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Q3&X1&GLA] 독일 프리미엄 3사의 비범한 콤팩트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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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X1은 굴림방식까지 바꾸어 완전히 다른 차가 되어 돌아왔다. GLA와 Q3가 떨리는 마음으로 마중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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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SUV들은 대개 편리한 도시생활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진다. 즉, 포장도로가 주무대다. 콤팩트 SUV들은 이런 경향이 더하다. 오프로드 성능을 자랑하는 차들조차도 이런 이미지를 앞세워 도시 탈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고자 한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들이라고 별다르지는 않다.

그래서 시승팀은 독일 3사의 막내 SUV들을 몰고 일부러 도시를 벗어났다. 태생적으로 잘 어울리는 빌딩가 대신 오지 분위기 물씬한 흙바닥에 그들을 밀어넣었다. 사진기자를 덮칠 듯 내달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반원을 그려 먼지구름을 일으키기도 하고, 도저히 통과할 수 없을 것 같은 울퉁불퉁한 경사로에 바퀴를 걸치기도 했다. 처음엔 몹시 조심스러웠다. 막내들의 능력이 미덥지 못해서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용기를 내서 한개 혹은 두개의 바퀴가 들리는 상황을 연출하기에 이르렀다.

드리프트를 하는 와중에도 운전자의 머릿속은 수리비 걱정으로 가득 찼다

아그작. 입에 넣고 오물거리던 과자가 부서지는 소린 아니다. 다행히 이빨이 나가는 소리도 아니다. 하지만 좋아할 일도 아니었다. 돌무더기를 타고 넘던 X1의 배가 걸려 로커 몰딩이 비틀리는 소리였다. 아뿔사. 진입각이 부족해 앞범퍼가 닿진 않는지, 그럴싸한 사진을 건질 수 있을 만큼 뒷바퀴가 떠서 헛바퀴를 돌리는지 신경을 쓰다 보니 장애물에 배가 닿는 것을 고려하지 못했다.

“x드라이브는 통과할 수 있어!”라며 의기양양해 하던 운전자의 얼굴은 금세 일그러져 뻘겋게 달아올랐다. 4륜구동이 문제가 아니라 체형이 받쳐주질 않았다. 오프로드는 무리! 당하고 나서야 당연한 결론을 내렸다.

GLA의 역동적인 모습은 사심을 불러 일으킨다

이렇게 뭉뚱그려 말해버리면 다이내믹 셀렉트와 함께 오프로드 주행 모드를 갖춘 2016년형 GLA가 섭섭하겠다. 그에 비해 Q3는 혼자만 내리막 속도 유지장치가 없다. 하지만 대부분 구매자는 이런 장비에 개의치 않을 것이다. 사실 차들을 오프로드로 끌어낸 것은 새 X1의 홍보용 사진에서 자극을 받아 이뤄졌다. 바닷가 모래사장에 빠져 헛바퀴가 돌고 있는지 아니면 ‘선영아 사랑해’ 따위의 글씨를 쓰고 있는지 알 수 없는 하얀색 X1 사진 말이다. 솔직히 구형 X1이었다면 돌무더기를 타고 넘을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뒷바퀴굴림 소형 SUV의 재미를 찾겠다며 서킷으로 갔다면 모를까.

이전의 X1은 SUV라기보다 해치백과 왜건의 크로스오버에 가까운 차였다. 그에 비해 나중에 나온 GLA는 A-클래스의 크로스오버 버전 같지만, 그렇다고 볼보 V40CC처럼 해치백의 최저지상고만 높인 차도 아니다. 그래도 SUV스러운 차들 사이에 세우면 “쟤는 해치백인데 왜 여기에?”라는 말을 듣기는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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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서스펜션을 낮춘 AMG 버전에서 특히 심한데, 여기 나온 200 d는 상대적으로 울퉁불퉁한 길도 잘 달려낼 것 같다. 뚱뚱하고 나지막한, 혹은 MPV 스타일로 배가 나온 SUV들보다 날렵하기 때문이다. A-클래스보다 훨씬 공격적이면서 단단해 보이는 얼굴, 날렵함이 살아 있는 측면부는 콘셉트카로 자주 등장하는 오프로드용 스포츠카나 랠리카를 연상시킨다. 개인적으로는 시승차의 보라빛 보디 색상에 홀딱 빠져 마음이 기울기도 했다.

