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BMW xDrive 퍼포먼스 데이…“지능적인 사륜구동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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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들어서 사륜구동 승용차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전에 고집 센 엔지니어링 집단 스바루가 사륜구동 승용차를 선보이긴 했지만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사륜구동 승용차의 유행을 선도한 것은 아우디다. 아우디는 레이스카 콰트로(Quattro)를 통한 WRC 우승을 발판으로 ‘사륜구동은 곧 아우디’란 공식을 만들어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아우디에 자극받은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도 사륜구동 승용차를 내놓기 시작했다.
BMW의 사륜구동 시스템은 그리 위협적이지 않았다. 후발주자였지만, 기술적으로 진보된 부분이 거의 없었다. BMW 특유의 후륜구동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사륜구동 특유의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소비자들은 WRC에서 맹활약하고, 스키 점프대를 거슬러 오르는 아우디 콰트로에 더욱 매료됐다. BMW와 사륜구동은 서로 결코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여겨졌다.
30여년이 지난 현재, BMW는 가장 진보한 사륜구동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사륜구동의 대명사였던 아우디가 오히려 BMW를 쫓고 있는 상황이다. BMW는 어떤 마술을 부린 것인가. 그 30여년의 발자취와 BMW의 사륜구동 시스템 ‘xDrive’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BMW xDrive 퍼포먼스 데이’를 다녀왔다.
가장 매력적인 SUV, X5 M50d
BMW코리아는 ‘BMW xDrive 퍼포먼스 데이’에서 선착순으로 시승차를 배정했다. 커트라인을 넘긴 것은 아니였지만, 한발 늦었다. 소위 ‘좋은 차’는 이미 열정적인 기자들이 전부 타고 갔단다. ‘오늘은 xDrive를 체험하는 것이지, 고성능을 체험하는게 아니다’라고 자위하며 BMW 삼성전시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반전. BMW의 SUV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X5 M50d가 남아있었다. 왜 아무도 이 차를 선택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의구심을 품고 차를 둘러보는데 늦었다며 출발을 재촉했다. 조수석 안전벨트에 의문의 털이 묻어있던 것을 빼면 X5 M50d는 멀쩡했다.
X5 M50d은 어떤 면에서 보면 X5 M보다 더 매력적이다. 어느 정도의 효율도 챙겼고, 무엇보다 고급휘발유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아무래도 SUV는 장거리 주행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산골에서 고급휘발유를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유일무이한 ‘트리플 터보 차저’가 장착된 3.0리터 V6 디젤 엔진은 X5 M 부럽지 않은 막강한 성능도 갖고 있다. 2.2톤에 달하는 거대한 덩치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3초만에 도달한다. 이미 여러번 경험해봤지만 75.5kg.m의 최대토크는 실로 놀라웠다. 서울춘천고속도로를 순항하는 X5 M50d는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했다. 8단 기어가 맞물린 상황에서도 오른발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X5 M만큼 폭발적이진 않지만 중저음의 엔진 소리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엔진의 회전 질감은 무척이나 부드럽고, 무엇보다 엔진회전수를 5000rpm 이상으로 쓸 수 있다. 고회전을 사용하게 되면서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가 동반됐다. 아우디 SQ5도 격렬한 사운드를 내뿜지만 인위적이고, 메르세데스-벤츠는 아주 원초적인 디젤 사운드만 내뿜는다.
X5 M50d는 상쾌하게 고속도로를 달렸고, 금새 목적지인 강원도 춘천시 소남이섬에 도착했다.
BMW에게 어울리지 않았던 사륜구동 시스템
BMW코리아는 소남이섬 캠핑장 전체를 ‘xDrive 퍼포먼스 데이’ 행사장으로 꾸몄다. 먼저 이곳에서 BMW 사륜구동의 역사와 xDrive의 특징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됐다.
BMW에서 사륜구동 모델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85년이다. 역시 BMW의 변화는 3시리즈가 이끌었다. 325iX는 앞바퀴로 구동력을 배분하는 트랜스퍼 케이스가 변속기 뒤에 설치됐고, 센터 디퍼렌셜과 리어 디퍼렌셜은 비스커스 커플링 방식으로 구성됐다. 앞바퀴의 뒷바퀴의 구동력 배분은 37:63으로 일정했다. 후륜구동의 감각을 유지하려는 의도는 좋았으나,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결국 3세대 3시리즈에서는 사륜구동 모델이 추가되지 않았다.
BMW 325iX의 사륜구동 시스템.
1991년 등장한 525iX부터 BMW의 특징과도 같은 전자식 사륜구동의 성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ABS 시스템의 센서가 바퀴 회전 속도 정보를 감지하고, 브레이크 상태, 엔진 회전 속도, 스로틀 밸브 등의 정보를 참고해 리어 디퍼렌셜을 제어했다.
BMW 525iX의 사륜구동 구조.
BMW 최초의 SUV, X5가 1999년 등장하면서 BMW의 사륜구동 시스템은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자식 사륜구동의 특징도 한층 부각됐다. 1세대 X5의 사륜구동 시스템은 DSC(다이내믹 스태빌리티 컨트롤), ADB-X(오토매틱 디퍼렌셜 브레이크), HDC(힐 디센트 컨트롤) 등의 여러 전자 장비와 연동됐다. 그리고 2003년 등장한 1세대 X3부터 ‘xDrive’란 이름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격렬한 랠리를 경험하다
그래서 온·오프로드 체험에서 X3를 선택한 것은 아니고, 단지 X3 30d 모델이 가장 맨 앞에 있었다. 시승 행사에서는 인스트럭터 바로 뒤에서 출발하는게 가장 현명하다.
