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하이브리드와 디젤의 불편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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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자동차가 지금 이 순간에도 내뿜는 배출가스를 꼽고 있다. 현대 사회와 자동차업계는 이 범죄자를 쫓기 위한 ‘친환경’에 사활을 거는 중이다. 내연기관이 지구라는 땅덩어리에 뿌리를 내린 지 어언 130여년. 그 내연기관이 종말의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건 전기동력계. 인류가 택한 미래의 동력원으로, 전기에너지를 만들기 위한 여러 방편이 거론되고 있다.

일순간이 아닌, 서서히 전기동력계를 장착한 차들이 내연기관의 역할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하이브리드는 종착점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에 있는 기술. 내연기관과 전기동력계를 모두 품고 있다. 이를 테면 과거와 미래가 현재에 만난 셈이다. ‘잡종’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두 동력계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함께 힘을 모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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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아무리 종언을 고해도, 내연기관 역시 몸부림을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폭발력이 강해 효율이 좋은 디젤엔진은 연소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배출해야 하는 질소산화물을 줄이기 위해 여러 방법을 고안하는 중이다. 선택적 환원촉매(SCR)라 불리는 장치가 대표적이다. SCR은 애초부터 연료의 완전 연소를 추구하고, 화학적인 방법으로 오염물질을 무해화 하는 특성이 있다. 기존의 배기가스 저감장치(EGR)와의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연료효율도 좋고, 엔진을 더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다. 기계적인 수단이 아니어서 환경개선 효과도 상대적으로 크다.

2008과 니로는 디젤과 하이브리드로 가장 뜨거운 소형 SUV시장에 도전한다

여기 두 차가 있다. 가솔린 하이브리드 SUV 기아 니로와 SCR을 단 디젤 SUV 푸조 2008. 단순히 하이브리드와 디젤이라는 케케묵은 경쟁구도를 강조하려는 건 아니다. 단지 “디젤이 낫냐, 하이브리드가 낫냐?”는 주변인의 질문을 너무 들은 탓이다.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이후, 디젤 점유율이 가솔린과 하이브리드로 옮겨 갔다는 점도 무시 못할 사실이다. 현재의 기름값이 조금 더 오르게 되면, 가솔린에서 가솔린 하이브리드로 옮겨 타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게다. 그럼에도 여전히 디젤을 선호하는 사람은 많다. 시끄럽다는 단점만 참아낼 수 있다면 순발력이 좋고, 연비까지 뛰어난 디젤엔진을 외면할 수 없다. 무엇보다 동급의 하이브리드보다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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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선택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점은 무엇일까? 단언컨대, 돈이다. 디젤이나 가솔린 하이브리드, 나아가 전기차를 고려하는 사람들이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바로 유지비. 최초 구입비용은 차치하더라도, 얼마나 적은 연료로, 얼마나 많은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전기차의 경우 거의 공짜에 가까운 연료비가 주목을 받았지만 최근 전기차용 전기에 요금을 매긴 이후, 그 관심이 줄어든 상태다. 예산을 줄이면서도 전기차를 많이 보급하고 싶어하는 정부는,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하는 현대차의 파업을 보급의 걸림돌로 지목하지만 원래부터 전기차는 많이 팔리지 않는다. 아직은 불편한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닌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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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니로는 굳이 하이브리드임을 강조하지 않는다. 하이브리드에 대한 인식이 많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어려운 기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대신 강조하는 건, 스마트SUV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스마트’라는 단어(예전엔 교복의 대명사였는데!)에 익숙해진 덕분이다. 효율도 좋고, 하이브리드시스템으로 더 잘 달릴 수 있으니, ‘똑똑한 SUV’라는 그 표현이 낯설지 않다. SUV 만들기에 나름의 노하우를 갖고 있는 기아차가 내놓은 해답이다. 여기에 요즘 가장 뜨겁다는 소형 SUV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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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로의 동력계는 현대차 아이오닉과 같다. 최고출력 105마력, 최대토크 15.0kg·m를 내는 1.6리터 GDi 엔진에 36마력을 더하는 32kW의 전기모터를 얹었다. 트랜스미션은 하이브리드 전용 6단 듀얼클러치, 7단이 아닌 이유는 6단의 동력전달 효율이 더 높기 때문이라는 게 기아차의 설명이다. 통합 주행모드를 도입하고, 연비 모드인 에코와 달리기에 중점을 둔 스포츠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하이브리드 동력계지만 내연기관과 흡사한 구성이다. 전기모터 단독으로 주행하는 전기차 모드를 설정할 수 있는 버튼은 없다. 그렇다고 전기차 모드를 지원하지 않는 건 아니다. 내연기관의 역할이 일반적인 하이브리드보다 적극적일 뿐. 출발할 때도 엔진을 힘차게 돌린다. 달릴 때는 전기모터와 엔진의 동력교환이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달리기 성능으로는 두 차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단단한 하체는 백미다. 물렁하다는 국산차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완벽한 유럽감성이다. 알버트 비어만 체제 이후 현대기아차가 겪고 있는 변화의 바람에 니로도 기꺼이 올라탔다. 이제 하이브리드도 운전의 즐거움을 얘기할 수 있는 시대다. 표시연비는 복합기준 리터당 20.1킬로미터. 약 100킬로미터를 달리는 동안 기록한 트립컴퓨터에 나타난 연비는 그것보다 높은 리터당 22킬로미터였다. 효율 면에선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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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각지에서 올해의 차에 뽑힌 푸조 2008은 변화의 시작이라고 불려도 좋을 만큼 이전의 푸조와는 궤를 달리한다. 프랑스 특유의 진보적인 디자인이 빛을 발하는 건 물론이고, 실용적이면서 트렌디한 감성을 품었다. 특히 지붕이 중간에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공기역학구조와 디자인적인 아름다움을 동시에 고려한 결과다. 실내의 i-콕핏은 다분히 미래지향적이다. 마치 우주선 조종석을 간접체험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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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마력을 내는 1.6리터 디젤엔진은 수치상으로는 부족해 보여도 25.9kg·m의 최대토크에 바탕한 날랜 움직임이 좋다. 디젤엔진을 가장 먼저 대형세단에 얹은 회사의 저력은 정돈된 엔진소음과 진동에서 나타난다.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거슬리지 않는다. 가벼운 차체와 월등한 터보차저는 가속페달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만드는 요소다. 울퉁불퉁한 프랑스 도로에 최적화된 하체도 정평 그대로다. 그보다 매끄러운 국내 도로에서는 견고함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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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SCR의 효과적인 작동을 위해 요소수를 보충해야 한다는 점은 조금 귀찮다. 일정 수준의 요소수가 갖춰지지 않으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부분도, 꽤나 신경이 쓰인다. 환경과 효율을 생각해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지 산술적으로 가늠해 보지는 않았지만, 심적으로는 와 닿지 않는다. 그러나 복합기준 리터당 18킬로미터의 효율이 눈 앞에 20킬로미터 이상으로 표시되는 순간, ‘그깟 요소수가 대수냐’라는 마음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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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두 차의 우열을 가리는 일은 여간 쉽지 않다. 이럴 때는 편한 생각일지는 몰라도, 그냥 “당신의 취향대로”라는 말을 건넬 수밖에 없다. 내가 성의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정말로 취향대로 고르면 된다. 두 차 모두 가진 유전자가 훌륭하기에 마음에 들어온 차를 선택하면 된다는 말이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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