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탐스러운 그림의 떡,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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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참, 시동이 아니라 부팅이다. 센터콘솔에서 D 버튼을 찾아 누른 뒤 가속페달에 발을 얹자, 차가 스르륵 앞으로 굴러간다. 확 튀어나가지도, 한박자 쉬었다가 굼뜨게 나가지도 않는다. 적절하다.

그리고 당연히, 정말 조용하다. 조향은 가볍다. 앞머리가 휙휙 움직인다. 그 자체는 괜찮은데 움직임이 일관적이지 않아 문제다. 요철과 속도변화가 있는 코너를 돌다 보면 보이지 않는 손이 슬그머니 스티어링 휠을 쥐락펴락하는 것 같아서 섬뜩함마저 든다. 그래도 고른 노면의 코너를 통제된 속도로 통과할 때는 감각이 꽤 그럴싸하다. 50:50의 무게배분을 과시하는 듯한데, 에너지 효율에 목을 맨 미쉐린 타이어가 애절하게 울어대며 집중을 방해한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에서 자랑했던 멀티링크 리어 서스펜션은 증강된 배터리의 탑재 공간 확보를 위해 토션빔으로 바뀌었다. 승차감 저하가 있긴 하지만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의 반응은 의외로 능숙하다.

엔진(?) 커버는 아이오닉 3종 가운데 일렉트릭이 가장 화려하다

전기모터는 가볍지 않은 육체(아이오닉 하이브리드보다 35~65kg 더 나간다)를 가뿐하게 이끈다. 오른발에 힘을 살짝 더하는 즉시 상체가 뒤로 쏠리는 느낌을 받게 만든다. 노멀 모드에서도 충분히 신나게 달릴 수 있다.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조금 넘어설 때까진 그렇다.

변속 버튼이 있을 뿐 기어단수 개념은 없지만, 스티어링 휠에는 일반차의 변속 패들과 똑같이 생긴 것이 달려 있다. 회생제동장치의 강도를 조절하는 장치로, 왼쪽을 당기면 강해지고 오른쪽을 당기면 약해진다. 0부터 3까지 4단계인데, 강하게 쓰면 배터리를 빨리 보충할 수 있는 대신 멀미가 난다.

다른 그림 찾기. 하이브리드와 다른 부분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탈 때 거슬렸던 지이잉~ 하는 전기장치 소음이 오히려 없다. 타이어 소음이 도드라지는 것 빼곤, 어지간해선 고급차 부럽지 않은 정숙성과 매끈한 주행을 자랑한다.

하긴 덩치 대비 가격도 고급차 수준(4,300만원)이긴 하다. 대신 지자체별 전기차 공모에서 지원금을 받으면 구입 가격이 절반으로 내려간다(지자체에 따라 보급대수, 공모방식이 다르다). 이 정도 조건이면 내연기관 자동차를 버리고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선택할 의사가 있다. 동급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유지비가 저렴하기도 하지만 주행질감이나 패키징 등 자동차 자체가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충전이다. 집이든 회사든 충전기를 마련할 여건이 안돼서….

충전단자는 운전석쪽 앞바퀴 위와 주유구 자리에 한개씩 있다. 앞쪽은 완속, 뒤쪽은 급속이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지금껏 국내에 출시됐던 전기차들보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월등히 높다. 정부공인 수치는 191km이고, 도심 기준은 200km가 넘는다.

시승 때 확인해보니 과장된 수치는 아니었다.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여서 에어컨과 통풍시트를 실컷 사용하고 틈만 나면 차로를 바꾸며 속도를 냈으며, 가다 서다 한 구간도 적지 않았기에 의외였다. 다른 전기차들을 탈 때 뚝뚝 떨어지는 수치에 노심초사했던 경험과 비교됐다.

민병권 기자
사진
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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