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nture D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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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접했다. ‘더 많은 친구를 사귀지 못한 일’, ‘자녀와 대화를 더 많이 하지 못한 일’, ‘일을 적당히 하고 좀더 놀지 못한 일’ 등등 읽으면 읽을수록 코끝이 찡해지는 대답뿐이었다. 그리고 가장 후회되는 일 설문 1위는 의외였다. ‘평생 할 수 있는 취미를 갖지 못한 것’이었다. 전체 응답 중 18퍼센트가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오프로드를 경험해본 이들이라면, 그 매력에 빠지기 마련이다. 물론, 두 번 다시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이들도 있을 테고.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그저 선택의 문제다. 오프로드를 가장 쉽게 접하는 길은 SUV를 끌고 대자연을 만끽하는 방법. 그리고 또 하나는 모터사이클. 두 대의 오프로드 머신을 만나기로 했다. 이런 저런 고민 없이도 오프로드 하면 떠오르는 자동차 메이커는 지프가 아닐까? 모터사이클은 누가 뭐래도 KTM이다. 야마하나 혼다가 나올 줄 알았다면, 아직 오프로드 모터사이클의 세계를 좀더 공부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
KTM 350 EXC-F 6 DAYS는 기본형 350 EXC-F의 고급파츠로 구성된 모델이다. 6 DAYS의 의미는 1년에 한 번 유럽을 돌며 팀당 여섯 명의 라이더들이 6일 동안 레이스를 펼치는 ISDE(International Six Days Enduro)를 가리킨다. KTM은 ISDE 경기 최대스폰서이며, 경기마다 신형모델을 발표한다. 2015년 경기는 슬로바키아에서 열렸고, 2016년형 6 DAYS는 데칼에 ‘슬로바키아’라는 문구와 국기를 새겨 넣었다. 해마다 열리는 국가가 다르기 때문에 데칼 디자인이 바뀌며 해당 국가의 특징을 그린다. 350cc 단기통 엔진이다. 그렇다. 고작 350cc. 최고출력은 알 수 없다. 그 어디에도 최고출력에 대한 정보는 없다. 하지만 2016년형 350SX-F(모터크로스 버전)의 최고출력이 62마력이라는 점과 KTM 팩토리팀 프로라이더들의 350 EXC-F가 58마력이라는 점만 공개하고 있다.
정말 슬림한 차체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장르다. 타이어는 불규칙한 노면과 돌, 바위, 모래 등을 움켜쥘 수 있는 디자인이다. 물론 타이어 메이커마다 패턴이 다르고, 수명도 다르다. 자동차와 같다. 앞쪽 서스펜션은 300밀리미터. WP 제품으로 수십 미터 높이에서 착륙해도 모두 받아줄 정도로 완벽하다. 또한, 주행 중 어지간한 높이의 장애물을 타고 넘을 수 있다. 뒤쪽은 335밀리미터. 오프로드용으로 제작된 모터사이클은 엔진성능과 서스펜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브레이크는 브렘보제. 앞쪽 260밀리미터, 뒤 220밀리미터의 웨이브 형상 디스크를 야무지게 움켜쥐며 최고의 제동성능을 발휘한다. 시트 높이는 970밀리미터. 시트에 앉아 양쪽 발이 땅에 닿는다면, 오프로드 바이크를 타는데 최고의 자세지만 대한민국 남성 평균키로는 힘든 일. 176센티미터의 신장을 가진 나 역시 양쪽 발바닥이 닿지 않지만, 체중으로 서스펜션을 눌러 양 발가락을 닿게 할 순 있다. 너무 걱정하지 말자, 적응하면 발이 닿고 그렇지 않고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시동을 걸면 단기통 특유의 소리를 낸다. 양다리 깊숙이 시트와 만나게 되는 그곳의 진동감은 언제나 설레게 한다. 드로틀을 비틀면 반응속도에 한 번 놀라고, 박력 넘친 사운드에 다시 한 번 놀란다. 1단을 넣기 위해 기어를 밟으면 ‘철컥’ 하며 바이크가 살짝 요동친다. 변속충격? 그런 건 고급 세단에서나 이야기하자. 오히려 이런 원시적인 느낌이 라이더를 더욱 흥분케 하는 요소다. 드로틀을 살짝 감아도 뒷바퀴가 엄청난 속도로 돌기 시작한다. 뒷바퀴에 달린 대기어는 거짓말 조금 보태면 휠 사이즈와 1:1이다. 당연히 고속영역에서는 불리하지만, 순간적인 힘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 1단에서는 드로틀을 감기가 겁이 날 정도.
