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Different Drives] 인피니티 Q50S 하이브리드 vs 메르세데스-벤츠 C 450 AMG 4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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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독일, 하이브리드와 트윈터보, 뒷바퀴굴림과 네바퀴굴림의 대결. 강력한 성능을 위해 서로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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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명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중산층의 수퍼카’로 인기몰이 중인 차가 있다. 국내 유일의 퍼포먼스 하이브리드 세단 인피니티 Q50S 하이브리드가 그 주인공이다. 그동안 Q50S 하이브리드의 포지션은 늘 어정쩡했다. 동급에서 비교할 만한 경쟁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비슷한 콘셉트를 갖고 있던 BMW 액티브하이브리드 3는 판매부진에 허덕이다 수입이 중단된 지 오래다. Q50과 비슷한 덩치의 렉서스 GS 450h는 지난해 14대가 팔렸다. Q50S 하이브리드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 수치이다. GS 450h보다 더 안팔리는 아우디 S4는 존재감이 없고, BMW 335i는 수입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이브리드 스포츠카라는 이유로 BMW i8과 비교하기도 웃기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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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들이 줄줄이 나가떨어지다 보니 인피니티 코리아로서는 이 차의 우수성을 알리기 쉽지 않았다. 다행히 지속적인 마케팅 덕분에 ‘퍼포먼스 하이브리드 세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제대로 된 임자가 나타났다. 바로 메르세데스-벤츠가 내놓은 C 450 AMG 4매틱(이하 C 450 AMG)이다. 두 차는 크기부터 출력, 무게까지 엇비슷하다. 더 이상 망설일게 뭐 있나. 구경 중 가장 재밌는 것이 싸움구경이라고 했나?

C 450 AMG는 메르세데스-벤츠에서 가장 강력한 스포츠 세단이다. V6 3.0L 배기량에 367마력이란 파워를 내기 위해 트윈터보를 얹었다. 이보다 더 강력한 출력을 원한다면? 메르세데스-AMG로 넘어가야 한다. 500마력 V8 심장을 갖춘 AMG C 63이 기다리고 있다. 어쨌든 독일인들은 환경과 타협하며 고성능을 지키는 방법으로 과급장치(터보)를 선택했다. 또한 C 450 AMG의 53kg·m에 달하는 토크를 안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네바퀴굴림 4매틱을 아울렀다. 물론 뒷바퀴에 더 많은 힘(앞 33, 뒤 67)을 전해 운전의 즐거움이 줄어들지 않게 하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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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기기의 강국 일본이 원산지인 인피니티 Q50S 하이브리드는 보다 과감한 선택을 했다. 터보 대신 68마력을 내는 전기모터를 더한 것. 연비가 아닌 성능을 위해 전기모터를 선택한 차는 흔치 않다. 굳이 꼽자면 F1 머신과 라페라리 등의 하이퍼카가 있다. Q50S 하이브리드는 뒷바퀴만으로 364마력의 고출력을 지면으로 전달한다. 날카로운 코너링을 위해 다이렉트 어댑티브 스티어링(Direct Adaptive Steering, D.A.S)도 달았다. 조향을 전기모터가 담당하는 세계 최초의 스티어-바이-와이어 시스템이다.

이번 대결에 나선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와 인피니티 Q50은 현재 국내 D세그먼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이다. 따라서 디자인도 익숙할 것이다. 두 모델의 휠베이스가 비슷한 만큼 공간도 엇비슷하다. 뒷자리 면적은 거의 같다. 트렁크 크기는 Q50S 하이브리드가 불리하나 ‘테트리스’를 잘 하면 골프백 4개를 집어넣을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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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브랜드의 차이점은 고성능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방식에 있다. AMG는 곳곳에서 일반 C-클래스와는 다른 혈통임을 강조한다. 펜더 라인에 딱 맞아떨어지는 19인치 휠과 구멍 숭숭 뚫린 360mm 브레이크 디스크가 마음을 설레게 한다. 다이아몬드 그릴과 무광 은색의 에이프런, 차체 측면의 AMG 로고도 차별화된 요소다. 웰컴 라이팅은 파란색에서 흰색으로 변하는 세레모니를 펼친다.

