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체험기] 메르세데스-벤츠 SUV 익스피리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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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프리미엄 브랜드 3개사의 SUV가 있다. 먼저 BMW는 SUV도 잘 달릴 수 있음을 뉘르부르크링에서 직접 보여준 바 있다. 이른바 ‘온로드 SUV’ 시장을 개척한 것이다. 아우디는 오래 전부터 ‘콰트로’라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4륜구동 승용차와 SUV에 대한 믿음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왔다.

그럼 벤츠는 어떤가? 자동차에 관심이 있다면 GLA, M-클래스, G 바겐 등과 ‘4MATIC’ 정도를 떠올릴 것이다. 아니면 ‘벤츠가 만들었으니까 좋겠지’라고 막연함만 떠오를 수도 있다. 한마디로 BMW나 아우디와 같이 소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줄 무엇인가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메르세데스-벤츠가 2016년에는 전년대비 2배 이상 높은 SUV 판매량을 기록하겠다고 공언했다. 한마디로 내년부터 벤츠는 SUV를 밀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SUV 라인업도 거의 통째로 갈아 엎었다. GLA를 시작으로 새롭게 출시할 GLC, GLE, GLE 쿠페, GLS, G까지 연내 모두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중 벤츠는 GLC와 GLE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벤츠의 SUV는 머릿속에 남을만한 ‘한방’이 없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이 ‘한방’을 각인시켜주기 위해 기획한 행사가 ‘메르세데스-벤츠 SUV 익스피리언스’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신감은 어느 정도인지, 직접 참가해 확인해봤다.

GLA 45 AMG : 슬라럼 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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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준비된 코스는 GLA의 고성능 모델인 GLA 45 AMG로 슬라럼 주행을 하는 것이다. 당초 눈이 쌓인 지형이었지만 갑작스런 폭우로 인해 눈은 사라지고 대신 진흙 위에서 주행을 하게 됐다.

실내 분위기가 A 45 AMG, CLA 45 AMG와 동일하고 심지어 시트포지션도 SUV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 정식 로드테스트에서도 GLA를 만났었지만 이상하게 이 차는 타는 순간 SUV임을 잊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실제 주행시 느껴지는 감각도 SUV라고 할 수 없을 정도다. 특히 AMG 모델이기에 민감한 스티어링 감각과 빠른 선회력, 단단한 서스펜션 느낌이 강조된다. 때문에 GLA 45 AMG는 ‘SUV의 탈을 쓴 고성능 해치백’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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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 덕분에 노면은 더욱 미끄러운 상황. 타이어도 컨티넨탈의 여름용 고성능 타이어 그대로다. 무조건 밟으면 차량이 미끄러지지만(실제로 행사 중 컨트롤을 못해 스핀하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적정 rpm을 유지한 상태로 부드럽게 조작하면 원하는 움직임을 쉽게 연출할 수 있었다.

ESP가 완전히 해제된 환경에서는 후륜이 살짝 미끄러지면서 코스를 돌아나가는 재미도 상당했다. 구조적으로 전륜을 기반으로 한 다판클러치 방식의 4륜 시스템이 사용된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을 주행하면서 구조는 크게 중요치 않았다. 운전자가 조작하는데로, 의도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고 안전한 주행성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GLE 250 d 4MATIC : 와인딩로드 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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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코스는 GLE 250 d 4MATIC과 함께 와인딩로드를 주행하는 순서다. 먼저 GLE는 M-클래스의 페이스리프트 버전이자 벤츠의 새로운 SUV 작명법을 적용 받은 모델이다. SUV를 의미하는 ‘GL’과 E-클래스급을 뜻하는 ‘E’가 결합해 ‘GLE’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출시는 2016년 1월로 확정됐다.

우선 이름이 변경돼서인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지만 완전히 새로운 인상으로 다가온다. 무뚝뚝해 보였던 M-클래스와 달리 GLE는 한층 부드러워진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독일과 미국 매체를 통해 많은 혹평을 들어야 했던 인테리어 디자인은 실제로 보니 사진처럼 쌩뚱맞아 보일 정도는 아니었다. 기존 대시보드 및 센터페시아 디자인에 태블릿 타입의 모니터를 이식하려다 보니 아무래도 조화가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보다 변화 없이 그대로 적용된 다이얼 방식의 센터페시아와 여전히 터치를 지원하지 않는 센터페시아 모니터 등에서 불만이 커진다. 이외에 실내 곳곳의 소재 변경을 통해 전체적인 분위기는 한층 고급스러워졌다.

