. 물론 타이어의 도움이 컸다. XC90에는 무려 20인치 휠에 275mm 너비의 타이어가 장착된다. 그리고 이것이 기본 사양이다. 과한 설정인 것은 사실이지만 코너 진입 속도를 높였으며 탈출 때도 충분한 접지력을 발휘해줬다. 이는 한 템포 빠른 가속페달의 전개를 돕는다.
넓은 타이어가 발휘하는 접지력은 제동성능 향상에도 도움을 줬다. XC90은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36.04m 수준의 거리만을 소요시켰다. 물론 이는 최단 거리다. 하지만 최장 거리 역시도 36m를 넘어서지 않았다. 2톤에 달하는 무게와 20인치 휠을 감안했을 때 상당한 신뢰도를 갖춘 제동 시스템이 사용되었음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급제동을 진행하며 브레이크 페달을 강하게 밟아도 타이어의 마찰음도 거의 없다. 사실 과거의 볼보 모델들은 제동 시스템에서 그리 큰 만족도를 보이지 못 했다. 하지만 이제 볼보의 시스템은 업계서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연비도 의외로 만족스럽다. 시속 80km 정속 주행 때 약 16.5km/L, 시속 100~110km 정속 주행에서 17km/L를 전후하는 연비를 보였다. 2.1톤에 가까운 무게와 4륜 구동 시스템, 275mm 너비의 타이어를 장착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좋은 수준이다. 하지만 평속 15km의 도심연비 시뮬레이션 결과 6.8km/L까지 떨어졌다. 아이들 스톱 기능도 갖췄지만 아무래도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주행 환경서 무게의 부담이 컸으리라 짐작한다.
서두에 언급했듯 우리 팀은 오랜만에 나온 신차라고 특별히 봐주거나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적받은 내용은 센터페시아 모니터의 인터페이스, 송풍구 소음, 온도계 문제 등에 불과했다. 주행시 발견된 불만도 거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정말 잘 만들었다.
하지만 가격만큼은 지적을 피해 갈 수 없다. 많은 부분서 발전을 했고 그만큼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6천만원 후반에서 7천만원 초반에 형성됐던 가격대가 갑작스레 8,030만원~1억 3,78만원까지 높아졌기 때문이다. 벤츠 GLE가 8,430~9,580만원(AMG 제외), 아우디 Q7이 8,580~1억 1,230만원이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경쟁력이 낮아진다. 특히나 하이브리드 버전의 가격은 포르쉐 카이엔조차 저렴한 차로 만들어 버렸다.
아직 국내 소비자들은 독일차를 좋아한다. 또 브랜드 밸류 측면에서도 볼보는 벤츠나 아우디에 비해 부족하다. 여기에 A/S의 어려움까지 생각하면 더 많은 소비자들을 빼앗길 수도 있다. 물론 9,590만원부터 시작하는 BMW X5도 황당한 가격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365일 폭풍 할인 서비스가 있지 않은가?)
결과적으로 XC90은 비싸 보인다. 차는 좋아졌지만 그동안 투입했던 개발비를 소비자들에게 너무 많이 떠넘기고 있다. 따라서 우리 팀은 XC90의 가격이 현재보다 약 1천만원 정도 낮아지면 좋겠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물론 하이브리드 버전은 4천만원 정도는 낮춰야 할 듯하다.
하지만 XC90은 정말 좋은 차였으며, 현재가 아닌 볼보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어 주었음에 분명하다.
이처럼 힘든 과정을 통해 출시된 2세대 XC90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까? 언제나 그랬듯 우리 팀은 냉정하게 평가 차트를 꺼내 들었다. 이 차트에는 다양한 계측 정보 및 실주행서 나타난 각종 내용들이 기록된다. 물론 모든 내용이 시승기에 담기는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만큼은 분명히 전달하고 있다.
디자인이 완전히 새로워졌지만 첫인상에 XC90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전면부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헤드램프다. 특히 토르의 망치라 불리는 전면 헤드램프 속 LED 주간 주행등이 돋보인다. 이는 향후 등장할 볼보의 신차들에 적용될 내용이기도 하다. 세로줄 형태의 그릴은 볼보 역사상 최초로 적용된 것이라고 하는데 입체적이면서 당당한 느낌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측면부와 후면부는 간결함을 내세운다. 금속 장식이 자제된 편이라 조금은 심심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 특히 간결한 디자인을 내세웠던 독일 3사(벤츠, BMW, 아우디)가 최근 미국차 못지않을 정도로 크롬 장식을 더해나가는 것과 반대되는 성격이다. 그리고 XC90 특유의 리어램프는 마치 물이 흐르는 듯한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전체적으로 세련되면서 정갈한 이미지도 느껴진다.
