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기 | 2016 포드 포커스 1.0 에코부스트 에스테이트 독일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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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포커스 1.0 에코부스트는 3기통 터보 엔진의 성능이 가장 강점이다. 성능과 연비를 모두 만족한다. 3년 연속으로 올해의 엔진을 수상한 엔진답다. 강하게 튀어나가는 힘은 없지만 고속까지 꾸준하게 속도가 올라가고, 5단으로 200km/h을 넘기는 성능도 갖췄다. 정숙성과 정속 주행 연비도 매우 좋다. 1리터 배기량으로 1.3톤의 왜건을 충분히 이끈다. 포커스 에스테이트는 트렁크가 작은 게 흠이다.
바야흐로 3기통 엔진의 전성시대다. 3기통 엔진의 위상은 10여 년 만에 확 달라졌다. 10년 전만 해도 3기통 엔진은 거의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일본 경차를 제외한다면 일부 회사만 3기통 엔진을 운영했다. 반면 지금은 거의 모든 회사들이 3기통 엔진을 보유하고 있다. 다운사이징의 열풍이 불어서이다.
다운사이징은 흔히 배기량을 낮추고 터보를 더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초기에는 그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통수도 줄이는 개념이 추가됐다. 배기량보다는 기통수를 줄이는 게 더 확실한 다운사이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지금은 터보의 힘을 얻어서 배기량과 기통수를 줄여도 더 높은 성능을 얻을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가솔린 엔진도 크게 발전했다. 승용 디젤이 급격하게 발전하던 2000년대 초반에는 가솔린 엔진은 더 이상 발전의 여지가 없다는 말도 나왔었다.
3기통은 넓은 배기량을 커버한다. 일본 경차의 660cc부터 1.5리터까지 3기통 엔진이 쓰인다. 예전에 비하면 3기통 엔진의 활용 폭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다. 사실상 터보 없이는 불가능하다. 포드는 1리터 3기통 터보 엔진을 몬데오에도 얹는다. 그런데도 괜찮은 성능을 뽑아내고 있다.
지금은 모든 차가 터보인 것 같지만 글로벌 전체로 보면 자연흡기가 더 많다. 하니웰은 2020년 터보의 글로벌 점유율을 47%로 예상하고 있다. 또 터보 엔진 중에서는 3기통이 가장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이 되면 3기통 터보 엔진(가솔린과 디젤 포함)의 판매는 700만대이다. 연간 30%씩 증가하는 것이다. 같은 기간 4기통 터보는 연 7%씩 증가한다. 물론 터보에서는 4기통의 비중이 가장 높다. 2020년 기준으로 4기통이 글로벌 터보 엔진의 75%를 차지할 전망이다.
터보는 유럽에서 시작됐고 북미에도 확산되는 중이다. 미국 회사 중에서는 포드가 가장 먼저 다운사이징 터보를 도입했다. 포드의 다운사이징 터보는 에코부스트로 불린다. 배기량을 줄이는 대신 터보를 달아서 출력과 연비를 모두 높였다. 다른 터보처럼 에코부스트 역시 엔진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비용 절감이라는 의미가 있다. 에코부스트가 나온 이후 포드의 엔진 공유는 본격화 됐다.
에코부스트는 크게 4기통과 V6 두 가지로 나오고, 소형차부터 픽업까지 다양한 차종에 쓰인다. 뒷바퀴굴림에 쓰이는 에코부스트도 있다. 에코부스트는 최신의 기술이 망라돼 있고, 1,050도의 배기 온도에도 견딜 수 있는 터빈도 가장 먼저 채용됐다.
포드는 에코부스트 라인업을 빠르게 넓혔고, 나중에는 1리터 3기통에도 적용했다. 1리터 3기통이야말로 포드 에코부스트 엔진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1.0 에코부스트는 작년까지 인터내셔널 엔진 오브 더 이어를 3연패하기도 했다. 올해도 BMW 3기통 1.5리터에 밀려 2위를 차지했다. 점수 차이(274 vs 267)도 많지 나지 않았다. 올해의 엔진 3연패는 1.0 에코부스트가 처음이다.
1.0 에코부스트는 유럽 포드 포커스에 가장 먼저 탑재됐고, 이후 피에스타, B-맥스 같은 소형차는 물론 몬데오, 그리고 트랜짓 커넥트 같은 상용차에도 올라가고 있다. 100마력 1.0 에코부스트 엔진의 포커스는 CO2 배출량이 99gkm에 불과하다. 동급의 가솔린 모델 중에서 CO2 배출량이 100g/km 이하로 떨어진 것은 포커스가 처음이다.
1.0 에코부스트는 독일 쾰른, 루마니아 크라이오바, 중국 충칭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전 세계 72개국 이상에서 판매된다. 작년 기준으로 글로벌 포드의 다섯 대 중 한 대가 1.0 에코부스트 엔진을 탑재했다. 유럽에서는 가장 많이 팔린 터보 엔진이기도 하다. 그리고 올해 3월에는 에코부스트 엔진의 글로벌 누적 생산이 500만개를 넘었다. 500만대째 에코부스트도 1.0 배기량의 포커스이다. 1.0 에코부스트는 100마력과 125마력, 140마력(피에스타 레드/블랙) 3가지의 버전으로 나온다.
