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시승기] 마세라티, 르반떼 디젤

컨텐츠 정보

본문


SUV의 인기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SUV 비중이 2008년 대비 10% 가까이 상승한 상황. 과거 세단의 판매 비중은 51%였지만 이제는 4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중국 시장의 경우 2016년 상반기 SUV 판매량이 전년 대비 44.9%나 성장했다.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다. 글로벌경영연구소 2017년 자동차 산업 전망에 따르면 2017년 SUV 판매 비중은 역대 최고 수준인 25.2%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시장 전망을 기초로 GM은 자사 비인기 세단인 뷰익 베라노 생산을 중단하고 SUV에 집중하기로 했다. 포드도 지난 해 일부 공장서 포커스, C-맥스 등 생산을 중단하고 익스플로러 생산을 확대했다. 마쯔다 역시 SUV에 집중하기 위해 픽업트럭 개발과 생산을 포기했다. 혼다는 판매가 부진한 크로스투어의 생산을 중단하고 HR-V 생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자동차 제조사가 SUV를 내놓지 않으면 돈을 벌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재규어가 역사상 처음으로 SUV를 내놨고 테슬라도 발 빠르게 전기 SUV를 판매중이다. 롤스로이스는 2018년, 애스턴마틴은 2019년 SUV를 내놓을 예정이다.

마세라티의 경우 럭셔리 브랜드로는 이 시장에 빨리 진입했다. 모델명은 르반떼(Levante). 지중해의 바람을 뜻한다.

외관에서 느껴지는 존재감이 대단하다. 첫눈에 마세라티 모델임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포티한 매력도 잘 부각시켰다. 그릴과 삼지창 로고, 그리고 마세라티 배지… 사실 이 조합만으로도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하다.

상당히 스포티한 디자인을 갖춘데다 거대한 공기흡입구까지 마련되어 있어 많은 저항이 발생할 것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마세라티 자료에 따르면 공기 저항 지수가 0.31Cd라고 한다. 기블리와 동일한 수치다. 동일한 수치로는 포르쉐 911, 메르세데스-벤츠 SLC 등이 있다. SUV로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차체를 기블리와 공유하고 있는 만큼 길이는 5미터가 넘고 휠베이스도 3미터가 넘는다. 하지만 기블리와 마찬가지로 밖에서 바라보면 그렇게 커 보이지 않는다. 물론 실내에 탑승하면 상당한 부피감이 와 닿는다. 옆으로 지나가는 쏘렌토가 작아 보일 정도다.

실내는 상당히 고급스럽다. 각종 금속 장식을 비롯해 원목 우드트림이나 고급 가죽 등을 사용했다. 고급 소재로 헤드라이너까지 모두 덮여있다. 차량의 높은 가격에 대한 이유가 이런 부분서 설명이 된다. 실내 가죽 컬러도 28가지를 고를 수 있단다. 반면 시트 측면 하단에 위치한 시트 조절 버튼과 주위 패널은 차 급에 어울리지 않게 저렴한 플라스틱 패널로 마감했다.

대형 시프트 패들은 차량의 스포티한 성격을 대변한다. 손으로 조작하는 감각도 좋다. 하지만 이로 인해 패들 뒤편에 위치한 방향지시등 레버가 멀어졌다. 패들보다 이 레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불편하게 느껴진다.

컬러 디스플레이를 갖춘 계기판이나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같이 최신 트렌드도 잘 따르고 있다. 음성인식도 잘 된다. 여기에 계기판이나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모두 한글화가 이뤄져 국내시장 소비자를 배려했다. 단, 한글화 완성도를 조금 더 높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스포츠 현탄액 모드’와 같이 일반적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 용어들이 가끔 보이기 때문이다.

실내 공간은 넉넉하다. 긴 휠베이스 덕분에 레그룸은 충분한 편이다. 센터 터널의 돌출 부위도 높은 편이 아니라 만족감이 높다. 반면 루프라인 디자인 때문인지 헤드룸은 소폭 손해를 본 느낌이다. 같은 이유로 트렁크 공간도 소폭 손해를 봤다. 2열시트 폴딩을 지원하지만 수동으로 조작해야 한다는 점이 아쉽다.

