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아프리카 트윈 시승회, 리얼 어드벤처 머신을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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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코리아는 지난 22일, 충주에서 기자들이 직접 어드벤처 바이크의 진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가장 화두에 올라있는 혼다의 신형 어드벤처 바이크, 아프리카 트윈 시승회를 연 것이다.
이날 많은 모터사이클 전문 매체가 시승회에 참석했다. 전세 버스로 서울을 출발한 시승단은 아프리카 트윈의 시승장소가 어떤 곳일지 가장 궁금했을 것이다. 두 시간여 달려 도착한 곳에는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코스가 마련돼 있었다. 모토크로스 연습 코스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제대로 준비하고 기획된 코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승 장소에는 이미 아프리카 트윈 시승용 모델이 4대 준비되어 있었다. 모든 모델은 동일한 사양으로 DCT, ABS 등이 기본 장비 되어 있었다. 단, 타이어는 온로드 활용도가 높은 순정 타입을 그대로 장비한 2대, 오프로드 성능을 확대한 어드벤처 트레일 타입을 장착해 둔 바이크가 2대로 나뉘어져 각기 다른 맛을 선사할 것으로 보였다.
일단은 이론 교육에 들어갔다. 첫 번째 시간은 실내에서 상품설명을 충분히 들어야 했다. 혼다코리아 서정민 전무와 함께 시승회에 동참한 혼다 모터 본사 임직원 또한 아프리카 트윈의 개발 의도 및 목적, 비전에 대해 설명했다. 아프리카 트윈에 관심이 있다면 이미 알고 있었을 법한 이야기이지만 개발 및 테스트 단계에서도 비장한 그들의 각오가 느껴지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저 그런 바이크가 아니라, 지난날 아프리카 트윈의 명성을 이어 진짜 어드벤처 바이크를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서비스팀의 프레젠테이션 중 DCT에 관련한 내용은 꼭 들을만한 대목이었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자동차에 적용된 대형 DCT와는 다른 물건이 확실했다. 모터사이클 DCT는 필연적으로 무게 감소와 크기 축소가 중요했다. 따라서 거기에 대한 대응과 더불어 모터사이클만의 이륜 특성에 어울리는 세팅이 접목됐다.
기존 인테그라 등에 적용된 DCT와 다른 점은 아프리카 트윈의 강력한 엔듀로 특성에 걸맞은 성능이다. 오프로드 라이딩 중 가장 잦은 스트레스는 클러치 레버를 지속적으로 작동해야만 한다는 점인데, DCT가 그것에 관련된 일련의 과정을 한 방에 없애버렸다. 가령 오르막이나 내리막을 빠르게 오르고 내릴 때에도 DCT는 지능적으로 작동한다. 알아서 판단하고 알아서 기어를 바꾼다. 온로드 투어링에서도 기어 레버를 건드리거나 클러치 레버를 조작할 일이 전혀 없으니 장거리를 달려도 피로감이 반감된다. 어드벤처 바이크에 적용되는 DCT란 실로 획기적인 발상이다.
이제 필드로 이동할 차례. 이날 시승은 대체로 오프로드 코스로 이루어져 있었다. 어드벤처 바이크 트레이닝 스쿨인 어드벤처 스튜디오의 박지훈 인스트럭터(겸 대표)는 전문기자단을 두 조로 나눠 테스트를 주도했다. 트레이닝 코스라고 불린 첫 번째 코스는 언뜻 어드벤처 바이크가 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만했다. 간단히 제자리에서 버튼으로 작동하는 기능들에 대해 설명을 듣고 직선 가속 및 브레이킹부터 테스트해봤다.
시동을 걸면 N단에 들어가 있지만 D버튼을 눌러 달릴 준비를 하면 만사 오케이다. 즉 출발할 때조차도 클러치 릴리즈가 필요 없다. 일정 회전수가 되면 기어가 올라간다. 브레이크를 잡아 속력을 줄이자 또다시 알아서 기어를 내린다. 극 저속으로 바이크를 돌리기 위해 회전해도 클러치에 대해 완전히 잊어도 좋다. 그런 여력을 몰아 핸들링에 집중하면 된다. 클러치 레버 자리에는 파킹 브레이크가 자리 잡고 있다. 오르막이나 내리막 경사로에서 바이크를 세우면 클러치에 유압이 빠져 바퀴가 굴러갈 수 있기 때문에 마련된 임시 브레이크다.
본격적으로 코스에 진입했다. 870mm의 기본 시트고는 몇 가지 조작만으로 850mm까지 낮출 수 있다. 기자의 신장 172cm에는 버거울 수 있는 수치다. 여기는 아스팔트가 아닌 흙바닥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게는 200킬로그램이 훌쩍 넘는다. 병렬 2기통 엔진은 부드럽게 다듬어져 있지만 온몸의 신경이 스로틀에 집중되어 있다. 조금이라도 균형을 잃는 순간에는 아마 잡초 사이를 뒹굴 것이다.
그런데 슬슬 균형을 잡고 시트에서 일어서 스탠딩 포지션을 잡자 놀라운 일이 생긴다. 높은 키를 가진 바이크임에도 불구하고 무게중심이 발바닥 주변에서 움직이는 느낌이다. 게다가 이 엔진은 병렬 2기통이다. 실린더 헤드가 위로 솟아 무게 중심 면에서 불리할 수도 있는 레이아웃이다. 혼다는 DCT와 배터리 위치 등을 최적화해 무게중심을 끌어내리고 집중화하는 데 공들였다고 했다. 그 빛이 오프로드에서 발현되고 있었다.
