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700명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 쉐보레 카마로 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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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머슬카의 허술한 이미지는 머릿속에서 지워버려도 좋다. 카마로 SS는 대배기량 V8의 화끈한 파워와 정교한 하체를 조합한 수준 높은 스포츠카다. 아메리칸 머슬로 코너링이 즐겁고, 더구나 이런 고성능 차를 5,000만원대 초반의 값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과거에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V8 스포츠카를 국내 시판한다는 한국GM의 용단에 이미 700명이 넘는 고객이 화답했고, 그들의 혜안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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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발매하기 전부터 신형 카마로 SS는 미국에서 화제를 몰고 다니던 차였다. 온통 칭찬일색인 미국발 기사에서 유독 눈에 띄었던 것은 이 차의 코너링에 대한 감탄사들. 신형 카마로의 토대가 된 알파 플랫폼은 독일차와 진검승부를 위해 캐딜락에 쓰려고 만든 GM의 회심작으로, 그 성능은 이미 캐딜락 ATS와 CTS에서 입증된 바 있다. 하지만 카마로는 어디까지나 포니카다. 코너링이 좋은 포니카라니, 표현 자체가 모순으로 들린다. 어차피 미국에 한정된 이야기일 뿐이라 생각했다. 신형 카마로에 2.0L 터보 엔진이 탑재된다고 했을 때는 속으로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한국에서 만나게 될 카마로는 이걸로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지난 5월, GM코리아가 8기통 카마로를 시판한다는 폭탄선언을 한다. 포드 머스탱 GT와 함께 미국 포니카의 양대 산맥을 한국에서 모두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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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다듬은 레트로 디자인

마이너 체인지 정도로 오해받는 경우가 있는 것 같지만 신형 6세대 카마로는 완전한 새 플랫폼에서 만들어진 차다. 구형 5세대의 디자인이 너무나도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외적인 변화는 디테일을 현재에 맞게 수정하는 정도에만 머물렀다. 특유의 실루엣을 위해 그린하우스를 극단적으로 줄인 신형의 디자인에서 이미 눈치챌 수 있는 사실이지만, 카마로 SS의 시야는 좋지 않다. 유리창이라기보다는 틈새를 통해 밖을 바라보는 쪽에 가깝다. 숄더 라인은 어깨 위로 올라붙어 있고 불룩 솟아오른 계기판 카울이 안 그래도 좁은 시야를 더욱 방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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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이 1.9m에 달하는 차는 모서리를 가늠하기 어려워 신경이 곤두선다. 주차는 후방 모니터의 도움으로 그럭저럭 가능한 정도인데, 이 모니터가 아래로 기울어져 있다. 빛 반사를 줄이기 위한 궁여지책이었겠지만 아래로 꺾인 모니터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일은 매번 이질감을 느끼게 만든다. 그래도 아이폰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축복이나 다름없는 카플레이는 너무나 완벽해서 눈곱만큼도 불만을 느끼기 힘들다. 패키징이 엄청나게 좋아졌음은 이미 차에 오르면서 실감할 수 있다. 이전 세대보다 편의장비가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시트와 미러 같은 기본장비의 품질도 훌륭하다. 시트는 극단적인 버킷 형태가 아니어서 타고 내리기가 편하지만 막상 달려보면 착좌감이나 홀드 능력이 기대 이상이다. 전동시트의 리클라이닝 각도는 제한적으로 등받이를 약간 기울일 수 있는 수준이며, 충분한 공간이 있음에도 뒤로 눕히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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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모든 단점은 시동 한 방에 눈 녹듯이 사라져 버린다. 카마로 SS에 탑재된 엔진의 코드명은 LT1, GM의 스몰블록 엔진 시리즈 중 다섯 번째에 해당하는 최신형이다. 2014년 7세대 콜벳과 사실상 같은 엔진으로 배기량이 6.2L(375큐빅인치)에 이르는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이다. 이런 물건을 스몰블록이라 부르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것은 함께 개발된 빅블록 엔진에 대한 상대적 개념으로 붙여진 이름일 뿐이다. 흡배기 밸브를 하나씩 단 2밸브 푸시로드 방식만큼은 그대로 고수하고 있지만 직분사나 가변 밸브 타이밍 같은 현대적인 기술이 모두 녹아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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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배기량 엔진의 시동에는 특유의 고양감이 있다. 무거운 크랭크 샤프트를 움직이는 육중한 크랭킹이 끝나면, 8기통 엔진의 패악질이 바로 귀청을 때린다. 행여나 순정 배기라인이 이 멋진 소리를 줄여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필요 없다. 곤한 잠을 깨운 것이 심술이라도 난 듯 투덜대는 모습은 분명한 미국제 고성능 V8이다. 엔진을 살짝 자극해본다. 이젠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버럭 버럭 화를 낸다. 입가에 번져가는 웃음을 도저히 숨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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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편안한 투어(tour) 모드에 주행을 시작했다. 20인치 런플랫 타이어를 낀 차치고는 승차감이 상당히 편안하다. 페달만 살살 다룬다면 제법 세단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GM의 전자제어식 댐퍼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은 투어 모드보다는 스포츠, 트랙 모드에서 더 제 역할을 수행한다. 댐퍼 반응은 물론 스티어링과 변속 타이밍도 함께 변한다. 트랙 모드에서는 전동 어시스트가 거의 없는 수준으로, 이제껏 경험해본 어떤 스포츠 모델과도 비교할 수 없는 무거운 스티어링을 선사한다. 댐퍼의 감쇄력이 최고로 올라가기 때문에 서킷처럼 매끈한 노면이 아닌 곳에서는 하체가 허둥거리는 경향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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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트랙 모드를 선택해야만 경험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이 상태에서 트랙션 컨트롤을 두 번 누르면 활성화 되는 론치 컨트롤 모드가 그것. 브레이크 페달을 끝까지 밟은 상태에서 엔진회전수를 올린 뒤 페달에서 발을 떼면, 63kg·m에 달하는 토크를 변속기에 가두어 놓은 채 울부짖던 차는 기다렸다는 듯이 발진한다. 시트에 패대기쳐지는 듯한 무시무시한 토크감이 몰아치며 차는 끝없이 가속을 이어간다. 4.1초의 제로백 가속능력은 그 폭발적인 사운드 덕분에 더욱 스릴이 넘친다.