X1이 나오기 전까지는 Q3가 동급에서 가장 SUV스러운 차였다. 잘록한 엉덩이와 뒷유리 각도로 멋을 부리느라 전형적인 SUV의 형태를 벗어났지만 말이다. 지금의 Q3는 아우디 SUV의 최신 패밀리룩을 받아들여 초기모델의 어설픈 조형을 걷어냈다. 외관 디자인뿐만 아니라 조명을 이용해 치장하는 솜씨도 뛰어나다. 콘셉트카를 연상시키는 파란색 보디 색상은 시승차를 통통하고 귀여운 장난감처럼 보이게도 한다. 3대의 차를 어떻게 배치해도 Q3가 가장 돋보인다.

2대는 독일산이지만 1대는 스페인산이다. 힌트: 하이난 블루 색상의 차다

이런 측면에서 X1 시승차를 그레이 색상으로 주문한 것은 실수였다. BMW 홍보팀에서 흰색 차도 있다고 알려줬지만 사진기자가 진한 색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리고 좀 다른 색상의 차를 보여주자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그레이를 택했다. 결과는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다.

이쯤에서 사진과 실물이 꽤 다르다는 얘기도 해야겠다. 뼈를 나눈 액티브 투어러, 그리고 1세대 X1과는 차별화될 줄 알았는데, 언뜻언뜻 비슷한 부분이 보인다. 그러면서도 X5, X3를 줄여놓은 듯한 BMW ‘SAV’의 공통점을 갖추고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보다 작고 약해 보이는 모습에 조금 실망했다. 하지만 트림에 따라, 색상에 따라, (그리고 틴팅을 하면) 다를 것이라 믿는다.

3대 모두 전동 테일 게이트를 제공한다. 주고객이 누구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크기는 고만고만하다. GLA는 키가 작고 Q3는 짧지만. 한정된 조건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실내공간을 뽑아낸 차는 X1이다. 앞뒤 좌석 주변이나 트렁크 공간이 가장 여유롭고 쓸모 있어 보인다. 공간 활용도를 위해 뒷바퀴굴림을 버리기라도 한 것 같다. 형제차인 액티브투어러의 존재가치가 걱정될 정도다. B-클래스라는 MPV 형제차를 가진 GLA의 경우 시트만 높을 뿐, 공간은 넓지 않다. 특히 탑승부의 상체공간이 좁고 짐공간도 해치백보다 딱히 넓거나 확장성이 좋진 않다.

Q3는 지붕이 높아 상체공간이 여유로운 듯하지만 뒷좌석이 좁다. 도어 개구부의 아래쪽이 좁아서 타고 내릴 때 불편한 감을 키운다. 트렁크는 시각적으로 시원스러우나 사용공간은 X1에 뒤진다. 확장성도 떨어진다. 시승차는 바닥판 아래에 스피커를 달았는데, X1은 이 자리를 깊이 20cm 정도의 수납공간으로 제공한다.

액티브투어러, 떨고 있나?

적재공간의 턱도 X1이 제일 낮다. X1에서 흠을 잡자면 뒷좌석을 접을 때 끈을 당겨야 한다는 것 정도다. 옵션으로 마련된 뒷좌석 거리조절이나 등받이 각도조절 기능은 시승차에 적용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넉넉한 공간을 우선시한다면 셋 중 X1이 답이다.

