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he giant M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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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잡스는 한 손으로 사용할 수 없는 사이즈의 아이폰을 허용하지 않았다. 시장성을 운운하며 화면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던 임직원과 대중에게 애플과 아이폰의 정체성을 이야기하며, 끝까지 한 손 컨트롤이 가능한 아이폰을 고수했다. 하지만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고 했던가. 스티브잡스가 떠나고 팀 쿡이 경영을 맡으며 아이폰은 이름 뒤에 플러스를 붙이고 두 손잡이용 큰 화면으로 재탄생했다. 스티브잡스 없는 애플은 끝이라며 반감을 보이던 사람들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애플 주가는 치솟았고 아이폰은 불티나게 팔리며 경쟁주자들을 확실히 따돌리기 시작했다. 세상은 변한다. 브랜드와 제품에 있어 아이덴티티가 그 어떤 때보다 강조되지만, 시대변화에 유연히 대응할 줄 아는 것 또한 그만큼 중요해진 것이다.
미니가 있다. 미니라는 이름 하에 작기 때문에 불편한 것들이 매력과 장점으로 상품화되고 인기를 얻으며 미니홀릭을 만들었다. 하지만 또 미니이기 때문에 소유를 포기해야 했던 사람들도 많았다. 시대변화와 요구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미니는 무섭게 라인업을 늘렸다. 고성능부터 네바퀴굴림 컨트리맨까지 내놓으면서 대중성을 키웠다. 그럼에도 변화는 멈추지 않았다. 프리미엄급 니치모델에서 대중성 강한 프리미엄 소형차 브랜드로의 변화를 선언한 것이다.
그 터닝포인트에 선 주인공이 바로 미니 클럽맨이다. 독특한 도어구조에 넓은 실내를 품었던 클럽맨이 미니의 기함으로 환골탈태해 돌아왔다. 앞서 말했듯 클럽맨은 미니의 기함이다. 전장의 선두에 서서 존재감만으로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어야 하는 최고모델의 임무를 부여 받았다. 미니 가운데 가장 크고 고급스럽다. 덩치만 보면 클럽맨 앞에 미니라는 단어를 붙이기가 쑥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또 누가 봐도 미니다.
크고 동그란 헤드램프 테두리에 크롬을 둘렀고 라디에이터 그릴을 육각으로 다듬었다. 상위모델인 쿠퍼 S지만 다른 미니의 쿠퍼 S들처럼 디자인이 과격하지 않다. 기함은 늘 진중하고 고급스러운 카리스마를 풍겨야 하는 법을 잘 안다는 듯 어른스러웠다. 디자인 변화의 특징은 앞보다 옆과 뒤에서 두드러진다. 길어진 차체와 앞뒤로 최대한 밀어낸 오버행 때문에 옆에서 보면 미니 리무진 같다. 세로였던 테일램프가 가로로 누웠고 물결무늬를 품고 동그랗게 처리해 원형디자인을 살리면서 크기를 자연스럽게 키우는 데 성공했다.
잠깐 옛날 클럽맨을 떠올려보자. 두드러진 특징은 문 다섯 개의 비대칭구조였다. 운전석 쪽은 한 개, 보조석 쪽에 앞문 뒤로 쪽문을 하나 더 달아 좌우로 문을 여닫았다. 구조는 롤스로이스 같았지만 들고나기가 약간 편했을 뿐 큰 의미는 없었다. 해치는 문 두 개를 좌우로 여닫는 스플릿도어였다. 그랬던 클럽맨이 신형에서는 제대로 된 옆문을 달았다. 얼마나 커졌길래 쪽문을 떼고 커다란 문을 달았을까? 3.96미터에서 4.25미터로 29센티미터 길어졌고 폭과 휠베이스도 각각 11.7, 12.3센티미터나 길어졌다.
