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새롭다 - 닛산 무라노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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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 온 닛산의 신형 무라노를 시승했다. 닛산 무라노는 닛산의 중형급 크로스오버 SUV로, 포드 엣지, 토요타 하이랜더 등과 경쟁하는 모델이다. 새로운 닛산 무라노는 지난 2015 서울 모터쇼에서 처음으로 한국에 등장하여 얼굴을 알렸고, 이듬해 열린 2016 부산모터쇼를 통해 국내 시장에 정식으로 선보이며 사전계약에 돌입한 바 있다.
새로운 닛산 무라노는 한국닛산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닛산 브랜드의 하이브리드 모델이라는 점도 주요한 특징이다.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 온 닛산 무라노를 시승하며 어떠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지를 알아 본다. 닛산 무라노는 고급 사양을 대거 채용한 최고 등급 모델인 플래티넘 모델만 판매된다. VAT 포함 가격은 5,490만원이다.
닛산 무라노의 외관 디자인은 초대 모델부터 현재의 3세대 모델에 이르기까지 스포티한 스타일링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특히나 근래 들어 닛산의 신형 모델들에 속속들이 반영되고 있는 최신의 디자인 요소들이 반영되어, 파격적이면서도 역동적인 모습으로 빚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새로운 닛산 무라노에서는 닛산이 지난 2013 디트로이트 오토쇼에 처음 선보이며 `베스트 컨셉트` 상을 수상한 바 있는 `닛산 레조넌스 컨셉트`의 디자인을 양산화시킨 결과물임을 알 수 있다. 날렵한 차체 형상은 승용차에 준하는 수준인 0.31Cd의 공기저항계수를 갖게 하는 요인이 된다. 또한, 차체 전반을 에워 싼 볼륨감 있는 형태는 차의 이미지를 더욱 과감하고 남성적인 인상으로 만들어 준다.
그리고 최신형 닛산 모델들의 주요 디자인 요소라 할 수 있는 V-모션 그릴, LED 부메랑 시그니처 헤드램프 및 테일램프가 있다. 테일램프의 상단은 블랙 하이글로스 패널을 이용하여, C필러와 루프를 분리된 것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낸다. 지붕을 공중에 뜬 것처럼 보이게 하는 플로팅 루프 스타일도 역시 레조넌스 컨셉트의 것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휠은 18인치 사이즈의 알로이휠을 사용하며, 타이어는 P235/65R18 규격의 제품을 사용한다.
베이지 톤으로 마무리된 새로운 무라노의 실내는 화사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닛산은 무라노의 인테리어를 `VIP 라운지` 컨셉트로 소개한다. 실내에서는 V자 형상을 이루는 센터 페시아와 대시보드가 가장 눈에 들어 온다. 또한, 극단적인 랩 어라운드 형상의 인테리어 패널은 아늑한 느낌을 연출한다. 후륜구동 자동차처럼 불쑥 솟아 오른 플로어 콘솔도 특징.
스티어링 휠은 4스포크 타입으로, 승용차 수준의 컴팩트한 사이즈를 지니고 있다. 그립감도 좋은 편. 계기판은 맥시마와 알티마에도 도입된 것과 기본적인 구성은 같으나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작동을 표시하는 에너지 모니터 기능과 파워게이지가 추가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알티마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에도 적용된 바 있는 실내 곳곳의 백색의 장식도 눈에 띈다. 이 장식은 일견 우드그레인으로 착각할 수 있으나, 자세히 보면 인공적으로 들어진 패턴임을 알 수 있다. 패턴에는 인조 자개처럼 반짝이는 무늬를 넣어 일반적인 우드그레인과는 색다른 느낌을 준다. 플로어 콘솔에는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나, 너무 얕아서 일반적으로 SUV에서 기대할 만한 용량은 아니다.
센터페시아에는 신형의 터치스크린식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배치되어 있다. 기존 시스템에 비해 괄목할 정도로 향상된 해상도와 UI 디자인, 그리고 사용 편의성이 만족스럽다. 내비게이션은 파인디지털의 아틀란을 사용하며, 이전에 비해 소프트웨어적 개량이 가해져, 내비게이션에 접근하기 더 수월해졌다. 우측 상단의 카메라 버튼을 누르면 무라노에 기본 사양으로 채용된 전방위 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다. 오디오 시스템은 11개의 스피커로 이루어진 BOSE의 시스템을 사용한다.
