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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6 아반트 VS V60, 돋보이는 왜건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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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싯적부터 결혼에 대한 흥미는 없었지만, 나이를 점차 먹어갈수록 사람의 운명은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만에 하나 가정을 꾸린다면 반드시 왜건을 사야겠다는 이상한 생각도 덩달아서 점점 굳어졌다. 흔해 빠진 세단은 꿈도 꾸지 않았다. 차라리 지프 랭글러 같은 우락부락한 SUV나 2도어 쿠페, 로드스터를 선택하는 게 나에게 남은 선택권이었다. 그래서 누군가 패밀리카를 산다고 하면 추천리스트 1순위는 반드시 왜건이었다.

그런데 국내에서 시판 중인 왜건들은 기껏해야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 현대차의 유럽 전략모델 i40 외에는 전부 유럽 브랜드가 선보인 모델들.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에선, 컴팩트한 해치백과 SUV 외에도 왜건의 인기가 높다. 덕분에 거의 모든 메이커가 라인업에 왜건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 그중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왜건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3사와 푸조, 볼보뿐. 이들도 큰 인기를 누리고자 한국에 들어온 건 아니다. 라인업 확장과 더불어 니치마켓을 위한 대비책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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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프리미엄 왜건이 선사할 풍요로움을 만끽하기 위해 불러들인 두 대는 아우디 A6 아반트와 볼보 V60. 우연히 ‘6’이라는 숫자를 같이 쓰지만, 체급이 약간 다르고 몸값도 차이가 난다. 애당초 핸디캡 매치로 성사됐지만, 대결이 성립 안 될까 걱정은 마시라. 두 모델은 국내에서 각각의 브랜드를 대표하는 유일한 왜건모델이자 아주 매끈하게 잘 빠진 최신모델이니 말이다.

A6 아반트는 예상했듯이 아우디코리아의 대표모델인 A6 세단을 베이스로 한다. 정면에서 바라보면 세단인지 왜건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미미하지만, 시선을 뒤로 옮길수록 당신의 입가엔 흐뭇한 미소가 피어오를 게 분명하다. 왜건의 디자인에 정점을 찍을 백미는 역시 옆태와 뒤태 아니던가? C필러를 넘어 D필러까지 이어진 지붕을 따라 빚어낸 늘씬한 옆모습에는, 아우디 특유의 간결하고 정확한 면과 선의 배치가 조화롭게 어울렸다.

V60도 늘씬한 자태를 뽐내기는 마찬가지. 볼보가 스포츠세단이라 주장하는 S60의 다이내믹한 인상을 기본으로, 스포티한 분위기를 더할 R-디자인 패키지까지 차려입었다. 무엇보다 두드러진 건 R-디자인 전용 휠과 듀얼머플러를 품은 리어 디퓨저. 레이싱 DNA 가득한 고성능 V60 폴스타를 따라 스포츠왜건을 꿈꾸지만, 실용성을 겸비한 생활밀착형 왜건에게는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S60의 늘씬하고 다부진 인상도 좋았지만, 위아래로 길게 내리뻗은 리어램프를 따라 굴곡진 뒤태가 압권이다. 이토록 매끈한 자태 어느 부분에서 장의차나 짐마차 이미지를 떠올리는 거지? 고정관념은 잠시 묻어둔 채 두 눈 부릅뜨고 다시 한 번 살펴보라.

▲ 세월의 흔적을 감추기 위한 원목장식? 그냥, 클래식하다고 하자

실내는 베이스로 하는 A6 세단과 별반 차이가 없다. 검정색 위주의 분위기에 나뭇결 살아있는 우드트림으로 멋을 낸 점이 고리타분해 보이긴 해도, 기능성 측면에서는 나무랄 데 없다.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에 비해 고급스러움은 덜하지만, 독일의 꼼꼼함을 바탕으로 설계한 레이아웃은 아우디가 압도적이다. 멀리 여행 떠날 때 아늑한 승차감을 만들어줄 시트는, 스포츠주행을 위한 구조는 아니지만 편안하고 넉넉하다. 뒷좌석 탑승자를 위한 배려도 마찬가지. 한층 여유롭고 안락한 이곳은, 우리 아이들이 편히 기댈 엄마의 품처럼 쾌적하기만 하다. 천장에 드넓게 펼쳐진 파노라마 글래스루프는 답답함을 호소하는 아이들을 위한 특효약.