실내도 다르다. 알칸타라 재질의 버켓시트와 빨간색 안전벨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인조가죽으로 감싼 대시보드는 빨간 실로 촘촘하게 박았다. 센터페시아는 실버 카본으로 장식하고, 부메스터 프리미엄 오디오는 알루미늄을 깎은 스피커 그릴을 달았다. 확실한 차별화를 통해 오너에게 고성능 모델을 구입한 기쁨과 자부심을 준다. 한마디로 지갑을 열게 하는 방법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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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반해 Q50S 하이브리드는 겸손하기 짝이 없다. 파란색 S자 엠블럼을 제외하면 고성능 모델임을 알 길이 없다. 19인치 휠에 355mm 4피스톤 경량 알루미늄 캘리퍼를 달았는데도 디젤 모델과 같은 19인치 휠에 빛이 바랜다. Q50에 정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범퍼에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차이가 너무 작다.

실내도 마찬가지. C 450 AMG보다 뛰어난 착좌감의 버켓시트가 달렸다. 옆구리 지지대의 각도도 조절된다. 하지만 얼핏 봐서는 디젤 모델과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같은 소재를 썼기 때문이다. 보스 프리미엄 오디오에는 짙은 회색의 소박한 로고가 달렸을 뿐이다. Q50S 하이브리드는 소재에 있어서 C 450 AMG에 뒤지지 않는다. 마무리는 C 450을 앞선다. 하지만 고성능 모델임에도 거의 차별화되지 않는 디자인이 아쉽다. 일본차의 특징이기도 한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독일차를 배워야 한다. 공을 들였으면 공들인 티를 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도 지갑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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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C 450 AMG에 올랐다. 화려한 인테리어는 보기 좋지만,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린다. 조그다이얼 방식의 커맨드시스템을 통해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기란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서서히 달리며 연비를 살폈다. 흐름에 맞춰 정속주행할 땐 L당 10km에 가까운 연비를 낼 수 있다. 에코 모드라 하더라도 힘이 넉넉해 답답하지 않다.

주행 모드는 에코-컴포트-스포츠-스포츠 플러스 4가지를 기본으로, 개인 모드를 따로 설정할 수 있다. 가변식 댐퍼는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데, 컴포트 모드로 설정해도 꽤 단단한 편이다. 도로 이음매같이 짧고 충격이 강한 곳에서는 어느 정도 충격이 올라온다. 가장 단단한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노면이 좋지 않으면 차가 통통 튈 정도다. 일반도로에서 페이스를 올리고 싶을 땐 스포츠 모드가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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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0S 하이브리드는 C 450 AMG보다 친절하다. 듀얼 모니터로 구성된 센터페시아는 터치 입력을 지원해 스마트폰처럼 편하게 쓸 수 있다. 68마력의 출력을 내는 전기모터로는 100km/h까지 달릴 수 있다. 정속주행을 하는 동안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즉시 시동이 꺼진다. 모터의 출력이 충분한 만큼 주행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이렇게 달리면 연비는 L당 14km 이상 나온다.

Q50S 하이브리드 역시 모두 5가지 주행모드를 지원한다. 개인 설정 외에 에코-스노-노멀-스포츠 모드가 있다. C 450 AMG에는 없는 스노 모드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눈이 와도 안심할 수 있어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 더블 피스톤 댐퍼가 달린 스포츠 서스펜션은 일종의 기계식 액티브 서스펜션이다. 댐퍼의 수축압력에 따라 강한 충격은 재빨리 흡수하고, 필요할 땐 단단하게 버텨준다. C 450 AMG와 비교해 훨씬 나긋하다. 승차감은 더 좋고, 코너에서도 잘 버텨준다. 반면 매끈한 노면에서 본격적으로 달릴 땐 C 450 AMG의 스포츠 플러스 모드가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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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성능 테스트에 들어갔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이지만, 기온이 13℃까지 올라가 적당히 달릴 수 있었다. 가속력에 있어선 용호상박이었다. 0→100km/h 가속은 테스트 결과 C 450 AMG가 5.5초, Q50S 하이브리드가 5.7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C 450 AMG는 확실히 4매틱 AWD의 덕을 많이 봤다. 젖은 노면에서 Q50S가 땅을 파는 사이 C 450은 타이어 슬립 없이 고무줄처럼 튀어나간 것. 이는 계측 결과로도 확인된다. 0.2초의 차이는 60km/h 이하의 초기 주행에서 벌어졌다.

제동력도 동일했다. 두 차 모두 뛰어난 제동성능을 갖고 있다. 수차례의 반복된 급제동에도 끄떡없이 버티는 브레이크에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노면이 미끄러워 예상보다 제동거리가 길어지긴 했지만, 두 차를 비교하는 덴 문제가 없었다. 오차범위 내의 차이로, 두 차 모두 약 39m의 제동거리를 기록했다.