새로운 무라노는 닛산이 자랑하는 저중력 시트가 앞/뒷좌석 모두에 적용되어 있다. 착좌부에서 체중이 많이 실리는 부분의 쿠션의 강도를 소프트하게 만들고 그 이외의 부분은 단단하게 제작한 저중력 시트는 여전히 허리에 부드럽게 감겨오는 안락한 착석감을 자랑한다. 운전석은 8방향의 전동조절 기능과 전동조절식 2방향 허리 받침을 제공하며, 조수석은 4방향의 전동조절 기능을 제공한다. 앞좌석 양쪽에는 열선 기능이 적용된다.
앞좌석과 같은 저중력 시트가 적용된 뒷좌석 역시 우수한 착좌감을 자랑한다. 또한, 중형 SUV의 체급을 지니고 있는 만큼, 넉넉한 실내공간을 자랑한다. 등받이는 각도조절이 가능하여, 짐 공간을 늘리거나 더 편안한 자세를 잡는 데 도움을 준다. 뒷좌석은 플로어 콘솔을 이용한 스마트폰 거치대와 컵홀더 내장 팔걸이, USB포트 등의 편의 기능을 제공한다.
중형급 SUV인 닛산 무라노는 중형 SUV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넉넉한 트렁크를 제공한다. 미국 SAE 기준으로 기본 31.1cu.ft(약 880리터)를 제공한다. 2열 좌석을 모두 접으면 65.0cu.ft(약 1,840리터)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트렁크 바닥 하부에는 스페어타이어와 OVM 공구 및 여분의 수납공간이 구비되어 있다.
새로운 무라노는 기존 모델이 사용해 왔던 3.5리터 VQ엔진 대신, 주력 4기통 엔진인 2.5리터 배기량의 QR엔진을 바탕으로 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사용한다. 무라노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2.5리터 배기량의 QR25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로 구성된다. 2.5리터 가솔린 엔진은 자연 흡/배기 방식이 아닌 수퍼차저를 장착한 과급엔진으로, 엔진 단독으로도 233마력/5,600rpm의 최고출력을 낸다. 전기모터의 최고출력은 15kw로, 미터 마력(PS)으로 20마력 가량의 성능을 내며, 시스템 총출력은 253마력, 최대토크는 33.7kg.m/3,600rpm이다. 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같은 브랜드의 대형의 SUV인 패스파인더에도 사용하며, 고급 브랜드인 인피니티의 SUV모델, QX60에도 탑재된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 생성된 동력은 전용의 CVT변속기를 거쳐,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을 통해 네 바퀴로 전달된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채용한 무라노는 시동 버튼을 누르자마자 시동이 바로 걸리지는 않는 경우가 있다. 구조 상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기 때문에 EV(전기차) 모드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진 등에 예열이 필요한 경우에는 대체로 시스템 초기화가 끝나자마자 시동을 거는 편이다.
EV모드에서는 내연기관에서 오는 소음과 진동이 없다시피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전기차와 같은 정숙함을 경험할 수 있다. EV모드 중에는 보행자 등에 차량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몇 초 간격의 차임 벨을 울린다. 하지만 전기모터의 비중이 꽤나 적은 무라노의 하이브리드 시스템 특성 상, EV모드를 장시간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다. 엔진에 시동이 걸린 상태에서도 무라노는 정숙한 편이다. 다방면으로 정숙성 강화에 힘썼다는 느낌을 준다. 외부 소음 차단과 파워트레인으로부터 비롯된 소음의 차단, 그리고 하이브리드 모델들에서 간혹 나타나는 백색소음을 두루 수준급으로 억제하고 있다.
승차감은 안락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하면서도 은연중에 타이트한 느낌을 준다. 큰 요철을 통과했을 때 차체의 움직임에서 이를 감지할 수 있다. 서스펜션의 스프링과 쇽업소버의 인장을 종말 부근에서 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작은 요철은 부드럽게 넘겨주지만 큰 요철에는 다소 강하게 받아 내는 느낌이다. 이러한 부분을 제외한다면, 전반적으로 통상적인 패밀리 SUV와 같은 부드러운 승차감을 보인다.