실내의 치밀함이나 고급스러움에 대해선 평가가 달라진다. 구형 X1은 막내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내장재와 디자인이 취약점 중 하나였고, 중간에 개선되었으나 분위기가 역전되진 않았다. 신형은 플랫폼 공유로 절감된 비용을 인테리어에 적극 투입한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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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 주변을 보면 BMW의 일족으로 봐주기에 껄끄러운 부분이 없다. 아울러 검은색 사다리꼴로 처리된 중앙 송풍구-센터페시아 구성 등 신선한 요소들이 돋보인다. 풀컬러 헤드업디스플레이, ‘제대로 된’ i드라이브와 신형 내비게이션, LED 헤드라이트, 전자식 주차브레이크 등 눈길을 끄는 장비도 여럿 갖췄다. 조작성과 직관성도 좋다. 하지만 시승차인 기본형 20d는 크루즈컨트롤, 오토홀드 등 일부 빠진 장비와 ‘플라스틱에 은색 페인트를 뿌려놓은 것 같은’ 대시보드 장식, 그리고 가죽의 질감이 점수를 깎아먹었다.

시승차를 가격대에 맞춰 뽑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정한 대결은 아니다. GLA의 경우 그동안 지적 받아왔던 마감재 수준이나 오래된 것 같은 분위기를 없애려고 대시보드를 넓게 차지한 나무장식(이게 어울리나?)과 가죽 트림 등 차급에 과분한 장식을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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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페시아 등 주요 조작부는 솔직히 이제 좀 지겹다. GLA는 2014년에 출시되었지만 그전에 나온 벤츠 소형차들과 공유하는 부분이 많아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다른 두 차에는 있는 키리스 엔트리 기능이 GLA에만 없는 것도 아쉽다.

나머지 장비는 나쁘지 않다. 주행 시 든든한 충돌방지 어시스트 플러스, 번호판 위에 숨었다가 필요할 때만 나오는 고화질 후방카메라, 자동주차 보조장치, 변속패들(X1엔 없다) 등. A자로 생긴 헤드레스트 일체형 시트에 좋은 점수를 주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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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1은 시트가 좁아 불편하다는 지적을 받았고, GLA나 Q3는 그 반대였다. 아우디의 명성에 어울리는 섬세한 마무리를 보여주는 Q3는 이 부분에서 승자라 할 수 있다. 작지만 고급스러운 실내를 원한다면 Q3가 유력한 후보다. 대시보드의 디자인 등으로 실내가 좁아 보이기는 하지만 큰 차이가 없다.

Q3는 셋 중 유일하게 오토홀드 기능도 제공한다. 정차 시 브레이크 페달을 깊게 밟아 작동시키는 GLA의 홀드 기능도 편리하다. X1은 오토홀드가 없지만 정차 때 스타트 스톱 시스템에 의해 시동이 꺼졌더라도 주차브레이크를 작동시키고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면 시동 정지상태가 유지되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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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1은 엔진 소음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 구형은 뭘 믿고 저러나 싶을 정도로 시끄러웠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정말 좋아졌을 뿐 아니라 두 차에도 뒤지지 않는다.

시작 전엔 Q3의 우세를 점쳤고 한동안은 그런 줄만 알았다. 세련된 DSG와 함께 빠릿빠릿하게 맞물려 움직이는 아우디 디젤 엔진의 파워 분출은 가장 정제된 느낌을 줬다. 여유가 있으면서도 최소의 힘으로 최대의 움직임을 얻어내는 듯한 몸짓이다. 그런데, 소음이 거칠게 느껴지는 영역 또한 넓다. 이것을 시끄럽다고 받아들일 것이냐, 역동적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가장 흥이 날 것 같은 차는 GLA이다

차의 히터를 끄고, 집중해서 들어본 끝에 조심스레 X1의 팔을 들어주게 됐다. GLA는 한참 뒤로 물러난다. 다른 차들과 비교하면 괴팍할 정도로 시끄럽고 덜덜거리기 때문. 굳이 말하자면 3대 모두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해서 대중적인 차보다 진동이 적은 것은 아니다. 소형차의 한계라고 봐야 할까?

GLA의 약점은 가속력에서도 만회되지 않는다. 7단 DCT가 바쁘게 움직이는 덕분에 일상적인 주행에선 티가 덜 나지만 반응이 더디고 초기가속이 시원치 않다. 조향도 무덤덤한 편이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활기를 되찾지만 여세를 몰아 적극적으로 달리려 하면 내켜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거친 길을 우당탕탕 내달릴 때 가장 흥이 날 것 같은 차는 GLA이다. 속도가 붙으면 안정감과 노면충격 흡수, 부드러운 주행감 등이 한층 부각됐다. 다음 한방이 기대되는 차다.

