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기 | 렉서스 NX 200t F 스포트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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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X 200t는 잘 만든 렉서스의 SUV이다. 이곳저곳에서 공을 많이 들인 티가 난다. 새 실내 디자인은 꽤나 신선하고 사용하기 좋게 잘 배열돼 있다. 정숙성은 렉서스에 기대하는 수준이다. 공회전은 물론 주행 중에도 상당히 조용하다. F 스포트 모델답게 하체도 잘 조율됐다. 특히 고속 안정성은 독일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단점은 동력 성능이다. 수치만큼의 동력 성능에 못 미친다.
바야흐로 SUV의 전성시대이다. 크로스오버까지 아우르는 SUV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SUV는 예전에도 인기가 있었지만 2010년 이후부터는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 시장마다 크기의 차이가 있는 정도다. 이중 가장 뜨는 SUV는 컴팩트급이다. 대중 또는 고급 브랜드까지 다양한 소형 SUV를 내놓고 있다. SUV가 새로운 블루칩이다.
중국은 SUV의 판매만 410만대에 달하고 유럽도 다양한 차종이 쏟아지고 있다. 유럽은 SUV 또는 크로스오버의 차급이 B 세그먼트 또는 그 이하까지 내려왔다. 유럽은 2005년만 해도 SUV의 점유율이 5% 정도였지만 지금은 22%를 넘는다. 전문가들은 2020년이 되면 유럽의 SUV 점유율이 33%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가 좋아진 미국은 트럭과 SUV가 다시금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과거보다 소형 모델이 늘어나긴 했지만 마진 좋은 트럭이 잘 팔리고 있다. SUV를 포함한 트럭의 점유율이 다시 50%를 넘었다. 트럭과 SUV는 요즘의 화두인 연비에 불리한 차종이지만 잘 팔리고 있는 게 아이러니한 일이다.
빼놓을 수 없는 트렌드 중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엔트리급 SUV가 있다. 엔트리급 SUV가 볼륨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예를 들면 마칸이다. 마칸은 첫 해 4만 5,000대가 팔렸다. 포르쉐 전체 판매의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오늘날 포르쉐의 볼륨을 높인 주역 역시 SUV 카이엔이다.
렉서스도 여기에 동참했다. 렉서스는 주력 SUV인 RX가 있었지만 더 작은 모델이 필요했다. 그래서 개발한 게 새 엔트리 SUV NX이다. 렉서스는 미국 고급차 시장을 장기 집권했지만 최근에는 BMW, 벤츠에게 밀리고 있다. 작년에도 고급차 판매 3위를 차지했다. 따라서 NX를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렉서스는 최근 국내에 2.0 터보 엔진의 NX를 출시했다. NX 200t는 기존의 하이브리드와 함께 판매를 높여줄 모델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새로 개발한 2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도 관심사이다. 국내에는 수프림과 F 스포트, 이그제큐티브 3가지 트림으로 나온다. 시승차는 F 스포트 모델이다.
EXTERIOR & INTERIOR
외관은 렉서스의 새 패밀리룩을 그대로 잇고 있다. 다른 것은 눈의 익숙함이다. 처음에는 기괴하다 싶을 정도로 낯선 디자인이었지만 지금은 그럭저럭 익숙해졌다. 그리고 최신 모델인 NX는 세련됨이 더해졌다. 확실한 건 눈에 띄는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개성은 확실하다.
전면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스핀들 그릴이다. 스핀들 그릴이 NX의 강렬한 인상을 완성한다. 크게 꺽이는 그릴의 라인도 눈을 사로잡는다. 넓은 면적의 그릴은 마치 터보 엔진이 나올 것을 예상하기라도 한 것 같다. 냉각에는 유리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NX는 아마 그릴의 면적이 가장 넓은 차 중 하나일 것이다. 풀 LED 헤드램프도 적용됐다. 시승차는 F 스포트 모델이어서 그릴과 범퍼의 디자인이 약간 다르다.
그리고 알로이 휠도 다르다. 18인치 휠은 F 스포트 전용이다. 외관 디자인은 개성이 넘치고 공격적이지만 타이어의 선택은 보수적이다. SUV인 것을 감안해도 편평비 60 시리즈 타이어는 약간 아쉬운 감이 있다. 타이어도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MXM4이다. 타이어가 나쁜 게 아니라 무난한 제품이다. 그러니까 성능보다는 정숙성을 택했다. 물론 타이어는 오너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교체할 수 있는 항목이다.
