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회색 일상 속의 개성, 미니 컨버터블 쿠퍼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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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백 스타일의 차체, 원형 헤드램프, 차체 끝부분에 위치한 바퀴, 이 모든 것은 ‘미니’라는 단어로 귀결된다. '차체 크기는 작으면서 실내 공간이 넓고 연비가 좋으며 가격도 저렴한 자동차'를 목표로 1959년에 탄생했던 미니는 세월이 흐르면서 BMW 산하로 편입됐고, 고급화를 단행하면서도 옛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외형으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이탈리안 잡’에서 지하철역과 하수도를 주행하는 미니를 보고서 버킷 리스트에 올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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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3세대의 디자인은 약간 불만이었다. 보행자 안전을 위해 프론트 그릴이 돌출되고 공기저항계수를 줄이기 위해 헤드램프의 각도가 완만해지면서 기존 모델과는 약간 다른 이미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청순한 이미지를 추구하며 데뷔했던 아이돌들이 세월을 거듭하면서 청순을 버리고 섹시로 전향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 디자인도 익숙해지니 아기자기한 면이 있어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해졌다. 역시 미니는 세월이 지나도 미니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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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해치백이 나온 지 약 2년이나 지나서 겨우 등장한 컨버터블은 이제 많이 봐서 익숙해진 디자인에 천으로 된 지붕을 얹고 또 다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언뜻 보면 지붕의 변경 외에 다른 변화는 보이지 않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또 변화가 크다. 그리고 해치백 모델과 마찬가지로 다듬어진 주행 성능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서스펜션으로 성숙함을 발산한다. 이제는 인정해야겠다. 미니의 변화는 옳았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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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컨버터블의 앞모습은 해치백과 차이가 없다. 돌출된 프론트 그릴도, 완만한 각도의 헤드램프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사실 해치백, 컨버터블, 5도어 모델은 A 필러가 있는 부분까지는 디자인이 모두 동일하다. A 필러를 지나면서부터 지붕의 재질과 2열 도어의 존재 유무에 따라 구분되는데, 만약 세 모델이 주차장에 나란히 서 있다면 키 버튼을 눌러보지 않고는 찾기 힘들 것 같다. 시인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크기를 키운 테일램프와 트렁크 손잡이 쪽으로 위치를 옮긴 미니 엠블럼은 해치백 모델의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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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는 쿠퍼 S 모델이라 프론트 범퍼 하단에 과장된 형태의 에어 인테이크를 장착했으며, 보닛에도 에어 스쿠프가 있다. 에어스쿠프는 장식용인데, BMW 산하의 1세대 쿠퍼 S 가 수퍼차저 과급방식으로 인해 갖추어야 했던 에어스쿠프를 계승하기 위해 모양만 낸 것이다. 쿠퍼 S 에서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리어 범퍼 중앙에 위치한 두 개의 머플러 홀. 매력적인 배기음을 발산하기도 하지만 시각적으로도 고성능 모델이라는 느낌을 충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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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컨버터블의 실내는 해치백의 실내와 거의 동일하다. 대시보드 한 가운데 위치한 커다란 원은 기존 모델에서는 속도계의 역할을 했지만, 3세대로 바뀌면서 속도계를 계기반으로 보내고 이곳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LCD 모니터를 위치시켰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BMW와 동일한 형태로 아이드라이브(미니는 ‘미니 콘트롤러’라는 이름을 사용한다)를 이용해 조작한다. 일반 세단과 동일한 변화라 멋이 없을 것 같지만, 미니는 원을 따라 LED를 둘러 포인트를 줬다. 이 LED는 실내를 돋보이게 하는 조명 역할도 하면서 엔진 회전수에 따라 반응하는 커다란 회전계의 역할도 한다. 해치백에서도 포인트가 됐지만 실내가 밖으로 드러나는 컨버터블에서는 더 큰 포인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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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디자인을 중시한 형태지만 의외로 그립감이 좋고 조작이 편하다. 천연 가죽을 적용한 시트는 밝은 갈색으로 존재감을 한껏 드러내면서도 착좌감이 우수한데, 장거리 주행에서도 피로가 잘 발생하지 않는다. 