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기 | 기아 뉴 스포티지 R2.0 E-VGT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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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뉴 스포티지는 개성 있는 디자인과 스포티한 달리기 성능을 장기로 내세운다. 외관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존재감은 있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디자인이다. 실내의 마감이나 편의 장비도 훌륭하고, 실내 공간도 충분히 확보돼 있다. 2리터 디젤은 충분한 동력 성능을 제공한다. 상하 바운스에 비해 고속 주행도 안정적이다. 소음과 진동은 투싼보다 많다.
스포티지는 기아 라인업에서 가장 중요한 모델 중 하나이다. 기존에도 잘 팔리긴 했지만 앞으로의 전망도 좋다. 현재 스포티지 사이즈의 SUV는 어디에서도 잘 팔리는 자동차다. 전 세계적으로 SUV가 인기인데, 스포티지 급의 성장폭이 가장 크다. 유럽과 미국, 중국까지 대부분의 주요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많은 회사들이 SUV를 출시하거나 준비 중이다. 이는 경쟁이 점점 치열해진다는 말과도 같고, 따라서 기존 모델의 상품성 강화도 중요하다. 스포티지처럼 기존 시장에 자리를 잡고 있는 모델이라면 상품성을 강화하는 게 필수적이다. 아니면 기존의 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
스포티지는 보수적인 유럽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으며, 갈수록 잘 팔린다. 2010년 이전만 해도 연간 판매 3만대를 넘은 적이 없었는데, 2012년 이후부터는 계속 8만대를 넘기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9만 6,000대로 10만대에 육박했다. 신형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면 스포티지의 유럽 판매도 10만대를 넘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참고로 유럽은 미드사이즈급 SUV의 판매가 7년 만에 두 배로 올랐다.
스포티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유럽 미드사이즈 SUV 세그먼트 판매 3위를 달리고 있다. 모델 체인지가 임박한 것을 감안하면 상반기 판매 5만 6,600대는 고무적인 실적이다. 상품성을 강화한 신형이 나왔으니까 올해는 처음으로 10만대를 넘길 게 확실시된다. 참고로 기아 유럽의 베스트셀러는 스포티지이다. 스포티지가 기아 유럽 판매의 약 28%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스포티지의 역할은 중요하다. 국내 역시도 SUV의 판매가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의 볼륨 세그먼트였던 중형 세단이 SUV에 잠식당하고 있다. 당분간 이런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에 기아의 주력 SUV인 스포티지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기아는 스포티지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보디도 강화했다. 구형 대비 39%가 강해졌고, 안전 및 편의 장비도 대폭 늘렸다.
엔진은 2.0 디젤이 먼저 나왔고, 얼마 전 1.7 디젤이 추가됐다. 국내 시장의 특성상 디젤이 먼저 나온 게 당연하다. 구형처럼 터보 가솔린이 출시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1.7과 2.0 디젤은 올해 초 나온 신형 투싼과 공유한다. 시승차는 2.0 디젤 사양이다.
스포티지의 스타일링을 놓고 말이 많다. 구형 디자인이 꽤 호평을 받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실제로 신형 스포티지의 전면 디자인은 좀 낯설다. 익숙한 기아의 패밀리룩이지만 그릴을 비롯한 주요 디테일은 많이 새롭다. 특정 각도에서는 포르쉐 마칸이 보이기도 한다.
신형 스포티지의 차체 사이즈는 4,480×1,855×1,645mm, 휠베이스는 2,670mm이다. 구형 대비 전장은 40mm, 휠베이스는 30mm가 늘어났다. 차체 사이즈는 동급에서 가장 큰 수준이다. 참고로 올 뉴 투싼의 차체 사이즈는 4,475×1,850×1,650mm, 휠베이스는 2,670mm이다.
디자인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눈에 확 띈다. 국내는 몰라도 외국에서는 더 좋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좌우로 넓은 그릴 때문인지 실제 사이즈보다 작아 보이는 감도 있다. 반면 높이 올라간 헤드램프의 끝단은 어딘지 근육질을 연상케 한다. 자꾸 봐서 익숙해지면 또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실제로 모터쇼의 실내와 시승할 때 밖에서 본 것에는 느낌의 차이가 발생한다.