실내는 질감이 좋은 가죽과 금속, 플라스틱을 적절하게 사용했다. 센터페시아에 적용된 플라스틱은 무광에 가깝지만 질감이 좋고 고급차에 맞는 느낌을 선사한다. 금속도 부위에 따라 종류가 약간 다르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에는 빨간색 바늘땀으로 액센트도 줬다. 실내는 빈틈없이 잘 조립돼 있다.
센터페시아는 새 디자인이다. 다른 렉서스에는 없던 새 디자인이기 때문에 새 차 냄새가 제대로 난다. 센터페시아는 그릴 디자인과 닮아 있다. 그릴만큼 격한 선은 아니지만 흐름은 이어간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의 다른 신차 대비 버튼의 수가 많은 편이다. 여러 버튼들이 센터페시아와 기어 레버 주위에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다.
모니터와 공조장치는 패널의 위치가 높다. 눈에 잘 들어오고 손과도 가깝다. 그래서 버튼의 크기가 작아도 사용에는 문제가 없다. 심지어는 시동 버튼도 높은 곳에 있다. 아날로그시계와 송풍구의 디자인도 스타일리시하다.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는 CD 체인저는 낮게 배치돼 있고 안으로 약간 들어가 있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USB나 AUX 단자를 이용해 음악을 듣는다. 센터콘솔에는 USB 단자도 2개가 마련된다.
모니터는 크기가 작다. 차급을 생각해도 작은 편이고, 좌우의 여백이 많아서 더 작아 보인다. 공간 면에서 더 큰 모니터를 적용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모니터의 기능은 터치패드로 이용한다. 기어 레버 뒤에 있는 네모난 터치패드에 손을 대고 화살표를 움직여 기능을 선택할 수 있다. 움직임이나 눌러서 선택하는 것은 노트북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화살표의 움직임 자체도 초기의 터치패드에 비하면 많이 부드러워졌다. 메뉴로 들어가서 특별히 볼 게 없는 건 단점이다. 그러니까 탑재된 기능면에서는 부족함이 있다.
기어 레버 주변의 디자인도 좋다. 우선 기어 레버의 위치가 최대한 앞쪽에 배치돼 있고, 그래서 시선을 덜 빼앗긴다. 주행 중 자주 사용하게 되는 드라이브 모드도 마찬가지다.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와 노멀, 스포트 3가지가 있다. 에코에서 다이얼을 한 번만 돌리면 바로 스포트로 전환되고, 그 반대의 경우도 같다. 노멀은 그냥 다이얼을 누르면 된다. 사용하기 좋은 디자인이다.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결정체는 숨어 있는 수납공간이다. 터치패드 뒤에 작은 수납공간이 있다. 커버를 떼어내면 손바닥 반 정도 되는 크기의 수납공간이 나타난다. 동전을 비롯한 작은 물건들을 보관하기 좋다. 거기다 커버의 안쪽에는 거울을 달았다. 여성 운전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다. 컵홀더 두 개를 다 쓸 경우에는 이 작은 수납공간에 휴대폰을 둘 만하다. 이럴 경우 거울 달린 커버는 콘솔박스에 넣어야 하겠다.
오버헤드 콘솔의 조명도 감각적이다. 통상적인 버튼식이 아니라 조명 근처에 손을 갖다대면 불이 들어온다. 4개의 조명이 모두 터치이다. 대신 선글라스 수납함이 없는 건 단점이다. 유리는 4개 모두 상하향 원터치이고, 도어 포켓은 2개로 나뉘어져 있다. NX에는 무선 휴대폰 충전 시스템도 있지만 F 스포트에는 빠졌다. 그리고 차급을 생각하면 파노라믹 선루프가 아닌 것도 아쉽다.
계기판 디자인도 눈에 잘 들어온다. 타코미터와 속도계는 간단명료한 디자인이고, 가운데 액정을 통해서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F 스포트 모델은 터빈의 부스트 미터와 G 센서 기능도 추가됐다. G 센서 모드에서는 브레이크와 가속 게이지도 표시된다. 그러니까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얼마나 밟았는지를 게이지로 보여준다. 다른 차에서는 볼 수 없는 기능이다.
