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AMP IS HERE : 2017 쌍용 티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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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이 링에 올랐다. 신선한 얼굴, 근육질 몸매, 튼튼한 심장. 역시 녹록치 않다. 새로운 도전자와 새로워진 경쟁자까지, 티볼리에 대한 도전이 늘었다. 하지만 그동안 티볼리를 선택할 이유 역시 몇 가지 더 생겼다.
티볼리를 몰아본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출시한 지 2년도 안 된 차를 시승할 기회가 세 번이나 있었다는 건 이 차가 그만큼 핫하다는 이야기. 달리 말하면 더 이상 쓸 말이 없는 차라는 뜻이다. 시승에 나서는 마음이 무거웠다.
기우였다. 막상 2017년형 티볼리를 몰아보니 이번만은 유독 남달랐다. 이 녀석, 짧은 시간 동안 몰라보게 스마트해졌다. 그새 어디 유학이라도 다녀온 건가? 다시 한번 말한다. 티볼리를 몰아본 건 이번이 세 번째다. 하지만 티볼리와 힘을 합쳐 드라이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덤벼라, 스마트 SUV!
‘잠깐, 방금 전의 움직임, 내가 한 건가?’ 아니다. 그럴 뻔 했는데 티볼리가 빨랐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이탈하려 하자, 차선이탈경고 시스템(LDWS)이 위험을 알렸다. 그래도 진행방향을 수정하지 않으면 차선유지보조 시스템(LKA)이 스티어링 휠을 틀어 차를 차선 안으로 밀어넣었다. 호기심이 생겼다.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 동안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뗐다. 급격한 커브가 없는 이상 안정적으로 방향을 잡고 달렸다. 차선을 밟기 전에 미리 방향을 수정해주고 수정 폭이 과격하지 않아 움직임이 자연스럽다. 크루즈 컨트롤을 켰다. 앞차와의 거리조절 기능이 없는 보통의 크루즈 컨트롤이지만 한적한 도로에선 충분히 두 손 두 발을 쉬며 달릴 수 있었다.
예고편은 언제나 짧고 아쉬운 법. 자율주행 시대의 단꿈은 10초 만에 끝났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뗀 지 10초가 지나자 운전대를 잡으라는 경고가 뜬다. 경고를 무시하면 LDWS가 꺼지고 더 이상 방향수정을 하지 않는다. 당연히 차가 차선을 넘어가 버린다.
더욱 믿음직한 건 전방추돌경고 시스템(FCWS)과 긴급제동보조 시스템(AEBS)이다. AEBS는 시속 60km 미만의 속도에서 작동한다. 모든 장애물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나 차로 식별한 경우에만 작동한다. 따라서 트래픽 콘이나 도로에 떨어진 박스 등에 불필요한 급제동을 하진 않는다. 뒤차와의 괜한 사고를 유발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FCWS와 AEBS는 개입 시점이 다소 늦은 편. 지나치게 빨리 개입해 운전자를 성가시게 하지 않고 최후의 안전수단으로서 보류해두는 합리적인 세팅이다.
밤길 주행을 위한 스마트 하이빔(HBA) 기능도 들어간다. 야간주행시 상향등을 켜고 달리다가 맞은편에서 차를 감지하면 상대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헤드램프를 하향등으로 자동 전환하는 기능이다.
2017년형 티볼리에 신설된 스마트 드라이빙 패키지는 LDWS, LKA, FCWS, AEBS, HBA를 하나로 묶은 옵션이다. 다섯 가지 첨단운전보조(ADAS) 기술에 매겨진 가격은 단 60만원(기본가 2,346만원인 LX 트림부터 선택할 수 있다). 나와 가족의 안전에 대한 대가치곤 꽤 저렴하다.
최신 중대형 세단 이상에서나 만날 수 있는 기능이 티볼리에, 그것도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넣을 수 있는 비결은 선택과 집중이다. 티볼리의 스마트 드라이빙 패키지에는 레이더(Radar)나 라이다(Lidar) 등 화려한 센싱 장비가 없다. 오직 카메라만을 이용해 전방을 확인한다. 감각기관은 하나뿐이지만 두뇌가 워낙 명석해서 사용상의 아쉬움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우려와 달리 정확도나 작동감각 모두 만족스러웠다.
출시 2년도 채 안 된 티볼리가 서둘러 배움의 길을 택한 데엔 이유가 있다. 티볼리는 2015년 SUV 시장 전체의 54.7%에 이르는 압도적인 판매량(45,021대)을 기록했다. 2016년엔 티볼리 에어와의 협공으로 비슷한 수준의 시장점유율(2016년 1월~11월 기준 55.1%)을 지켜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의 성공은 장담키 어려워졌다. 지난 봄 등장한 새로운 도전자가 자그마치 ‘스마트 SUV’인데다 올해엔 현대차도 소형 SUV를 내놓을 예정이다.
