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볼보 S90 D5 & T5 시승기, 스칸디나비안 게임 체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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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브랜드 시장에서는 변두리로 느껴졌던 볼보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올 초 대형 SUV인 XC90을 한국 시장에 도입해 적잖은 반향을 불려일으킨 데 이어, 차세대 플래그십 세단 S90이 재빨리 한국을 찾았다. 지난 1월 디트로이트에서 처음으로 공개됐으니 출시 시기로만 본다면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축에 속한다.

S90이 도전하는 E 세그먼트 세단 시장은 한국에서도 가장 치열한 전장이다. BMW 5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E 클래스, 아우디 A6 등 독일 3사의 쟁쟁한 모델들이 매달 수입차 판매 1위를 주거니 받거니 한다. 재규어나 렉서스, 인피니티, 캐딜락 등 도전자도 적지 않고 심지어 국산 모델인 제네시스 G80도 가격대가 겹쳐 국적을 불문하고 각축전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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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 간 한국에서 165%의 기록적인 성장을 기록한 볼보는 XC90을 통한 이미지 메이킹에 이어 S90을 통해 볼륨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정면대결을 염두에 두면서도 프리미엄에 대한 볼보만의 해석이 돋보인다. 과연 스칸디나비아 출신의 럭셔리 세단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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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변신은 으레 무죄라지만, 요 근래 볼보의 변신은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그간 볼보는 안전하고 실용적이며 질리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특별히 고급스럽거나 세련되지는 않은 이미지였다. 2010년 포드가 중국 지리자동차에 볼보를 매각하면서 "중국차" 이미지가 덧씌워진 것도 악재였다.

하지만 많은 우려를 보란 듯 씻어내고 볼보는 브랜드와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뜯어고쳤다. 2013년 컨셉트 쿠페와 컨셉트 에스테이트, XC 컨셉트 등 미래 볼보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세 컨셉트카를 내놨고, "이게 볼보가 맞나" 싶을 정도로 근사한 XC90을 2014년 선보이면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대대적인 공사가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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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80의 후계자인 S90 세단은 새로운 볼보의 두 번째 모델이다. 럭셔리 세단임에도 컨셉트 쿠페의 매혹적인 비례를 그대로 옮겨왔고, 참신한 설계의 SPA 플랫폼을 기반으로 우수한 실용성과 고급스러운 완성도까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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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토르의 망치"라 불리는 LED 헤드라이트다. 망치 모양 주간주행등을 중심으로 LED 상·하향등과 방향지시등까지 모두 풀 LED 타입이다. XC90과 흡사한 형태지만 더 가늘고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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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가로 라인을 강조한 범퍼가 조합돼 전폭이 넓어보이는 효과를 노렸다. 미래적인 뒷모습 역시 트렁크 리드에 여러 개의 직선을 사용하고 "C"자형 테일램프를 길게 배치했다. 실제로도 전폭이 넓은 편이지만 시각적으로 더 넓어보이는 효과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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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80도 작지 않은 차였지만, S90은 몸집을 한껏 키웠다. 전장과 휠베이스가 각각 100mm 이상 늘어나고 전폭도 15mm 넓어졌다. 반면 전고는 자그마치 50mm나 낮아져 더 길고 넓지만 낮은, 스포티한 비례가 완성됐다. 전장*전폭*전고는 4,963*1,890*1,443(mm)에 휠베이스는 2,941mm다. 주 경쟁자들과 비교해봐도 전장·전폭은 더 긴 편이고 전고는 낮다. 휠베이스는 E 클래스와는 거의 같고 5 시리즈보다는 조금 짧다.

인상적인 점은 전륜구동 바디임에도 이처럼 멋진 비례가 나온다는 것이다. 앞서 소개된 XC90도 매력적인 비례를 보여줬지만, S90은 전륜구동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수직으로 깎아내린 전면부, A-필러와 앞바퀴 사이의 넓은 간격 및 뒷쪽으로 무게중심이 실린 캐빈룸 배치 등 많은 요소들 덕에 옆 라인은 아우디 A7같은 4도어 쿠페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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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스럽지만 비좁거나 불편하지 않을 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으레 볼보가 그러했듯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전륜구동 기반 차체로 실내공간은 충분히 넉넉한 편이다. 1열 시트를 충분히 뒤로 밀어도 2열의 레그룸은 넉넉하다. 전고가 많이 낮아 헤드룸이 부족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앉은 키가 큰 편인 기자에게도 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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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SPA 플랫폼의 독특한 설계 덕도 크다. 리어 서스펜션은 멀티링크 타입을 채택하면서도, 코일 스프링 대신 리프 스프링을 채택해 쇽업소버 마운트가 차지하는 공간을 대폭 줄여낸 것. T8 PHEV를 위한 설계지만, 전기 구동계가 빠지는 일반 모델에서는 뛰어난 거주성과 공간활용도로 보상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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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차치하더라도 실내에서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시승차는 상위 트림인 인스크립션 모델로, 나파 가죽과 천연 우드 트림이 적용된다. 그 간극은 고급스러운 반광 크롬 소재가 메운다. 소재들의 조화와 재질감, 마감품질이 매우 만족스럽다.