포드 차는 점점 애스턴마틴스러운 디자인이 강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차가 몬데오이다. 뒤에서 몬데오가 달려오면 애스턴마틴인줄 착각한다. 포커스도 마찬가지다. 입을 좌우로 벌린 듯한 그릴과 헤드램프, 보닛의 주름 등이 애스턴마틴스럽다. 전면을 제외한다면 다른 부분은 대체로 수수하다. 딱히 튀는 디자인은 아니다.
측면에서 보면 앞으로 숙여지는 실루엣이 나온다. 전진감이 느껴진다고 할 수도 있지만 뒤가 너무 들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뒤의 디자인은 짐을 많이 실었을 때를 감안했다고도 할 수 있다. 확실한 건 부분 변경된 디자인이 이전보다 낫다.
차체 사이즈는 4,556×1,823×1,505mm, 휠베이스는 2,648mm이다. 차체 사이즈는 세단이나 해치백보다 미세하게 크다. 전장의 경우 해치백은 4,358mm, 세단은 4,534mm로 에스테이트보다 약간 짧다. 반대로 전고는 에스테이트가 해치백/세단(1,484mm)보다 조금 높다. 참고로 포커스 에스테이트는 미국에서 팔지 않는다.
트렌드는 아래에서 두 번째 트림인데 16인치 주철 휠이 기본이다. 타이어는 굿이어의 벡터 4시즌이고, 205/55R/16 사이즈가 장착돼 있다. 휠이나 타이어를 보면 완전 깡통일 것 같지만 풀 옵션을 연상시킬 정도로 편의 장비가 많다.
실내의 단점은 플라스틱을 비롯한 내장재의 질이 좀 딱딱하다는 것이다. 센터페시아 주위의 플라스틱이 딱딱하고 눈으로 보기에도 좋지 않다. 그 외에는 딱히 눈에 띄는 단점은 없다. 각 버튼은 정리가 잘 돼 있고, 사용의 편의성도 좋다. 오디오나 공조장치 모두 사용하기 편한 디자인이다.
모니터에는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주요 기능들이 통합돼 있다. 기능이 많은 건 좋지만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실행할 때 반응이 느린 건 흠이다. 기어 레버 앞에 수납함과 함께 USB 단자 하나가 마련된 것은 편의성을 높인다. 그리고 기어 레버 옆에는 열선 스티어링 휠과 스톱 스타트 버튼이 마련된다. 열선 스티어링 휠은 생각지 못한 편의 장비이다. 그리고 센터 콘솔 박스에는 SD 카드와 시거잭, 추가 USB 단자가 더 있다.
외국에서 운전할 때는 평소에 신경 안 쓰는 부분까지 민감해진다. 한 예가 컵홀더이다. 컵홀더는 기어 레버 앞에 있는 게 가장 좋고, 날개가 달려 있어야 지지를 잘한다. 포커스는 날개 대신 칸막이가 슬라이딩 하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필요에 따라 플라스틱 칸막이를 전후로 이동시킬 수 있다. 칸막이 슬라이딩은 좀 뻑뻑하다.
계기판은 특유의 포드 디자인이다. 중앙에 위치한 액정은 크기는 작지만 대단히 많은 기능 및 메뉴들이 있다. 살펴보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트립 컴퓨터는 많이 알고 있는 주요 정보가 모두 표시되고, 주행 거리와 평균 연비, 잔여 거리 등을 한데 모아서 보여주는 메뉴도 있다.
뿐만 아니라 차선 이탈 경고 장치와 오토매틱 하이빔 어시스트 같은 고급 장비도 마련된다. 하이빔 어시스트는 포커스 급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장비이다. 포커스의 하이빔 어시스트는 반응이 빨라서 작년에 경험했던 인시그니아보다 더 만족스러웠다. 어두운 유럽의 도로에서는 매우 유용한 장비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밤에도 밝은 우리나라의 도로에서는 그 효용성이 떨어진다.
2열은 넓다고 할 수 없다. 성인이 앉으면 무릎 공간이 꽉 찬다. 시트도 편한 편은 아니다. 2열에 별다른 편의 장비는 없다. 대신 시트 양쪽에는 작은 수납 공간 2개를 마련했다. 포커스 에스테이트의 트렁크 용량은 476리터이고, 2열 시트를 접으면 1,502리터로 늘어난다. 이 정도면 동급에서 가장 작은 수준이다. 엔진이나 편의 장비의 경쟁력은 아주 좋지만 에스테이트 본연의 메리트는 떨어진다.