스티어링 휠은 작고 손에 잘 잡힌다. 하단에는 F 스포트 로고도 박혀 있으며, 자세히 보면 스티어링 휠도 꽤나 신경 써서 만든 걸 알 수 있다. 양쪽 스포크에는 오디오와 음성인식, 트립 컴퓨터 버튼들이 마련된다. 시프트 패들도 손에 잘 걸리게끔 디자인 됐다.
실내에서 가장 좋은 부분은 시트이다. 그동안 타봤던 렉서스 중 가장 시트가 좋다. 옆구리나 허벅지를 지지하는 것은 물론 엉덩이를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그만이다. 시트 포지션도 제법 많이 내려가고 쿠션도 탄탄하다.
2열의 시트도 1열만큼 편안하다. 간혹 2열 시트의 쿠션 면적이 넓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NX는 넉넉하다. 거기다 등받이의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각도 조절 폭이 생각보다 크다. 렉서스에 따르면 RX 못지않은 공간을 자랑한다. F 스포트에는 파워 폴딩 기능도 없다. 트렁크 용량은 501리터이다.
POWERTRAIN & IMPRESSION
파워트레인은 2리터 터보와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다. 238마력의 최고 출력은 4,800~5,600 rpm, 35.7kg.m의 최대 토크는 1,650~4,000 rpm 사이에서 나온다. 출력과 토크가 나오는 회전수를 보면 고회전을 많이 쓰는 타입은 아니다. 회전수 사용 폭이 낮은 편에 속한다.
렉서스는 수냉식 실린더 헤드와 통합된 배기 매니폴드, 트윈 스크롤 터빈을 강조했다. 이보다는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터보를 조합한 게 더 눈에 띄는 점이다. 지금은 터보가 친환경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과거의 개념으로 보면 앳킨슨 사이클과 터보는 상반되는 개념이다. 앳킨슨 사이클은 연비 위주의 기술이고, 터보는 배기량 이상의 힘을 낸다. 생소한 조합이다. 이 둘을 조합했으니 성능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정숙성은 렉서스답게 아주 조용하다. 자세히 귀를 기울여야 엔진 소리가 들리는 정도이고, 무심코 들으면 시동 유무를 알 수 없는 정도다. 당연히 진동도 없다. 그리고 주행 중에도 이런 정숙성이 유지된다. 전체적으로 방음을 잘했고, 외기 소음 자체도 적다. 지하주차장에 10대의 NX가 시동은 건 상태였지만 볼륨은 상당히 적었다.
NX200t의 0-60마일(약 96.6km/h) 가속 시간은 7초이다. 부족하거나 답답한 순발력은 아니다. 실제로 힘차게 발진한다. 생각보다 부스트가 늦게 뜨는 점은 있지만 140km/h 전후까지는 답답함 없이 시원하게 가속된다. 제원상 최대 토크는 1,600 rpm부터 나온다. 실제로는 2,000 rpm 부근은 돼야 제대로 힘이 나오는 것 같다.
물론 모드 차이는 있다. 에코 모드에서는 초기 반응이 둔해지고, 스포트는 민감하다. 이 차이는 부스트에서 나온다. 에코 모드에서는 부스트가 늦게 뜨고, 스포트에서는 좀 더 빨리 뜬다. 운전자가 선택을 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리고 NX의 2리터 터보는 터빈의 부스트를 높게 쓰는 편이 아니다. 요즘은 OEM 터보의 부스트도 1바를 넘는 경우가 많은데, NX 200t는 급가속 상황에서도 0.5~0.7바 사이를 오간다. 1단에서 급가속 때만 잠시 1바를 찍는 정도다. 엔진의 회전수나 터빈의 부스트 역시 고회전 타입이 아니다.
1~4단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각각 55, 95, 130, 185km/h이고 5단으로 5,000 rpm이 조금 못 돼서는 210km/h에 도달한다. 가속은 160km/h 부근부터는 많이 처진다. 초기의 순발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반 가속력이 약한다는 뜻이다. 200km/h까지 도달 시간을 보면 혼다 CR-V와 거의 비슷하다.