작지만 큰 변화
열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스킨십이 확신을 줄 때가 있다. 스티어링 휠은 운전자와 차의 피부가 닿는 거의 유일한 부분. 두툼하고 파지감 좋은 인조가죽 스티어링 휠을 손에 쥐면 든든한 친구와 어깨동무를 한 기분이다. 적당히 멋을 부린 실용성 만점의 실내에, 옵션이 가득한 시승차다보니 풀 오토 에어컨부터 열선/통풍 시트까지 편의장비도 남부럽지 않다.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가뿐하게 발진하고 알뜰하게 속도를 쌓는다. 묵직하고 탄탄한 고속주행감도 발군이다. 각진 차체를 할퀴는 바람소리만 아니라면 속도감도 잊고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티볼리의 진가는 오프로드에서 더 빛난다. 돌무더기와 자갈밭을 네 바퀴로 제압하고 가파른 언덕을 망설임 없이 치고 올라갔다. 흙먼지 일으키며 종횡무진 하다보면 “이게 바로 SUV지” 소리가 절로 나온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 챔피언이 되더니 배려가 늘었다. 기존엔 틸팅만 되던 스티어링 휠이 이제 텔레스코픽까지 지원한다. 뒷좌석에 리클라이닝 기능이 추가돼 등받이가 최대 32.5까지 뉘어진다. 2열 시트 센터 암레스트와 적재함 2단 러기지 보드, 러기지 사이드커버가 전 모델에 기본으로 들어간다.
LX 트림을 선택하면 운전석과 조수석에 열선시트가 들어가며, 여기에 60만원짜리 LX 플러스 패키지Ⅱ를 더하면 운전석과 조수석 통풍시트, 2열 좌석 열선시트까지 포함된다. 조수석에서도 통풍시트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과 뒷좌석 열선이 시트 바닥뿐만 아니라 등받이까지 들어갔다는 점이 전과 달라졌다.
2017년형 티볼리는 명민하게 안전을 챙기고 보다 꼼꼼하게 실용성을 살렸다. 작은 차이지만 실제 구매자 입장에서는 이런 것들이 최종선택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왕좌의 게임
왕좌를 노리는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신차 니로와 부분변경 트랙스가 잘 벼린 칼날로 티볼리의 목젖을 겨눈다. 하지만 티볼리도 쉽게 물러날 수 없다. 쌍용차 전체 내수 판매량 중 티볼리(에어 포함)의 비중은 약 55%. 2016년 들어 그 비중이 10% 포인트 더 늘었다. 코란도 C는 2016년 1월~11월 기준 판매량이 전년 대비 42.9% 급감했고 체어맨 W 역시 25.2% 감소했다. 렉스턴 W(12.7%↓), 코란도 투리스모(2.8%↓), 코란도스포츠(0.5%↑)의 상황도 좋지만은 않다.
막내가 브랜드를 먹여 살리는 일은 요즘 자동차 업계에선 흔한 일이다. 수퍼카 람보르기니 가야르도나 울트라 럭셔리카 롤스로이스 고스트가 대표적인 예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나 마세라티 기블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럭셔리 브랜드를 제외하면 쌍용가(家)의 실질적인 가장(家長)이자 세그먼트의 제왕인 티볼리의 존재는 특별하다.
쌍용차에게 티볼리는 구국의 영웅이며, 내일의 희망이다. 2015년 10월 기록한 5,237대의 내수 판매량은 쌍용차 창사 이래 최고기록이었다. 같은 달 글로벌 판매량 7,000대 역시 역대 최고의 월간실적이었다. 모두 티볼리 덕이었다. 티볼리는 2016년 1월부터 11월 사이 5만1,322대가 판매됐다. 전년 같은 기간 티볼리 판매량(3만9,809대)에 비해 29% 급증한 수치다. 덕분에 쌍용차는 올 11월까지 국내에서 9만2,854대를 팔아 전년 동기(8만8313대) 대비 5.1% 성장했다. 티볼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모델 성적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내수판매량이 늘어난 것이다.
2015년 국내 소형 SUV 시장은 세 조각으로 갈라졌다. 결국 시장의 절반(54.7%)은 티볼리가 차지했다. 2016년 국내 소형 SUV 시장은 다섯 조각으로 갈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절반(1월~11월 기준 55.1%)은 티볼리의 것이다.
왕좌를 향한 도전은 거세지고 있지만 챔피언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빈틈없이 준비하고 꼼꼼하게 체크해서 링에 올랐다. 결코 질 수 없고,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는 각오로. 자신의 두 주먹에 가족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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