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의 해답 - 시트로엥 C4 칵투스 시승기
컨텐츠 정보
- 1,770 조회
- 목록
본문
2012년 시트로엥이 국내에서의 판매를 다시 재개한 이후 가장 독특하고 인상적이며, 매력적인 신차가 등장했다. 바로 시트로엥 C4 칵투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소형 크로스 오버도 시트로엥이 만들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차이기도 하다. 단순히 독특한 외형 뿐만 아니라, 시트로엥의 역발상이 가득 한 ‘C4 칵투스'의 매력을 살펴본다.
‘The car that answers today's questions’. 2014년 봄 제네바 모터쇼에서 데뷔한 시트로엥의 신차 'C4 칵투스'를 소개한 문구이다. 이 자동차가 단순히 'C4'의 파생 차종이 아닌 것은 이 문구에서도 드러난다. ‘시간이 흐르고, 소비자의 취향도 바뀌었다. 그런 지금 어울리는 자동차는?’이라는 질문에 대한 시트로앵은 C4 칵투스로 답하고 있다. 2013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컨셉트카에서 선보였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옮겨 온 것 또한 크로스오버의 춘추전국시대에서 차별화를 이루기 위한 시트로엥의 패기 넘치는 해법이다.
C4 칵투스는 시트로엥 역사에서 중요한 모델 중 하나인 2CV를 떠오르게 한다. 2CV가 구축 한 시트로엥의 패밀리카 개념을 66년 후인 2014년에 새롭게 정의한 모델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C4 칵투스가 추구하고 있는 경량화 또한 2CV를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시트로엥 2CV는 저렴한 패밀리세단을 추구한 모델로 이를 위해 차량의 무게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접목되었다.
시트로엥 C4 피카소의 무게는 1,625kg, 이에 반해, C4 칵투스의 무게는 1,240kg. C4라는 이름을 앞에 붙이고 있지만 차량 무게는 하위 모델인 DS3와 비슷할 정도로 차량을 무게를 줄였다. 또한, C4를 자칭하면서 플랫폼은 ‘C3’의 플랫폼을 늘려 사용한 것도 차량의 무게를 줄이기 위한 부분이다. 그 밖에도 열고 내리는 방식이라 아니라 일부를 개폐하는 형태의 2열 윈도우나 덮개가 없는 파노라마 루프, 두께를 줄인 시트 등 차량의 무게를 줄이기 위한 역발상의 연속이다. 전체 길이 4160 × 전폭 1730 × 전고 1530mm라는 크기는 C4보다는 다소 몸집이 작고, 길이는 '푸조 2008'에 가깝다.
가벼운 만큼 효율성과 친환경성도 우수하다. C4 칵투스는 유로 6를 충족하는 PSA 그룹의 BlueHDi 엔진이 탑재된다. 1km 당 CO2 배출량은 106g이며 복합연비는 17.5km/l. 시속 90km/h로 정속주행하는 경우 순간 연비는 30km/l를 웃돈다. 뿐만 아니라 C4 칵투스는 첨단 기술을 이용했다기 보다는 기능의 간소화를 통한 경량화인 만큼 가격 또한 저렴해 질 수 있었다. 국내 출시된 1.6 디젤 모델 3개 트림의 가격은 각각 2490만원, 2690만원, 2890만원으로 DS3보다 저렴하다. 푸조 2008이 공격적인 가격정책으로 기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던 것이 떠오른다.
C4 칵투스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차체 측면에 위치한 충격 흡수 패널인 ‘에어범프'이다. 에어범프는 손가락으로 눌러도 쉽게 들어갈 정도로 부드러운 소재이다. 시트로엥에서는 마트에서 카트가 부딪히거나 옆 차량의 ’문콕‘을 효과적으로 막아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에어범프 역시 차량의 무게를 줄이는 기능 중 하나이기도 하다. 경량화나 충격흡수와 같은 기능적인 설명이 아니더라도 자동차의 외부에서 이렇게 부드러운 소재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다. C4 칵투스 전체에 녹아있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외형디자인에서는 'C4 피카소'에 이어 도입된 상하 2단의 헤드램프와 독특한 디자인의 휠, 전체적으로 모난 곳 없이 동글동글한 인상의 차체라인이 그 어떤 차량도 보여주지 못한 독창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강한 개성을 드러내고 있지만 필요 이상의 자극적인 요소가 배제되어 있다는 점도 C4 칵투스의 디자인이 높이 평가되는 부분이다.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워셔노즐이 보닛이 아닌 와이퍼 블레이드에 장착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워셔액의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작지만 이런 소소한 배려가 정감 있게 다가온다.
