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석 | 2015 크라이슬러 300C 3.6 V6 AWD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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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의 대형 세단 300C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시승했다. 2011년 가을 국내 출시된 이후 3년 반만에 부분 변경 모델을 내놓은 것이다. 로터리 e-Shift 전자식 변속기, 풀-스피드 전방 추돌 경고 플러스 시스템 등 80여 가지의 첨단 안전 장치 등을 채용해 상품성을 크게 높은 것이 포인트다. 크라이슬러 300C 3.6 V6 AWD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크라이슬러 300C는 한국의 수입차 시장에서 독특한 존재다. 포드 토러스와 함께 그 포지셔닝이 독일차나 일본차와는 다르다. 대형 수입차를 원하지만 가격 때문에 유럽차나 일본 럭셔리카를 구입하기에는 거리가 있는 사용자들이 찾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오는 모델들이다.
휠 베이스가 3미터가 넘고 전장이 5미터가 넘는, 유럽 기준 E2세그먼트에 해당하는 수입차를 4,000만원 후반에서 5천만원대에 살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다. 이 크기의 독일차를 구입하려면 일단은 1억이 넘어야 한다. 같은 등급의 현대 에쿠스와 기아 K9도 1억 전후의 가격을 전제로 리스트에 올려야 한다. 그것이 크라이슬러 300C와 포드 토러스가 갖는 세일즈 포인트다. 그런 특이한 조건 때문에 한국시장에서 300C 1세대 모델은 8.125대, 2세대 모델은 지난 6월 말까지 3,518대가 팔렸다.
크라이슬러의 입장에서는 300과 200 두 개의 세단밖에 없는 것은 약점이다. 그룹 내 다른 브랜드로 넘어가도 짚 브랜드가 처음으로 연간 판매 100만대를 돌파하는 등 기세를 올리고 있다. 미니밴에서는 2014년에도 27만 2,192대를 판매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지만 볼륨이 적어 그룹 전체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는 않다.
무엇보다 중심이 되어야 할, 일반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세단 라인업이 부족하다. 라인업 부족해소를 위해 FCA 그룹은 2016년까지 20개의 뉴 모델을 쏟아 낼 계획이지만 그 안에 크라이슬러 브랜드의 세단에 관한 내용은 없다.
FCA의 CEO 서지오 마르키오네는 2018년까지 판매를 60% 늘려 연간 700만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그를 위해 48억 유로를 투자해 알파로메오와 마세라티, 지프 등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연간 1,000만대 메이커로서의 꿈도 갖고 있다. 그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세단 라인업의 보강이 필요해 보인다.
어쨌거나 당장에는 200과 300 두 개의 세단은 크라이슬러에게 그 존재감이 아주 중요하다. 특히 FCA 그룹 전체로 보더라도 앞으로 이 세그먼트의 모델의 비중은 볼륨보다는 상징적인 의미에서 역할이 기대될 수밖에 없다. 유럽시장에서는 300C가 그룹 내 란치아 브랜드로 팔리고 있는데 이 역시 앞으로 그룹 전체의 방향성과 맞물려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크라이슬러의 입장에서는 300시리즈에 쏟는 공이 만만치 않다. 300C는 미국 JD 파워의 2015 자동차 초기 품질조사에서 대형차 부분에서 최고점을 받으며 1위에 올랐다. 300C가 JD 파워 초기품질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는 얘기이다.
올해 탄생 60주년을 맞아 300C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크라이슬러의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다. 300C는 인테리어에서도 워즈오토 10대 베스트 인테리어에 꼽히는 등 북미 지역에서는 주목을 끌고 있는 모델이다.
서구의 소비자들은 다름을 추구하지만 한국의 소비자들은 같음을 추구한다. 프랑스의 유명한 건축가 르코르뷔지에르가 공동 주택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장 먼저 착안했지만 '다름'을 추구하는 문화에 널리 퍼지지 못했다. 그것이 '같음'을 추구하는 한국에 와서 화려한 아파트 문화의 꽃(?)을 피웠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부터 시작되어 강남으로 대변되는 아파트는 적어도 한국에서는 부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지금도 강남의 아파트는 전세 가격이 10 몇 억이 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것은 나도 부자에 속한다는 '같음'문화의 결과라는 것이 사회학자의 분석이다.