룸미러를 통해 후방을 바라보면 2세대 모델에 비해 후방 시야가 훨씬 개선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기존 모델에 있던 롤오버 바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사라진 것이 아니고 숨어있는 것으로, 전복 시에는 즉시 돌출되어 승객을 보호할 수 있게 되어있다. 단, 루프를 닫았을 경우 발생하는 C 필러의 사각지대는 개선되지 않았다. 사각지대 감지 시스템도 없기에 운전자의 주의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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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는 30 km/h 이하의 속력에서 작동하며, 1단계로 대형 선루프처럼 일부를 개방한 후 2단계로 전체 루프를 개방한다. 1단계는 속력에 관계없이 작동이 가능하며, 개방 면적이 의외로 넓어 환기는 물론 채광에도 유리하다. 그러나 컨버터블의 진정한 재미는 역시 전체를 개방했을 때 나온다. 개방 후 주행 시에도 1열에는 바람이 많이 들어오지 않으며 헤어스타일이 흐트러지는 것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단, 2열 승객들은 바람에 대해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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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퍼 S 등급에는 2.0L 터보차저 엔진이 탑재되어 최고출력 192 마력, 최대토크 28.6 kg-m을 발휘한다. 여기에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앞바퀴를 구동한다. 다운사이징 기술의 발전으로 200마력을 초과하는 차들이 많아진 시대에 별 거 아닌 출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막상 가속을 진행해 보면 만만하게 다룰 수 있는 출력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자동변속기임에도 불구하고 느낄 수 있는 경쾌한 주행 감각은 선대 모델로부터 계속 이어져 오는 미니의 특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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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동안 계속 미니가 추구해 오던 ‘고 카트(Go-Kart)’느낌은 이제 거의 없다. 2세대 모델까지만 해도 남아있던 고 카트 느낌이 사라지는 데는 플랫폼과 서스펜션의 변화가 제일 큰 영향을 미쳤다. BMW에서 제작한 UKL1 플랫폼을 사용해 기존 모델보다 크기가 커진 동시에 휠베이스도 증가했으며, 서스펜션도 기존 모델에 비해 승차감을 중시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좀 더 과장해서 말하자면 미니가 아니라 BMW 3시리즈를 타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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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만 들으면 미니 매니아들은 개탄할 지도 모르겠다. 허나 이제 다르게 봐야 할 때가 됐다. 이제 미니는 젊은 구매고객 뿐만 아니라 좀 더 폭 넓은 나이의 고객들을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스포티한 느낌을 버리고 승차감을 중시하는 것은 이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무엇보다 미니를 원하는 구매고객들 역시 점점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출시 당시 2세대 모델을 시승하면서 고 카트 느낌에 흠뻑 빠졌던 필자도 이제 나이를 먹었고, 3세대 모델을 시승하면서 승차감을 중시한 느낌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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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심 속에서 바쁜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만약 출퇴근에 주로 자동차를 사용한다면 단단한 서스펜션과 칼날 같은 코너링 반응은 업무로 인해 피로가 쌓인 몸에 독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3세대로 진화한 미니는 ‘상냥해졌다’라고 볼 수 있다. 어쩌다가 큰 피로 없이 업무가 일찍 끝난 날, 가볍게 일탈하고 싶을 때 언제든 출력을 낼 수 있는 엔진은 든든한 아군이 될 것이고, 지붕을 열고 가볍게 근교를 외출할 수 있는 컨버터블은 삶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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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컨버터블 쿠퍼 S는 자동차의 변화에 대해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산물이다. 극단적으로 짧은 휠베이스와 작은 차체, 다소 소음이 있는 고성능 엔진과 단단한 서스펜션으로 도로를 지배하던 시대는 이제 사라졌다는 것을 온 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이제는 작은 차체 속의 넉넉한 실내, 조용한 고성능 엔진과 승차감까지도 중시하는 서스펜션이 운전자를 편안하게 보조해주는 시대다. 세월이 흐르는 만큼 인간도 나이를 먹고 몸과 생각이 변한다. 이제 변하는 시대에 맞춰 생각도 변화해야 할 때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이 있다. 비록 크기를 키우긴 했어도 미니는 아직 소형차다. 옛날에 등장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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