과거 볼보는 상당히 투박했다. 외부 디자인도 그랬지만 실내 역시 투박함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 하지만 이제는 옛말이다. 깔끔함은 물론 넘치는 세련미에 미래지향적인 모습까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단연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세로 형태의 대형 디스플레이다. 기능적 요소를 떠나 일반인들의 흥미를 끌어낼 수 있는 부분이다. 볼보는 정전기 방식이 아닌 적외선 방식의 터치 인식 기술을 구현해 보다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구성은 보기 좋은 것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 팀은 실내 인터페이스가 모두 터치식으로 바뀌는 것을 원치 않는다. 직관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운전을 하며 터치 패널을 조작하려면 정상적으로 인식됐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물리 버튼 방식은 이러한 수고스러운 행동이 필요치 않다. 이는 안전과도 연관이 있다.
또한 너무나 많은 기능이 디스플레이 안에서 구현되면 조작하다 헷갈리는 일도 발생한다. 특히나 중장년층으로 가면 사용에 불편을 느낄 소지가 커질 수도 있다. XC90도 에어컨을 작동시키기 위해 화면 하단 공조장치 그림을 터치한 후 바람 세기나 온도를 설정한다. 한번에 에어컨을 끌 수 있는 물리 버튼도 없다. 르노삼성 SM6에서 지적한 부분이었지만 XC90 역시 동일한 불편함을 갖는다는 점이 아쉽다. 특히나 볼보는 안전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런 볼보를 운전하며 전방 시야에서 눈을 떼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이 아쉬움을 키운다.
하지만 SM6의 터치와 비교하기는 어렵다. 또한 메뉴 구성이 복잡하지 않고 간결하다. 특히 차량의 각종 기능을 한 페이지에 몰아넣었기 때문에 터치 횟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768 X 1020의 해상도를 조금 더 높일 필요가 있겠다.
계기판은 12.3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로 대체됐다. 다양한 정보를 화려하게 보여주며 내비게이션 연동 기능도 갖췄다. 계기판을 통해 외기 온도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다른 차에서도 널리 쓰이는 기능이다. 하지만 온도에 대한 정확성이 많이 떨어진다. 우리 팀이 테스트 주행을 하고 있을 때의 외기 온도는 43도로 표기됐다. 정밀 온도계로 대기 온도를 직접 한 결과는 26.5도였다. 오차가 큰 것이다. 이와 같은 경우 센서 장착 위치가 문제인 것이 보통인데 개선을 통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안내해 주면 좋겠다.
스타트&스톱 버튼과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 볼륨 컨트롤 다이얼은 금속을 다이아몬드-커팅 마감으로 마감해 보석처럼 보이도록 했다. 기능 수행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만족감이 높다.
볼보는 시트를 잘 만드는 제조사 중 하나다. 대부분의 모델이 편안한 착석감을 제공한다. XC90 역시 그렇다. 편하게 몸을 잘 감싸준다. 헤드레스트도 편하다. 다만 테스트 모델인 XC90 D5 모멘텀 모델에는 통풍 기능이 빠져 아쉬움을 줬다. 더운 여름에 도움이 되는 기능인만큼 향후 채용을 기대해 본다.
뒷좌석 공간은 상당히 넓다. 여기에 시트 간격을 120mm까지 슬라이딩 시켜 공간 활용성을 키운다. 1세대 모델처럼 3열 시트도 갖춰진다. 하지만 포드 익스플로러나 혼다 파일럿처럼 넉넉한 수준까지는 아니다. 볼보 역시 3열 시트는 170cm의 성인까지 탑승하도록 설계했다는 입장이다.