인스트럭터의 차는 소남이섬까지 타고 왔던 X5 M50d. 방향 전환과 브레이크 타이밍을 면밀히 살피며 뒤를 쫓았다. 원래 X5 M50d에는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거대한 315mm의 후륜 타이어가 장착되는데, 겨울용타이어는 이렇게 큰 사이즈가 없다. 그래서 뭔가 X5 M50d의 뒷모습에서 불균형과 빈약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주행모드는 스포츠+, 기어노브는 DS 모드로 고정하고 열심히 달렸다. X3의 스티어링휠이 이렇게 가벼웠었나 기억을 더듬었다. 불안하진 않았지만 취향을 만족시켜주진 못했다. BMW도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처럼 개별적인 주행모드 세팅이 지원될 필요가 있다. 물론 7시리즈나 M에서는 지금도 가능하다.
국도를 조금 달리다 본격적인 비포장 도로에 들어섰다. 인스트럭터를 너무 많이 자극했던 것일까. 오프로드에서도 인스트럭터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첫코너에서부터 뒷바퀴가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전자장비가 곧바로 개입해 엔진의 출력을 제어했다. 물론 느껴지진 않지만, xDrive는 미끄러짐을 감지하고 반대쪽 바퀴에 구동력을 집중했겠지.
갑자기 평온했던 시승행사가 격렬한 WRC처럼 변했다. 오프로드 행사를 꽤 다녀봤지만 이처럼 빨리 달린 적은 없었다. 전날 내린 비로 낙엽이 많이 떨어졌는데, 큰 낙엽을 밟을 때면 바퀴가 헛돌았다. 내리막을 달리다 방향을 틀고 오르막을 오를 땐 여지없이 전자장비가 개입했다. 시트를 더 바짝 앞으로 당기고 포지션을 높였다. X3는 시트포지션의 자유도가 높은 편이다.
X3의 xDrive는 센터 디퍼렌셜의 다판 클러치의 반응이 무척 빠르다. 서보 모터가 1/1000초 단위로 다판 클러치를 작동시킨다. 눈 깜짝하는 순간보다 빠르게 노면 상황에 반응하는 셈이다. 클러치가 완전히 떨어졌을땐 뒷바퀴에 모든 힘이 전달되고, 클러치가 완전히 체결되면 상황에 따라 거의 모든 힘이 앞바퀴에 몰리기도 한다.
BMW,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등은 저마다 특색있는 사륜구동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절대적인 것은 없다. 다만 상황에 따라 유리한 방식이 있을 뿐이다. BMW xDrive는 로우 기어도 없고, 센터 디퍼렌션을 강제로 잠글 수도 없다. 극단적인 오프로드에서는 불리할 수도 있지만, 비포장 도로나 미끄러운 도로에서는 빠른 구동력 변화와 전자장비와의 유기적인 연동으로 더 안정적인 주행을 제공할 수 있다.
xDrive는 위급한 상황에 매우 효과적으로 대처했다. 구동력을 바꾸면서 접지력을 최대한 높여줬고, 엔진을 제어해 무리한 주행을 막았다. 다행스럽게 아무런 사고도 없었다.
계속되는 xDrive의 진화
최신xDrive는 더 다양한 전자장비와 연동된다. 7시리즈의 경우 뒷바퀴의 방향까지 꺾는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과 결합됐다.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은 시속 60km 이하에서는 앞바퀴와 뒷바퀴가 서로 반대방향으로 각도를 틀어 회전 반경을 줄이고, 코너링을 더 정확하게 도와준다. 시속 60km 이상에서는 서로 같은 방향으로 각도를 틀어 안정성을 높인다.
신형 5시리즈에 적용된 BMW의 최신 xDrive.
고성능 모델 X5 M, X6 M의 xDrive는 또 다르다. 이 두 모델은 다이내믹 퍼포먼스 컨트롤(DPC)와 xDrive가 결합됐다. DPC와 결합된 xDrive의 경우 시시각각 좌우 바퀴의 구동력을 배분한다. 코너에서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가 발생했을때 적극적으로 개입해 민첩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게 된다. 스티어링 각도, 주행 속도, 엔진 토크 등을 감지하고, 리어 디퍼렌셜 케이스의 클러치를 결합해 구동력을 조절하게 된다.
새로운 방향의 xDrive도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X5 xDrive40e의 경우 앞바퀴는 전기모터가, 뒷바퀴는 엔진이 힘을 전달한다. 2채널 사륜구동인 셈이다. 전기모터와 엔진은 하이브리드 컨트롤 유닛을 통해 아주 유기적으로 힘을 쏟는다. 소스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더 자율성이 높고,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도 빠르다.
BMW의 xDrive 모델.
xDrive는 사륜구동의 기술적인 장점도 훌륭하지만, 어떤 시스템과 결합하느냐에 따라 그 특성을 달리할 수 있는 유연성을 지니고 있다. BMW는 사륜구동에 있어서 명백한 후발주자였지만, 오히려 후발주자였기 때문에 더 열린 사고방식을 가지게 됐고 xDrive는 변화무쌍한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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