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 C4 칵투스, 문콕이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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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C4 칵투스(이하 칵투스)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물론 유럽 이야기다. 유럽 판매를 위한 모델이었기에 다른 지역은 ‘그림의 떡’이었다. 하지만, 디자인과 연료효율이 좋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얻었고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도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2015년 서울모터쇼에서 국내 판매를 알렸고, 2016년 8월 드디어 한국땅을 밟았다.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2015 뉴욕오토쇼에서 ‘2015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상’을 받은 차가 칵투스다. 1년 동안 가장 혁신적인 스타일을 선보였다는 의미다. 낯설지 않은 앞모습. 그렇다. C4 피카소가 떠오른다. 그 녀석이 먼저 들어왔기에 망정이지 칵투스가 먼저 들어왔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앞모습을 제외하면 모든 게 낯설다. 길이×너비×높이는 각각 4천160×1천730×1천530밀리미터. 자매 푸조 2008과 길이는 같고, 너비는 10밀리미터 좁으며 25밀리미터 낮다. 2008은 SUV느낌이 강하고 칵투스는 컴팩트 크로스오버 분위기다.
폭염경보라는 재난문자에 서둘러 실내로 들어가 에어컨을 켜고 싶었지만 독특한 외부 디자인을 좀더 자세히 살펴봐야 할 차가 칵투스가 아니던가? 붉은색과 검정색 조화는 그렇지 않아도 더운 날씨에 ‘핫’한 분위기를 안기기에 충분했다. 가늘고 긴 램프는 헤드램프처럼 보이지만, LED타입의 데이타임 라이트고, 아래쪽 투명한 램프가 헤드램프다. 앞모습은 전체적으로 ‘빵빵’한 캐릭터다.
▲ 하이라이트는 단연 에어범프! 일부러 발로 차지 맙시다
그리고, ‘에어범프’는 칵투스의 하이라이트. TPU(Thermoplastic Polyurethane, 열가소성 폴리우레탄) 재질로 뒤틀림을 방지하고 충격 흡수력이 좋아 신발 밑창 소재로도 많이 쓴다. 또한, 탄성과 강도가 뛰어나 항공기나 자동차에도 사용된다. 에어범프 안에는 에어캡슐이 또 한번 외부충격으로부터 차체를 보호한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콕’을 위한 이만한 보호장비도 없을 거다. 칵투스의 옆면과 헤드램프 하단, 테일램프 하단에 넓게 적용됐다.
마크 로이드 시트로엥 수석디자이너는 이런 말을 했다. “스마트폰 보호에는 열을 내면서 왜 차는 그렇지 않나?” 그렇다. 스마트폰보다 수십 배 비싼 자동차는 방치했었다. 에어범프는 생각보다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태어났다. 우리만 칵투스를 이리저리 둘러보는 건 아니었다. 지나가는 행인들도 독특하게 생긴 칵투스를 하나 둘 바라보며 지나친다. 차에 관심이 없어도 생김새만으로도 시선을 잡아 끄는 매력이 넘쳤다. 또 다른 패션카가 등장한 것이다.
▲ 도어핸들과 글러브박스를 보고 있노라면 여행 말고는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실내에 들어서면 색다른 독특함이 기다린다. 우선, 운전석시트에 앉아 열려있던 문을 닫으려고 손을 뻗었더니 가죽스트랩 모양의 도어핸들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여행을 떠나기 위해 가방을 잡는 느낌. 글러브박스 역시 캐리어를 연상케 한다. 보통의 자동차는 저 자리에 동승석 에어백이 자리한다. 에어백이 없는 건가? 칵투스는 자동차 최초로 루프에 동승석 에어백이 달려있다. 덕분에 대시보드 위치를 낮고 얇게 설계할 수 있었다. 색다른 글러브박스와 도어핸들로 언제나 여행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역시 발상의 전환은 획기적인 무언가로 보답하기 마련이다. 프랑스 근로자는 휴가가 길어서 그런가? 디스플레이 모니터는 7인치. 앞 뒷유리 김서림제거 버튼, 도어잠금과 열림 버튼, 차체자세제어장치 버튼과 비상등을 제외하면 모든 기능은 모니터 안에서 이루어진다. 전자기기가 부담스러운 이들도 금방 익숙해질 만큼 직관적이다.
