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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 싫고 수입차는 비싸다?…극강의 가성비 폭스바겐 티구안[차알못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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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4모션 프레스티지 전면부 /사진=이강준 기자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4모션 프레스티지 전면부 /사진=이강준 기자
소형 SUV 티록, 세단 제타에서 과감한 프로모션으로 성공을 거뒀던 폭스바겐이 이번엔 자사 대표 모델 중 하나인 '티구안'도 소비자가 기준 최대 240만원의 차 값을 깎았다. 차 성능은 더 좋아졌는데, 차 값은 예전 모델보다 더 저렴해져 전형적으로 제조사가 손해를 보는 장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의 행보가 다소 놀랍다는 반응이다. 티구안의 가격을 내리지 않아도 이미 특유의 가성비 덕분에 국내 소비자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왔던 모델이기 때문이다.

티구안은 2007년 1세대 출시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60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폭스바겐 브랜드 역사상 가장 성공한 모델 중 하나다. 국내의 경우 2008년 첫 출시 이후 약 20번 이상의 월간 베스트셀링 모델 등극, 5만6000대 이상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한 수입 SUV 최강자다.
슈테판 크랍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22일 2021 폭스바겐 미디어데이에서 '3A' 브랜드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폭스바겐코리아
슈테판 크랍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22일 2021 폭스바겐 미디어데이에서 '3A' 브랜드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폭스바겐코리아
폭스바겐 코리아의 공격적인 '차 값 인하'의 배경엔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메르세데스-벤츠·BMW에 비해 판매 성장률이 높지 않다는 데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올해 1~7월 누적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3.7%에 그쳤다. 벤츠, BMW는 물론 볼보·렉서스·지프에 비해서도 성장률이 낮다.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폭스바겐은 '3A' 전략을 고안했다. 누구나 부담 없이 수입차를 구입할 수 있고(More Accessible), 유지보수 비용을 포함한 총소유비용은 더욱 합리적으로 줄이고(More Affordable), 첨단 안전 장비와 편의 사양은 더욱 적극적으로 적용해(More Advanced) '수입차의 대중화'를 이루겠다는 포부다.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양일간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된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4모션 프레스티지'를 시승했다. 4모션은 폭스바겐 사륜구동 차량을 뜻한다. 수입차는 국산차에 비해 옵션이 부실하다는 편견을 깰만큼 훌륭했지만, 분명한 단점들이 여럿 보였다.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4모션 프레스티지 운전석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4모션 프레스티지 운전석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극강의 가성비'로 없는 옵션이 없다…연비도 리터당 20㎞를 사뿐히 넘겨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4모션 프레스티지 후면부. 모델명이 가운데로 이동했다./사진=이강준 기자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4모션 프레스티지 후면부. 모델명이 가운데로 이동했다./사진=이강준 기자
페이스리프트인만큼 외관에서 큰 변화점을 느끼긴 어려웠다. 더 심플하게 변한 폭스바겐 엠블럼이 들어갔고, 트렁크 왼쪽 아래에 있던 티구안 모델명이 가운데로 옮겨져 차의 정체성을 좀 더 강조했다.

같은 그룹 산하에 있는 아우디가 잘 썼던 '시퀀셜 라이트'도 들어갔다. 순차적으로 방향 지시등이 켜지면서 차의 '고급감'을 키워주는 기능이다.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4모션 프레스티지의 시퀀셜 라이팅 /사진=이강준 기자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4모션 프레스티지의 시퀀셜 라이팅 /사진=이강준 기자
티구안의 하이라이트는 국산차급 '혜자 옵션' 등 극강의 가성비다. 가장 저렴한 트림인 2.0 TDI 프리미엄의 경우 프로모션을 적용하면 3000만원대에 차를 구매할 수 있다. 그러면서 차선 이탈 방지와 더불어 주행 중 알아서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해주는 어댑티브 크루즈도 들어갔다. 파노라마 선루프 역시 전 트림 기본 적용됐다.

이번에 도입된 '무선 스마트폰 연동' 기능은 국산차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편의사양이다.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를 선 연결 없이도 작동시킬 수 있다. 10.25인치 대화면 터치스크린과 연동돼 주행 중 네비게이션을 보기에 편리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에나 있는 코너링 라이트, 서라운드 뷰, 자동 주차, 킥모션 트렁크도 포함됐다.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4모션 프레스티지의 대시보드 보관함./사진=이강준 기자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4모션 프레스티지의 대시보드 보관함./사진=이강준 기자
중형 SUV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내부공간도 충분했다. 키 187㎝인 기자가 2열에 앉아도 무릎·머리 공간이 넉넉했다. 대시보드쪽에 썬글라스 같은 작은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알짜배기' 공간도 마련했다.

디젤 차량이다보니 연비는 평소 기자 주행 습관대로 편하게 운전했는데도 리터당 20㎞를 가뿐히 넘겼다. 다만 차 크기에 비해 가속력이 넉넉하지 않고 디젤 특유의 진동과 소음이 올라왔지만 일상 주행에서는 무리 없는 수준이었다.


가성비는 좋지만…소비자에게 많은 선택권을 주진 않는다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4모션 프레스티지의 후방 카메라, 서라운드 뷰/사진=이강준 기자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4모션 프레스티지의 후방 카메라, 서라운드 뷰/사진=이강준 기자
그러나 단점도 명확하다. 가성비를 추구한 나머지 소비자들이 수입차에 거는 기대에 충족할만한 만듦새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티구안의 센서가 다소 투박해 크루즈를 켰을 때 급정거하는 상황이 다수 발생했다. 후방 카메라와 서라운드 뷰는 화질이 매우 낮아 운전자에게 제공하는 시각 정보의 퀄리티 좋지 못했다.

소비자가 가진 선택권도 충분치 않다. 준중형 세단 제타에도 들어가있는 통풍시트는 추가할 수도 없게 해놨다. 외관 색상의 종류는 충분했지만 내부 시트 색깔은 검은색으로만 고를 수 있게 해놨다. "시트 색깔만 바꿀 수 있다면 사겠다"는 기자의 지인이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폭스바겐 티구안만의 '가성비'는 부인하기 어렵다. 국산차의 가격도 수입차 못지 않게 비싸졌다는 걸 고려하면, '국산차는 괜히 싫고 수입차를 타고 싶지만 가성비는 챙겨야 하는' 소비자에겐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폭스바겐 티구안의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폭스바겐 프로모션 5% 할인을 적용해 △2.0 TDI 프리미엄 3802만7000원 △2.0 TDI 프레스티지 4158만5000원 △2.0 TDI 4모션 프리미엄 4027만4000원 △2.0 TDI 4모션 프레스티지 4411만1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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