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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티나게 팔린 EV6 타보니…SUV 탈을 쓴 스포츠카[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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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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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가 야심차게 준비한 첫 전용 전기차 EV6가 지난 2일 정식 출시됐다. 출시 전부터 경쟁 모델인 현대차 아이오닉5와 테슬라 모델 Y보다 성능 우위에 있다고 언급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실제 사전예약 첫날에만 2만1016대가 팔리면서 브랜드 승용·SUV(다목적스포츠차량) 모델을 통틀어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인기에 힘입어 사전예약 기간도 2주가량 조기마감됐다. 실제 EV6 주행은 어떨까.

지난 25일 오전 10시쯤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 EV6를 시승했다. 서울시 성수동에 위치한 EV6 체험장에서 경기도 포천의 한 초등학교까지 약 3시간 동안 왕복 154㎞를 달렸다. 탑승한 모델은 EV6 사전 예약 고객의 70%가 선택한 롱레인지다. 사륜구동(4WD), 하이테크, 선루프, 메리디안사운드, 빌트인캡, 20인치휠 등의 옵션이 들어가 가격은 6210만원선이었다.

/사진=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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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에 탑승하자 전기차 특유의 넓은 공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운전석 레그룸은 매우 넉넉했고 조수석을 비롯해 뒷좌석까지도 공간이 넓었다. 다만 뒤 트렁크 공간은 살짝 아쉬웠다. 준중형 SUV임에도 낮은 차체 높이와 쿠페 스타일의 라인이 EV6를 스포츠카처럼 보이게 해준 대신 뒷 공간을 희생한 느낌이다. 뒷좌석을 접으면 보다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는 있었다.

전기차답게 가속력이 뛰어났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5.2초로, 아이오닉5와 같은 수준이다. 같은 EV6 중 '제로백 3.5초'의 GT 모델보다는 느리지만 충분히 빨랐다. 실제로 하이패스 통과 구간 지정속도 30㎞에서 고속도로 100㎞를 주파하기까지 불과 몇초가 걸리지 않았다. 가속 페달을 밟을 때는 엔진 소리가 작게 들릴뿐 내부는 고요했다.

/사진=정한결 기자.
/사진=정한결 기자.

코너링은 가뿐했지만 노면이 좀 험한 도로에서는 충격이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다. 하이테크 옵션의 일부로 제공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편리했다. 운전석 정면 유리창에 현재 속도와 지정속도, 내비게이션과 연동한 길 안내 등의 정보를 제공했다. 오른쪽이나 왼쪽에서 차량이 다가올 경우 붉은색으로 경고해줬다.

전기차 관련 설문조사마다 '구입시 우려 사안' 1위를 기록하는 최대주행거리는 EV6 롱레인지 모델의 경우 국내 기준 475㎞, 국제 기준 510㎞다. 경쟁사에 비하면 100~200㎞ 정도 부족하지만 실제 타보니 생각보다 배터리 소모가 적었다.

주행 시작시 80% 수준이었던 배터리 용량은 서울~포천 왕복 154㎞를 달리고 나자 54%로 26%포인트 가량 줄었다. 도심구간과 고속도로, 산길 등을 돌았음에도 연비는 킬로와트아워(kWh)당 5.4㎞를 기록했다.

충전구는 후면부에 위치했지만 이날 배터리 소모가 크지 않아 충전까지는 하지 않았다. 800볼트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18분 만에 10%에서 최대 80%까지의 초고속 충전이 가능하며, 10분을 충전해도 130㎞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사진=정한결 기자.
/사진=정한결 기자.

시승하면서 스마트 회생 시스템을 켜놓고 달려 전기를 절약한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는 회생제동을 통해 감속할 때 발생하는 제동력을 전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 다만 회생제동을 켠 채 주행은 전반적으로 익숙해지기 어려웠다.

EV6의 경우 회생제동 단계를 0~4단계 및 자동 모드로 선택할 수 있는데 0단계를 선택하고 운전할 때는 기존 내연기관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단계를 올릴 수록 가속 페달에서 발을 살짝만 떼도 브레이크를 밟은 것처럼 차가 흔들리며 멈췄다.

가속 페달 하나만으로 가속·감속·정차가 가능한 4단계의 경우 발을 떼면 급정거를 하듯 속도가 급격히 줄었다. 길이 자주 막히는 시내서는 중립기어로 전환하지 않아도 페달에서 발을 떼고 쉴 수 있어 편리했지만 고속도로에서는 좀처럼 적응하기 어려웠다. 대부분 도로에서 1~2단계가 가장 편안했다.

기아 관계자는 "원 페달 드라이빙의 경우 브레이크 기능까지 있어야 하기에 실제 제동이 걸리는 것"이라며 "내연기관만 타시던 고객들에게는 이질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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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내연기관에 비해 전기차 특유의 높은 가격대가 단점이다. 판매 가격은 △스탠다드 모델 에어 4730만원, 어스 5155만원 △롱 레인지 모델 에어 5120만원, 어스 5595만원 △GT-Line 5680만원이다. 한정적인 전기차 보조금 없이는 중형 SUV인 제네시스 GV70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EV6는 경쟁 전기차의 준중형 SUV 모델과 비교했을 때 가격과 성능 양면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는 차다. 현재 테슬라Y 보다는 주행거리가 짧지만 가격은 더 저렴하다. 아이오닉5와 비슷한 가격대임에도 보다 뛰어난 주행 성능과 최대주행거리를 보인다. 충전속도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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