파워트레인은 1.0 터보 가솔린 엔진과 6단 수동변속기의 조합이다. 상위 버전인 125마력은 100마력보다 출력과 토크도 높지만 토크 밴드도 넓다. 100마력은 최대 토크가 1,400~4,000 rpm 사이에서 나오지만 125마력은 1,400~4,500 rpm에서 나온다. 100마력은 못 타봤지만 아무래도 125마력이 더 끌린다.
125마력의 1.0 에코부스트는 성능과 연비도 좋지만 정숙성이 탁월하다. 공회전 소음이 적은 것은 물론 가속 시에도 엔진 소리가 커지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1리터 3기통은 기통당 배기량이 작고, 엔진 룸의 방음에도 신경을 많이 쓴 것으로 보인다. 가속 할 때 옆사람이 잘 느끼지 못할 정도다.
그리고 엔진의 회전 자체도 부드럽다. 원활하고 부드럽게 가속된다. 최고 출력이 나오는 6,000 rpm까지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반면 6,000 rpm이 넘어서 변속하면 부담스러운 소리를 낸다. 연료가 차단될 때도 좀 울컥거리는 편이지만 회전 질감이나 정숙성에서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파워트레인에서 불만 사항은 1, 2단 변속 시 울컥거림 정도다. 저속에서 1→2단으로 변속하면 어떻게 해도 충격이 발생한다. 포커스 앞뒤로 탔던 골프, 파비아와 자연스럽게 비교가 된다.
그동안 1.0 에코부스트의 동력 성능이 참 궁금했다. 이번에 의문이 풀렸다. 125마력의 1.0 에코부스트는 생각보다 높은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순간적으로 강하게 나오는 토크는 없지만 꾸준하게 힘이 발휘된다. 그리고 체감하는 것보다 더 빠르다. 체감으로만 보면 ‘괜찮다’고 느낄 정도지만 운전을 할수록 힘이 좋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1~4단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약 50, 95, 145, 175km/h이다. 여기까지는 원활하게 가속되지만 5단에서도 괜찮은 가속력이 나온다. 5단 5,000 rpm에서 190km/h을 기록하고, 계속 가속하면 210km/h 근처까지 속도가 올라간다. 제원상 최고 속도는 193인데, 그 이상이다. 실제로 내비게이션에 찍히는 속도도 제원보다 높다. 1리터의 배기량을 생각하면 성능이 인상적이다.
이정도면 1.6리터 자연흡기는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이번에 탄 포커스 1.0 에코부스트는 아반떼(AD) 1.6 GDI보다 빠른 것 같다. 단순히 동영상으로만 비교한다면 19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포커스가 빠르다. 중량도 포커스 1.0 에코부스트 에스테이트(1,316kg)가 아반떼 1.6 GDI(1,290kg)보다 무겁다.
동력 성능은 전반적으로 괜찮은데 추월할 때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6단으로 120km/h을 달리다가 추월을 위해서 5단으로 내려도 강한 추진력이 안 나온다. 따라서 4단으로 더 높은 회전수를 써야 원하는 만큼의 가속력이 나온다. 참고로 포커스 1.0 에코부스트는 수동과 자동의 0→100km/h 가속 및 최고 속도가 동일하다.
또 다른 장점은 연비이다. 연비가 참 좋다. 공인 연비도 리터당 20km이 넘지만 정속 주행하면 그 이상을 기록한다. 6단으로 100km/h를 달릴 때는 완만한 언덕에서도 순간 연비가 리터당 25km 내외로 나온다. 140km/h에서는 리터당 17km 내외다. 이정도면 힘과 연비를 모두 잡았다고 할 수 있다. 1.0 에코부스트가 3연패를 할 동안 다른 회사들은 뭐 했나하고 궁금했다. 그 사이에 다른 회사들도 3기통을 비롯한 다운사이징 엔진을 많이 내놨다. 이번에 타보니 단순히 3기통이라서 3연패를 한 게 아니었다. 성능과 연비를 비롯한 완성도가 꽤나 좋다.
엔진과 달리 주행 안정성은 떨어진다. 고속에서 달라붙는 맛이 없다. 특히 좌우로 많이 흔들거린다. 그래서 고속으로 달릴 때는 그렇게 편하지 않다. 한 마디로 직진성이 좋지 않고, 측면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예를 들어 고속으로 달릴 때 옆차선에 차가 있으면 한쪽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몇 년 전에 국내에서 탔던 포커스 디젤보다 안정성이 좋지 않다. 운전대의 감각도 보통이고, 중심 부분의 유격도 있는 편이다. 이런 감각은 작년에 탔던 피에스타와 비슷하다.
포커스 1.0 에코부스트 에스테이트는 장단점이 비교적 뚜렷하다. 성능과 연비를 만족하는 엔진이 매우 강점이고, 풍부한 편의 장비도 매력이 있다. 반면 에스테이트의 덕목인 짐 공간은 평균 이하다. 주행 안정성도 좋은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진 때문에 좋은 점수를 줄 만하다. 포커스 1.0 에코부스트는 엔진이 차를 돋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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