모래같이 고운 입자로 가득한 코스를 달릴 때는 앞뒤 바퀴가 모두 미끌거리기 마련이다. 이럴 때는 바이크 자체의 거동에 신경이 집중된다. 그립은 거의 없지만 한편으로는 바이크를 믿어야 한다. 그래야 몸으로 밸런스를 잡고 헤쳐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트윈의 차체는 온몸이 유기적으로 구부러지는 철사같다. 결코 버티거나 고집부리지 않고 그립이 없어도 서스펜션과 프레임이 그립을 만들어주는 느낌이다.
움푹 패였다 튀어 오르는 요철 코스에서도 바이크만 믿고 달리면 아무 문제가 없다. 마치 빅 엔듀로 바이크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클러치리스다. 이 점들은 상당히 좋은 시너지를 낸다. 저렇게 큰 바이크로 험로를 들어가는 게 가능한가 싶던 의구심이 시승시간 동안 스르륵 사라지고 있었다.
두 번째 시승코스는 어드벤처 투어링 바이크가 꿈꾸는 그림 같은 코스다. 시속 70킬로미터 이상으로 주파하면서 서스펜션의 고속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트레일 코스다. 이 코스를 달리면서 감탄한 점은 세 가지. 첫 번째는 프레임이다. 더블 크레들 프레임 형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거대한 차체를 능수능란하게 비틀고 조여주며, 유기적으로 노면을 잡아준다. '겁먹지만 않으면' 어떠한 공간이라도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째는 서스펜션이다. 차체크기는 그대로 두면서 서스펜션 스트로크는 늘었는데, 앞은 230mm, 뒤는 220mm로 어드벤처 바이크 중에서도 작동 폭이 매우 크다. 45mm 도립 서스펜션은 프레임과 더불어 유연함이 상상을 초월한다. 앞 뒤 모두 균형을 잃어도 앞으로 달리는 관성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는데, 그 과정이 아주 유연하고 불안감이 적다.
즉, 안심감이 높다는 뜻인데 덩치는 크고 높고 무거운 어드벤처 바이크에게 이 점은 아주 큰 플러스 요인이다. 마음이 불안해서 어찌 속도를 내고 스로틀을 열 수 있겠는가. 출고 시의 서스펜션 세팅은 물론 사용자 임의대로 조절 가능한 타입이다. 최저 지상고 또한 250mm로 상당히 높다. 어지간한 코스는 거의 다 넘을 수 있다. 좌/우 조향각도 43도로 넓은 편이며 좁은 길에서 우회할 때 도움 된다.
세 번째는 휠 사이즈다. 로드 어드벤처를 지향한 여타 모델과 다른 점은 여기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앞은 21인치, 뒤는 18인치로, 어드벤처 바이크임에도 엔듀로 바이크와 유사한 몸놀림을 낼 수 있는 큰 이유다. 혼다는 다카르 랠리에도 현역 출전 중인 CRF450 랠리와 비교한 데이터를 내놓았는데, 아무래도 랠리 바이크로서의 정통성을 강조하고 싶은 모양이다. 단지 이미지를 베껴 많이 팔기 위해 레이서를 따라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이 수치가 가진 조화는 상당한 오프로드 퍼포먼스를 뒷받침하는 데 기본이 된다.
DCT는 이 모든 기본기에 화룡점정이다. 오토모드, 매뉴얼 모드로 크게 나뉘지만 그 안에서 스포츠 모드로 3단계 조절, 그리고 즉각적인 동력 반응을 이끌어 낸 G스위치까지 활성화하면 여러 가지 조합을 맛볼 수 있다. 트랙션 컨트롤인 HSTC는 단계를 조절하거나 끌 수도 있고, ABS 역시도 해제할 수 있다. 단, 앞은 언제나 ABS ON이고, 뒤만 끌 수 있다. 이 점은 스타일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뒤만 OFF 해도 충분히 달릴만 하다.
매뉴얼 모드의 반응 역시 첨예하다. 왼쪽 검지와 엄지손가락으로 스위치를 눌러 변속할 수 있는데, 누를 때의 반응이 매우 빠르고 섬세하다. 기어 업/다운은 접지력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원하는 타이밍에 기어를 붙이는 순발력이 생명인데, 사람 손이 아니라 유압으로 작동되는 DCT가 이 정도까지 해줄 줄은 몰랐다. 인테그라에 들어있던 DCT보다도 더 섬세하고 빨라졌다.
시승회 내내 체력이 고갈돼 휴식을 가져야만 했지만, 아프리카 트윈이 주는 믿음은 대단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머신에 몸을 맡기게 되고, 믿은 만큼 아무 일 없이 끌어주는 모습이 감탄스러웠다. 무엇보다도 클러치 레버의 조작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스트레스가 확 줄고, 오로지 테크닉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은 신세계였다.
지점 간 이동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오프로드 코스로만 이뤄진 테스트는 아쉽기도 했지만, 혼다코리아가 증명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했다. 다른 어드벤처 바이크의 콘셉트를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전체 성능을 100으로 봤을 때 온로드 절반, 오프로드 절반을 명확히 갈라 소화할 수 있는 어드벤처 바이크는 몇 안 될 것이다.
길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먼 거리를 달리면서 만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헤쳐 나가는 것이 랠리다. 아프리카 트윈은 현존하는 어드벤처 바이크 중에 양산형 랠리 바이크로서의 면모를 잘 갖춘 몇 안 되는 모델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마치 랠리에 누구나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줄 정도로 친근한 관점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어드벤처 바이크와 DCT의 전에 없던 조화는 예상했던 대로 대단했다. 프리젠테이션 시간에 들었던 복잡다단한 온갖 메카니즘은 신선한 충격과 감동으로 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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