계측기록과는 별개로 두 차는 확연한 감성의 차이를 보였다. C 450 AMG는 AMG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시종일관 화끈했다. 특히 스포츠 플러스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배기음과 번개 같은 변속이 압권이었다. 가속하다 발을 떼면 ‘빠당, 빠당’ 사정 없이 팝콘을 튀긴다. 역시 AMG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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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단 자동 7G트로닉 플러스 변속기는 C 450 AMG를 위해 변속시간을 줄인 특별버전이다. 이 정도 성능이면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부럽지 않다. 다운시프트 시 정확한 회전수 보상을 해줄 뿐 아니라 소리도 카랑카랑하다.

Q50S 하이브리드는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마치 성능으로 보여주겠다는 듯. 낮은 속도에선 잠만 자던 엔진은 4,000rpm을 넘어가면 기지개를 켠다. 최고출력이 6,800rpm에서 나오고, 레드존은 7,100rpm에 이르는 고회전형 엔진이다. 회전수를 올리면 특유의 앙칼진 소리를 내지만 C 450 AMG에 비하면 겸손하다. 7단 자동 변속기는 마그네슘 패들시프터로 변속할 수 있다. 전기모터가 토크컨버터의 역할까지 대신한다. 똑똑하고 빠른 변속기이지만 이따금씩 반 템포 쉬어갈 때가 있다. 두 차 모두에서 매우 마음에 들었던 점은 수동 모드에서 레드존에 다르더라도 강제로 변속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포츠 세단의 성격을 잘 이해한 세팅으로, 차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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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링에서도 두 차의 성격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앞바퀴에 33%의 동력을 배분하는 C 450 AMG는 코너에 밀어붙일수록 언더스티어 성향을 보인다. 그래도 뒤를 돌려보고자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드르륵’ 하며 밖으로 밀려난다. 그 움직임이 매우 안정적이고 믿음직하다. 스티어링 휠은 무게가 가벼우면서도 노면 피드백이 정확해 한계를 예측하기 쉽다. 안정적인 섀시에 훌륭한 조향장치가 달려 운전실력이 높아진 듯 자신감 있게 달릴 수 있다.

Q50S 하이브리드는 일본도(刀) 같다. 반응이 매우 빠르고 예리해 운전자의 실력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빠르게 달리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회두성에 있어서는 동급차종 중 최고다. 방향 전환이 정말 빠르다. 특히 D.A.S를 스포츠 모드에 두면 스티어링 휠을 살짝만 돌려도 머리가 바로 코너를 파고든다. VDC를 끄면 가속페달을 밟는 정도에 따라 언제든 엉덩이를 신나게 날릴 수 있다.

반면 가속페달을 거칠게 다루면 VDC 경고등이 사정없이 깜박인다. 이런 날카로움이 부담스러우면 D.A.S를 통해 조절할 수 있다. D.A.S는 스티어링 휠의 무게뿐만 아니라 차체의 반응속도까지 조절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조향 시스템이다. 반응 속도를 ‘표준’ 혹은 ‘느리게’로 설정하면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다. 운전자의 성향에 맞춰 세세하게 설정할 수 있는 획기적인 시스템이다. 아쉬운 점은 타이어의 그립을 눈치채기 힘들다는 점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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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털어놓겠다. 고성능 스포츠 세단이란 기준에서 보면 C 450 AMG가 앞선다. 감성을 자극하는 화끈한 배기음과 번개 같은 변속이 매력이다. 핸들링은 안정적이고 예측이 쉽다. 갑자기 운전을 잘하게 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데 3분의 2 값에 동등한 성능을 내는 차가 있다면? 게다가 연비는 40% 가까이 좋다면? 심지어 편의장비도 더 좋고, 짜릿한 즐거움을 주기까지 한다면?

이런 이유로 미안하지만 인피니티 Q50S 하이브리드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Q50S 하이브리드는 C 450 AMG에 필적하는 주행성능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다. 뛰어난 연비와 더불어 정숙성과 편의장비에서 C 450 AMG를 앞선다. 게다가 수입차로는 처음으로 국토교통부 선정 ‘가장 안전한 차’에 뽑혔다. 이성적 잣대를 들이대면 Q50S 하이브리드가 당첨이다.

제이슨 홍
사진
이영석
제공
탑기어
연간 3,700여 종의 학습교재와 교과서를 발간하는 교육출판 전문기업 천재교육의 계열사 ㈜프린피아에서 '탑기어' 한국판을 2015년 10월호부터 발행하고 있습니다. 1993년 10월 창간한 '탑기어'는 영국을 비롯한 미국, 중국 등 전세계 50개국 1,500만 독자들에게 15개 언어로 매달 발행되어 신차 구매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매체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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