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하고 빠른 Z카, 닛산 맥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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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시마의 첫인상은 문이 4개 달린 Z카라는 것. Z의 디자인 큐를 이미 여러 모델에 쓰고 있는 닛산이지만 맥시마에 이르러 극대화한 느낌이다. 맥시마(Maxima)라는 이름이 최고, 최대를 뜻하는 맥시멈(maximum)의 복수형에서 따온 것처럼. 닛산 맥시마는 그동안 국내에서 판매된 적이 없는 데도 왠지 익숙하다. 북미에서 주로 팔리는 모델이고 멕시코, 두바이 등에서도 판매된다. 본고장인 일본에서 94년까지는 '세피로'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맥시마는 닛산의 북미 수출용 모델로서 그 궤적을 그린다. 태생부터가 그러했다. 1981년 블루버드를 베이스로 한 닷선 810 맥시마를 미국과 캐나다에서 발매한 것이 그 출발점이다. 6기통 엔진을 얹기 위해 블루버드의 차체 길이를 99mm 늘렸다. 구동방식은 뒷바퀴굴림(FR). 닷선(Datsun)이라는 이름은 1983년까지 쓰였고 1984년부터 닛산 배지를 달았다. 1984년 2세대 맥시마부터 앞바퀴굴림(FF)으로 전환했다. 일본에서는 블루버드 맥시마라는 이름으로 팔렸는데 V6 엔진과 FF의 조합은 일본 최초였다.
우리에게 맥시마라는 이름이 익숙한 것은 4세대 A32형(1994년~1999년) 맥시마가 삼성자동차 SM5의 베이스 모델로 쓰였기 때문이다. 오늘 만나는 맥시마는 지난 4월 뉴욕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이고 6월부터 북미에서 판매에 들어간 최신형 8세대다. 세월이 많이 지났다지만 그 시절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4도어 스포츠카 콘셉트에 걸맞게 이 세그먼트에서는 대담한 '와이드 앤 로우'의 스포티한 몸매로 변신했다. 옆에서 보면 물결치는 볼륨, 기다란 쿠페 스타일이다. V모션 그릴, 부메랑 모양의 램프, 플로팅 루프 등 최신 닛산 디자인 언어를 과감하게 표현하고 있다.
신형 V6 3.5L VQ35DE 엔진은 형식과 기본 설계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약 61%의 부품을 새로 채용해 종전보다 15%의 연비향상을 이루었다는 설명이다. 플랫폼도 이전 세대의 D플랫폼을 이어받았지만 새로운 모듈형 플랫폼 CMF(Common Module Family)의 기술 요소를 담고 있다. 이전보다 37kg 정도 무게를 줄이면서 비틀림 강성은 25% 개선했다. 이를 통해 승차감과 핸들링을 향상시켰다는 점을 강조한다.
맥시마는 알티마와 D플랫폼을 기반으로 일부 부품을 공유하지만 많은 부분이 다르다. 외관에서도 그렇지만 실내에서도 확연히 다르다. 개발팀은 미국 플로리다에 자리한 블루 엔젤스 해군기지를 방문, 제트기의 실내를 살피며 다양한 요소를 반영했다고. 실내는 묵직한 분위기, GT-R처럼 센터 페시아를 7° 기울인 구성이 다른 성격의 차임을 암시한다. D컷 스티어링 휠에서부터 다이아몬드 퀼팅 패턴의 시트 등 한눈에 스포티한 구성과 고급감이 차이난다.
도어 패널에서 인스트루먼트 패널을 가로지르는 우드 그레인에도 다이아몬드 패턴을 가미했다. 가죽처럼 보이게 만든 일부 플라스틱 소재도 꼼꼼한 바느질 성형 덕분에 자연스럽게 연결감을 준다. 뒤 유리창 선바이저 개폐 스위치도 달려 있어 고급차의 기분을 더한다. 처음 적용된 커맨드 시스템으로 또 하나 업그레이드를 이루었다. 로터리 스위치의 메탈 감각에도 신경 쓴 흔적이다. 알티마와 똑같은 부분은 오디오 조작부위 정도. 풋 브레이크도 같은 방식이다.
