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위기의 임팔라, 돌파구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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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임팔라가 위험하다. 시장에 나온 지 1년하고 한 달이 조금 넘었을 뿐인데 상황은 처음과 사뭇 다르다. 가장 기본적인 판매량만 놓고 봐도 알 수 있다. 작년 같은 기간 임팔라는 없어서 못 팔았다. 사전계약 6일 만에 1,000대를 훌쩍 넘겼고, 폭발적인 인기에 중대형 세단 시장이 재편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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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은 월 1,000대 팔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 높은 인기와 사전계약은 오랜 대기시간으로 나타났고, 전량 미국에서 수입해 오는 임팔라의 공급에는 한계가 있었다. 여기에 최근 가격까지 오르면서 상황이 더욱 안 좋아졌다. 합리적인 가격에 대형 세단 크기를 누릴 수 있다는 말은 모두 옛말이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음 달에는 신형 그랜져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과연 임팔라에게 돌파구는 없는 걸까? 여러모로 위기인 상황에서 임팔라를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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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만났지만 임팔라는 여전히 멋있었다. 크기에서 시선을 압도하고 간결한 디자인에서 힘이 느껴진다. 여기에는 커다란 19인치 휠과 크롬도금을 두른 사이드미러도 한몫했다. 옆은 한눈에 봐도 길죽하다. 5미터가 훌쩍 넘는 차체는 물론 뒷문짝에서 시작해 트렁크까지 쭉 뻗은 캐릭터 라인은 차가 길어 보이는 효과를 주었다. 다소 심심한 뒷모습은 여전하다. 테일램프를 끝으로 밀어 넣은 결과 램프 사이가 너무 멀어졌다. 임팔라 알파벳이 새겨진 두툼한 크롬도금으로 허전함을 채웠지만 여전히 조금의 아쉬움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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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국산 경쟁차종과 다르게 조금은 투박해 보인다. 그러나 보는 것과 달리 구석구석 만져보고 쓰다 보면 꽤 섬세하다. 공조장치 버튼이나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계기반 모니터, 감각적인 무드등, 휴대폰 무선충전장치 등이 대표적이다. 더욱이 버튼을 누르면 모니터가 열리면서 비밀 수납공간이 나오고, 무선충전기 안쪽에는 차가운 바람도 나와 휴대폰의 열도 식혀줄 수 있다고 한다. 미국차답지 않은 세심한 배려가 미소 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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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은 임팔라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실제 길이만 5미터가 넘기 때문에 웬만한 대형 세단 부럽지 않은 공간을 가질 수 있었다. 여기에 크고 푹신한 시트와 간단한 편의장치도 빠짐없이 넣었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535리터를 보여준다. 골프백 4개를 넣고 보스턴백을 하나 더 넣을 수 있다. 6:4 방식의 뒷좌석 시트를 폴딩하면 수납공간은 한없이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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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는 V형 6기통 3.5리터 가솔린 엔진을 넣은 고급형 모델이었다. 요즘 차와는 다른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답게 풍부한 가속감이 일품이다. 언제든지 원할 때 시원하게 치고 나가며, 최고 305마력의 넘치는 힘을 과감히 뽐낸다. 힘겹게 쥐어짜는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의 느낌과는 다르다. 여유롭고 때로는 거친 배기음을 내며 힘있게 앞으로 나간다. 미국차가 주는 매력이 잘 살아있는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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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매뉴얼 모드는 조금 아쉬움이 묻어난다. 6단 자동변속기는 반응이 빠르지 않고, 시종일관 여유롭게 차를 올린다. 무엇보다도 변속기 위에 붙은 작은 토글 스위치가 달리는 맛을 떨어트린다. 차의 성격을 생각하면 큰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딘가 모르게 찝찝한 것은 사실이다. 서스펜션은 경쟁차종대비 부드러운 쪽에 강하다. 그렇다고 차가 휘청이거나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적당히 성능과 승차감을 조율하면서 주행에 힘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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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팔라에 대한 주행감각은 크게 부족함이 없다. 단점이라고 꼬집어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보이지 않았고, 요즘 차에서 느낄 수 없는 대배기량 엔진이 운전을 즐겁게 했다. 또, 남부럽지 않은 옵션과 넓은 공간 등은 임팔라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여기에 부품 가격을 낮추고 안전성을 입증받아 높은 보험평가등급을 받았고, 보험료도 대폭 낮추었다. 한마디로 시장에서 경쟁할 무기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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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임팔라의 고전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대기수요 지연을 두고 일각에서는 수입량 한도를 고려해 수급을 미뤘다는 의견도 들리고 있는 상황.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좋은 차가 빛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여전히 잘생겼고 다른 차에서 느낄 수 없는 장점으로 믿음을 준 임팔라가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고 인정받기를 바란다. 처음 그때 느낌처럼 시원스럽게 달려나갈 임팔라를 기대해 본다.

김성환 기자 swkim@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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