지금 한국의 자동차 소비자들이 수입차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언뜻 보면 '같음'을 벗어나 다름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들여다 보면 이 역시 '수입차'라는 '같음'을 추구하는 문화다. 나도 수입차를 탄다라는 공동체(?) 의식의 발현이라는 것이다. 그 중에서 작은 것보다는 큰 것을 선호하는 성향에 맞는 것을 찾다 보면 크라이슬러 300C나 포드 토러스가 보인다.
Exterior & Interior
300C의 스타일링 익스테리어는 여전히 존재감이 우선이다. 크기를 중시하는 전형적인 미국차다. 터프하고 강한 이미지를 직선으로 표현하고 있다. 엣지 부분을 라운드화해 부드러움을 가미하고 있지만 도드라지지 않는다. 크고 직선적인 차체이지만 프론트 윈드실드, 즉 A필러를 3인치 가량 뒤로 밀어 공기역학적 설계를 해 공기저항계수 0.32를 달성하고 있다.
앞 부분에서의 변화는 그릴 안을 하니컴 타입으로 바꾼 것과 안개등과 범퍼 아래쪽 에어 인테이크의 그래픽에 변화를 주었다. 그릴 가운에 크라이슬러 엠블럼이 삽입된 것도 새롭다. 그렇지 않아도 넓어 보이는 차체가 더 넓어 보인다.
뒤쪽에서는 리어 컴비내이션 램프의 좌우 폭을 넓혔다. 배기 파이프를 원형에서 작사각형에 가까운 타원형으로 바꾼 것도 눈에 띈다. 범퍼의 디자인도 달려졌다. 여전히 높은 엉덩이로 인한 비율이 주는 인상이 압권이다.
인테리어의 변화폭은 크다. 우드트림의 센터페시아 위쪽의 8.4인치 터치 스크린 방식 AV모니터는 크기나 방식은 그대로이지만 한글화한 것이 눈길을 끈다. 다만 내비게이션의 지도 그래픽이 좀 더 선명했으면 싶다. 그 아래쪽 컨트롤 패널은 기능에 따라 위 아래로 나누어 직관성을 높였다. AV모니터 위에 아날로그 타입의 시계를 설계한 것은 크라이슬러가 300C를 어느 위치에 포지셔닝하고자 하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기어 레버가 스틱 형태에서 200을 통해 선 보였던 바이 와이어 방식의 E-시프트로 바뀌었다. 재규어가 가장 먼저 시도했던 다이얼 방식이다.
전동 틸팅&텔레스코픽 기능의 스티어링 휠이 3스포크 타입으로 바뀌었다. 좌우 스포크 상의 리모콘 버튼이 좀 더 알기 쉬운 그래픽으로 처리되어 있다. 그 안으로 보이는 계기판은 크리스탈 컬러 조명은 그대로이지만 그래픽은 200과 같은 컨셉이다. 가운데 LCD 모니터에는 다양한 정보가 표시되는데 이 역시 200에서 먼저 선 보였던 것이다. 300C는 이번에 한글화됐다.
시트는 5인승. 12웨이 전동 조절식 시트의 착좌감은 부드러운 쪽. 시트백과 쿠션 모두 여유가 있다. 센터 콘솔박스 앞쪽에 히팅과 쿨링을 위한 버튼이 있다. 단계 조절은 되지 않는다. 리어 시트는 60 : 40 분할 접이식. 시트 옆구리의 끈을 당기면 접힌다. 세 좌석 모두 3점식 안전벨트가 채용되어 있다. 넓이로만 보면 쇼파 드리븐이 가능할텐데 그런 용도로 사용하는 유저가 많지 않은 점은 왜일까.
트렁크 용량은 460리터. 좌우 댐퍼 부분의 돌출로 인해 차체 크기에 비해서는 넓다고 할 수 없다. 플로어 커버를 들어 올리면 임시 타이어가 보인다.
Powertrain & Impression
엔진은 2013년 8월 국내 상륙한 3,604cc V6 DOHC VVT 그대로. 최고출력 286hp/6,350rpm, 최대토크 36.0kgm/4,800rpm을 발휘한다. 크라이슬러 내에서 펜타스타라고 부르는 엔진이다.
