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스터 N 다이어리-⑬] “새로운 도전, 벨로스터 N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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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증과도 같은 존재, 원메이크 레이스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모두에게 잘 알려진 GOD의 대표곡 ‘길’의 후렴구 중 일부입니다. 이 노래를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아무 생각 없이 가사를 받아들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정말 여러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은 각자에게 달려 있기 마련입니다. 그에 대한 결과와 책임 역시 각자에게 귀속되겠죠.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런 이야기를 하나 싶으실 겁니다. 분명히 자동차 콘텐츠를 클릭했는데 갑자기 인생에 관한 자기성찰적 이야기를 하니 몹시 당황스러우시리라 생각합니다.
원메이크 레이스는 제게 애증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저는 2013년과 2014년 아반떼 원메이크 레이스(공식대회명 아반떼 챌린지 레이스)에 참가한 바 있습니다. 2013년은 운이 따르며 2·3위에 이름을 한 번씩 올리며 종합 4위를 기록했습니다. 2014년이 문제였죠. 미진한 제 운전 실력과 쟁쟁한 선수들의 합류, 최상과는 거리가 먼 차량 컨디션 등으로 인해 시즌 내내 앞보다는 뒤에서 줄곧 자리를 지켜 왔습니다. 그리고 이는 시즌 내내 엄청난 스트레스로 이어졌죠.
스트레스의 주된 원인은 좋은 기억에 대한 과도한 집착, 성과 달성과는 무관한 지속적인 비용 지출, 그로 인한 자존감 저하 등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2014시즌 종료 이후, 저 자신에 대한 불만과 모터스포츠에 대한 회의감이 폭발하며 한동안 모터스포츠를 멀리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자연스럽게 멀어진 것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제 앞에 놓인 굵직한 일을 처리해야만 했거든요. 대학교를 다니고, 그동안 미뤄뒀던 병역의 의무를 지게 되며 꽤 많은 시간이 흐르게 됐습니다.
그로부터 4년 후, 한동안 잊고 있었던 모터스포츠에 대한 생각이 다시금 떠오르게 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 자동차로 인해 그 생각이 다시금 싹 트게 됐습니다. 바로 벨로스터 N이 저에게 그런 존재였습니다. 그간 잊고 있었던 운전의 즐거움을 절절히 선사했죠. 이렇게까지 제 의도대로 정직하게 반응해주는 국산차는 없기도 했고요. 시승 이후, 그 감정은 줄어들기보다 더 증폭되기 시작했습니다. 해가 바뀌어도 상황은 같았죠. 특히 연초에는 ‘정말 이 차 아니면 안 되겠구나’란 생각을 하루에 몇 번씩 하게 됐습니다.
벨로스터 N에 대한 생각이 더 각별해지면서 진지하게 구매를 고려하게 됐고, 그에 대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따지는 지경에 이릅니다. 처음에는 순정도 충분하다고 느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인치 다운을 비롯한 취향에 맞는 소소한 튜닝을 하자는 결론에 도달했죠. 차량 계약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략적인 튜닝 견적을 뽑아보니 이 값이면 원메이크 레이스 튜닝(일명 R튠)을 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서더군요. 그리고 예전보다 운전을 더 잘한다는 근거 없는 확신을 바탕으로 원메이크 레이스 참가를 결정하게 됩니다.
#두 가지 클래스로 나뉘는 가장 치열한 격전장
벨로스터 N컵은 2019년 신설된 ‘현대 N 페스티벌’의 메인 레이스입니다.
기획 당시 국제 모터스포츠 이벤트인 투어링카 레이싱(Touring Car Racing)의 서포트 레이스로 진행하려 했지만, 주최 측 문제로 ‘TCR코리아’ 개최가 불투명해지며 현대차그룹 차량으로 진행되는 원메이크 레이스를 한데 묶은 현대 N 페스티벌이 개최되기에 이릅니다. 쉽게 말해 기존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 대회명이 바뀌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벨로스터 N컵 외에 모닝 챌린지 레이스(2020시즌 중단), 아반떼 챌린지 & 마스터즈 레이스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원메이크 레이스는 동일 차종, 동일 튜닝을 원칙으로 오로지 운전자 간 실력을 겨루는 레이스를 말합니다. 기술 규정이 극히 제한적인 까닭에 폭 넓은 세팅이 가능한 다른 모터스포츠에 비해 까다로운 면이 적지 않습니다. 타이어 공기압, 각종 캐미컬류 차이만이 나게 되죠. 사실 원메이크 레이스의 양면성은 분명 있습니다.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지만, 최초 제작 시 발생되는 제조 품질, 길들이기 과정 중 발생되는 성능 차이 등은 공정성과 무관한 희비를 가리는 변수로 작용합니다.