▲ 아우디가 더 고급스러워 보인다고?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멋을 모르는 소리다

V60은 우리가 흔히 아는 볼보의 인테리어 그대로. 옹색한 사이즈의 모니터만 아쉬울 뿐, 터치기능 따윈 지원하지 않은 채 대다수의 조작버튼을 담은 센터페시아 패널은 운전에만 신경 쓰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볼보의 차세대 아이콘으로 등장한 90시리즈(S90, V90, XC90)에는 넓디넓은 세로형 터치 디스플레이가 큼지막하게 자리하고 있으니, 추후 등장할 신형 V60에 기대해봐도 좋겠다. 허벅지부터 엉덩이, 허리와 옆구리, 등까지 모든 부위를 편안하게 받쳐주는 볼보 시트는, 역시 나무랄 데가 없다. 뒷좌석엔 키 작은 아이들을 위한 부스터시트 기능까지 담았다. 앞좌석 헤드레스트 뒤로 모니터를 마련해 장거리여행에 심심해할 아이들을 위해 애니메이션을 틀어줄 수 있는 건 당신의 선택에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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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과 이어진 광활한 트렁크공간은 왜건의 가장 큰 장점. 대개 SUV가 왜건보다 트렁크용량이 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A6 아반트의 트렁크용량은 565~1천680리터로 540~1천560리터의 Q5보다 더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한 체급 작은 V60은 430~1천250리터 수준. XC60의 495~1천455리터보다는 부피가 작지만, 필요충분한 공간이다. 더욱이 V60의 트렁크는, 볼보가 트렁크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고민한 흔적들로 가득하다. 플로어 패널을 들어 올려 바닥에 마련한 슬라이딩 바 액세서리를 이용해 화물을 쉽게 고정할 수 있고, 쇼핑백 고정용 밴드도 품었다. A6 아반트 또한 활용도가 폭넓긴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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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용품을 최소화한 미니멀 캠핑이 인기라지만, 아이가 있는 집에서 어딘가로 떠날 때 필요한 짐을 싣다 보면 트렁크가 가득 차는 건 당연지사. 온갖 물건을 품을 수 있는 왜건의 트렁크는 짐을 실을 때 빛을 발한다. 세단처럼 턱이 있지도 않고 SUV처럼 차체가 높지도 않아서, 네모 반듯한 박스는 물론 싣기 불편한 자전거까지 쉽게 넣을 수 있다. 지금처럼 열대야가 이어지는 시기에는 택도 없는 소리지만, 시간이 지나 밤공기가 선선해지면 가끔 차에서 자는 버릇이 있는 나에게, A6 아반트의 널찍한 공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V60의 좁디좁은 선루프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넓은 파노라마 선루프가 드러누운 시야 가득 펼쳐졌다. 그 너머로 쏟아지는 별빛을 바라보며 잠드는 상상에 마음이 절로 끌렸다.

▲ 옛날의 5기통 D5가 아니다. 최신 4기통 드라이브-E 엔진이다

먼저, 평소 애정을 갖고 있던 V60에 올랐다. 부르릉거리며 기지개를 켠 엔진은 볼보의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 라인업 중 최상위 디젤에 속한 직렬 4기통 2.0리터 트윈터보 디젤 D5. 아이신 8단 자동기어와 합을 이룬 D5 엔진은, 넉넉한 출력과 힘을 바탕으로 V60을 기분 좋게 이끈다. 2016년에 들어서야 추가된 D5 엔진은 확실히 예전의 5기통 2.4리터 디젤엔진보다 소음과 진동을 줄였고, 성능은 눈에 띄게 업그레이드했다. 평소 자주 쓰는 rpm 영역에서 47.9kg·m의 넉넉한 힘을 쏟아내는 디젤엔진은 어느 누가 운전하기에도 쉽고, 함께 탑승한 가족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매끈하게 속도를 뻗어 올린다.

▲ 사실 V60은, 옆 창문이 위아래로 짧아 뒷좌석에 앉으면 답답할 수 있다. 하지만 짐 싣기에는 최고다

빠릿빠릿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손길 따라 정확히 방향을 짚는 스티어링 휠은 여유롭게 달리기에 알맞고, 제법 탄탄하게 조인 하체는 스티어링과 어울려 부드럽게 길을 타고 돈다. 시속 200km에 가까운 고속영역에서도 직진안정성은 수준급. 여느 SUV라면 꿈도 못 꿀, 세단과 흡사한 감각이다. 해외에는 AWD 모델도 나오건만,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V60 네바퀴굴림은 크로스컨트리 모델 하나뿐. 그것도 예전 5기통 디젤엔진을 올린 모델이다.