전면 디자인이 또 다른 특징이 안개등이다. 4개로 모인 안개등 디자인은 유럽에서 팔리는 프로 씨드 GT에 가장 선보였다. 기아는 이 디자인을 아이스 큐브로 부른다. 매우 호평 받았던 디자인이고, 실제로 프로 씨드 GT에서도 눈에 확 띄었다. 안개등이 점등되면 특히 멋지다. 이 안개등 디자인은 프로 씨드 GT에서 다른 씨드, 그리고 최근에는 내수용 모델에도 확대 적용되고 있다.
시승차는 뭔가 휠이 크다 했더니 19인치를 끼고 있다. 확실히 큰 사이즈의 휠은 스타일링을 돋보이게 하는 힘이 있다. 스타일링만 본다면 19인치 휠이 가장 좋아 보인다. 타이어의 사이즈는 245/45R(한국타이어 키너지 GT)이다.
실내에서 두드러진 것은 조립 품질이다. 구형과 비교하자면 조립 품질이 크게 좋아졌다. 이제는 같은 급의 현대 차와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실내의 각 패널은 잘 조립돼 있고, 갭과 상하의 소재 차이도 일정하다. 센터페시아 기준으로 상하의 소재 차이가 적은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일부 차종은 시선이 잘 닿지 않는 쪽의 플라스틱 소재가 크게 떨어진다.
외관 디자인처럼 센터페시아도 장소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모터쇼에서는 센터페시아 버튼의 디자인이 좀 이상했는데, 밖에서 보니 나쁘지 않다. 잘 보면 버튼의 곡선은 K5보다 괜찮다. 센터페시아는 자주 사용하는 버튼을 상하로 배열했고, 디자인도 한 눈에 들어온다. 열선 스티어링 휠과 3단계 냉난방 시트 같은 편의 장비도 풍부하다. 센터페시아는 운전자 쪽으로 10도 정도 틀어져 있다.
다른 현대기아차처럼 기어 레버 앞에는 12V 두 개가 마련된다. 충전할 게 많은 요즘에는 매우 유용하다.양 12V 사이에는 AUX와 USB 단자가 있다. 기어 레버 앞의 수납 공간에는 무선 충전 시스템이 있다. K5에 이어 스포티지에도 무선 충전 시스템이 도입됐다. 이 역시 편의성을 높여주는 부분이다.
기어 레버 측면에는 2개의 컵홀더, 뒤에는 드라이브 모드와 스톱 스타트, 내리막 경사로 조절, 자동 주차, 오토 홀드 버튼이 모여 있다. 기능이 많은 건 둘째치고 이 버튼들을 보면 정리가 잘 됐다는 느낌을 받는다. 거기다 눈에 보이는 버튼의 플라스틱도 좋다. 현대기아차가 동급의 경쟁차에 비해 우위에 있는 부분이다. 시트의 안락함은 전체적으로 좋은데, 쿠션의 길이가 다소 짧은 감이 있다.
계기판은 다른 기아차와 동일한 디자인이다. 타코미터와 계기판은 물론 액정 내 메뉴도 거의 대동소이하다. 액정은 다소 작은 감이 있지만 안에는 많은 메뉴들이 내장돼 있다. 내비게이션이 연동되는 것도 장점이다. 그리고 SUV로는 보기 드물게 D 컷 디자인의 운전대도 적용돼 있다. 기능적으로 우수한 건 아니지만 보기에 좋다. 운전대의 림은 약간 미끄러운 편이다.
2열의 공간도 매우 충분하다. 일반적인 성인 남자가 앉아도 무릎 공간이 충분히 남고, 이는 머리 위 공간도 마찬가지다. 2열의 무릎 공간은 구형 대비 7mm, 헤드룸은 16mm가 늘어났다. 거기다 2열 시트는 등받이의 각도 조절도 가능하다. 전후방 34도까지 기울일 수 있어 장거리 여행할 때 유용할 것이다. 트렁크의 용량도 503리터로 늘어났다.
파워트레인은 2리터 디젤과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다. 2리터 디젤의 최고 출력은 186마력, 최대 토크는 41.0kg.m으로 올 뉴 투싼과 동일하다. 186마력이면 스포티지 사이즈의 SUV에는 충분한 힘이다. 참고로 잠시 운전해 봤던 1.7리터 사양의 올 뉴 투싼도 특별히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2.0 디젤의 투싼과 스포티지가 같은 점은 정차 시 진동이 있다는 것이다. 두 차 중에서는 스포티지의 진동이 좀 더 많다고 느껴진다. 공회전 때 운전대로 진동이 전달되고 가속할 때는 시트에도 가는 진동이 있다. 그러니까 정속 주행할 때는 없는데 가속할 때 발생한다. 가속할 때 엔진 소리가 넓게 퍼지는 것과 함께 진동이 생긴다. 마운트가 꽉 붙잡지 못하는 느낌이다.
