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M X-BOW, 넌 도대체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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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회전수가 오를수록 자극적인 사운드를 토해낸다. 코너 깊숙한 곳까지 몰고 가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핸들을 돌린다. 최근 인제 스피디움에서 KSBK 대회가 열렸지만,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매 경기 서킷을 돌며 세이프티카 임무를 보던 바로 그 차. KTM 크로스보우(X-Bow) 말이다.
세계적인 모터사이클업체 KTM이 지난 2008년 크로스보우를 공개했다. 쾨닉세그 CCR, 부가티 베이론 개발 당시 참여했던 이탈리아의 로리스 비코치가 섀시와 공기역학 등에 자문을 하면서 기대감은 더욱 컸었다. 지금 타려는 크로스보우는 국내에 단 한 대뿐인 모델(더 있으려나?). 딱 ‘3 랩.’ 크로스보우가 내게 허락한 시간이다. 서킷에서 3 랩은 엄청난 선물이다. 물론, 전체 서킷을 연 게 아니라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4점식 안전벨트를 채우고, 헬멧을 쓴다. 그런데 ‘시동은 어떻게 걸지?’ 스타트버튼, 키가 꽂혀 있어야 할 자리, 그 무엇도 보이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과 기어레버, 비상등, 사이드 브레이크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에어컨? 지붕이 없는데 에어컨이 무슨 소용이랴. 동승석 자리 왼쪽에 키가 꽂혀있다. 운전석에서는 보일 리가 없는 자리다. 시동을 걸고, 떨리는 마음으로 서서히 서킷에 진입했다.
크로스보우의 엔진은 아우디 2.0 TFSI 엔진을 베이스로 한다. 지금 타고 있는 크로스보우는 2009년 국내에 들어온 모델로 240마력의 최고출력이지만, 2011년형부터는 300마력으로 끌어올린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240마력으로 엄청난 성능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이 차의 몸무게는 겨우 790킬로그램. 이론적으로 1마력당 3.3킬로그램만 책임지면 된다. 물론, 연료량에 따라 무게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가속페달을 밟으면, ‘쉭~’하는 터빈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기어레버는 스트로크가 짧아 간결하게 쏙쏙 손길을 빨아들인다. 0→시속 100km 가속은 단 3.9초. 첫 번째 코너를 감속 없이 3단 기어로 끝까지 민다. 손가락 하나만 걸어도 휙휙 돌아가는 파워 스티어링 휠이 아니다. 그럼에도 유격이 없기 때문인지 드라이버의 의도대로 정확하게 반응한다.
[문이 따로 없다. 구렁이 담 넘듯 타고 내린다]
헤어핀 코너에서 다운시프트를 하니 ‘끽!’ 하는 짧은 타이어 비명이 들린다. 브렘보제 브레이크가 책임을 지고 있으니 성능에 대해서는 의심할 필요가 없겠다. 앞으로 나오는 코너는 더욱 깊숙히 파고들어 브레이크를 밟으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마지막 직선코스가 눈에 들어온다. 제원상 최고속도는 시속 220km. 하지만, 계기반을 볼 여력이 없다. 6단 기어를 넣고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첫 번째 코너가 들이닥친다. 더욱 과격하게 몰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온 건 크로스보우다.
분당회전수가 오를수록 더욱 자극적인 사운드를 토해낸다. 코너 깊숙한 곳, 한계점이라고 생각하는 지점까지 몰고 가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핸들을 돌린다. 순간 머릿속에 비슷한 느낌을 전해줬던 차가 생각난다. 맥라렌을 몰았을 때 들었던 느낌과 비슷하다. 도무지 말도 안 되는 속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코너를 그리는 성능. 물론, 가속감은 확연히 차이가 나지만 코너링 느낌은 그때 그 느낌이다.
시승 내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사운드와 코너링 성능. 피트 도착 후 차에서 내려 시계를 봤을 때, 고작 5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하지만, 그 여운은 오랜 시간 지속됐다.
LOVE : 가벼운 무게 덕에 말도 안 되는 코너링 성능
HATE : 우리나라 도로에서는 절대 못 본다
VERDICT : 로터스가 별로라면 크로스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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