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트레인 하나가 주는 놀라운 변화 - 푸조 3008 1.6 BlueH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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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기자는 유로6 규제를 만족하는 신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푸조 508 1.6 BlueHDi 모델의 시승기를 통해, 파워트레인 하나의 변화가 자동차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 지를 역설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508에 탑재된 새 파워트레인이 푸조 3008에도 탑재되었다. 새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3008도 508처럼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새 파워트레인을 실은 3008을 시승하며 그 변화를 느껴본다. 가격은 VAT포함 3,690만원.
푸조 3008은 지난 2014년의 페이스리프트 이후로 한결 현대적인 외모로 변신을 이루었다. 특히, 보는 이에 따라서 그 호오가 크게 갈렸던 얼굴에서의 변화가 가장 긍정적인 평을 얻고 있다. 헤드램프를 비롯하여,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 등에 이르는 대부분의 요소들을 교체하여, 보다 현행 푸조 모델과 패밀리룩을 이룬다.
하지만 이 외에는 외형 상에서 크게 달라진 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에 현재 3008을 제외한 대부분의 현행 푸조 모델들은 디자인 면에서 총체적으로 변화를 맞았다. 반면 3008은 올해로 데뷔 7년차를 맞았다. 3008이 등장했던 시기는 과거의 `펠린룩` 혹은 `Code in Speed` 디자인 언어가 주를 이루고 있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오래되어 보이는 측면이 존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실내는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같은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다. 시원스런 시야와 통유리로 된 `시엘 루프(Ciel Roof)`가 주는 개방감, 조수석 측의 독특한 손잡이마저 그대로다. 하지만 세부적인 사항은 변경된 부분들이 꽤 있다. 시승차에는 과거부터 존재했던 대시보드 장착형 내비게이션이 달려 있으나, 고객에게 인도될 신차의 경우에는 센터페시아 내장형으로 변경되어 출고된다.
이 외에도 별도의 창을 이용하는 HUD(Head-Up Display)는 사라졌고 계기판의 구성도 변화했다. 각종 주행정보를 표시하는 계기판 내부의 정보창과 HUD의 역할은 센터페시아의 소형 LCD 디스플레이가 대신한다. 계기판의 중앙 정보 창에는 트립컴퓨터와 시프트 인디케이터와 같은 기본적인 기능만을 제공한다. 센터페시아의 구성도 변화했다. 기존에 센터페시아 에어벤트 아래 배치되어 있었던 토글스위치 타입의 버튼들이 사라졌다. 그 빈 자리에는 평범한 비상등 스위치와 도어 잠금 버튼, 그리고 담배갑 하나 정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대신하고 있다.
좌석은 앞뒷좌석이 공히 직물로 마감되어 있다. 앞좌석은 여전히 탄탄한 착좌감을 제공하며 열선 기능을 제공한다. 조정은 모두 수동으로 이루어지며, 허리받침을 제공하지 않는다. 뒷좌석 역시 기존과 다름 없는 탄탄한 착좌감과 함께 전후 슬라이드 기능을 제공한다. 시엘 루프를 통한 뛰어난 개방감과 그로 인한 체감 공간의 증가 효과도 변함 없다.
푸조를 대표하는 CUV, 3008이 보여주는 수납공간에 대한 배려는 말이 필요 없다. DSLR카메라 정도는 우습게 집어 넣을 수 있는 사이즈를 자랑하는 플로어 콘솔 박스, 스티어링 휠 하단의 수납공간과 같은 자잘한 공간에 대한 배려는 여전하다. 여기에 3단계로 높이조절이 가능한 트렁크 룸 바닥과 상하 2분할 테일게이트 등의 요소들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기본 512리터의 트렁크 용량과 선반 제거 시 656리터,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1,604리터까지 늘어나는 트렁크 공간은 CUV로서 가져야 할 `공간활용`의 미덕에 충실하다.
겉보기에는 눈에 띄게 변화한 점이 적은 푸조 3008. 하지만 엔진의 시동을 건 순간부터는 확실하게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서두에서 언급한 새 엔진 덕분이다. 새 엔진은 보다 조용해졌고 회전질감도 개선되었다. 이 덕분에 일상적인 운행에서 기존 유로5 버전의 3008 1.6 e-HDi에 비해 소음으로 인한 불쾌감이 한층 줄어든 인상을 받는다. 승차감은 대체로 단단한 승차감을 지니는 푸조의 승용 모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이다. 이는 3008이 데뷔 초부터 지니고 있었던 설정과 느낌 그대로다. 따라서 고속도로에서도 불안함을 주지 않는 안정감 역시 그대로다.
