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DS3 크로스백, 예술과 실용을 담은 프렌치 럭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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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출범 1주년을 맞은 DS 오토모빌의 두 번째 라인업 DS3 크로스백을 시승했다. 신차는 동급 최고 수준의 편의·안전사양을 탑재했고, 효율성 높은 1.5리터 디젤 엔진이 장착된 소형 크로스오버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향하지만, 고급차 시장의 격전지인 한국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프랑스를 ‘명품의 나라’라 부르지만, 그 나라의 자동차만큼은 유독 박한 분위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듯 DS는 계열 브랜드인 푸조·시트로엥과 거리를 두기 위해 애썼다. 소형차 세그먼트에서는 보기 드물게 고급 소재로 실내를 치장하고, 외관 디자인도 유니크한 감각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다.
# 프랑스어 ‘아방가르드’
DS3 크로스백의 전면부는 어디 하나 반듯한 형체가 없다. 그럼에도 조화롭다. 첫 인상이 강하게 남을 수 밖에 없는 디자인이다.
그 조화의 근간은 디테일에서 나온다. 세 개의 광원을 가진 헤드램프는 보석처럼 빛나고, 그 아래로 떨어지는 주간주행등은 고급 가죽 제품에서나 본 듯한 유니크한 스티치를 연상시킨다. 여기에 조밀하게 짜인 다이아몬드 패턴의 그릴은 화려하다.
도어 잠금을 해제하면 튀어나오는 플러시 피팅 도어 핸들은 차체 측면의 깨끗한 인상을 완성시킨다. 이는 B필러에 돌출된 상어 지느러미 형상과 대비를 이룬다. 후면부는 자칫 밋밋할 수 있지만, 크롬 몰딩과 에어덕트 형상으로 디테일을 강화한 모습이다.
외관의 아방가르드함은 내장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마름모꼴 센터페시아가 눈길을 먼저 끌고, 시계줄을 연상케 하는 시트 패턴도 한 몫을 한다. 포칼 오디오 시스템이 내장된 스피커 그릴은 얼음 조각같은 형상이다. 어느 하나 디테일에 집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소재 질감도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 수작업 공정을 거친 스티어링 휠도 동급 소형차에서 느낄 수 없는 짜임새가 전해진다. 기어노브 주위로 자리 잡은 버튼류의 조작감도 만족스럽고, 여러 층을 쌓아올린 도어 트림의 구성도 위트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기존 DS 브랜드는 물론, 한 지붕 아래 푸조·시트로엥과도 동일한 구성이다. 스크린의 시인성과 터치패드 응답성은 만족스럽다. 티맵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현지화에도 제법 신경을 썼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도 동시에 지원한다. 무선 충전 패드 같은 선호 사양도 갖췄다.
안전 사양도 풍부하다. DS3 크로스백에 적용된 첨단 안전 사양은 15가지에 달한다. 여기에는 반자율주행을 구현하는 DS 드라이브 어시스트, 자동차는 물론 자전거와 보행자까지 인식하는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해당 옵션은 트림과 관계없이 모두 기본 장착이다. 동급에서 가장 많은 주행 보조 시스템이 탑재된 셈이다.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디스플레이 하단에 자리잡은 공조 버튼들이 터치로 작동한다. 피드백은 나쁘지 않지만, 직관성은 조금 떨어진다. 충전기 등 사용에 유용한 시거잭이 하나 밖에 없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
공간도 생각보다 제한적이다. 2열 탑승자까지 넉넉하게 앉으려면, 1열 탑승자의 배려가 필수다. 물론, 이 차의 히스토리를 생각해본다면 2열 거주성은 크게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 넉넉한 토크와 민첩한 핸들링
시승차는 1.5리터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 131마력의 최고출력과 31.0kg.m의 최대토크가 앞바퀴를 굴린다. 두 자릿수 마력의 엔진에 호불호가 나뉘던 MCP 등 기존 차량의 파워트레인을 생각하면 신차의 변화는 천지개벽 수준이다.
