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크로스 컨트리 V60, ‘팔색조 매력 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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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은 높이가 살짝 높을 뿐, 도심에 딱 맞는 승용차 모습이다. 옆으로 돌아서면 강인해 보이는 몸체와 다이아몬드 컷이 적용된 휠이 ‘난 왜건이다’라고 외친다. 그리고 차량 뒤 트렁크 앞에 서니 짐을 한가득 실어도 든든할 것 같은 영락없는 해치백이다. 볼보 자동차의 크로스 컨트리(V60)는 모습부터가 팔색조다.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크로스 컨트리(V60) T5 AWD 모델로 서울·경기 도심과 오프로드를 두루 달렸다. 크리스마스를 낀 연휴였던 터라 이곳저곳 쏘다니기 안성맞춤이었다. 여가와 가족을 중시하는 스웨덴 문화가 그대로 녹아있는 느낌이었다.
도심에서는 시야가 넓어 편안하고 오프로드 언덕에서도 심지어 오래된 건물 지하주차장을 들어가거나 기계식 주차를 하기에도 문제가 없다. 크로스 컨트리가 자칫 이도저도 아닐 수 있지만 V60는 어디에 가든 ‘이 정도면 부족함이 없다’는 만족감을 줬다.
이 차는 기존 V60 대비 지상고가 65㎜ 높아져 시야는 넓어졌지만 전고는 일반 스포츠유틸리티(SUV)보다는 확실히 낮아 높이 때문에 걱정할 일이 없다. 전고는 1545㎜로, 1600~1900㎜인 일반적인 SUV 전고보다 낮아 루프레일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4륜구동인 T5 AWD 모델은 가솔린 엔진이면서도 디젤처럼 힘이 있다. 최대출력 254마력을 발휘하는 이 차는 2000rpm 이하 낮은 엔진 회전구간에서도 최대 토크를 즐길 수 있다. 4륜구동 시스템은 가변형 시스템이어서 어떤 도로든 상황에 맞게 변신할 수 있다. 접지력이 충분한 마른 노면에서는 전륜에 모든 동력이 배분되다가 노면 상황이 변하면 즉각적으로 후륜에 동력을 분배해 대응한다.
T5 AWD 모델에는 오프로드 주행성을 강화하기 위해 경사로 감속 주행장치를 적용했는데 이는 자동변속기에서 1단 또는 후진 기어 상태에서 가속과 브레이킹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시스템이다. 미끄러운 내리막길에서 급격히 내려가다 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해 준다.
짐이 많은 날에도 딱이다. 뒷좌석 폴딩시트는 개별적으로 접을 수 있으며 시트 3개를 모두 평면으로 접으면 트렁크 공간이 692리터에서 최대 1664리터까지 늘어난다. 여가활동에 더할 나위없이 좋을 듯 했다.
안전 사양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앞차와 간격은 복잡한 신호나 그래픽보다는 운전석 시선이 닿는 한 줄의 헤드업디스플레이(HUD)로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주의 정도만 주고 싶을 때는 빨간색 색깔도 길이도 짧다. 위급한 순간에는 큰 경고음과 함께 선명한 빨간등이 눈에 들어온다. 차선 변경을 할 때에 위험신호도 사이드 미러에 작은 램프가 알려준다. 화려한 그림이나 그래픽은 없지만 누구나 알 수 있는 경고다.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그림이나 영어약자는 오히려 방해된다. 필요한 것만 있는 게 오히려 낫다. 눈부심 방지 기능이 있는 룸 미러와 사이드 미러, 파크 어시스트 센서 및 카메라 등 ‘필요한 건 다 있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다.
하지만 어디에서건 맘에 들던 V60도 센터페시아를 조작할 때가 되면 당혹감을 감추기 힘들었다. 차 크기에 비해 너무 작은 디스플레이에 키패드 입력방식도 한글과는 잘 맞지 않았다. 당연스레 디스플레이 터치를 눌렀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을 때 실망감이란. 운전의 기본이나 승차감, 안전과 관련된 사항이 아니어서 그랬을까. 이렇게 멋진 차를 만들면서 센터페시아에는 왜 그랬을까. 아쉬움이 남았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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