3008의 새 파워트레인은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푸조 508에도 탑재된 바 있는 1.6리터 BlueHDi 디젤엔진과 EAT6 자동변속기 조합이다. 이러한 파워트레인 구성은 지난 해 출시한 308 1.6, 그랜드 C4 피카소 1.6 등을 통해 선보인 바 있으며, 푸조의 기함인 508에까지 적용되며 점차 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다.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30.6kg.m의 성능을 내며, SCR(선택적 환원 촉매), DPF(디젤 입자 필터) 등의 기술을 적용하여 유로6 규제를 만족한다. 여기에 PSA의 자랑거리인 3세대 에코 스톱/스타트 시스템까지 갖춰, 도심에서의 연비를 높인다.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탑재함에 따라, 가속에서의 느낌 역시 기존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특히 변속기에서의 변화가 극적으로 다가온다. 새로운 엔진과 짝을 이루는 EAT6 변속기는 기존에 사용했던 6단 MCP와는 비교하기가 미안할 정도로 적은 변속충격과 착실한 응답 특성을 보여준다. EAT6 변속기는 일반적인 유체 클러치 기반의 6단 자동변속기로, 아이신(AISIN)에서 제작/공급한다. 새로운 엔진과 변속기를 품은 3008은 더 이상 변속 때마다 움찔거리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한층 부드럽고 유기적인 반응 덕분에 가속이 답답하지도 않다.
CUV로서는 기대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었던 3008의 핸들링과 조종성은 그대로다. 조타에 따른 차체 앞뒤의 반응부터 급격한 코너에서 끈질기게 접지력을 유지하는 하체까지 어느 하나 달라진 것이 없다. 동사의 승용 모델들에 부드러운 듯한 하체지만 여전히 경쾌한 맛을 잃지 않고 있는 점도 마찬가지. 여기에 새로운 파워트레인의 탑재로 인해 차가 가진 본래의 경쾌한 몸놀림을 보다 손쉽게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기존에 이어, 노면에 따라 구동력을 전자적으로 제어하여 전륜의 접지력을 확보하는 `그립 컨트롤` 기능을 제공한다. 물론, 전륜의 구동력만으로 접지력을 확보하는 만큼, 능력 면에서는 상시 4륜구동에 비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순수한 전륜구동보다는 훨씬 유용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변속기의 교체로 인해 잃은 것은 분명히 있다. MCP와 e-HDi 조합이 가진 최강의 세일즈 포인트였던 `연비`면에서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공인 연비는 도심 13.4km/l, 고속도로 16.0km/l, 복합 모드 14.4km/l로, 기존 유로5 모델에 비해 도심 2.7km/l, 고속도로 5.3km/l, 복합 모드 3.7km/l가 하락했다. 시승을 진행하며 트립컴퓨터로 기록한 평균연비도 공인연비만큼은 아니지만, 확실히 소폭 하락한 모습이다. 도심에서는 혼잡한 경우 11km/l대, 원활한 경우에는 14km/l대를 기록했다. 고속도로에서는 21km/l대를 기록했다. 이는 기존 유로5 모델을 시승하며 기록했던 평균연비에 비해 각각 1~2km/l 정도의 하락 폭이다. 변속기의 교체로 인한 연비 하락은 연비를 최고의 강점으로 내세우는 푸조로서는 뼈 아픈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의 연비만으로도 여전히 경쟁자들에 뒤처지지 않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디젤 명가 푸조의 내공이 다시금 드러나는 부분이다.
푸조 3008은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싣게 되면서 차가 가진 본연의 매력을 보다 많은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게 되었다. 차가 가진 기본적인 장점들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핵심적인 부분을 교체함에 따라, 일부에서는 `문제점`의 단계로 지적되고 있었던 주행 질감에 큰 폭의 개선을 이루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연비를 다소 희생해야 했다. 그러나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공인 연비이고, 소비자들이 직접 느낄 연비 하락 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한 `주행 질감` 부문에서의 개선을 이루었다. 따라서 새로운 파워트레인의 도입은 극강의 연비와 편의적 측면 사이에서 타협을 본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지난 해 하반기에 시승했던 508 1.6 BlueHDi에 이어, 파워트레인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그 맛은 확실하게 달라졌다. 물론, 안타깝게도 `동급 최강의 연비`라는 강점은 희석되고 말았다. 그러나 최강의 자리에서`만` 내려 왔을 뿐, 실 주행 중에서는 큰 폭의 차이를 느끼기 힘들 정도로 우수한 연비를 자랑한다. 경쟁력 면에서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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