기존 M-클래스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역시 시트포지션이 꽤나 높다. 덕분에 타고 내리는 것이 모델급 롱다리를 제외한다면 일반 소비자들은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을 듯 하다. 하지만 그만큼 다른 SUV와 차별화된 높은 시야각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시동을 걸어본다. 4기통 디젤엔진이지만 진동이 상당히 잘 억제된 모습이다. 소음은 정숙했지만 비가 내리는 환경 탓에 부각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주행을 시작한다. 와인딩 코스지만 비가 내리고 그룹 주행인 관계로 타봤다는데 의미를 둬야 한다. 참고로 250 d 모델은 204마력과 49.0kg.m의 토크를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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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으로 고급스러움이 부각된다. 스티어링휠에서 느껴지는 답력, 엔진의 회전질감, 차량의 움직임, 변속 반응 모두가 고급스러운 SUV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새롭게 적용된 에어서스펜션은 승차감 구현 면에서 좋은 성능을 발휘한다. 단순히 공중에 떠있는 느낌이 아니라 노면과 충분한 대화를 할 수 있으며, 필요할 때는 강한 반발력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주행모드 설정에 따라 댐핑 부분의 설정이 변경되기도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승차감 구현을 위한 성격을 띄기 때문에 일반 주행 중 모드를 변경해도 알아차리지 못할 가능성도 크겠다.

변속기는 9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된다. 넓은 기어비를 바탕으로 연비 향상에 이점을 가져다 줄 것이다. 짧은 시승 상황이지만 별다른 문제를 보이지도 않았다. 저속에서 발생하는 쇼크도 없었으며, 변속 속도도 뒤처지지 않았다. 동력 전달감도 좋았다. 스포츠 모드로 설정하면 적극적으로 일정 엔진 회전수를 유지시키려 하고 변속 속도도 빨라지는 만큼 변속기에 대한 만족감은 높았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차분하게 속도를 끌어올린다. 출력과 토크의 한계 및 차량 무게로 인해 꾸준하게 가속해나가는 성격이다. 이때 느껴지는 고속 안정감은 상당하다. 비로 인해 노면이 젖었고 이따금 바람이 불기도 했지만 GLE는 평온한 주행감각만 전달할 뿐이었다.

와인딩 구간을 주행했지만 기상 문제로 정상적인 주행 환경은 아니었다. 비교하자면 교차로에서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하는 정도랄까? 주행 완성도 부분은 정식 로드테스트를 통해 다룰 것이다.

GLE는 오직 일반 도로만 달렸다. GLA나 GLC, G-클래스와 달리 오프로드 성능을 보여주지 않은 것이다. 벤츠가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은 오프로드 성능보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급 SUV가 갖고 있는 주행감각인듯 하다. 그만큼 GLE는 SUV라는 장르를 떠나 고급차에 속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줬다. 물론 차량 급이 설명하듯 오프로드 성능도 GLA나 GLC보다 월등할 것이다.

GLC 220 d 4MATIC : 구조물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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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E가 오프로드 성능보다 온로드 감각을 보여줬다면 GLC는 반대다. 온로드 감각보다 오프로드 성능을 보여준 것이다.

먼저 GLC는 GLK의 후속 모델로써 C-클래스 급의 SUV라는 뜻을 갖는다. 실제로 디자인도 기존의 각진 모습에서 C-클래스 왜건의 키높이 버전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만큼 지상고도 낮은 편에 속하며, 한층 도심형 SUV의 모습에 가까워졌다. C-클래스와 매우 흡사한 실내는 현재 내가 어떤 차에 타고 있는지 헷갈리게 만들 정도다.

하지만 SUV의 성능도 빼놓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자리가 이번 코스다. ‘도심형 SUV가 얼마나 하겠어?’라는 편견을 깨트리기에 충분했다.