이게 포니카의 코너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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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5세대는 직진에 특화된 미국제 포니카의 등식에서 크게 벗어난 차는 아니었다. 6세대의 코너링 평가가 높게 나오긴 했지만 미국 매체들이 보이는 애정의 표현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 차, 정말 코너를 놀랄 만큼 잘 돌아나간다. 와인딩에서는 확실히 1.7톤이 넘는 무게를 숨길 수가 없다. 하지만 스티어링과 함께 재빠르게 머리를 코너로 집어넣는 모습은 과거 포니카들의 무겁디 무거운 움직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코너링 중 가속 페달을 살짝 떼는 것만으로 앞바퀴가 코너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은 보다 상급의 경량 스포츠 모델에서나 가능하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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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출력을 보낸다 싶으면 트랙션 컨트롤이 거동변화가 없을 정도로만 슬쩍 개입한 뒤 시치미를 뗀다. 개입과 해제가 이루어지는 과정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워서 근사하게 느껴질 정도다. 변속기는 재빠른 업시프트에 반해 다운시프트는 조금 굼뜨다. 업시프트와 다운시프트 모두 즉각적인 ATS-V와 동일한 변속기임에도 불구하고 다운시프트의 활발함이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브레이크 페달은 초기 답력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막상 밟으면 정말 잘 선다. 풀 브레이킹을 거듭해보았지만 제동 성능의 저하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 믿음직한 브레이크를 들여다보니 역시나 브렘보 로고가 박혀 있다. 막대한 토크로 차를 계속 가속시키는 능력이 탁월한데다가 초고속 순항 능력은 어지간한 독일 프리미엄 스포츠와 호각을 겨룰 태세다. 수입모델로서는 드물게 ECU에 속도 제한이 없기 때문에 상황만 허락한다면 제원상의 최고속도를 찍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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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성능을 보여줌에도 카마로 SS는 고급유를 고집하지 않는다. 고급유를 써도 되긴 하지만 성능 차이는 3% 미만이라고 GM에서 밝히고 있다. 먹는 걸로 까탈을 부리는 게 마초적인 머슬카 이미지는 아니긴 하다. 순항 모드에서는 4기통만을 사용하는 실린더 컷 오프 기능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4기통의 연비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밟지 않는다면 시내 기준으로 평균 연비는 5km/L 정도. 문제는 안 밟기가 정말 어렵다는 것이다. V8 사운드는 마성과도 같아서 홀린 것처럼 자꾸 가속 페달을 밟게 된다.

그들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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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진만 잘하는 미국차의 이미지를 벗어던진 카마로 SS는 대배기량 V8의 파워와 정교한 하체를 조합한 수준 높은 스포츠카다. 엇비슷한 경쟁차를 만들던 회사들은 이미 난리가 났다. 이 차 하나 때문의 미국산 머슬카의 기준이 훌쩍 올라가 버리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고성능 차를 5,000만원대 초반의 값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과거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다. 6.2L 스포츠카가 한국 실정에 말이나 되냐는 염려에도 불구하고 이 차를 시판한다는 한국GM의 용감한 결단에 이미 700명이 넘는 고객이 화답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실차를 보지도 못한 사람들이다. 누군가에게 카마로 SS는 그만큼 확신을 주는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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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끝에 이 차를 손에 넣게 될 행운아들에게 부탁드린다. 카마로 SS는 놀라운 힘을 갖춘 차일 뿐더러 출력 빼고는 볼 것 없었던 과거의 포니카가 아니다. 와인딩이든 제로백이든 최고속이든 편견 없이 이 차를 다루어 보기를 바란다. 무엇을 시켜도 카마로 SS는 당신의 기대를 뛰어넘는 성능으로 회답할 것이다. 운 좋게 이 차를 조금 먼저 타볼 수 있었던 사람으로서 분명하게 말 할 수 있다. 당신의 혜안은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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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용 객원기자
사진
최진호
제공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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