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혼다 CR-V, 토요타 RAV4보다 나은 점은?
컨텐츠 정보
- 563 조회
- 목록
본문
혼다 CR-V는 토요타 RAV4, 기아 스포티지와 함께 도심형 SUV의 유행을 이끈 선구자로 꼽힌다. 1995년 처음 등장한 이후 2004년부터 국내에도 수입되고 있으며, 2007년에는 수입 SUV 판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5세대 모델의 부분 변경 모델이 선보였다. 변화는 크지 않다. 앞모습은 크롬으로 둘러졌던 라디에이터 그릴에 블랙 컬러를 입히는 한편, 안개등을 LED 타입으로 바꿨다. 뒤쪽의 경우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에 블랙 하우징을 씌우고 다크 크롬 리어 가니쉬로 꾸몄다. 또한 원형 배기 파이프는 사각형으로 바뀌었다.
실내에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과 3단 센터 콘솔이 추가됐다. 기어 레버 바로 아래쪽에 마련된 무선 충전 기능은 면적이 넓어 대화면 스마트폰도 놓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충전 패드가 평평한 탓에, 운전하는 도중에 차가 흔들리면 무선 충전 기능이 자주 중단된다.
센터 콘솔 수납용량이 3단계로 바뀐 건 환영할 만한 변화다. 간단한 물건을 올려둘 경우에는 노멀 모드로, 작은 물건을 담을 때는 수납 모드로 바꾸면 되고 대용량 모드로 바꾸면 작은 가방도 넣을 수 있다.
뒷좌석은 넉넉한 편이고, 트렁크 용량 역시 크다. 2열 시트를 완전히 접으면 2146ℓ에 이르는 용량이 만들어지고, 시트가 평평하게 눕혀지는 덕분에 차박하기에도 괜찮다.
파워트레인은 5세대 모델부터 1.5ℓ 가솔린 터보 엔진이 적용됐다. 이전 세대 모델에서 사랑 받던 2.4ℓ 엔진은 초창기 이후 사라졌고, 대신 하이브리드 모델이 더해졌다. 그러나 국내에는 하이브리드 모델은 들어오지 않는다.
1.5ℓ 가솔린 터보 엔진의 최고출력은 193마력으로, 2.4ℓ 엔진보다 배기량은 줄었지만 출력은 5마력 높다. 대신 최대토크는 24.8㎏·m로 2.4ℓ 엔진의 25.0㎏·m보다 0.2㎏·m이 줄었다.
승차감은 살짝 단단한 편이지만 안정감이 좋은 편이다. 초반 가속은 상당히 빠르다. 2000rpm부터 나오는 최대토크 덕에 중저속 가속성능이 시원시원하다.
하지만 급가속이나 고속 주행 때는 무단변속기와 낮은 배기량의 한계가 드러난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힘이 부친다는 느낌이 들고, 소음은 급격히 커진다. 1.5ℓ 배기량으로는 최고출력을 잘 뽑아낸 편이지만, 이를 다 활용하려면 엔진을 쥐어짠다는 느낌으로 가속 페달을 쉼 없이 밟아줘야 한다. 여유 있는 중고속 주행능력을 보여줬던 2.4ℓ 자연흡기 엔진이 그래서 더 그립다. 이런 특성 때문에 고속에서 팍팍 치고 나가는 느낌을 원하거나 스포티한 드라이빙을 즐기는 이들에게 CR-V는 어울리지 않는다.
반면에 경쟁차인 토요타 RAV4는 207마력을 내는 2.5ℓ 가솔린 엔진을 얹었는데, 고속주행 성능이 더 여유 있게 발휘된다. 게다가 RAV4는 복합 15.5㎞/ℓ의 연비를 자랑하는 하이브리드 모델도 갖추고 있지만, CR-V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다.
CR-V 4WD 모델의 인증 연비는 도심 10.7㎞/ℓ, 고속도로 12.7㎞/ℓ인데, 시내 구간을 주로 달린 이번 시승에서는 9.8㎞/ℓ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도심 연비가 리터당 17㎞에 이르는CR-V 하이브리드 모델의 부재(不在)가 아쉽다.
혼다 CR-V는 본격적으로 오프로드를 즐기기보다는, 출퇴근을 겸하면서 레저생활에 필요한 차를 찾을 때 알맞은 차다. 미국시장에서는 한 해 20여만 대가 팔릴 정도로 인기가 탄탄한 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판매실적은 들쭉날쭉하다. 2017년에 터진 ‘녹 사태’가 치명적이었고, 5세대 모델을 처음 들여올 때 ‘혼다 센싱’을 뺀 것도 큰 실수였다. 혼다코리아는 그 실수를 인정하고 2019년형부터 ‘혼다 센싱’을 넣었는데, 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게 문제다. 현재 2WD EX-L은 3850만원, 4WD 투어링은 4540만원인데, 3600만(2WD)~4627만원(하이브리드 AWD)인 RAV4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CR-V 하이브리드는 미국에서 일반형보다 평균 2500달러 정도 비싸기 때문에, 한국에 들어온다면 RAV4보다 비싸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혼다코리아는 지난해 3월 수입차 판매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승승장구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판매는 15위로 추락했다. CR-V는 이 기간 434대가 판매돼 1718대가 팔린 RAV4에 완전히 밀렸다.
파일럿 판매가 잠시 중단되긴 했지만, 제품 라인업에 큰 변화가 없는데도 이렇게 판매가 급락한 것은 홍보나 마케팅에서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 19 사태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기자들과 소통하고 시승회도 여는 다른 브랜드의 활동을 혼다가 배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엔진/미션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총평: 잘 만들어놓고도 제대로 팔지 못하니 이보다 안타까울 수 있을까.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