실내 디자인에서도 이러한 특징은 이어지고 있다. 크고 작은 2개의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늘어선 실내는 아방가르드 그 자체이다. 한편 동승석의 글로브 박스나 도어 손잡이 등은 따뜻한 온기마저 전해준다. ‘탑박스’라 이름 붙여진 C4 칵투스의 글로브 박스는 일반적으로 아래 방향으로 열리는 방식과 다르게 위쪽으로 열려 글로브 박스 안의 내용물이 쏟아지는 것을 막아준다. 안의 공간도 넉넉하다. 패브릭 소재의 시트도 온화한 색감으로 편안함을 준다. 탑박스로 인해 동승석의 에어백은 상단에 위치하고 있다.
그 외에도 C4 칵투스의 실내는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깔끔하고 세련된 인상을 보여주고 있다. 계기판의 경우 속도와 기어 단수, 연료게이지 등 보여주는 정보를 최소화해 간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센터페시아에는 7인치 터치 스크린을 적용해 버튼을 최소화 하고 있다. 주차 브레이크 앞쪽에는 ‘이지 푸시’라고 불리는 새로운 기어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D,R,N 3가지 버튼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기존의 기어박스보다 공간을 줄였을 뿐만 아니라, 사용이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일반적으로 정차 시에는 N에 위치한 상태에서 주차브레이크를 작동시키면 된다.
뒷좌석은 다소 단단한 편이지만 신장 170cm인 기자에게도 충분히 편하게 앉을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어 있다. 게다가 C3보다 130mm 길고, C4와는 거의 동일한 2595mm라는 긴 휠베이스 덕분에 뒷좌석이 휠하우스보다 앞쪽에 위치한 만큼 여유로운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2열 시트는 두께를 줄인 만큼 경량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리어 윈도우가 전동식이 아닌 폴딩되는 형태라는 점은 차량의 무게를 줄이는데 도움을 주었지만, 소비자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리는 대목이다.
국내 출시된 C4 칵투스는 1.6 BlueHDi 엔진과 ETG 6 변속기가 조합되고 있다. 최고출력 99마력, 최대토크 25.9kg.m/rpm의 성능을 발휘하는 1.6 BlueHDi 엔진은 수치상으로는 부족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게 하지만 막상 주행을 시작하면 부드러운 엔진 회전과 크게 힘이 부족하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넉넉한 토크가 영향을 주고 있다.
동력 성능도 성능이지만 C4 칵투스는 승차감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유연하게 움직이며 안정적인 자세와 날카로운 핸들링은 와인딩 로드에서도 절묘하게 원하는 라인을 그려나간다. 자꾸 꾸불꾸불한 도로를 선택해서 달리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 정도로 좋다. 경량화로 인해 승차감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은 기우였다. 뿐만 아니라 실내로 들이치는 엔진음이나 노면에서의 소음도 비교적 잘 억제되어 있어 오히려 조용한 자동차라고 느낄 정도이다. 경량화 뿐만 아니라 레이저 용접을 통해 차체의 강성을 높인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속도를 높이면 롱휠베이스 모델 특유의 부드러운 진동이 더해져 간다. 물론 ETG 변속기의 다소 울컥이는 변속감은 C4 칵투스의 아쉬운 점이다.
C4 칵투스는 개성있는 모습의 크로스오버 모델로 왠지 천천히 운전하며 여유를 즐기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와 경쟁하거나, 일분일초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빠듯한 일상에서 운전하는 순간에는 잠시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묘한 기운을 내보이고 있다. 오히려 이동하는 시간을 더 즐기자는 메시지가 차량 전체에서 나오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가지 고백을 하자면 2014년 3월 제네바 모터쇼 취재 당시 C4 칵투스의 발표 현장을 보면서 , ‘SUV의 유행에 맞춰 발표된 기발한 디자인의 신차‘ 정도로 치부했었다. 하지만, 직접 시승하며 느낀 것은 콤팩트한 사이즈에서 최대의 실내 공간을 구현하며,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 내 경량화를 추구하고 있는 모습이 그 어떤 시트로엥의 차량보다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주요 특징 중 하나인 에어범프도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경량화와 충격 흡수라는 기능에 충실하다는 점도 이러한 평가를 내리는데 기여했다. 공급문제로 유럽에서 출시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러 국내에도 출시되었지만, 기다린 만큼의 만족감을 전해주고 있다.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