주행을 위해 차에 올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중인 르반떼에는 3.0리터 디젤엔진이 탑재된다 참고로 보다 높은 성능을 발휘할 가솔린 모델은 시간적 여유를 두고 소비자들에게 인도될 예정이다.

디젤엔진을 탑재했다는 점 때문에 처음에는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분명 ‘겔겔’거리는 소리가 들릴 것이며 적당한 토크감을 바탕으로 주행할 것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마세라티만의 배기 사운드도, 감각적인 주행 감각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닐지 걱정됐을 정도다.

시동 버튼을 눌러 엔진을 가동시키자 위와 같은 생각이 선입견이었음을 깨닫는다. 먼저 아이들 소음이 독특하다. 저음으로 울리는 음색이 독특하다. 마치 큰 북이 울리는 소리 같다고나 할까? 덕분에 소음은 44.5dBA로 소폭 크게 측정됐지만 체감적으로는 보다 조용하고 듣기 좋게 느껴진다. 참고로 스포츠 모드를 활성화시키면 ‘둥둥’거리는 배기음이 보다 부각되면서 소음 수치가 약 46dBA로 상승한다.

주행을 시작하면 르반떼의 반전은 다시 확인된다. 조용하기 때문이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주행하는 상황서 측정된 소음이 57.5dBA이다. 대형 세단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정숙성이다. 특히 전 후 265mm 의 타이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와 같은 소음 경쟁력은 더욱 부각된다. 스포츠모드로 활성화시키면 배기음이 보다 부각되면서 약 60dBA로 증가한다.

일상적인 환경서 르반떼 디젤은 조용하게 도로를 누빈다. 물론 마세라티만의 배기 사운드 튜닝은 디젤 모델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가속페달을 밟아 동력 성능을 끌어내면 디젤 모델로는 이례적일 정도로 스포티한 음색을 토해내며 속도를 상승시킨다. 상당히 건조하면서 카랑카랑하다. 아우디 SQ5의 경우 대배기량 가솔린 V8 엔진을 떠올리는 배기사운드였다면 르반떼 디젤은 마세라티하면 떠올리는 바로 그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여느 마세라티와 마찬가지로 실내보다 외부에서 배기사운드가 크게 들린다.

멋진 배기음과 함께 가속하는 감각은 무난하다. 차량의 무게와 디젤엔진 특성으로 인해 폭발적인 가속보다는 힘있게 밀어주는 특성을 갖는다. 그렇다고 밋밋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시속 180km까지는 금방이기 때문이다.

VM 모토리에서 제작한 V6 3.0 디젤 엔진은 275마력과 61.2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ZF 8단 자동변속기와 4륜 시스템인 Q4를 통해 동력을 노면으로 전달해준다. 제원상 공차중량은 2,205kg이며, 우리 팀이 측정한 실측 무게는 2,343kg을 기록했다. 사람과 짐이 적재되는 상황에 따라 2.4~2.6톤의 무게로 달려야 하는 것이다. 경량화가 필요해 보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시간을 측정했다. 제원상 기록은 6.9초. 우리 팀 측정 결과는 6.66초를 나타냈다. 인상적인 부분은 스톨 상태에서 엔진 회전수가 3,500rpm 부근까지 치솟는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런치컨트롤 수준이다. 토크 컨버터가 버틸 수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수 차례 테스트를 반복해도 별다른 문제를 보이지 않았다. 참고로 포르쉐 마칸 S 디젤이 6.7초, 재규어 F-페이스 S 디젤이 6.8초를 기록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무게대비 상당한 가속력이다.

무게는 많이 나가지만 무게 배분 자체는 뛰어났다. 전 후 52:48 비율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경량화는 아쉽지만 주행성능을 위한 기본기 자체는 잘 갖추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스티어링 시스템의 경우 유압식을 사용한다. SUV지만 잘 달릴 수 있는 기초를 다진 것이다.

