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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일은 사건 현장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순찰차가 움직이고 민원실 문이 열리며, 수사관들이 밤늦게까지 사무실을 지킬 수 있는 데에는 보이지 않는 '살림꾼의 일'이 있다.
올해 말 퇴직을 앞둔 조병돈 서울중부경찰서 경리계장(경감·사진)은 38년 가까운 경찰 생활 중 절반인 20년 가량을 그 자리에서 보냈다. 1989년 청와대 101경비단에서 경찰 생활을 시작한 그는 송파경찰서와 강남경찰서, 중부경찰서, 마포경찰서 등을 거쳤다. 2005년 강남경찰서 경리계장을 맡은 뒤로는 경찰서 예산과 계약, 시설 관리, 청사 증·개축 업무가 그의 주된 현장이 됐다.
조 계장은 경리계를 "경찰서의 살림을 맡는 곳"이라고 했다. 수사나 순찰처럼 눈에 띄지는 않지만, 경찰 조직이 멈추지 않도록 뒤에서 받치는 업무라는 뜻이다.
그런 그가 오래 지켜온 원칙은 투명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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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리 업무는 국민 세금으로 마련된 예산을 다루는 일이다. 계약과 물품 구매, 공사 발주가 반복되는 자리인 만큼 작은 절차도 허투루 넘길 수 없었다.
조 계장의 손길이 가장 선명하게 남은 곳은 경찰서와 지역관서의 공간이다. 그에게 청사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경찰관이 하루 종일 머무는 일터이자 시민이 경찰을 처음 만나는 장소다.
을지지구대 리모델링이 대표 사례다. 중부서는 2024년 부지와 건물을 매입해 40년 된 노후 건축물을 지상 8층, 연면적 1043㎡ 규모 지역관서로 바꿨다. 남녀 휴게실과 탈의실, 캡슐침대, 힐링하우스, 스트레스 해소실 등이 들어섰다. 주취자와 난동자를 상대하고 돌아온 지역경찰관들이 잠시라도 독립된 공간에서 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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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스스로를 '경찰 직원들의 어머니'라고 표현한다. 집안 살림을 챙기듯 직원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돌보는 자리라는 뜻이다. 집에서는 '경찰 아버지'이기도 하다. 큰아들도 현재 송파경찰서에서 경찰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퇴직을 앞둔 지금, 가장 오래 남는 것은 건물도 사업도 아니다. 그는 동료들을 먼저 떠올렸다. 2년 전 급성 심근경색으로 생사를 오간 순간에도 곁을 지킨 것은 동료들이었다. 조 계장은 후배들에게도 "너무 앞만 보고 달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승진이나 업무만 바라보기보다 가족과 동료, 주변 사람도 함께 돌아보길 바랐다.
조 계장은 자신의 경찰 생활을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맡은 자리에서 경찰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한 시간"이라고 정리했다. 이름을 남기는 것보다 후배들이 더 나은 공간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만들어두고 떠나는 일이 그에게는 더 의미 있는 흔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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