X1은 50:50에 가까운 무게 배분을 가졌다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X1은 Q3에 비해 정교한 느낌이 떨어지는 대신 부드럽게 포용하는 주행감각을 지녔다. 그러다가 힘을 쓸 때는 제대로 실력을 발휘한다. 제원상의 수치가 고루 우세하고, 실제 주행에서도 가장 흥미진진했다. 이것은 차의 다른 부분들이 파워트레인을 잘 받쳐주기 때문이다.

좌석은 타고 내리기 편하고, 전방시야가 트였으며 달릴 때는 나지막하게 가라앉아 안정된 느낌을 준다. 주행성능과 승차감의 타협점 역시 가장 뛰어났다. 멍청해 보이는 18인치 휠 타이어가 실제무대에서는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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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차는 주행 모드에 따라 크고 작은 차이를 보였으나 종합적으로 가장 적극적이고 활기찬 핸들링을 제공한 차는 X1이었다. BMW는 X1에 대해 무게중심이 낮을 뿐만 아니라 앞뒤 50:50에 가까운 무게 배분을 가졌다고 자랑한다.

주행 중 ‘이제 뒷바퀴굴림이 아니야’ 하고 되뇔 일은 없었다. 흙바닥에서 타이트한 유턴을 할 때는 뒤쪽이 넓게 밀려났다. 그렇지. 이 차는 앞바퀴굴림이 아닌 네바퀴굴림, x드라이브다. 상황에 따라 엔진 힘을 모두 뒷바퀴로 보내기도 한다. BMW는 이러한 가로배치 엔진, 앞바퀴굴림 기반의 네바퀴굴림차를 2010년부터 만들며 발전시켜왔다. 미니 컨트리맨 ‘ALL4’ 말이다.

Q3의 뒤깜빡이는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움직이듯 점등된다. 아우디는 조명을 쓸 줄 안다

상급모델들과는 다른 구성의 네바퀴굴림 콰트로를 장비한 Q3는 무게중심이 높아 불리해 보이지만 실제 달리기에서는 단단한 주행감과 묵직한 코너링, 무난한 핸들링으로 좋은 점수를 받았다. 대신 잔 요철을 통과할 때 자주 튀는 느낌을 받았다. 노면소음이나 바퀴의 저항감도 도드라졌다. 셋 중 가장 큰 휠에 가장 넓은 타이어를 끼운 것이 외관상으로 잘 어울리지만 종합성능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차체가 제일 크고(길이는 짧다) 무거우니 연비가 낮은 것도 당연하다. 시승연비는 Q3 10.1km/L, GLA 10.5km/L였다. 두 차의 성능을 생각하면 연비 차이는 작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X1이 가장 잘 달리면서 연비까지 11.6km/L로 제일 좋은 것은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사기 캐릭터?

내려가는 길이 없다고? 그럼 1km를 후진해야 되는거야?

그럼 종합적으로 어떤 차가 가장 나을까? 함께 차를 몰았던 두 기자에게 채점표를 주고 수십 개의 항목을 평가해달라고 했다. 합산은 기자가 했다. 결과가 어땠을 것 같나? 신차인 X1의 압승? 한 사람은 GLA를 1등, Q3를 2등으로, 또 한 사람은 Q3를 1등, X1을 2등으로 평가했다.

그런데, ‘셋 중 한대를 산다면?’이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한 사람은 X1, 한 사람은 Q3를 골랐다. 그럼 기자의 선택은? 시승기를 읽고 눈치챈 이들도 적지 않을테니 그냥 GLA라고 해두자.

민병권 기자
사진
이영석
제공
탑기어
연간 3,700여 종의 학습교재와 교과서를 발간하는 교육출판 전문기업 천재교육의 계열사 ㈜프린피아에서 '탑기어' 한국판을 2015년 10월호부터 발행하고 있습니다. 1993년 10월 창간한 '탑기어'는 영국을 비롯한 미국, 중국 등 전세계 50개국 1,500만 독자들에게 15개 언어로 매달 발행되어 신차 구매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매체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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