그렇다면 벨로스터 N컵 원메이크 레이스카 튜닝은 어떻게 구성될까요. 국내 기준 원메이크 레이스카 튜닝의 폭과 범위는 일반적인 레이스카 대비 그리 넓진 않습니다. 서킷 주행에 필요한 아주 기본적인 튜닝만을 더할 뿐이죠. 만약 튜닝의 정도를 약·중·강으로 나눈다면 약이라 보시면 됩니다.
반면 모터스포츠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주요 국가에서는 강에 해당하는 원메이크 경기 역시 존재합니다. 그 경기 중 일부는 시즌 중 연습 및 경기 때에만 레이스카 사용이 가능하며, 그 외에는 자동차 회사 또는 프로모터에서 관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사실 벨로스터 N컵 원메이크 레이스카에 중 이상의 다양한 튜닝이 더해졌다면 경기 참가를 고려하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참가자들 각자의 상황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제 경우에는 일반 도로와 서킷 주행 모두 가능해야 했죠. 차를 한 대 더 들이는 건 무리가 있으니까요.
벨로스터 N컵 기본 튜닝 내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독일 비셔스스포트(WiechersSport) 경량 4점식 롤케이지, 한국타이어 고성능 UHP 타이어 RS4(235/40/R18), 일본 윈맥스(Winmax) W5 전륜 브레이크 패드, 전용 브라켓이 결합된 소화기, 앞뒤 견인 스트랩 등이 전부입니다. 다른 원메이크 레이스카는 배기나 서스펜션을 손봤으나 벨로스터 N컵은 순정 상태를 그대로 유지합니다.
다만 휠 선택(순정 휠, OZ 레이싱 울트라레제라)에 따른 경우의 수가 2가지로 나뉘며, 버킷 시트와 내장 트랜스폰더(랩 타임을 계측하는 장치), 데이터 로거 AIM 솔로2 DL(주행 간 확보된 데이터를 기록, 랩 타임과 주행 패턴, 차량 상태 등의 확인할 수 있는 장치), RRS 6점식 레이싱 벨트 등을 옵션으로 제공했습니다. 저는 따로 마련한 장비가 없었기에 모두 선택했습니다.
물론 이 과정이 순탄치 않았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시간이 여유롭지 않았습니다. 앞서 출고 지연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던 바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즌 시작 전 테스트 주행 일정이 3월 말에 잡혀 있었고, 길들이기와 튜닝을 위해서는 1주일은 필요했습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3월 3주차에 출고가 됐고, 그 다음주까지 1500km 길들이기를 마쳐 가까스로 튜닝을 맡길 수 있었습니다.
첫 시즌인만큼 벨로스터 N컵에는 가장 많은 참가자가 몰렸습니다. 레이스 참가자 대상 카톡방에서 본 선수의 수가 70명에 다다를 정도였습니다. 이는 국내 기준 원메이크 레이스 참가자 중 최다 수준이라 봅니다. 잘 아시겠지만, 서킷 위 스타트 그리드(레이스카의 출발 위치)에 정렬 가능한 최대 차량 대수는 30대에 불과합니다. 서킷 여건에 따라 30대 이후 스타트 그리드가 존재하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그 결과 효율적인 경기 운영을 위해 클래스 구분이 불가피한 상황이었습니다.
경기 참가자와 관계자 입장에서 어떤 기준으로 클래스를 구분 지을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시즌 시작에 앞서 작년 3월, 레이스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Q라운드가 진행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당시 두 차례에 걸친 영암 KIC 제2코스 타임 어택 결과를 토대로 클래스 구분과 엔트리 번호 배정이 완료됐습니다. 새로운 서킷이었기에 빠르게 적응한 분들과 그렇지 못한 분들 간 편차가 꽤 크게 갈렸는데요. 저는 총 48명 중 중간인 22등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시즌 시작까지 시간 여유가 충분한 상황. 쉬어 간다는 생각으로 경기 준비에 임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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