공간활용을 위해 기어레버를 과감하게 버튼식으로 대체했다. 드라이브와 후진, 중립 버튼이 크게 자리한다. P는 어디 갔냐고? ETG 변속기라 주차모드는 따로 없이 중립에서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워야 한다. 푸조에서는 MCP라 부르는 수동 기반 트랜스미션. 연비는 당연히 좋을 거다.
▲ 동성이 탔다면 팔걸이를 무조건 내려라
동승석에 일행이 타니 재미난 일이 벌어진다. 운전석과 동승석 사이에는 위아래로 움직이는 팔걸이가 있는데, 위로 올리면 모든 시트가 연결돼 있다. 보통 2열 시트에서 볼 수 있는 장면. 연인을 위한 VIP 영화관? 지금과 같이 회사동료(남자)가 같이 타게 되면 당연히 팔걸이를 내리고 이성이 타면 무조건 위로 올리는 걸 추천한다. 은근히 사랑을 부르는 참신한 아이디어다. 그렇다고 운전자의 허벅지를 베고 눕는 행동은 절대금지. 만약 누군가 그렇게 한다면 방바닥 벌레 잡듯 따귀를 한 대 올려도 좋다.
볕이 강하지만, 실내는 쾌적했다. 글래스루프에 가림막이 따로 없어 더울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자외선과 열차단 기능이 있어 실내를 밝게 해주며 시원한 개방감을 선사한다. 2열은 성인이 타기에는 좁다. 2열 윈도는 내려가지 않지만 환기를 시킬 수 있는 쪽창 역할은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3도어 자동차에 2열 승객이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추가로 도어를 만들어 놓았다’고 말이다. 트렁크공간은 괜찮다. 기본용량은 358리터지만, 2열을 접으면 1천170리터까지 확장된다. 이 정도면 충분한 공간이다.
99마력의 최고출력과 25.9kg·m의 최대토크. 이미 푸조 2008과 DS3에도 올라간 파워트레인이다. 빠른 속도로 쏘고 다니는 차가 절대 아니다. 디젤엔진 장점인 두터운 토크로 일상생활에서 부족함 없는 성능. 딱 거기까지다. 고속안정성도 괜찮다. 하지만, 칵투스가 고속으로 달리는 용도는 아니기 때문에 굳이 고속에서의 느낌을 논할 필요는 없다. 제한속도 이상도 잘 달리니 걱정마시길.
하체 설정은 파워트레인의 성능을 압도한다. PSA그룹의 모든 차가 그렇다. 제법 날카롭게 파고드는 코너링은 운전자가 어느 부분을 물고 들어갈지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 든든한 하체 덕분에 드라이버는 속도를 올려도 불안하지 않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예쁘장한 실내를 보고 있노라면 왠지 과격하게 몰아부치는 게 큰 잘못을 저지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수동 모드를 이용해 더욱 재미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버튼식으로 대체했지만 패들시프트를 이용하면 수동 모드로 쓸 수 있다. 분당회전수를 더욱 높게 가져가고, 원하는 시점에서 기어를 바꾸며 이리저리 핸들을 돌리다보면 하체 설정에 감탄하게 된다. 일반적인 주행상황에서는 안락한 승차감이다. 왠지 ‘통통 튈 것’ 같은 느낌이지만, ‘톡톡 튀는’ 칵투스의 디자인에서 오는 선입견이다. 불량한 노면이나 요철을 최대한 부드럽게 응대한다.
그렇게 칵투스와 한 몸이 되었다. 무심코 둘러본 칵투스 연비는 리터당 17.8킬로미터. 총 2천 킬로미터를 넘게 운행한 데이터였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17.5킬로미터. 과격한 운행이 많았고, 에어컨은 최대한 가동했다. 그럼에도 이 정도 연비를 찍었다는 건 칭찬받아 마땅한 부분이다.