스포티지는 가속 시 엔진 소리도 다소 웅웅 댄다. 이것도 투싼과 좀 다르다. 스포티한 맛을 내려고 한 것 같지만 그렇게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다. 그리고 바람 소리도 있는 편이다. 그렇게 높은 속도가 아닐 때도 측면 유리에서 가늘게 바람 소리가 난다. 종합해 보면 신형 스포티지의 진동과 소리가 좋은 편은 아니다. 투싼에 비하면 정제된 맛은 떨어진다. 기아에 따르면 엔진 소음은 구형 대비 2dB, 노면 소음은 3dB이 감소했다. 측면 유리의 두께를 늘리고 파노라믹 선루프의 실도 바꿨다.
앞서 말한 대로 동력 성능은 충분하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가벼운 휠 스핀도 발생한다. 그리고 속도도 잘 붙는다. 1~4단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각각 50, 75, 105, 140km/h이고, 5단으로는 185km/h까지 가속된다. 5단까지는 문제없이 가속되고, 6단에서도 어느 정도의 가속력은 살아 있다.
6단으로 3,500 rpm에 이르면 계기판으로 206km/h가 찍힌다. 같은 구간에서 확인한 2.2 디젤의 싼타페, 쏘렌토, 카니발과 대등한 가속력이다. 그리고 최고 속도는 더 높은 감이 있다. 투싼과 비교하면 1단과 6단의 기어비가 약간 긴 거 같다. 투싼은 6단 3,500 rpm에서 200km/h였다. 알로이 휠의 차이일 수도 있다.
쏘나타와 K5는 의외로 하체의 세팅에서 큰 차이는 없었다. 반면 쏘렌토와 싼타페는 확연히 구분됐다. 스포티지와 투싼은 그 중간쯤 된다. 스포티지의 서스펜션은 상하의 바운스가 있는 편이다. 그래서 노면이 좋지 않은 길을 지날 때는 위아래의 움직임이 있다. 반면 고속으로 코너를 돌 때는 불안하지 않다. 상하의 움직임에 비해 좌우의 컨트롤은 좋다.
스포티지의 성격이나 생김새를 보면 하체는 비교적 탄탄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부드러운 쪽에 가깝다. 부드럽게 세팅해도 고속 안정성이나 승차감, 핸들링을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 ESC의 세팅도 SUV치고는 스포티하다. 코너에서 부하가 크게 걸렸을 때 ESC가 엔진 출력을 줄이는 시간이 매우 짧다. 그래서 답답하지 않게 코너를 돌아나갈 수 있다. 물론 최근 나온 세단(예를 들면 아반떼) 정도는 아니지만 SUV로서는 훌륭하다.
올해의 현대기아차는 브레이크 성능이 좋아진 게 가장 눈에 띈다. 스포티지도 마찬가지다. 최고 속도에서 급제동하면 빠르게 속도가 떨어지고, 밀리는 감도 없다. 연이은 두 번째에서는 밀리지만 어느 정도의 제동력은 살아있다. 이전에 비하면 비약적으로 좋아진 것이다. 고속 급제동 시 자세도 좋다. 그리고 스티어링의 무게는 다소 무거운 편이다.
2.0 디젤의 공인 연비는 리터당 14.4km(2WD, 17/18인치 기준)이고, 시승차인 19인치는 리터당 13.8km이다. 크루즈 컨트롤을 이용해 90km/h로 정속 주행하면 트립 컴퓨터 상으로 리터당 20km 이상이 찍힌다. SUV인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만족할한 연비이다.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와 노멀, 스포트 3가지가 있다. 에코에서는 가속 페달의 초기 반응이 둔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비 운전 모드가 된다. 그리고 이전에 비하면 스포트 모드가 좀 더 차별화 됐다.
스포티지는 훌륭한 동력 성능과 고속 안정성, 다양한 편의 및 안전 장비가 매력이다.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개성이 있는 건 확실하다. 넉넉한 실내 공간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투싼에게는 없는 패들 시프트도 있다. 스포티지는 어쩔 수 없이 투싼과 비교가 된다. 좋게 보면 투싼보다 주행 질감이 스포티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반면 사람에 따라서는 다른 게 아니라 못하다고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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