커진 차체만큼 실내에 여유가 넘쳤다. 뒤로 갈수록 조금씩 낮아지는 루프 디자인 때문에 헤드룸까지 넉넉하지는 않지만 레그룸은 제법 넓다. 어른 다섯이서 뒷공간에 짐을 싣고 장거리여행을 떠나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다. 기본 360리터인 뒷공간은 바닥 아래 깊고 넓은 숨겨진 공간이 있어 여러모로 쓰임새가 좋다. 원터치로 뒷좌석을 접으면 1천250리터까지 늘어나며, 왜건형태라 공간이 높아 큰 짐도 싣고 나르기가 수월하다. 게다가 범퍼 밑을 발로 스치면 뒷문이 자동으로 여닫히고 리모컨으로도 열 수 있어 쓰기 쉽고 편하다.
실내는 구성과 소재가 좀더 고급스러운 미니다. 원을 주제로 한 계기반과 레이아웃, 토글스위치가 자아내는 클래식한 맛은 여전하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를 분리하고 사각 송풍구 테두리에 크롬을 두르는 등의 새로운 시도로 크고 고급스러운 기함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미니 최초로 전자식 주차브레이크를 쓰고 헤드업디스플레이에도 BMW 3시리즈의 기능과 구성을 살리는 등 편의성도 꼼꼼히 챙겼다.
엔진라인업은 휘발유와 디젤 두 가지. 폭스바겐의 디젤스캔들을 의식해서인지 국내에는 우선 휘발유모델만 소개했다. 1.5리터 3기통 기본과 2.0리터 4기통 쿠퍼 S다. 시승모델인 쿠퍼 S 클럽맨은 트윈파워 터보엔진으로 192마력의 최고출력과 28.6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덩치 커진 미니지만 푸트워크는 미니답게 경쾌하다.
페달을 밟는 만큼 시원하게 속도가 오른다. 터보랙 없이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와의 직결감과 반응도 훌륭해 주행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 클럽맨은 쿠퍼 S지만 기존의 다른 미니 쿠퍼 S에서 느꼈던 예민한 드로틀 반응과 다르다.
딸깍하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지 않으면 부드럽게 속도를 올린다. 패들시프트를 뺀 것도 가족용 미니임을 의미하는 구성이리라. 하지만 미니는 기함에서도 고카트 필링을 강조했다. 독특한 서스펜션 구조 덕에 무게중심을 낮추고 정교하게 섀시를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너링 시 안쪽 바퀴에 제동을 걸고 앞쪽 차축의 전자제어식 차동제한장치가 구동력을 원하는 만큼 좌우로 나눠 쓰는 식으로 커진 차체의 단점을 보완했다.
주행모드는 기존 미니와 같다. ‘미드’를 기본으로, 효율성 좋은 ‘그린’과 좀더 화끈하게 달리는 ‘스포트’ 세 가지. 미드 모드에서도 미니 특유의 고카트 느낌이 살아있지만 더 큰 운전재미를 원한다면 스포트가 제격이다. 변속시점을 늦추고 스티어링을 조여 매콤하고 쫀쫀하게 달린다. 길어진 차체 때문에 과격한 움직임에서 이따금 뒤가 굼뜨게 반응하지만 일반적으로 느끼기엔 쉽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승차감은 부드럽고 고급스럽다. 물론 예전 미니에 비해 그렇다는 말이다. 아마 미니를 클럽맨으로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단단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승차감을 헤치지 않는 수준에서의 단단함이라는 사실. 그린은 효율성 극대화 모드다. 가속페달 반응이 둔해지지만 그만큼 움직임이 더 부드럽다. 글라이딩 기능도 있다. 시속 50km 이상 달리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과 변속기가 분리되며 탄력주행을 한다. 엔진의 회전저항 없이 관성을 최대로 살리는 덕분에 효율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1969년 클럽맨이란 이름을 달고 미니보다 10년 늦게 등장한 특별판 미니는 1982년 단종 전까지 20여만 대 가깝게 팔린 인기모델이었다. BMW 품 안에서 2007년 부활, 2015년에는 미니의 기함으로 우뚝 섰다. 대중의 요구와 시대의 변화에 얼마나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하느냐가 지옥 같은 글로벌 자동차 경쟁에서 메이커와 모델의 생존을 가늠한다.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면서 딱 좋은 만큼의 변화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 미니에게도 그것이 필요했다.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해 던진 미니의 비장의 한 수, 그것이 바로 신형 클럽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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