210km/h에 도달할 때는 느낌이 약간 아리송하다. 힘이 없어서 더 이상 가속이 안 되는 것인지, 속도 제한이 걸린 것인지 애매하다. 미국 버전이니 210 속도 제한이 맞을 것이다. 어쨌든 동력 성능은 수치에 기대하는 만큼은 아니다. 좀 더 팽팽한 토크감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그에 못 미친다. 기본적으로 앳킨슨 사이클이 고출력에 맞는 타입은 아니다.
앳킨슨 사이클은 장단점이 명확하다. 장점은 효율이 좋은 것이고, 이 때문에 하이브리드의 엔진에 채용된다. 모든 하이브리드가 앳킨슨 사이클을 쓴다. 연비의 이점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다. 단점은 저속 토크가 부족하고 고회전에 불리한 것이다. 저속 토크가 부족한 특성상 전기 모터가 지원하는 하이브리드에 어울린다. 리터당 출력도 낮다. 그래서 내연기관 단독 차종에는 잘 쓰이지 않는다.
그런데 토요타가 새 1리터와 1.3리터 엔진에 사용했고, 설계 자체가 차후 터보까지도 감안한 디자인이다. 그 첫 사례가 NX 200t의 2.0 터보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꽤 흥미로운 조합인데, NX 200t의 동력 성능 자체는 크게 만족스럽지 못하다.
반면 고속 안정성은 꽤나 만족스럽다. GS를 시작으로 렉서스의 고속 안정성도 크게 좋아졌다. 이에 대한 렉서스의 선입견을 버려도 될 정도다. 안정적으로 노면에 붙어 있으며, 하체의 움직임이나 스티어링의 감각도 믿음직스럽다. 편하게 고속으로 주행할 수 있다. NX 200t의 고속 안정성은 독일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6단 자동변속기는 새 터보 엔진에 맞게 업그레이드 됐다. 깔끔한 변속을 제공하며 전체적으로 무난한 성능이다. 시프트 패들을 이용한 다운 시프트에서는 변속이 좀 더 빨랐으면 좋겠다. 그리고 스포트 모드에서는 약간의 변속 충격도 있다. 달리기 성능을 강조한 주행 모드니까 약간의 충격은 남겨둔 것 같다.
하체도 잘 조율됐다. F 스포트라서 일반 NX보다 댐핑이 단단하다. 하체의 탄탄함이나 보디의 롤 컨트롤을 보면 독일차와 진배없다. 불필요한 차체의 움직임이 없고, 이는 좋은 승차감과 이어진다. 롤이 별로 없는 차체에 좋은 승차감까지 구현한 게 인상적이다. 높은 속도로 굽은 길을 돌아도 심적인 부담이 별로 없다.
NX200t는 아기자기한 실내와 풍부한 편의 장비, 승차감, 탁월한 정숙성 등의 장점이 많다. 조금은 기대에 못 미치는 동력 성능은 렉서스 고객들의 성향상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RX가 처음 나왔을 때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NX200t는 당시의 RX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좋은 반응을 기대할 만하다.
주요제원 렉서스 NX 200t F 스포트
크기
전장×전폭×전고 : 4,630×1,845×1,645mm
휠베이스 : 2,660mm
트레드 : 1,570/1,580mm
차체중량 : 1,840kg
트렁크 용량 : 501리터
연료탱크 용량 : 60리터
엔진
형식 : 1,998cc 가솔린 4기통 터보
최고출력 : 238마력/4,800~5,600 rpm
최대 토크 : 35.7kg.m/1.650~4,000 rpm
보어×스트로크 : 86.0×86.0mm
압축비 : 10.0:1
구동방식 : AWD
트랜스미션
형식 : 6단 자동
기어비 : 3.300/1.900/1.420/1.000/0.713/0.608
최종감속비 : 4.117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브레이크 앞/뒤 : V. 디스크/디스크
타이어 : 225/60R/18
성능
최고속도 : 200km/h
0-60마일(96.6km/h) 가속 시간 : 7.0초
최소회전반경 : --
연비 : 9.5km/리터
이산화탄소 배출량 : 186g/km
가격 : 6,100만원
(작성일자 : 2015년 3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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