속도에 비해 기어 단수가 높게 맞물려 있어도 언제든지 흙먼지를 튀기며 달려나간다. 큰 덩치를 반쯤 땅속에 파묻고 있는 바위를 만나도 당당하게 앞바퀴를 들이대라. 이렇게 값비싼 서스펜션은 그러라고 만들었으니. 언덕을 정복하는 일도 오프로드 바이크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다. 언덕의 각도, 길이에 따라 기어를 선택하고 드로틀을 감으면 걷기도 힘든 언덕 정상도 쉽게 돌파한다. 코너에서 드로틀을 과감하게 감으면 뒤가 미끄러지는 느낌이 든다. 산악용 모터사이클은 슬립을 일으키며 타기 때문에 전자장비 따위가 달려있을 이유가 없다. 30분쯤 탔을까? 두꺼운 외투를 입어야 할 날씨지만 몸에 땀이 배기 시작한다. 서스펜션은 불규칙한 노면을 읽어내느라 끝없는 상하운동을 펼치고 라이더에게도 전해진다. 핸들을 잡은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최대한 힘을 빼고 타야 하지만, 그게 말이 쉽지…. 타면 탈수록 더 과감하게 드로틀을 감는 게 사람의 심리다. 부상 위험? 다 하기 나름이다. 15년을 타면서 부상은 없었다.
두 바퀴가 걱정스럽다면 네 바퀴로 즐겨보는 것도 좋다. 지프의 신참인 레니게이드는 도심 주행에 집중하기 위해 오프로드 능력을 깎아내는 짓은 하지 않았다. 지프라는 명함을 몸에 지니기 위해서는 그런 짓을 해선 안 된다. 헤드램프만 보면 마냥 귀여운 얼굴이지만 속을 보면 꽤나 다부지다. 2.0리터 디젤엔진에 9단 변속기를 올렸다. 일반도로 주행 시 수동 모드로 열심히 시프트업을 하면 시속 80km에서 9단이 들어간다. 엔진회전수는 고작 1천250rpm. 시속 100km에서 분당회전수는 1천500rpm이다. 도심에서도 제법 낮은 엔진회전수를 이용한 주행을 즐길 수 있지만 레니게이드로 일반도로만 시승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오프로드 바이크와 함께 본격적인 주행에 나섰다. 확실한 건, 모터사이클보다 속도감은 없다. 그 어느 SUV를 데려와도 마찬가지. 다만 모터사이클의 최대약점인 외부노출이 없기 때문에 안정감은 최고. 나란히 물이 고인 곳을 지나칠 때, 여름이 아닌지라 꽤 미안했다.
타이어가 만나는 노면 사정에 따라 드라이브 모드 다이얼을 돌리면 1단계 준비는 끝난다. 자갈, 진흙 등은 굳이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다만, 크고 작은 돌이나 바위 등을 공략할 때, 미리 주행라인을 그려가며 정복해 나갈 때, 비로소 자동차로 오프로드를 즐기는 이유를 알게 된다. 경사가 심한 차진 진흙의 노면 상태. 아주 멀리서 탄력을 받아 올라가지 않는 이상 서행으로 가기 어렵다고 느껴질 때. ‘4WD 록’ 기능을 이용하면 그만이다.
분명히 미끄러지는데도 슬금슬금 기어코 언덕공략에 성공한다. 오프로드 성능을 강조한 레니게이드의 가격대는 3천만 원 초반부터. 단연 동급 최고의 오프로드 주파능력이다. ‘로’(Low)기능까지 있어 큰 힘이 필요할 때에도 주저하는 법이 없다.
모터사이클과 SUV. 최고 두 모델과 오프로드 공략에 나섰고, 모두들 그들 각자의 방식대로 마음껏 대자연을 누빈다. 그야말로 바람과 맞부딪히며 속도감을 맘껏 누릴 수 있었던 모터사이클. 지프 가문의 막내지만, 그 어느 SUV도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코스를 공략해 나가는 레니게이드. 오프로드 듀오와 대자연의 즐거움을 만끽한다면 ‘평생 할 수 있는 취미를 갖지 못했다’는 설문에 응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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