앞서 XC90에서 선보인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대부분의 기능을 풀터치 방식으로 작동하며, 터치 감도는 뛰어나고 인터페이스도 타사에 비해 직관적이다. T8 PHEV에만 들어가는 크리스탈 시프트 노브를 일반 모델에서는 만날 수 없는 것이 조금 아쉬울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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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C90에 이어 S90에도 바워즈&윌킨스(B&W) 사의 오디오 시스템이 탑재됐다. 마세라티, 재규어, 맥라렌 등 유수의 브랜드에서 이미 그 품질을 인정받았다. S90의 경우 19-스피커 타입으로 서브프레임에 서브우퍼를 장착하는 등 상당히 오디오에도 공을 들였다. 이전보다 감성적 만족도를 끌어올리겠다는 볼보의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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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시승은 D5 AWD와 T5 등 2종을 번갈아 타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판매의 주력이 될 D4는 내년 빠른 1분기에 본격 인도가 이뤄지고, D5 AWD와 T5는 11월 경부터 고객 인도가 시작된다. 시승차는 모두 인스크립션 트림으로 D5 AWD가 7,490만 원, T5가 7,19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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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모델 모두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을 탑재한다. 2.0L 엔진 블록을 호환하며 D5는 트윈터보 디젤, T5는 싱글터보 가솔린 방식이다. 변속기는 동일하게 아이신 8속 토크컨버터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여느 볼보 차량처럼 서스펜션은 탄탄하고 안정감을 주는 반면 가속력은 경쾌하고 힘차다. 대형 세단인 만큼 약간의 롤링은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코너에서 차체가 민첩하게 따라온다. 가벼운 엔진의 뛰어난 회두성과 저중심 설계의 덕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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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그십 세단에 4기통 엔진이 불만스러울 수 있지만, 이미 5 시리즈나 E 클래스같은 주요 라이벌들도 주력 엔진을 모두 2리터 4기통 엔진으로 대체한 만큼 엔진이 특별히 열세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D5 엔진은 최고출력 235마력에 최대토크가 무려 48.9kg.m에 달하고, 최대토크가 1,750rpm부터 발휘된다. AWD와 조합돼 0-100km/h 가속은 단 7초면 마무리된다. 초반 가속 시 압축공기로 터보랙을 없애주는 파워펄스 시스템이 응답성을 높여준다.

이전 볼보의 엔진들은 비교적 소음진동이 크게 느껴졌는데, NVH 대책도 크게 개선되 정숙성도 향상됐다. 다만 4기통의 어쩔 수 없는 거친 회전질감이 발끝으로 전달되기는 한다. 극단적 다운사이징 정책은 우수한 효율을 보장하지만, 6기통 엔진 정도는 마련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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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T5로 갈아타면 더욱 부드러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가솔린 역시 여타 볼보 모델에 비해 정숙성이 크게 높아졌다. T5 엔진은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35.7kg.m에 0-100km/h 가속시간은 D5보다 조금 더 빠른 6.8초다. 보다 부드러운 주행감각과 강력한 가속력을 원한다면 T5가 더 어울리겠다.

가을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서도 실내는 시종일관 평온했다. 맑은 오디오 사운드와 비행기 1등석을 연상시키는 우아한 실내, 잔진동은 걸러내면서 노면은 정확히 읽어내는 승차감까지 모든게 만족스럽다. 2시간 넘게 차를 탔지만 볼보가 자랑하는 인체공학적 시트는 운전의 피로감을 느끼기 어렵다. 고급스러움보다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시트 형상이 응접실같은 인테리어와 약간 언밸런스한 점만 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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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의 대명사 볼보답게 안전사양도 충실하다. 시티 세이프티, 사각지대경보 등 기존 안전장비들을 통합한 인텔리세이프 시스템과 더불어 북유럽 환경에 맞는 대형동물 감지 기능-한국에서의 실용도는 미지수다-, 차선유지보조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조합된 파일럿 어시스트 II 등의 장비를 갖췄다.

파일럿 어시스트 II의 차간거리 유지 기능은 뛰어나지만, 차선유지 보조는 썩 매끄럽지 않다. 어쨌거나 이러한 안전사양은 트림에 따른 차별 없이 전 모델에 기본 적용된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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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본사 내에서도 한국 시장의 존재감은 제법 크다. 세계 어디서도 기록하지 못한 엄청난 성장률은 물론, 프리미엄 모델이 판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독특한 수입차 시장 구조 덕에 향후 높은 부가가치와 성장가능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단의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한국을 위해 S90을 발빠르게 한국에 선보인 것도 그런 까닭이다. 특히 기존 모델들의 노후화로 마땅한 세단 신차를 선보이지 못했던 볼보에게 S90은 강한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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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급에서는 어떤 차를 사도 후회하지 않는다. 성능과 품질이 이미 상향평준화돼 제원만 보고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다. 그 속에서 볼보는 럭셔리에 대한 스칸디나비아적 해석을 곁들여 참신한 대안을 제시했다. 누구나 눈이 갈 만한 디자인과 풍요로운 안전 및 편의사양들, 경쟁자들에게 뒤쳐지지 않는 주행 감각까지 갖췄다. 본사의 적극적 지원 하에 이뤄낸 공격적인 가격정책과 전 모델 5년 10만 km 보증 및 소모품 무상제공 등 현실적인 부분의 경쟁력도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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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S90의 형제인 V90과 V90 크로스 컨트리도 순차 출시돼 한국에서 볼보의 프리미엄 라인업은 확고하게 자리잡을 전망이다. 단지 S90을 선택하는 데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후발주자의 브랜드 밸류와 "7,000만 원이 넘는 전륜구동"이 주는 약간의 망설임 뿐이다. 스칸디나비안 럭셔리의 정수를 보여주는 S90의 높은 완성도는 E 세그먼트 세단의 게임 체인저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재욱기자 siegussr@naver.com
제공
자동차와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터리언 (www.motori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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