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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신형 i30, 긍정과 불안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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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지난 9월 23일 유럽형 준중형 해치백 i30의 미디어 시승회와 함께 고객 이벤트를 열고 본격적인 내수 공략에 돌입했다. 그간 i30는 주력 판매군으로 설정하지 않아 이런 마케팅 활동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다가온다. 국내 점유율 하락 시점에서 나온 신형이기 때문이다. 20~30대 소비자를 적극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들이 10년 후 다시 현대차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이른바 미래 소비자를 확보하는 전략차종이 i30인 셈이다. 현대차 브랜드의 첫 경험이 아름다워야만 다음에도 현대차를 구입한다는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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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경험해 본 신형 i30는 ‘잘 만든 차’의 느낌이 물씬하다. 현대차가 얘기했던 대로다. 뛰어난 주행성능은 물론, 내외관 디자인의 조화로움, 다채로운 편의장비 등 현대차의 전매특허로 불리는 것들이 가득하다. 호언을 장담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 그런데, 긍정적인 요소만 있었던 건 아니다. 새로운 전략차종으로 육성한다는 현대차의 의도와는 조금 어긋나는 점도 분명하다. 마케팅 언어는 지루하고, 진부하며, 전략은 평이하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진 않지만 i30는 줄그은 호박이라는 평을 받기엔 아까운 모델이다.

긍정▶ 알버트 비어만 효과와 현대차 클래스

기아차 니로에서도 느꼈지만 현대차는 알버트 비어만 영입에 따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아반떼 스포츠도 소위 마니아들의 호평을 받았던 바, i30 역시 그런 자질을 갖추고 있다. 비어만이 감수했다는 성능은 나무랄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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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리터 가솔린 터보엔진은 넉넉한 힘을 낸다. 최고출력은 204마력(@6천rpm). 보통 고성능차의 시승기에서 발만 대면 앞으로 튀어 나간다는 표현을 종종 볼 수 있는데, i30에서 그런 기분을 느꼈다. 1천500rpm부터 뿜어져 나오는 27.0kg·m의 최대토크는 순발력이 좋다. 준족이다.

7단 DCT는 빈틈이 없다. 속도를 올리는 데 거침이 없고 패들시프트를 조작하는 재미가 있다. 반응이 날래면서도 유연하다. 효율은 리터당 11.6킬로미터. 신연비 기준에 따라 하향 조정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나름 준수하다. 디젤차가 아니니.

가속페달이 다소 가볍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아마 힘이 좋기 때문 아닐까’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i30의 하체 감성은 이전 세대에서도 단단하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이번 i30는 단단할 뿐 아니라 매우 세련된 거동이 인상적이었다. 직선에서는 거침 없었고, 곡선에서는 민첩했다. 전반적으로 밀도가 높은 달리기실력이었다. 공도에서는 큰 불만이 생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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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현대차 디자인 기조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이 적용됐다. 이전 세대와 비교하자면 정돈된 인상이다. 다소 공격적이었던 디자인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가 적지 않았던 탓이다. 과한 디자인은 시장 후발주자의 전유물-그렇게 디자인 해야 눈길을 돌릴 수 있으므로-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더 이상 뒤에서 따라만 가지 않겠다는 현대차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제네시스로부터 시작된 높은 디자인 수준이 i30에도 충분하게 이식됐다. 혹자는 심심하다는 주장을 하고, 누군가는 특정 브랜드의 특정차종을 닮았다는 얘기를 한다. 그런데 디자인이란 게 돌고 도는 것 아니겠나. 어차피 디자이너가 돌고 도는데.

실내는 현대차 클래스를 여지 없이 보여준다. 마감 면에서도 동급의 차를 앞서고, 공간확보는 현대차가 제일 잘하는 부분이다. 경쟁차 중에 이렇게 넓은 차가 있을까? 편의장비는 일일히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호화스럽다. 물론 시승차가 풀옵션이라는 점이 감안돼야 하겠지만. 그 정도 옵션을 넣기 위해 i30에 돈을 투자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는 개인적인 의문이기는 하다.

불안▶ 넘치는 자신감과 빈약한 전략

i30가 잘 만들어진 차라는 건 이 차를 10분만 타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스스로 창조한 차에 너무 많은 자신감을 내비쳐 오히려 반감을 사는 묘한 습성(?)이 있다. 이번에는 광고 속 드리프트를 재현하겠다는 ‘드라이빙 퍼포먼스 쇼’가 사단이었다. 앞바퀴굴림 i30는 태생적으로 뒷바퀴를 흘리는 주행기술인 ‘드리프트’가 매우 어렵다. 물론 불가능한 건 아니다. 차에 가해질 부담을 감내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게 소위 운전도사들의 얘기다. i30로도 드리프트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쇼에 동원된 차는 튜닝이 가미된 차였다. 뒷바퀴를 흘리기 쉽도록 수동으로 작동하는 뒷바퀴 전용 브레이크를 달았던 것. 모 언론사가 이 같은 사실을 포착했다. 현대차는 늘 솔직하지 않아서 비판을 받는데, 이번에도 솔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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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언어도 2세대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1천 대 가량의 사전 계약량(요즘 나오는 신차 치곤 빈약하다. 너무 적지 않냐는 질문에 현대차 직원은 “원래 안팔리는 차여서 기대치가 낮다”고 말했다. 정말?) 중 55%가 20~30대고, 이 중 상당수는 여성운전자라던데, 소비자 성향을 파악하기엔 지표가 조금 부족한 것 아닐까? 그래도 젊은 여성 소비자에게 인기가 있다는 걸 수치로 보여주려는 노력은 가상하다.

다만 말장난에 가까운 얘기들은 그냥 흘러보내기 어렵다. 해치백은 실용성이 높다는 말과 젊은층이 좋아하는 차라는 말에 피로감이 든다. PYL의 실패로 얻은 것이 전혀 없었나보다. 프리미엄 유스 랩(Premium Youth Lab)에서 프리미엄 유니크 라이프스타일(Premium Younique Lifestyle)로 바꿔 체면을 구긴 그 젊은 소비자 전략 마케팅 말이다.

국내 마케팅실에 의문을 제기했다. 도대체 마케팅적으로 이전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답변은 이랬다. “디자인적으로 더 훌륭해지고, 성능도 우수해졌다. 원래 실용적이고, 젊은층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담았으니 기대가 크다. 폭스바겐 골프와 글로벌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동어반복이 끊임없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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