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미국차 같지 않은 미국차 XT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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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차가 변하고 있다. 과거 미국차라고 하면 물렁하고 무겁고 연비가 나쁜 차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인식은 꽤나 오랫동안 지속됐고, 새차 시장은 물론 중고차 시장에서도 미국차라는 이미지가 가진 인식의 꼬릿말은 선택과 그리고 가치에 대해 참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 미국차가 부정적인 꼬릿말을 서서히 떼내고 있는 중이다. 물론 아직도 미국차에 대해 선입견을 가진 사람은 많지만 최근 출시되는 신모델들을 보고 있노라면 옛말이 되어 버렸다고 해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캐딜락 XT5는 미국 차임이 틀림없지만 그럴싸한 포커페이스로 자신의 국적을 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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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XT5는 기존에 판매되던 'SRX'를 대체하는 모델이다. SRX도 그랬고 XT5 역시 캐딜락 브랜드 내 유일한 크로스오버 모델이다. 사실 어찌 보면 참 반찬이 없기도 했다. 하지만, 캐딜락은 XT5를 계기로 여러 크로스오버 모델을 내놓으며 글로벌 크로스오버 시장에서 한자리 차치하기 위해 적극적인 공략을 펼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만큼 XT5는 캐딜락 브랜드 내에서 막중한 임무를 등에 업고 등장한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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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와 역할을 떠나 'XT5' 그 자체의 매력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단연 외모가 아닐까? ATS와 최근 출시한 CT6 등 같은 식구들의 디자인이 그대로 적용됐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주간주행등은 CT6를 빼다 박았다. 주간주행등은 세로로 배치된 안개등과 마주한다. 거기에 크롬으로 멋을 낸 큼지막한 그릴이 조화를 이뤄 고급스러우면서 모던한 감각을 잘 살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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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태 역시 다른 캐딜락 모델들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길게 뻗은 헤드램프의 라인은 테일램프의 시작과 이어진다. 여기에 도어 하단에 크롬 라인과 20인치 크롬 휠을 넣어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옆모습에 포인트를 줬다. 뒷모습은 영락없는 캐딜락이다. 'V'자 형태의 라인을 넣어 정체성을 표출하고 있다. 여기에 크롬으로 마무리한 두 개의 머플러가 자리 잡고 있다. 전체적으로 직선을 많이 사용해 안정감을 높인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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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고유의 DNA가 녹아있는 실내. XT5의 실내는 워즈오토에서 선정한 '2016 베스트 인테리어 10'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충분히 수긍이 된다. 캐딜락 고유의 DNA가 고스란히 담긴 실내는 CT6와 많이 닮아있다. 스티어링 휠의 모양과 센터페시아의 구성 등이 여러모로 비슷한 구석이 있다. 물론 다른 부분도 있다. 바로 계기반. 두 개의 큰 원에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엔진 회전수와 속도를 표시. 시인성이 꽤나 좋다. 한껏 멋을 부려 시인성을 떨어트리는 구성을 버린 것은 참으로 기특하다. 물론 계기반 가운데 디스플레이에는 디지털 방식으로 차의 정보를 알 수 있다. 또 한 가지 칭찬을 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작동 방식이다. 터치 방식으로 조작해야 했던 캐딜락의 다른 모델과 달리 버튼 방식으로 바꿔놨다. 겉으로는 터치식으로 보이지만 딸깍하는 소리를 내며 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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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열의 구성도 좋다. 레그룸을 SRX 대비 8cm 이상 늘렸다는 게 캐딜락의 설명. 또 2열 시트를 앞뒤로 이동할 수 있고, 풀 플랫 폴딩까지 지원하는 리클라이닝 시트를 적용해 편의성을 높인 모습이다. 이 밖에 트렁크 공간도 널찍하고 전동으로 여닫을 수 있는 테일게이트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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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승기의 제목은 '미국차 같지 않은 미국차 XT5'다. 제목을 이렇게 정한 이유는 바로 움직임 때문이다. 고정관념일 수 있지만, 미국차에 대한 편견 같은 걸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들은 무겁다, 연비가 좋지 않다, 출렁인다 등등. 하지만 이 녀석은 이런 편견에 대한 한방을 제대로 날리고 있다. 전혀 다른 움직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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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T5의 3.6리터 6기통 가솔린 직분사 엔진은 SRX 대비 60kg 가벼워진 차체와 합을 맞춘다. 일단, 314마력(@6,000), 37.5kg.m(@5,000)의 최대토크는 차를 대차게 밀어붙인다. 속도를 붙이는데 스트레스는 느낄 수 없다. 이마저도 답답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다른 고성능의 모델을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 엔진은 힘만 좋은 것은 아니다. 아주 기특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 바로 기름을 적게 먹기 위한 노력.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적용해 쥐도 새도 모르게 6개의 실린더 중 2개의 실린더의 작동을 멈춘다. 물론 힘이 필요한 상태에서는 바로 모든 실린더를 가동. 이 기능 덕에 리터당 13km 이상의 효율성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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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를 대응하는 능력도 수준급이다. 높은 차체를 가지고 있지만 노면의 상태를 읽어 상황에 따라 댐핑력을 조절하는 리얼-타임 댐핑 서스펜션이 적용돼 한결 안정감 있는 움직임을 보인다. 평상시에는 편하게, 때로는 스포티하게 탈 수 있다는 말로 해석해도 될 정도다. 브레이크 성능도 안정적. 급하게 급감속을 시도해도 쉽게 지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고, 차체가 앞으로 쏠리는 현상도 거의 없었다. 또 전자식 변속 제어 시스템이 적용된 8단 자동변속기의 움직임도 상당히 부드럽다. 상황에 따라 민첩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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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녀석을 몰면서 느껴진 단점도 있다. 바로 사이드 미러. 크기는 큰 편에 속하지만 사각지대가 커서 적응하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각지대 충돌 경보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기는 하지만, 미러 자체에 사각지대가 큰 것은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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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XT5는 미국차의 오래된 편견을 깨기에 충분한 차였다. 미국 국적이라기보다 유럽에서 건너온 친구 같은 느낌이 강했다. 물론 달리는 중간 아쉬운 부분이 있기도 했지만 SRX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운전자를 설득시켰다. 달리기 능력을 비롯해 독창적인 디자인, 인테리어 감각 등에서 드러난 캐딜락의 가치를 다시 평가해야 하지 않나 싶다.

허인학 기자 heo@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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