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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무라노, 외모와 성능은 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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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노 하이브리드는 지난해 서울모터쇼 직후 열린 상하이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모습을 드러냈다

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라고? V6 3.5L가 아니고? 2002년 첫 등장 이후 무라노를 대표하는 파워트레인은 V6 3.5L VQ와 CVT 조합이었다. 미국을 정조준해 탄생한 닛산의 첫 중형 크로스오버에게는 그것이 당연했다. 현재 3세대로 진화할 때까지 바뀌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다.

2014년 미국 판매에 돌입했을 때, 그리고 지난해 서울모터쇼에서 아시아 최초로 선보였을 때만 해도 3세대 무라노는 3.5L VQ뿐이었다. 무라노 하이브리드는 지난해 서울모터쇼 직후 열린 상하이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 시장용이고 미국 판매 계획은 없다고 했다.

공기저항계수는 0.31. SUV이지만 매끈하게 잘 뽑아냈다

2016 부산모터쇼에 앞서 이 차를 시승하는 지금까지도 미국 시장용 무라노는 여전히 3.5L VQ뿐이다. 단지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올 뿐이다. 오해는 말자. 중국 시장용 무라노는 중국에서 생산된다. 나머지 100여개국 수출 물량은 미국 미시시피 캔턴 공장에서 만든다. 2세대까지는 주로 일본에서 생산했지만 신모델 생산기지는 미국으로 옮겨졌다. 시승차도 물론 미국산이다.

무라노에 하이브리드라는 조합이 어색할 뿐 시스템 자체는 낯설지 않다. 닛산 패스파인더와 인피니티 QX60 하이브리드의 시스템을 옮겨왔기 때문이다. 2.5L 가솔린 엔진에 수퍼차저를 붙이고 전기모터와 듀얼클러치 시스템을 엮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히타치가 공급한다.

센터콘솔 안쪽에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을 포함한 배터리팩을 넣었다

배터리 위치는 다르다. 패스파인더는 흔히 하듯이 트렁크 바닥에 배터리를 눕혔다. 무라노는 앞좌석 사이에 세웠다. 이 차가 앞바퀴굴림 기반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센터페시아에서 중앙 팔걸이까지 높게 이어지는 센터콘솔은 공간만 많이 차지할 뿐 수납량이 적어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실제로 안쪽에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을 포함한 배터리팩이 들어차 있다(참고로 토요타 프리우스 V도 같은 방식이다).

뒷좌석을 접을 때는 레버를 당겨야 하지만 원위치시킬 때는 버튼만 누르면 된다

넉넉해진 트렁크 아래 공간은 스페어 타이어와 보스 오디오 우퍼가 차지했다. 적재공간은 일반 무라노와 차이가 없다. 짐칸 바닥이 높지만 턱이 없고 뒷좌석 등받이를 접을 때 시트도 함께 내려가 등판과 트렁크 바닥이 평평하게 연결된다. 등받이 각도는 뒷좌석에 앉은 상태에서 끈을 당겨 조절한다. 실내 바닥이 높지 않고 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센터터널도 거의 없어 뒷자리 공간은 여유롭다. 차체 길이와 높이는 현대자동차 맥스크루즈나 신형 렉서스 RX와 거의 같고 휠베이스와 너비는 더 크다.

실내 구성은 앞좌석 주변 디자인이 비슷한 신형 알티마 최고급형보다 훨씬 고급스럽다(가격 차이가 있으니 당연하겠지만). 밝은 내장재 색상에 의한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인피니티와의 거리가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앞좌석 주변 디자인이 비슷한 신형 알티마 최고급형보다 훨씬 고급스럽다

주행감각은 차이가 벌어진다. 자잘한 요철을 부드럽게 흡수하지 못하고 노면 굴곡도 세련되게 휘어잡지를 못한다. 움직임은 활달하다. 천천히 다닐 때는 조용하지만 가속을 하면 모터, 수퍼차저 등 여러 소리가 뒤섞여 신나는 기분을 돋군다. 물론 V6 3.5L처럼 일관되거나 부드럽지는 않다. 코너링이 기대되는 차도 아니다. 엔진과 모터를 앞에, 배터리를 뒤에 실은 하이브리드카들은 늘어난 무게에 대한 변명처럼 ‘무게 배분에 따른 주행성능 향상’을 내세운다. 이 차는 과격한 방향 전환 때 그저 무게가 앞쪽으로 쏠린 듯한 느낌을 준다.

조향감과 좌우 쏠림이 자연스러워 움직임이 불안하지는 않지만 타이어는 일찌감치 비명을 지른다. 편안함을 자랑하는 닛산 고유의 저중력 시트는 측면 지지성이 떨어진다. 스포츠카 뺨치는 외모에 현혹돼 혹시라도 평범한 SUV 이상의 성능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하는 이에게는 이런 답을 내놓는다. “그것이 뭐가 중한디?”

하이브리드 중에서 전기구동 시스템 비중이 작은 형식이다

듀얼클러치는 엔진과 모터 동력을 조합하는 데만 사용된다. 실질적인 변속기는 CVT다. 꺼졌다 켜졌다 하는 엔진, 개입과 방관을 쉴 새 없이 오가는 모터 사이에서 CVT는 자동변속기 변속 패턴까지 흉내낸다. 스티어링 휠의 변속 패들이나 스포츠 모드는 없지만 레버를 왼쪽으로 옮기면 변속비를 선택해 엔진 브레이크를 걸거나 적극적인 주행을 시도할 수 있다. 덕분에 CVT의 이질감은 두드러지지 않지만 하이브리드 시스템 전체적으로는 미흡한 부분이 보인다.

하이브리드카치고는 전기구동 시스템의 비중이 작은 형식이다. 요즘처럼 더울 때는 정차 중에도 엔진이 꺼지지 않는다. 에어컨 가동을 위해서다. 에어컨을 켜지 않아 정차 중 시동이 꺼졌다 해도 브레이크 페달을 떼서 모터 힘으로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즉시 엔진이 깨어난다. 보행자용 경고음을 일부러 내는 게 이상할 정도다. 전기구동 시스템이 그만큼 작고 가벼우니 이 자체가 흠은 아니다.

배기량을 줄이고 실린더를 덜어낸 대신 힘은 과급기로 보충하고 출발이나 급가속 등 엔진 효율이 떨어질 때는 전기모터가 나선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에도 필요 없다 싶으면 엔진은 꺼진다. 이렇게 해서 2.5L 엔진으로 3.5L 성능을 내고 연비는 2.0L 수준으로 맞춘다는 콘셉트다. 타다 보면 꽤 설득력 있다. 특히 연비와 정숙성을 모두 원하는 이들에게는 그렇다. 150km 남짓 시승한 결과 연비는 9km/L대를 기록했다. 주행패턴과 이전 시승차들의 수치를 고려할 때 좋은 편이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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