참 재미있는 자동차다. 외부충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디자인까지 개성 넘치니 말이다. 현재 유럽에서 시트로엥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칵투스. 칵투스가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1위를 한다거나 할 계획이 있는 건 분명 아닐 거다. 하지만, 이런 자동차를 기다리는 이들의 마음을 채워주기에는 충분한 매력을 지녔다. 전세계 자동차 중에서도 이렇게 특별한 디자인과 기능의 차가 또 있을까?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Bonjour! Monstre Jaune
악동 같은 칵투스를 프랑스 본토에서 미리 만났다
2015년도 얼마 남지 않은 크리스마스 시즌. 프랑스 파리에 외롭게 도착한 나를 반겨준 건 시트로엥 C4 칵투스였다.사진으로만 보았던 칵투스 첫인상은 독특한 표정의 장난기 가득한 악동 같았다. 헤드램프와 위치를 뒤바꾼 데이타임 라이트가 나름 진지한 눈빛으로 노려보았고, 상큼한 노란색 컬러가 주위의 모든 벌을 꾈 정도로 화려했다. 무엇보다 호기심을 자극했던 건 부드러운 TPU(Thermoplastic Polyurethane) 소재의 에어범프. 아니나 다를까 나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본다(당신도 칵투스를 처음 만났다면 틀림없이 손가락으로 눌러볼 것이다). ‘문콕’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나에게 참신한 발상으로 다가온 칵투스는 연구대상이 됐음은 물론이다.
▲ 복어처럼 부푼 너의 얼굴이 예뻐 보이기 시작했다
시트로엥 본사를 출발해 15분 정도 지났을까? 한창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술렁이는 샹젤리제 거리를 칵투스와 함께했다. 1.6리터 디젤엔진과 ETG6 트랜스미션 조합은 이미 푸조 2008에서 경험했던 터. 차이가 있다면 칵투스는 기어레버 대신 셀렉트 버튼으로 기어를 선택한다. 회전 교차로를 경쾌하게 돌아나가며 패들시프트를 딸깍 당겼다. 물론 MCP에 익숙한 나는, 타이밍에 맞춰 가속페달을 잠시 떼었다가 다시 밟아주는 센스쟁이. 물 흐르듯 유연한 기어변속을 만끽하며 파리 시내를 부지런히 쏘다녔다. 쉼 없이 떠들어대는 내비게이션이 잠잠해졌고, 비로소 파리 외곽도로를 따라 쾌청한 드라이브를 만끽했다. 매끄럽게 포장된 아스팔트 국도는 칵투스와 나를 들뜨게 했다.
뻥 뚫린 글래스루프는 파란 하늘을 그대로 담았고, 따사로운 햇살이 칵투스 실내를 환하게 밝혔다. 자외선에 그대로 노출된 내 팔뚝을 걱정했지만, 칵투스의 글래스루프는 자외선과 열 차단까지 된다며 시트로엥 관계자가 출발 전부터 일러주었던 사항. 자신감 있게 가속을 재촉했다. 칵투스도 내 마음을 알았는지 시원하게 속도를 올린다. 앞 맥퍼슨 스트럿, 뒤 토션빔 구조의 서스펜션은 고작 1.2톤밖에 되지 않는 몸무게를 지탱하는 데 충분했다. 가벼운 몸무게가 가속에도 유리하기는 마찬가지. 비록 99마력짜리 1.6리터 블루HDi 엔진이지만 빈약하지 않았다.
정오 즈음,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파리를 벗어나 상쾌한 공기가 반갑기도 했고, 이른 아침부터 뱃속에 들어간 내용물은 하나도 없고, 구조신호를 보내온다. 빵 조각을 씹으며 칵투스를 바라본다. 성난 이목구비에 배불뚝이 캐릭터. ‘아직 개발단계 컨셉트카를 나에게 잠시 내준 게 아닐까?’ 파격적인 디자인이 현실이 되어 눈앞에 서있다. 이별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녀석과 나는 시트로엥 본사를 향해 파리 중심지를 돌파하고 있었다. 샛노란 칵투스는 기꺼이 패션카가 돼 주었다. 녀석은 신선한 외모로 파리 시가지를 화사하게 물들였고, 발걸음은 외모만큼이나 경쾌했다. 시트로엥 칵투스에게 작별인사 대신 부탁을 남겼다. “삭막한 서울에서도 화사하게 빛을 내줄래?” 곧 프랑스 악동이 한국땅을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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