변속기는 2012년형부터 조합된 바이 와이어 방식의 ZF제 8단 AT. 구동방식은 전자제어 4WD. 도로 상황에 따라 후륜 구동 모드 또는 4륜구동 모드로 자동으로 전환된다. 여기에 크라이슬러 300C AWD는 레인 브레이크 서포트(Rain Brake Support)가 적용되어 있다. 눈길, 빗길에서 제동 성능을 높여주는 레인 브레이크 서포트는 와이퍼가 가장 낮은 속도(LO) 또는 가장 높은 속도(HI)로 작동되면 주기적으로 브레이크에 압력을 가함으로써 브레이크의 효율을 유지한다.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은 1,500rpm. 5단 AT 시절보다 200rpm가량 낮다. 레드존 표시가 없는 것은 랜드로버와 같다.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6,600rpm 부근에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60km/h에서 2단, 90km/h에서 3단, 140km/h에서 4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2톤에 가까운 차체를 감안하면 가벼운 발진이고 가속이다. 체감상으로 차가 무겁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변속기와의 매칭이 좋아 보인다.
응답성이 예민한 즉답식은 아니지만 2톤 가까운 중량의 차체를 끌어 당기는데는 부족함이 없다. 물론 평지도로가 많은 미국에서 숙성된 차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3.0 디젤 사양을 더 좋아할 수는 있을 듯 싶다. 그것이 아니라면 전 영역에서 고른 토크를 발휘하는 엔진 특성은 괜찮은 편이다.
가속시의 엔진음이 조금은 거슬릴 듯하다. 회전저항이나 마찰 저항이 느껴지지는 않기에 소음으로 들리지는 않지만 워낙에 조용한 가솔린 엔진에 익숙한 사용자들에게는 크게 들릴 것 같다.
200에 탑재된 앞바퀴 굴림방식용 9단 AT에서와는 달리 변속기의 반응은 무난하다. 평지에서 80km/h에 이르면 8단으로 들어간다. 다만 오른발에 조금만 힘이 들어가는가 싶으면 6단으로 시프트 타운이 된다. 계기판의 숫자로 확인해야 할 정도로 부드럽게 작동하지만 조금은 예민하다.
서스펜션은 앞 더블 위시본, 뒤 멀티링크 타입. 그대로 댐핑 스트로크는 짧은 편에 속한다. 선대 모델에 비해서는 노면 요철의 정보를 조금은 흡수하는 편이다.
235/55ZR19 사이즈의 한국 타이어는 다른 모델에서도 지적을 받았지만 접지력에서 조금은 부족한 느낌이다. 승차감을 중시하는 특성으로 부드러운 주행을 원하는 유저들에게는 불만이 없을 듯하다.
록 투 록 2.8회전의 스티어링 휠을 중심으로 하는 핸들링 특성은 뉴트럴. AWD의 특성을 살리는 주행을 위해 와인딩을 공략했는데 5미터가 넘는 차체의 거동이 만만치 않다.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달리면 앞바퀴 굴림방식의 차처럼 다루기 쉬운 특성을 보인다. 다만 서스펜션 용량을 좀 더 키웠으면 싶다. 특히 고속도로의 고속역에서의 안정감을 위해서는 필요해 보인다.
물론 이 가격대에 이 차의 성격을 감안하면 넘치는 주행성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사람의 욕심이 어디 그런가. 기왕이면 가성비를 넘어 절대 성능에서도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불만도 조향 보조장치(차선 이탈 방지 장치)와 추돌방지 장치 등 안전장비로 충분히 상쇄된다. 조향 보조장치의 반응도 세련됐다. 차선을 물면 계기판의 해당 그림이 노란색으로 바뀌며 자동으로 원위치 시켜준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다시 전방을 향하는 움직임을 보여 준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좌우 갈 지자로 왔다갔다 하지 않고 차로 중앙을 지키며 달릴 수 있다. 물론 이 기능은 어디까지나 운전자 보조장치로 두 번 이상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는 않는다.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의 진동을 통해 정신을 차리고 조향을 직접해야 한다.
300C는 분명 성인 취향의 차다. 존재감이 필요한 차를 원한다면 300C가 적격이다. 스포츠 세단으로서의 성격을 바라지 않는다면 말이다. 물론 경제적인 여건을 감안한 선택일 경우에서이다. 여기에 각종 안전장비까지 추가되어 이 시대에 필요한 조건을 갖추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필요충분하다. 가성비라는 비교의 기준이 정해지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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