▲ 주변 모든 상황을 잊고 엔진만 본다면, 2.0리터 TDI 엔진은 나무랄 곳이 없다

품이 아늑한 A6 아반트의 운전석으로 갈아타 잠을 깨우자, 이게 정말 4기통 2.0리터 디젤엔진인지 분간이 안 갔다. 진동과 소음을 완벽에 가깝게 잡은 기술력은 시속 100km를 넘어선 뒤에도 이어졌다. 세단과 차이 없이 안정적인 시트포지션은, 최대한 자세를 낮게 잡은 SUV라 할지라도 도저히 흉내도 못 낼 지경. 4기통 2.0리터 가솔린과 디젤엔진부터 V8 4.0리터 가솔린엔진의 S6까지 갖춘 세단과 달리, 아반트는 오직 차명 뒤에 35TDI라 이름 붙은 2.0리터 디젤엔진만 품고 있다(환경부의 판매중지 명령이 떨어진 현재, 아우디는 2.0리터 디젤모델을 판매하지 않는다. 시승은 그 전에 진행했다). 해외에서 A6의 최고성능 모델인 RS6가 오직 왜건으로만 나오는 걸 보면, 국내 왜건시장도 한시바삐 성장해서 다양한 왜건을 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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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어떻든 간에, A6 아반트가 품은 190마력의 2.0리터 디젤엔진은 수준이 높아 쓰임새가 좋다. 조용하고 침착하게 회전하는 아우디 디젤엔진은, 재빠르게 변속하는 7단 듀얼클러치 트랜스미션과의 궁합으로 더욱 빛을 발한다. 그리고 아우디의 기술적 아이콘, 콰트로시스템을 기본으로 갖춘 A6 아반트는 주행모드를 다이내믹 모드로 바꿔도 변화의 폭이 크지 않아 부드럽게 순항하는 모습이 잘 어울린다. 가열찬 스포츠주행은 V6 엔진 이상을 갖춘 고성능 모델에게 넘겨두자. 도로 위에서 네 바퀴를 뻗으며 안정적으로 달리는 모습이 잘 어울리는 왜건이 바로 A6 아반트다.

패밀리카로 사용할 차라면 당연히 안전장비도 충실해야 한다. V60은 아무도 함부로 깎아내릴 수 없는 안전의 볼보임을 자랑스럽게 주장하듯, 속도를 제어하고 알아서 멈추기까지 하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같은 각종 운전자 지원장비며 보행자와 자전거 충돌방지시스템 등까지 수두룩하게 갖췄다. 그전에는 아무리 시험해봐도 작동하기 쉽지 않았던 전방충돌경고시스템을 촬영일에 실제로 경험해보고 난 뒤에야 신뢰는 더욱 깊어졌다. 이번에 시승한 A6 아반트는 헤드업디스플레이며 차선이탈보조시스템, 전방충돌경고 및 보조시스템 등을 두루 갖춘 최상위 프리미엄 테크 모델로, 볼보에 뒤지지 않는 안전장비로 무장했다.

▲ 앞모습만 봐서는 모른다. 그들의 진정한 매력은 뒤에서 빛난다

사실, 이번 비교시승의 우열을 가리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애당초 사이즈와 편의장비 등에서 핸디캡을 갖고 자리에 임한 V60은 개인적으로 생애 한 번쯤 꼭 가져보고 싶은 모델이었음에도, 많은 부분에서 A6 아반트와 비교당하며 체면을 잃었다. 매끈하게 굴곡진 보디와 풍성한 안전장비 외에는, A6 아반트로 돌아선 내 마음을 쉽게 되돌리긴 어려웠다. 나 혼자만의 자전거 라이딩이나 등산 같은 레저생활을 위해서는 좀더 저렴한 V60이 유혹의 손길을 보냈다. 그렇다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게 결코 아니다. 하지만 내게 왜건을 소유한다는 건 책임질 가족이 있다는 뜻이고, 한 가정이 넉넉하고 편하게 타기엔 A6 아반트가 한층 나았다.

이세환 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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