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최고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다, 메르세데스-벤츠 E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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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세대 E-클래스의 첫인상은 그냥 그랬다. 디자인 때문이다. S-클래스 등장 이후 이를 닮은 C-클래스가 출시됐을 때까지도 좋았다. 본래 C-클래스의 디자인은 미니 S-클래스를 표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E-클래스까지 동일한 모습으로 나오자 좀 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보고 또 봐야 조금씩 미묘한 차이를 알아차릴 정도다. 다행히도 불만은 여기까지다. 주행이 시작된 순간 불만이 감탄으로 바뀌었으니까.

첫인상은 부드럽고 조용했다. 마치 S-클래스를 운전하는 감각과 유사했다고나 할까? 분명 경쟁 모델과는 차별화된 고급스러운 주행 감각이다.

우선 조용하다. 단순히 아이들 상태만 조용한 것은 아니다. 어떻게 주행을 하건 E-클래스는 정숙성을 유지해낸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우렁찬 사운드를 억제시킨 느낌이 강하다. 단지 속도만 오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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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상태서 측정된 소음 수준은 약 36.5dBA. 국산 기함급 세단인 제네시스 EQ900이 36dBA, 렉서스 LS460이 35dBA를 기록했으니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될 것이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주행하는 상황에서도 약 57.5dBA의 소음을 보였다. 동일 조건서 EQ900은 57dBA, LS460은 56.5dBA를 보여준 바 있다. E-클래스는 조용하다고 소문난 플래그십 세단과 비교될 수 있는 정숙성을 갖췄다고 보면 된다. 최근 E-클래스를 인수한 일부 소비자들이 정숙성에 대해 불만을 갖는다는데 기대치가 꽤나 높았던 것 같다.

이런 정숙성을 감안했을 때 당연히 이중 차음 유리를 사용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확인해보니 일반적인 한 겹의 유리만 사용했다. 그럼에도 이 정도의 정숙성을 갖춘 것. 물론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3 타이어도 주행 소음을 감소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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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높여도 불안감이 없다. 벤츠 특유의 고속 안정감은 분명 최고 수준이다. 시속 100km는 물론 그 이상 속도를 높여도 체감적으로 40~50km/h 정도는 낮게 느껴지게 만든다. 댐핑 스트로크가 큰 서스펜션의 특성상 노면 상황에 따라 차체의 움직임이 커질 때도 있지만 이때도 불안감은 크지 않다. 물론 4륜 시스템인 4MATIC도 안정감 향상에 한몫하고 있다.

특징적인 부분은 드라이브 파일럿(Drive Pilot)이라는 기술이다. 고속도로는 물론 시내에서도 앞차와 거리를 유지시켜주며 차선까지 지켜낸다.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아도 자동차 스스로 주행하는 것. 기존에는 10초 내외 정도만 이 기능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 최대 60초까지 연장됐다. 물론 이 기능은 운전 보조를 위한 것으로 운전자는 운전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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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벤츠의 시스템은 차간 거리를 유지할 때 브레이크를 조금 급박하게 작동시키는 성격이다. 이는 탑승자를 불안하게 할 수 있다. 때문에 시스템의 차간거리 설정을 조금 넓혀 설정하는 것이 추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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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시연할 수는 없었지만 다양한 사고 예방 장치도 갖췄다. 긴급제동 장치는 교차로에 진입하는 차량이나 보행자, 자전거까지 인식한다. 돌발 상황에서 스티어링 휠을 급하게 조작하면 차량이 안전하고 빠르게 회피시켜주는 기능도 탑재돼 있다. 뒤에서 차량이 충돌하는 경우 1차적으로 비상등을 빠르게 점멸시킨다. 이후 2차적으로 브레이크 시스템의 압력을 높여 차량이 앞으로 튀어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기능도 갖춰져 있다. 만약 측면을 받히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시트가 미리 탑승자를 밀쳐내면서 충격을 감소시켜주는 기능까지 추가됐다.