실제 르반떼와 함께 와인딩 코스를 공략하면 즉각적이고 빠른 핸들링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 차량 무게에 의한 한계는 분명하다. 하지만 핸들링 감각 자체만 따지면 SUV로는 쉽게 경험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전륜 더블 위시본, 후륜 5링크의 알루미늄 서스펜션은 에어 스프링과 스카이훅(Skyhook)이라는 이름의 가변 댐퍼와 궁합을 이뤘다. 서스펜션 자체가 상당히 탄력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먼저 서스펜션의 스트로크는 상당히 길다. SUV이기 때문에 당연한 구조다. 하지만 주행에 있어서는 스포츠카를 연상시킬 정도로 짧아지기도, 비포장 도로를 주행하기에 적합할 정도로 길어지기도 한다. 감쇄력 역시 이에 맞춰 다양하게 바뀐다.

와인딩 로드서 달리는 상황은 2.3톤이 넘는 차체를 거뜬하게 지지해준다. SUV로는 조금 과하지 않나 생각될 정도다. 이때는 노면의 작은 굴곡도 운전자에게 그대로 전달해준다. 반면 차체를 들어 오프로드 모드로 전환시키면 어지간한 돌을 넘어도 별 무리 없이 통과한다. 동시에 차량이 너무 출렁거리지 않도록 적정 수준서 잘 잡아주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다양한 환경서 르반떼는 좋은 수준의 차체 강성을 보였다. 마세라티는 기블리 차체를 기초로 하지만 이보다 차체 강성을 20% 높여 르반떼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많이 무거운 것은 사실이지만 차체의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아쉬움을 상쇄시킨다.

여러 테스트를 진행하며 우리 팀을 놀라게 했던 부분은 다름아닌 제동 성능이다. 참고로 제조사 발표 수치는 34.5m. 우리 팀의 테스트 결과는 다음과 같다.

2083737489_5dLco1Hp_85e52471ae8a9c9de4996de22616b7841b13692f.jpg


최단 기록은 34.67m. 아무리 많이 밀려나도 35.3m에 불과했다. 매우 강력하고 또 대단한 내구성이다. 제동력에 대해서는 어떤 아쉬움이 없을 정도다.

4륜 시스템인 Q4는 다양한 환경서 능동적으로 구동력을 배분했다. 출발은 전 후 50:50으로 시작한다. 이후 주행 상황에 따라 40:60에서 30:70 수준을 오간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면 20:80 혹은 후륜 쪽으로 보다 많은 구동력이 전달된다. 고속도로에서 정속 주행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구동력을 후륜에 100% 보내 동력 손실을 줄여준다. 이와 같은 과정이 계기판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재미있다.

사실 구동력을 제어함으로써 효율을 높인다고 하지만 르반떼 디젤의 연비는 그렇게 높은 수준이 아니다. 시속 100~110km 주행 상황서 11.3km/L, 시속 80km 정속 주행 상황서 10.8km/L를 기록했다. 시속 15km 도심 연비 시뮬레이션 테스트 결과 아이들 스톱 기능 덕분에 약 8km/L 수준을 나타냈지만 종합적인 주행 환경서 9~10km/L 수준의 연비를 나타냈다. 물론 이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는 연비에 크게 휘둘리지 않겠지만 차량의 경쟁력을 놓고 볼 때 아쉬운 부분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세라티는 많이 팔기보다 소수의 VIP만을 위한 차를 만들었다. 이는 지금까지 마세라티가 브랜드 밸류를 유지시켜올 수 있었던 경쟁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르반떼를 통해 마세라티는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기블리가 마세라티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었다면 르반떼는 마세라티를 본격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많이 팔겠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SUV장르+스포티한 주행 감각+각종 편의 장비 및 고급스런 구성+마세라티 브랜드 밸류를 갖춘 것이 바로 르반떼다.

여기에 디젤의 경우 1억 1천만원~1억 3천만원대의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포르쉐 카이엔 디젤 9,820만원, 벤츠 GLE 350d 9,610만원, BMW X5 30d 9,590만원, 아우디 Q7 45 TDI 1억 1,230만원, 재규어 F-페이스 30d S 1억 350만원… 만약 당신이 이들 차량을 생각하고 있다면 마세라티 르반떼 역시 가능한 예산 대에 포함될 것이다. 비슷한 금액으로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 럭셔리 브랜드 차량을 소유한다는 것. 꽤 매력적인 사실이 아닐까?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자동차 시승기

최근글


  • 글이 없습니다.

새댓글


  • 댓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