XC90 D5 모멘텀은 국내에서 기본형 트림에 해당하지만 갖출 것은 다 갖췄다. 자동 주차, 긴급제동 시스템, 헤드업 디스플레이, 4존 에어컨, 9인치 터치스크린, 230볼트 전원 아울렛, 20인치 휠까지 기본이다. 하지만 4존 에어컨의 2열 공조장치를 가동하면 바람 소리가 상당히 커진다. 특히나 소음은 1열을 기준으로 증폭된다. 이 소음 수준을 적정 수준으로 조율할 필요가 있겠다.
볼보 XC90에 적용된 기술 중 눈여겨볼 부분은 반자율 주행 능력이다. 또한 이런 파일럿 어시스트가 기본 사양이다. 덕분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물론 스티어링 어시스트와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 등의 다양한 액티브 세이프티도 기본으로 제공된다. 기본 트림만으로도 경쟁사의 풀 옵션 급 구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분명 경쟁력이 될 것이다.
더욱이 반자율 주행 시스템의 완성도가 상당하다. 참고로 벤츠는 브레이크를 조금은 급작스럽게 조작하려고 하고 BMW는 차선을 너무 넓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아우디는 차선 유지 기능이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이런 것들은 운전자에게 불안함을 남기게 한다. 반면 볼보는 다양한 부분서 무난한 성능을 자랑한다. 속도를 올리거나 내리는 것도 갑작스럽지 않다. 참고로 최근 테스트한 캐딜락 CT6는 매우 급작스러운 가감속으로 심적 부담을 키웠던 바 있다. 센서의 차간거리 인식 범위도 넓은 편에 속해 끼어드는 차량까지도 곧잘 인식한다. 차선 중앙도 잘 잡는다. 무엇보다 이러한 기능 작동 때 운전자를 불안하지 않게 해준다.
자율 주행을 경험해봤으니 이제 직접 운전에 나설 차례다. XC90 D5에는 2리터 디젤엔진이 탑재된다. 참고로 차량의 무게를 측정한 결과 2,080kg로 나타났다. 여기에 사람까지 타면 2.1~2.2톤에 육박하는 것인데 이를 2.0리터 디젤이 감당하기엔 다소 버거울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이는 편견일 뿐이었다. XC90은 답답하지 않게 잘 달렸다. 묵직하게 나가지만 속도 상승도 제법 빠르다. 무엇보다 일상 실용구간에서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 좋다.
XC90 D5의 엔진은 235마력과 48.9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2.0리터 디젤로는 상당한 수치다. 이를 위해 2개의 터보차저를 장착해 성능을 높이고 있다.
참고로 1개의 터보차저만 사용하면 D4, 여기서 출력과 토크를 낮추면 D3 엔진이 된다. 가솔린 엔진의 경우 터보차저가 장착되면 T5, 터보차저+슈퍼차저의 조합은 T6, 터보차저+슈퍼차저+전기모터 조합은 T8로 분류한다. 한가지 엔진으로 여러 조합을 만들어 내는 것. 이것이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의 핵심이다.
변속기는 아이신에서 가져온 8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한다. 일단 부드러운 감각이 강조된다. 무난한 성격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스포츠 모드에서는 의외로 빠른 반응까지 보인다. 매우 빠르다고는 할 수 없지만 SUV에 적용된 자동변속기로는 상위권에 속할 수준의 빠르기다. 엔진과 더불어 변속기에 대해 나무랄 부분은 없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테스트를 진행했다. 최고 기록은 8.24초. 테스트가 반복되면서 최대 8.6초까지 느려졌지만 평균 8.4초 수준은 유지했다. 2,080kg의 무게와 2.0 디젤 엔진을 생각했을 때 충분한 성능이다. 앞서 언급했듯 일상 주행시 답답함이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가속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차량의 속도계와 고정밀 GPS를 통해 산출된 속도가 동일하다는 점이다. 속도계 오차가 0이라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속도계는 실제 속도보다 약 3~5km/h 가량 느리게 표시해주지만 이처럼 실제 속도와 같았던 것은 이례적이다.
다양한 주행 환경서 보여준 XC90의 강점은 바로 고급스러운 주행 감각에 있다. 묵직한 듯 부드러운 승차감은 운전자에게 고급스러운 감각으로 전달된다. 디젤 모델이지만 덜덜거리지 않고 미끄러지듯이 움직이는 감각도 좋다. 물론 이는 SUV로서 고급스럽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대형급 세단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참고로 아우디 Q7도 이런 고급스런 느낌을 보여준 바 있다.