승차감도 고급스럽다. 대부분의 요철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다. 동시에 차체를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감각적으로 본다면 에어 서스펜션을 사용한 것 같은 부드러움이다.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긴 편이지만 안정감 저하가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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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번 E-클래스부터 트림별 서스펜션 성격이 달라진다. 고급화를 추구한 익스클루시브 모델의 경우 컴포트 서스펜션이 기본이다. 반대로 보다 스포티한 성격을 추구한 아방가르드 모델은 이보다 단단한 성격의 서스펜션이 장착된다. 옵션으로 가변 댐핑 컨트롤을 지원하는 에어 바디 컨트롤(Air Body Control) 에어 서스펜션도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시승기에서 언급되는 부드러운 서스펜션이라는 것은 익스클루시브 모델에 한정된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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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적으로 렉서스 ES보다 부드럽다. 이미 E-클래스는 타사 대비 컴포트한 성격을 가졌지만 현재는 더 부드러워졌다. 댐퍼의 움직임도 큰 편이이지만 코너를 돌아날 때 차체를 지지하는 능력서 아쉬움도 없다. 코너링 때도 성능 저하가 크지 않다는 것.

서스펜션이 단단해야 코너링 성능이 좋아진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물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부드러운 서스펜션도 충분히 좋은 코너링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이것이 완성도라는 개념이다. 복합적인 코너를 돌아나가도 차량의 거동이 안정적이기에 운전자가 받는 위화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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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링도 충분히 좋은 수준이다. 예민한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운전자의 조작에 솔직하게 반응해준다. 이 역시 고급스러운 감각에 초점을 맞췄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 성향에 따라서 조금은 밋밋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주행 특성은 언더스티어가 기본이다. 속도를 높여 코너에 진입하면 후륜이 살짝 빠지기도 하는데 4륜 시스템을 통해 불안한 감각을 줄여나가고 있다. 참고로 동력 배분은 조금 여유롭게 이뤄지는 느낌이다.

완성도가 높기 때문일까? ESP의 개입도 적극적이지 않다. 덕분에 ESP를 켜고도 충분히 재미있는 달리기가 가능하다. 물론 속도를 높여 감에 따라 ESP가 개입하지만 E-클래스로 이렇게까지 달릴 소비자는 드물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타이어는 미쉐린의 프라이머시3다. 서스펜션만큼이나 타이어의 사이드월도 꽤나 부드럽다. 하지만 코너에서는 끈끈한 접지력을 발휘한다. 소음과 더불어 성능 구현 면에서도 아쉬움이 없다.

고급스러운 주행 감각과 완성도만 갖춘 것은 아니다. 실내에서도 고급스러움을 충분히 표출해 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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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 12.3인치, 센터페시아 모니터도 12.3인치 디스플레이를 사용한다. 총 24.6인치가 가져다주는 화려함은 기대 이상이다. 넓은 화면에 다양한 정보까지 화려하게 표시해준다. 여기에 내비게이션 성능도 좋아졌다. 세세한 지도 표시는 물론 이제 3D 맵까지 지원한다. 사실 벤츠의 초창기 (본사 개발) 내비게이션은 사용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완성도는 물론 정보 표시 능력도 부족했다. 업그레이드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이제 수준급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애프터마켓 제품 대비 기능성은 부족하지만 일상에서 사용하는데 있어 불편은 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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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가 새롭게 도입한 터치 컨트롤 시스템을 사용해본다. 스티어링 휠 버튼에 터치 인식 기능이 추가된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왼쪽 터치 버튼은 왼쪽 모니터(계기판) 설정을, 오른쪽 터치 버튼은 오른쪽 모니터(센터페시아 모니터) 설정을 담당한다. 터치로 조작한다는 점이 분명 새롭다. 하지만 물리버튼 방식처럼 빠른 반응을 갖거나 직관적이지는 않다.