계기판 링은 좀 작아 보이는데 가운데 정보창이 넓어졌다. 여기에 디지털 속도계와 경고 확인, 주행정보 등 다양한 설정을 할 수 있다. 카메라 버튼을 누르면 전방 모습이 모니터에 나타나고 기어를 후진(R)에 넣으면 후방과 함께 위에서 사방을 비춰준다(어라운드 뷰 모니터). 맥시마의 벨트 라인이 높아 후진할 때 뒤를 보기 어려운데 버드뷰 카메라가 도움이 된다. 하나하나 살피다보면 장비가 정말 풍부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단점이라면 드라이빙 모드 스위치가 기어레버 아래에 위치해 운전 중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차에서 내렸을 때 키를 잠그면 사이드미러가 자동으로 접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300마력이 넘는 스포츠 세단에서 앞바퀴굴림 구성은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지만 달리기 시작하면 그 아쉬움은 희미해진다. 초기가속부터 시원스럽고 카랑카랑한 배기음도 일찌감치 귀를 자극한다. 스티어링 휠은 더 한층 묵직하고 속도를 높여갈수록 안정감을 준다. 앞바퀴굴림은 오히려 커다란 차체를 다루기 쉬워 핸들링이 좋다는 인상을 준다. 누구나 쉽게 고출력을 즐길 수 있다는 게 맥시마의 성격임을 드러낸다.
CVT지만 수동 모드로 옮기면 7단으로 나누어 수동 변속을 즐길 수 있다. 패들 시프트는 제외되었고 플로어 기어레버로 조작하는 재미도 AT 못지않다. 드라이빙 모드는 노멀과 스포트 두 가지. 노멀에서도 충분한 가속과 배기음을 즐기지만 스포트 모드에 들어서면 확연히 바뀌는 자세를 느낀다. 액티브 사운드 시스템이 보다 감성을 자극하는 가운데 하체가 단단해지고 고속에서 안정감이 더 커진다. 가속의 자세가 편안하면서도 압도적이라는 데 4도어 Z의 위용이 드러난다. 차선이 좁아 보일 만큼 도로를 장악하는 보닛 볼륨도 심리적인 충만감을 높여주는 요소다.
CVT는 보통 AT보다 좀 더 느긋하게 운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인데 이 때문에 밋밋한 느낌을 준다. 닛산은 다른 브랜드보다 CVT에 집중해왔다. 3.5L의 비교적 고배기량에 세팅한 엑스트로닉 CVT는 기존 CVT보다 한층 더 AT에 가까운 반응을 나타냈다. D-스텝 프로그램은 코너링에서 기어 레인지를 제어해 적극적으로 코너를 벗어나게 해준다. 저속 기어에서 고속 기어까지 변속비의 폭을 넓혀 변속시간을 종전보다 30% 줄였다는 게 응답성과 가속성이 좋아진 배경이다.
고배기량 휘발유 엔진은 고속주행 때 스트레스가 없는 게 매력이다. 맥시마 3.5는 고rpm을 지긋하게 갖고 노는 자연흡기의 장점에 충실하고 그런 운전자의 의도를 잘 수행해낸다. 마음에 드는 것은 시트. 거친 움직임에서도 안정적이고 쾌적함을 유지한다. 맥시마는 일반적인 중형세단에서 기대하는 편안함과 스포츠카에서 기대하는 스포티함을 함께 갖춘 성격이다. 다만 수납공간은 작은 편이고 뒷좌석 머리 공간이 좀 작은 4도어 쿠페 스타일을 감안해야 한다. 패밀리 세단 성격은 알티마가 담당한다.
사실상 알티마의 판매가 2.5L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알티마 3.5의 자리는 자연스럽게 맥시마로 이어지지 않을까? 맥시마의 또 다른 장점은 풍부한 장비. 전방충돌 예측경고 시스템, 운전자 주의경보, 이동물체 감지 시스템이 내장된 어라운드 뷰 모니터, 전방 비상 브레이크,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후측방 경고 시스템,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 등이 모두 기본이다. 말하자면 풀옵션으로서 4천370만원의 가격대는 경쟁력이 분명히 있다.
아무튼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맥시마는 닛산의 기함으로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상징에 무게를 두어 판매목표를 소극적으로 잡았다는데 초기 3개월 물량 150대가 사전예약으로 마감되었다고 한다.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은 갑자기 휘발유차에 관심이 높아진 시장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세상일은 모른다는데 자동차 세상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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