무라노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극단적으로 효율을 추구하는 토요타식 하이브리드와는 지향하는 바가 조금 다른 것으로 보인다. 토요타식 하이브리드는 극단적인 연비 향상을 꾀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크고 고성능의 모터를 사용하여, 모터의 비중이 큰 편이다. 반면, 무라노는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기는 하지만 이 시스템에서 모터는 철저하게 `엔진의 시녀`역에 가깝다. 모터를 최대한 비중을 부여함으로써 극상의 효율을 뽑아내는 것이 아닌, 보다 적은 배기량의 엔진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하기 위한 `다운사이징`의 일환으로서 하이브리드를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기초가 되는 엔진부터 수퍼차저를 탑재한 과급 엔진이라는 점도 보다 성능 쪽에 무게를 싣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큰 힘을 필요로 하는 대형 SUV인 인피니티 QX60에 채용된 이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모터의 역할이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에 큰 덩치에 상시4륜구동계까지 물려 있는 무라노를 자력으로 움직이기에는 모터의 능력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정차 상태에서는 EV모드에 있다가도,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부터 곧바로 시동이 걸리는 일이 잦다. 에어컨이라도 가동하는 경우에는 엔진 시동을 좀체 끄지 못한다. 주행 중 엔진의 시동을 켜고 끄는 과정에서는 엔진 회전수가 오락가락하며 머뭇거리기도 하는 등, 다소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에코 모드를 해제하고, 가속페달을 밟은 오른발에 양껏 힘을 주는 순간, 이들이 왜 이러한 방식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채용했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특히, 큰 힘이 필요한 출발가속에서 최대토크가 구동 초기부터 시작되는 전기모터의 특성이 그 힘을 십분 발휘한다. 이 덕분에 출발 시점의 가속이 유달리 힘차게 느껴진다. 그 이후부터는 수퍼차저가 힘을 발휘하여 무라노의 차체를 쉼 없이 몰아 붙여준다. 무라노의 엑스트로닉(Xtronic) CVT 변속기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힘을 충실하게 구동륜으로 전달한다. 또한, 최신형의 엑스트로닉 CVT들이 지원하는 계단식 변속 로직이 적용되어,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와 유사한 변속 감각을 갖는다.
역동적인 외모를 지닌 무라노는 동급의 가족용 SUV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선에서 나쁘지 않은 정도의 안정감을 보인다. 새로 개발된 무라노는 전반적인 차체 강성은 물론, 공기역학적 측면도 개선되어, 우수한 수준의 고속주행 안정성을 보인다. 적당한 텐션을 가진 하체와 알티마에서 가져온 듯한 질긴 섀시는 직선 주로 및 선형이 완만한 곡선 주로에서 고속 주행중인 무라노의 차체를 든든하게 받쳐준다. 하지만 선형이 급변하는 와인딩 로드 구간에서는 일반적인 SUV들이 보이는 정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정도의 몸놀림을 보인다. 제동 성능은 무라노를 제어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으로 돌아 온 새로운 닛산 무라노의 연비는 어떨까? 공인연비는 도심 10.2km/l, 고속도로 12.4km/l, 복합 11.1km/l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과 CVT변속기를 사용하고 있는데도 그다지 높지 않은 수치로 보인다. 실제 운행에서 트립컴퓨터로 기록한 연비는 공인연비와 차이가 꽤 있다.
특히, 교통상황이 혼잡한 출퇴근 시간대의 도심 구간에서는 공인 연비는 10.2km/l는커녕, 7km/l 대를 유지하기도 힘들다. 강남 및 송파구 일대의 혼잡한 도심구간에서 기록한 평균 연비는 6.8km/l에 그쳤다. 그러나, 교통 상황이 혼잡하지 않은 경우에는 공인연비인 10.2km/l에 근접한 9.7km/l을 기록했다.
고속도로에서는 공인연비와 트립컴퓨터 상의 연비가 역전된 결과를 냈다. 서울 외관 순환고속도로(송파-조남)를 100km/h로 정속 주행한 경우에는 왕복 평균 연비는 공인 연비인 12.4km/l를 가뿐히 상회하는 14.9km/l를 기록했다. 닛산 무라노의 능동형 크루즈컨트롤은 최저 10km/h언저리까지 선행 차량 추적 기능이 작동하면서도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연동하여 움직이며 최적의 효율을 내는 데 도움을 준다.
무라노의 연비는 다른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비해 다소 낮은 수준의 연비를 기록했다. 이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사용하는 차는 연비가 좋을 것이라는, 통념 상의 기대와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연비가 좋다`라는 고정관념은 프리우스를 위시한 토요타식 하이브리드가 만들어낸 편견 중 하나일 뿐이다.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 온 닛산 무라노는 독자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 상시 4륜구동 등, 매력적인 SUV의 조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3.5리터 가솔린 엔진을 사용했던 기존 모델에 비해 한층 높은 상품성으로 돌아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경우, 도심지 연비가 의외로 낮은 편이지만, 고속도로 정속 운행에서 비교적 준수한 연비를 보인다. 독특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한층 스포티한 변화, 우수한 편의성과 풍부한 안전/편의사양을 갖추고 돌아 온 닛산의 무라노는 한층 매력적인 SUV로 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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