화려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실내를 은은하게 밝혀주는 조명인 엠비언트 라이트는 64가지 색상으로 바꿀 수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다양한 정보를 선명히 보여준다. 가죽이나 금속 소재, 마감 등도 고급스러움을 잘 표현해 낸다.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기면 조금 생각에 잠기게 된다. 넓지도 그렇다고 좁지도 않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레그룸은 국산 중형 세단이 더 넓어 보이며, 헤드룸은 비슷한 수준이다. E-클래스는 모델 체인지를 거치면서 휠베이스가 기존 대비 65mm 확장돼 2.9m가 넘는다. 이러한 수치를 생각하면 그렇게 넓지 않다고 느낄 수 있겠다. 물론 독일 미드사이즈 세단 중에서는 넓은 편에 속하니 뒷좌석 좁은 차라는 오해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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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헤드램프 덕분에 야간 주행 부담도 없다. E-클래스에는 한 개의 헤드램프에 84개의 LED 소자가 장착됐다. 밝은 빛은 물론 스티어링 휠 작동에 따라 조명이 따라 움직이는가 하면 마주 오는 차량의 눈부심을 억제해주는 기능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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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300 4MATIC에는 4기통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다. 기존 V6 3.5리터 자연흡기 엔진에서 다운사이징 된 것이다.

수치적으로 245마력과 37.7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에 소요되는 시간을 측정한 결과 7.6초를 기록해 성능 면에서 나무랄 부분이 없다. 수차례 테스트를 반복한 결과 평균 7.7초 내외의 성능을 유지했다. 참고로 3.5리터의 6기통 엔진을 사용했던 기존 E300이 동일 테스트서 7.6초를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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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회전 질감은 부드러운 편에 속한다. 최대 회전수까지 사용해도 여유가 느껴진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대 가속을 진행해도 소음이 부각되지 않기에 사운드 측면서 심심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9단 변속기는 촘촘한 기어비와 빠른 변속 속도, 확실한 동력 전달감이 좋다. 9단 기어에서 2,000rpm으로 주행할 경우 시속 140km의 속도에 대응하는 수준인 만큼 고속주행 연비 향상에서도 이점을 보인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나 스포츠+로 설정하면 상당히 빠른 변속이 가능하다. 반대로 ECO 모드로 주행하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중립으로 전환돼 관성주행을 할 수 있는 기능도 갖춰졌다. 하지만 3단에서 2단으로 내려오는 상황서 이따금씩 변속 충격이 발생한다는 점이 아쉽다. 자주는 아니라고 해도 차량의 등급상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겠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최단 거리는 35.7m다. 짧은 제동거리가 인상적이지만 성능의 내구 측면서 한번 더 놀라게 된다. 일반적인 차량은 2~3회 제동 테스트서 최단거리를 기록한 후 테스트가 반복될 때마다 제동거리가 늘려 나간다. 하지만 E-클래스는 처음 냉간시를 제외하고 마지막 제동 테스트까지 35m 대를 유지해 냈다. 다른 모델 서도 경험한 바 있지만 벤츠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업계서도 상위급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연비 테스트의 경우 시속 100~110km에서 약 16km/L 내외를, 시속 80km서 20km/L 내외의 연비를 기록했다. 평속 15km의 정체구간 연비는 약 10km/L를 보였다. 성능은 유지하면서 효율을 높인 다운사이징의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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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E-클래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고급스러움으로 일관했다. S-클래스를 연상시키는 외관과 실내는 물론 주행감각 역시 차 급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각종 첨단 장비들도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준다.

아쉬운 부분이라면 가격이다. 비싸기 때문이다. 참고로 테스트 차량의 가격은 8,050만원. 동급 가솔린 4륜 최상위 트림을 갖춘 BMW 528i xDrive 럭셔리 플러스가 7,750만원, 아우디 A6 40 TFSI 콰트로 스포츠 테크가 7,660만원에 팔린다. 여기에 BMW, 아우디는 최소 10% 이상, 최대 20% 이상의 할인 조건이 붙기도 한다. 반면 벤츠는 할인폭도 적다. 하지만 정상적인 가격을 바탕으로 비교한다면 충분히 비싼 값을 한다고 볼 수도 있다.

E-클래스가 속한 시장은 많은 경쟁자들이 있다. 국내 시장만 봐도 BMW 5시리즈, 아우디 A6, 재규어 XF, 캐딜락 CTS, 렉서스 GS, 인피니티 Q70 등이 꼽힌다. 이들 경쟁사 개발자들은 더 큰 고민에 빠질 듯하다. C-클래스 때 그랬듯 E-클래스가 나오면서 기준이 한번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글 정리
김선웅 기자 (startmotor@autoview.co.kr)
제공
오토뷰 (www.auto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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