DS3 크로스백의 진가는 도심 주행에서 나온다. 넉넉한 토크와 빠른 핸들링 반응, 그리고 다소 컴포트하게 세팅된 서스펜션 때문이다. 쉽게 말해 방지턱을 잘 넘고, 추월 및 차선 변경할 때도 좋다. 프랑스의 좁고 거친 노면에 최적화된 성능이다. 교통량이 많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주택가 도로 폭이 좁은 국내 도심에도 잘 맞는다.
배기량만 생각한다면, 고속 주행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실주행 시 출력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다. 제한속도 범위 내에서 스트레스 없는 운전을 즐길 수 있다. 차음 유리가 적용된 탓에 주행 중 정숙성이나 풍절음도 동급의 소형차보다 억제된 느낌이다. DS 측에 따르면, 창문과 도어를 경쟁 차종보다 더 두껍게 설계했다.
핸들링 성능은 디자인만큼이나 매력적인 포인트다. 다소 껑충한 키의 크로스오버 모델이지만, 움직임만은 해치백에 더 가깝다. 일정 부분 롤링을 허용하지만 쏠림과 복원은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이뤄지며, 스티어링 휠 응답성도 직관적이다. 고성능 핫해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일상적인 주행에서도 재미를 주기에 충분하다.
앞서 언급한 주행 성능은 와인딩 로드에서 진가가 발휘된다. 특히, 스포츠모드에서 그렇다. 포칼 스피커로 제법 그럴싸한 엔진음이 송출되고, 가속 페달과 변속기 응답성은 빨라진다. 코너 진입 시 적당한 롤링이 주는 긴장감에 한 번, 고갯길을 탈출하며 재가속할 때 선사하는 두터운 토크가 또 한 번의 재미를 더한다.
마냥 거칠게 밀어붙이지만 않는다면, 일상 영역에선 연비도 훌륭하다. DS3 크로스백의 복합연비는 15.6km/ℓ지만, 출퇴근길 서울 도심과 내부순환로를 오가는 구간에서도 그 이상의 연비를 경험하기 일쑤다. 고속 주행에선 리터당 20km를 넘기는 일도 제법 잦았다.
# 시승 후, 샤넬이 생각난 이유
DS3 크로스백의 가치 그리고 이 차에 맞는 고객은 분명하다. 독특한 외관을 갖춘 만큼, 주변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개성있는 젊은층이 제격이다. 자녀 독립 후 더 이상 큰 차가 필요없는 노년층에게도 풍부한 옵션과 높은 연료 효율이 매력적이다.
물론, 상당수 국내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차는 아니다. “그랜저 살 돈으로 이렇게 작은 차를 사냐”란 잔소리가 벌써부터 들려온다. 그런데 명품을 결정짓는 것은 크기가 아니다. 비슷한 가격대 수입 소형차 중 이런 디테일을 갖춘 차도 없다. 판단은 자유지만, 플라스틱과 우레탄으로 도배된 소형차를 프리미엄이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이 쪽이 더 낫다.
시승을 마친 후 문득 샤넬의 창업자 가브리엘 코코 샤넬이 생각났다. 실용을 추구하면서도 패션을 ‘예술’의 관점으로 끌어올린 인물. 효율적인 엔진과 아방가르드한 외관이 양립한 DS3 크로스백은 그런 점에서 샤넬과 닮았다. 프랑스 태생인 점도 공통점이다.
샤넬이 처음부터 샤넬이 아니었듯, DS도 명품으로 인정받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실용을 바탕으로 프랑스만의 아방가르드함을 담아내 정체성은 뚜렷하다. 흔들리지 않고 정체성을 이어간다면, 레트로의 상징이 되어버린 영국의 MINI처럼 DS도 프랑스를 상징하는 존재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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