경사로를 측면으로 진입하는 상황에서 앞 뒤 바퀴가 허공에 떠 있어도 바퀴만 헛돌지 않고 구동력 배분을 통해 별다른 어려움 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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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형 SUV는 어림도 없어 보이는 급경사 코스도 GLC는 매우 쉽게 통과했다. 급조작 없이 그저 가속페달만 지긋이 눌러주고 있으면 알아서 올라가준다. 구동력 배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운전자는 알지 못한다. 그저 간단하고 쉬운 운전만으로 구조물을 통과할 수 있도록 나머지는 기기들이 알아서 해줄 뿐이다.

생김새로 인해 GLC가 SUV답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GLC만해도 여느 SUV를 넘어서는 장애물 극복 능력을 갖추고 있다. 마치 학교에서 매일 노는 것처럼 보였지만 막상 시험을 보면 100점을 맞는 학생 같다고나 할까?

G 350 BlueTEC : 오프로드 험로 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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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C가 벤츠에 의해 철저히 계산된 인공 장애물을 극복했다면 G-클래스는 흙으로 이뤄진 복합 오프로드 코스를 주행했다.

차량에 탑승만해도 서스펜션이 출렁거린다. 험로 탈출을 위한 진입각, 이탈각, 높은 휠트래블 등을 갖추기 위해서는 당연한 서스펜션 설정이다.

스티어링 답력이 의외로 무겁다. 노면이 진흙이라는 점을 생각해도 GLE 보다 크게 비교될 정도로 무겁다. 인스트럭터에게 문의해보니 이러한 설정이 오히려 오프로드 주행에서는 주행 피로도를 낮춰준다고 한다.

센터 디퍼렌셜 고정 기능은 전륜과 후륜 구동력을 고정하도록 중간에 하나를 설치한 것에 이어 전륜축과 후륜축에도 각각 장착했다. 총 3개의 디퍼렌셜을 열고 잠글 수 있는 것이다. 벤츠가 준비한 코스는 중앙과 후륜만 고정해도 거의 모든 코스를 통과할 수 있었다. 한쪽 앞바퀴가 들리면 전륜 디퍼렌셜을 잠그면 된다. 그러면 차량은 어떤 지형이든 헛바퀴 하나 돌지 않고 통과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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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는 수동모드로 1단만 사용하면 된다. 특별히 저단기어 장착 없이 1단 만으로도 여느 저단 기어비를 넘어서기 때문에 파워트레인의 크리핑 만으로도 험로 탈출이 가능할 정도다. 또한 급경사를 내려오는 상황에서도 기어비로 인한 자동 엔진 브레이크를 통해 그립을 잃지 않고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다. 오히려 미끄러운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면 바퀴가 잠기면서 위험해질 수 있다.

어떤 코스에 진입해도 G-클래스는 너무 쉽게 통과해냈다. 안전을 위한 설계라지만 벤츠가 너무 소극적으로 코스를 설계한 것은 아닌지 의심될 정도였다. 그만큼 G-클래스의 오프로드 성능은 벤츠 라인업 중에서도 독보적이었다. 지프 랭글러와 랜드로버 디펜더와 성능차이도 사뭇 궁금해진다.

2016년 벤츠의 화두는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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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벤츠는 SUV 판매량에 나름 만족해왔다. 그룹 내 큰 점유율을 차지하지 못하지만 꾸준한 판매가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벤츠는 SUV보다 승용차에 집중하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2015년 1월부터 10월 기준 2010년 대비 수입 승용차 판매량 증가율은 91%다. 수입차 시장이 매년 폭발적으로 성장한다고 했지만 5년동안 2배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만큼 포화상태라는 뜻이기도 하다.

반면 수입 SUV는 258%나 증가했다. 승용차 시장이 한계에 이른 반면 SUV는 아직 성장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미국 IHS 오토모티브는 SUV 인기가 상승해 2020년엔 시장점유율이 신차 시장의 27%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이중 고급 SUV 시장 규모는 2018년까지 140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벤츠는 이 시장을 본 것이다. 그리고 이 시장을 본격적으로 가져오겠다고 공언했다.

최초의 자동차를 만든 회사, 4륜 시스템 역시만 108년, F1 2년 연속 싹쓸이… 이런 회사가 작정하고 덤비겠다고 했으니 어떠한 형태로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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