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9-시트 장착한 카니발 하이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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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9-시트가 들어갔다. 그럼에도 공간은 넉넉하다. 독보적인 실용성이다. 최상위 트림답게 고급스러움도 모자람이 없이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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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부터 압도적이다. 듬직한 차체에 불쑥 튀어나온 하이루프까지 전반적으로 큼직큼직하다. 여기에 블랙 컬러로 처리된 외관과 공격적인 디자인이 평범함을 거부한다. 카리스마가 넘친다. 앞, 뒤, 옆 어느 면을 봐도 마찬가지다. 육중한 덩어리가 눈 앞에 있다. 실내로 들어서면, 순간 놀라움이 샘솟는다. 그 어디서도 접할 수 없던 널찍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9-시트가 여유롭게 들어서고 하이루프로 광활한 헤드룸이 펼쳐지며, 각종 편의품목이 적재적소에 자리 잡았다. 콘셉트는 좀 다르지만, 크기와 공간 활용성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대형 SUV를 능가하는 풍요가 들어찼다. 독립식으로 구성된 시트도 상당히 편하다. 질 좋은 가죽이 몸을 온화하게 감싼다. 엉덩이와 허리를 받치는 면적 역시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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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열은 물론이고 2열, 3열까지 편안함을 머금었다. 4열은 다소 좁게 느껴진다. 구조상 한계다. 어찌 됐건, 상석이라 볼 수 있는 2열 우측석은 안락함의 극치다. 시선을 사로잡는 21.5인치 후석 모니터와 손안에서 차의 여러 편의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통합 컨트롤러, 220V 인버터 등 다양한 기능 덕분이다. 프라이버시를 확실하게 지켜주는 커튼까지 마련됐다. 이처럼 철저히 외부와 분리된 편리한 공간 속에서 편히 등을 맡길 수 있는 시트에 누워 있으면, 안방에 있는 듯한 아늑함을 맛볼 수 있다. 괜히 '하이리무진'이 아니다. 개발 목적에 따른 고유 성격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머물면 머물수록 더욱 오래 있고 싶고, 장거리라도 개의치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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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은 높은 시야와 큼직한 사이드 미러, 그리고 주행의 안정감을 전달하는 품목으로 만족감이 높다. 일단 넉넉한 엔진 출력과 탄탄한 하체의 조합이 이를 뒷받침한다.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kg.m의 힘을 내는 R 2.2 E-VGT 디젤 엔진이 2톤이 넘는 거구를 부족함 없이 이끈다. 가속 페달을 살포시 밟으며, 또 탄력 있는 서스펜션의 움직임을 오롯이 체험하면서 나아가는 맛이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속도에 대한 욕심은 자연스레 잊혀진다. 과격한 움직임은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것과 같다. 리무진을 몰고 있는 것이기에 최대한 느긋하게, 차의 한계를 고려하며 힘을 쓴다. 운전자뿐만 아니라 탑승객 모두를 위해서. 빠르게 달리지 않아도 흡족하다. 무엇보다 제어가 가능한 영역 안에서 부드럽게 다루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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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렵함과 거리가 먼 차체이기에 움직임이 굼뜨고, 스포티한 서스펜션을 장착하지도 않아서 추월 시 좌우 움직임도 크다. 코너를 공격적으로 접근할 경우에는 꽤 심한 롤 역시 경험할 수도 있다. 풍절음도 무시할 수 없다. 어쩔 수 없다. 달리라고 만든 차가 아니니까. 뒷좌석 승차감은 앞좌석보다 좋다. 이중 서스펜션 움직임의 영향을 덜 받는 2열이 으뜸이다. 완충지대에 앉아있는 느낌이랄까. 등받이까지 최대로 젖히고 1열 조수석을 전방으로 최대한 몰면, 발끝이 나른해지면서 눈꺼풀이 절로 무거워진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꽤 개운하기까지 하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이 덜해서 그런 듯하다. 여담이지만, 왜 스케줄에 빠져 사는 연예인이 카니발 하이리무진을 이동차량으로 사용하는지 어느 정도 공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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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벌써 목적지에 도착했네요? 정말 깊이 잤네"

"네, 어떠셨어요? 정말 편하죠? 제가 그래도 좀 속도를 내면서 갔는데 잘 주무시던 데요? 하긴, 운전하는 저도 큰 불편함 없이 왔으니 뒷좌석은 또 얼마나 편했겠어요"

"네, 전 제가 잠들었는지도 몰랐네요. 빨리 달리는 줄도 몰랐어요. 확실히 차량 특성상 운전자 중심이 아닌 탑승객이 중심이 되는 것 같네요"

시승을 함께한 동료 기자와 이런 대화가 오고 갔다. '하이리무진'의 가치를 만끽하는 순간이다. 여기서 잠들었다는 것은 포인트가 아니다. 그만큼 안락하고 편안했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거주성이 높은 차이며,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공유할 수 있는 여유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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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보기 드문 차다. 공간에 대한 욕구가 있는 소비자라면 구매 리스트에 올릴 법하다. 평소 큰 차를 타고 싶어서, 태워야 할 사람이 많아서, 혹은 그 다른 이유로 세단 대신 SUV, MPV 등을 알아보고 있다면 꼭 한번 시승을 권하는 바다. 수고가 아깝지 않을 것이다. 모나지 않은 디자인에 풍부함이 돋보이는 차체, 넘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은 성능, 유일하다시피 한 공간 활용성까지 한꺼번에 누릴 수 있다. 종합선물세트 같은 장점이다. 가격도 합리적이다. 하위 트림이 3,980만 원부터 시작하며, 가장 높은 트림이 5,938만 원이다. 여기서 선택 품목을 더하면 값은 더 오르겠지만, 차급과 콘셉트, 각종안전편의품목을 생각하면 가격 경쟁력은 꽤 충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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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부분-노크식 파워슬라이딩 도어. 노크 시 발생하는 음파를 감지해 슬라이딩도어가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기능이다. 0.3~0.5초 간격으로 손잡이 아랫부분을 2회 두드리면 작동된다. 자동식 슬라이딩도어를 넘어서 탑승의 편의성을 위트 있게 풀어냈다고 볼 수 있다.

문서우 기자 msw@ridemag.co.k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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