소음 자체만 놓고 봤을 때 아주 조용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이들 소음이 41.5dBA로 디젤 엔진으로는 보편적인 수준이었다. 진동도 잘 억제시켰지만 디젤로 타협할 수준으로 보는 것이 좋겠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정속 주행하는 환경에서는 약 58.5dBA의 정숙성을 확보하며 가솔린 중형 세단 대비 나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XC90은 수치보다 체감으로의 만족감이 더 큰 차다. 서스펜션은 부드러움에 치중한 듯 보이지만 제법 성능도 좋다. 1세대 모델처럼 코너에서 출렁거리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는다. 부드럽지만 필요할 때 차체를 탄탄하게 지지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서스펜션이 코너를 빠르게 돌 수 있도록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적어도 SUV의 서스펜션으로 적합하다는 얘기로 해석하면 된다.
물론 XC90의 코너링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코너링 성능도 좋은 편에 속했기 때문이다. 물론 타이어의 도움이 컸다. XC90에는 무려 20인치 휠에 275mm 너비의 타이어가 장착된다. 그리고 이것이 기본 사양이다. 과한 설정인 것은 사실이지만 코너 진입 속도를 높였으며 탈출 때도 충분한 접지력을 발휘해줬다. 이는 한 템포 빠른 가속페달의 전개를 돕는다.
넓은 타이어가 발휘하는 접지력은 제동성능 향상에도 도움을 줬다. XC90은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36.04m 수준의 거리만을 소요시켰다. 물론 이는 최단 거리다. 하지만 최장 거리 역시도 36m를 넘어서지 않았다. 2톤에 달하는 무게와 20인치 휠을 감안했을 때 상당한 신뢰도를 갖춘 제동 시스템이 사용되었음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급제동을 진행하며 브레이크 페달을 강하게 밟아도 타이어의 마찰음도 거의 없다. 사실 과거의 볼보 모델들은 제동 시스템에서 그리 큰 만족도를 보이지 못 했다. 하지만 이제 볼보의 시스템은 업계서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연비도 의외로 만족스럽다. 시속 80km 정속 주행 때 약 16.5km/L, 시속 100~110km 정속 주행에서 17km/L를 전후하는 연비를 보였다. 2.1톤에 가까운 무게와 4륜 구동 시스템, 275mm 너비의 타이어를 장착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좋은 수준이다. 하지만 평속 15km의 도심연비 시뮬레이션 결과 6.8km/L까지 떨어졌다. 아이들 스톱 기능도 갖췄지만 아무래도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주행 환경서 무게의 부담이 컸으리라 짐작한다.
서두에 언급했듯 우리 팀은 오랜만에 나온 신차라고 특별히 봐주거나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적받은 내용은 센터페시아 모니터의 인터페이스, 송풍구 소음, 온도계 문제 등에 불과했다. 주행시 발견된 불만도 거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정말 잘 만들었다.
하지만 가격만큼은 지적을 피해 갈 수 없다. 많은 부분서 발전을 했고 그만큼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6천만원 후반에서 7천만원 초반에 형성됐던 가격대가 갑작스레 8,030만원~1억 3,78만원까지 높아졌기 때문이다. 벤츠 GLE가 8,430~9,580만원(AMG 제외), 아우디 Q7이 8,580~1억 1,230만원이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경쟁력이 낮아진다. 특히나 하이브리드 버전의 가격은 포르쉐 카이엔조차 저렴한 차로 만들어 버렸다.
아직 국내 소비자들은 독일차를 좋아한다. 또 브랜드 밸류 측면에서도 볼보는 벤츠나 아우디에 비해 부족하다. 여기에 A/S의 어려움까지 생각하면 더 많은 소비자들을 빼앗길 수도 있다. 물론 9,590만원부터 시작하는 BMW X5도 황당한 가격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365일 폭풍 할인 서비스가 있지 않은가?)
결과적으로 XC90은 비싸 보인다. 차는 좋아졌지만 그동안 투입했던 개발비를 소비자들에게 너무 많이 떠넘기고 있다. 따라서 우리 팀은 XC90의 가격이 현재보다 약 1천만원 정도 낮아지면 좋겠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물론 하이브리드 버전은 4천만원 정도는 낮춰야 할 듯하다.
하지만 XC90은 정말 좋은 차였으며, 현재가 아닌 볼보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어 주었음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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