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ALJET FORMULA125, 복잡한 도심을 놀이터로 바꾼다

125cc 클래스 스쿠터들의 경쟁은 아이돌의 세계와 닮았다. 하루가 멀게 데뷔하는 신생그룹과 매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기존 그룹들.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덤벼드는 사람들도 많은 이치다. 2016년 잘생긴 신인이 치열한 125cc 스쿠터 전장에 뛰어들었다.

포뮬라 125의 디자인은 라이더라면 한눈에도 무엇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눈치 챌 수 있을만큼 노골적으로 슈퍼바이크 디자인을 채용하고 있다. 입체적인 조형의 프론트와 날렵하게 치켜올라간 리어페어링, 여기에 분리가 가능한 탠덤스텝 형상까지 슈퍼바이크와 꼭 닮아있다.

뾰족한 핸들 바 커버와 어퍼 페어링은 측면에서 보았을 때 절묘한 대칭을 이루며 날카로운 형태를 만든다. 아래에서 위로 치켜뜬 헤드라이트는 매서운 인상이며, 그 안은 LED 라인과 입체적인 구조의 풀LED 램프로 최신 모델이미지를 확실하게 어필한다. 그 밖의 등화류도 모두 LED가 적용되어 있다. 어퍼 페어링 기울기와 평행을 이루는 리어 페어링 각도는 전체적인 디자인 통일감을 준다. 시트에 앉았을 때 하체 쪽으로 말려있는 사이드 페어링에서부터 끝이 좁아지는 테일 램프까지의 라인은 날렵한 스프린터 스쿠터의 체형이다. 유광 화이트 컬러에 유로피안 감성이 물씬 풍기는 삼색으로 포인트를 남겼다. 나머지 색상들도 이태리 브랜드 특유의 컬러배합을 적극 차용했다. 기본적으로 탠덤그립과 탠덤등받이가 적용되었으며 탠덤석의 높이는 운전석에 비해 높은 편이다. 각진 오각형을 연상시키는 계기반은 왼쪽에 아날로그 속도 게이지와 오른쪽에 디지털로 된 시간과 날짜, 연료량, 주행거리를 표시한다. 이그니션 스위치에는 도난방지를 위한 셔터락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셀 스타터 방식임에도 킬스위치가 따로 적용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입체적인 구조의 풀LED 램프

스프린터 스쿠터의 정체성이 정확히 드러나는 디자인

포뮬라125는 제원상 9.5마력에 최대토크는 0.95kg/m이다. 최신 125cc 수랭 엔진이 달린 스쿠터와의 비교하자면 다소 밀리는 평범한 스펙의 공랭엔진이다. 대신 무척 가벼운 무게로 정지 상태에서 스로틀을 열면 가볍게 튀어나간다. 힘 있는 가속감이라기보다는 가벼운 가속감이다. 평지 기준 시속 0~80km/h까지는 쉽게 속도를 붙일 수 있다. 이후 90km/h까지는 더디게 붙고 100km/h를 넘기려면 탄력 받을 시간이 꽤 필요하다. 서스펜션은 스포츠 주행을 고려했는지 상당히 하드한 설정이다. 가벼운 차체에 하드 한 서스펜션은 도로의 모든 정보를 라이더에게 전달한다. 앞뒤 모두 디스크브레이크가 적용되었는데 프론트 브레이크의 성능은 약하게 느껴지는 대신 리어브레이크가 강하게 세팅되어 리어를 가지고 노는 재미가 있다. 긴급 제동에서도 프론트보다는 리어의 비중이 높은 세팅이다.

125cc 스프린터 스쿠터들은 가벼운 무게와 작은 휠 그리고 짧은 축간거리라는 신체적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포뮬라125는 여기에 몇 가지 특징을 덧붙여 자신의 노선을 만들었다. 첫 번째 특징은 높은 시트고이다. 보통의 125cc 스쿠터 탑승 시 여유 있게 발을 착지했던 경험과 대조적으로 포뮬라125는 발바닥이 지면에 완전히 닿지 않을 정도로 시트고가 높았다. 보다 확실한 정보를 위해 실측해보았을 때 810mm 정도가 나왔다. 두 번째는 휠 사이즈를 키웠다. 포뮬라125는 프런트/리어 모두 13인치 휠을 적용했다. 보통 10~12인치 휠이 적용된 스쿠터들과 14인치 이상이 장착되는 프리미어 스쿠터의 중간인 셈이다. 이 두 가지 특징은 코너링에서 답이 나온다. 높은 시트고와 13인치 휠은 수월하게 최대 뱅킹각을 확보해 준다. 덧붙여 짧은 휠베이스와 가벼운 차체는 대놓고 코너링을 즐겨달라는 신호였다. 조금만 기울여도 쉽게 누워지고 돌아가는 재미에 헬멧 안에서 미소가 자주 나왔다.

포뮬라125는 생활형 이동수단 역할을 하기엔 다소 부족한 스쿠터다. 짐을 올릴 수 있는 센터플로어가 없으며 짧은 휠베이스 때문에 트렁크 용량도 크지 않다. 시트고가 높은 편이라 발 착지도 여유롭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저런 부분들이 오히려 매력으로 바뀌는 지점이다. 날렵한 외형이 말해주듯 자신의 색깔이 분명한 포뮬라125를 통해 복잡하고 무더운 도로가 시원하고 재미있는 도로로 바뀌길 바란다.

전/후 웨이브 디스크 브레이크 적용

마찰력이 좋은 시트재질은 주행 중 미끄러짐을 방지한다

이탈젯의 포뮬라125와 같은 생김새의 오버(OVER)의 토르125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모델은 같은 기종이다. 오버는 이탈젯의 유럽 총판업체 포뮬러 125를 3년간 3만대 판매를 계약해 자사브랜드의 토르125 라는 명칭으로 판매한 것이다. 포뮬러 125의 인젝션 모델은 6월부터 판매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