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메르세데스-AMG GT S 에디션1 “내가 곧 A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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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G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이 AMG GT를 낳았다. 허세와 거품은 덜어냈다. SLS AMG처럼 거대하고, 화려한 날개가 돋지도 않았다. 클래식한 스포츠카의 비율을 위해 존재했던 보닛 속의 텅빈 공간도 사라졌다.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면서 대신 그 빈틈을 알차게 새로 채웠다.
# 변화의 시작은 엔진에서부터
가장 큰 변화는 엔진이다. AMG GT에 탑재되는 4.0리터 V8 바이 터보 엔진은 새로운 메르세데스-AMG를 상징한다. SLS AMG에 탑재되던 엔진과 비교해 배기량은 2.2리터, 길이는 88mm 줄었고, 무게는 32kg 가벼워졌다.
코드명 M178로 불리는 이 엔진은 2.0리터 4기통 엔진이 90도로 연결된 구조다. V자로 세워진 8개의 실린더 가운데 공간에 터보 차저를 넣었다. ‘핫 인사이드 V’로 불리는 독특한 터보 차저 배치로 엔진 크기를 크게 줄였다. 또 주로 레이스카에 적용되는 윤활 시스템인 ‘드라이 섬프’를 적용해 엔진 밑바닥에 놓이는 오일팬을 없앴다. 덕분에 엔진을 더욱 밑쪽에 배치해 무게 중심을 낮추는 효과도 얻었다.
▲ 두개의 터보 차저가 좌우 실린더 사이에 놓였다. 메르세데스-AMG는 스포츠카 최초로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
크랭크케이스, 피스톤 등은 알루미늄으로 제작됐으며, 실린더 헤드는 열전도성이 뛰어난 지르코늄으로 제작됐다. 또 피스톤과 실린더 내벽의 마찰력을 줄이기 위해 나노 슬라이드 공법도 적용됐다.
여러 기술적인 발전을 통해 리터당 출력은 127.5마력에 달한다. 6.2리터 V8 자연흡기 엔진에 비해 약 35마력 향상된 수치다. 또 터보 차저가 탑재됐음에도 7000rpm 넘게 엔진을 회전시킬 수 있다.
▲ 드라이 섬프 시스템. 필요할 때, 필요한 곳에만 윤활유를 분사한다. |
공들인 엔진은 티를 팍팍 낸다. 엔진 반응의 일관성이 높다. 또 높은 엔진회전수에서도 폭발력이 수그러들지 않는다. 이런 차를 타고 있으면, 국내 고속도로의 제한 속도가 야속하기만 하다. 그래서 다양한 테스트를 할 수 있는 ‘화성 오토시티’를 찾았다.
# 기본기를 논할텐가
화성 오토시티에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 성능,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멈출 때까지의 거리, 슬라럼, 원선회, 급 차선 변경 등 다양한 항목을 테스트할 수 있다. 또 짐카나와 오토크로스 경기에 활용되는 코스를 달릴 수도 있다.
AMG GT S 에디션1의 경우 메르세데스-AMG가 발표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3.8초다. 레이스 모드에서는 4초를 조금 넘겼다. 하지만 론치 컨트롤을 사용하면 오히려 메르세데스-AMG가 발표한 기록보다 더 빠르게 시속 100km까지 도달했다.
최신 AMG를 타면서 느끼는 점 중 하나는 초반 가속 시 동력 손실이 거의 없다는 것. 또 트랙션을 잃고 좌우로 요동치며 달려나가지도 않는다. AMG GT는 무려 510마력의 힘이 순식간에 뒷바퀴에 전달되지만 찰나의 휠스핀만 일으킬 뿐, 곧장 앞으로 튀어 나갔다. 엔진회전수를 미리 3500rpm까지 끌어올린 후 달리는 론치컨트롤도 너무나 안정적이었다.
물론 타이어의 영향력도 크겠다. AMG GT의 앞바퀴에는 19인치 휠과 265/35 ZR19 타이어가 장착됐고 뒷바퀴에는 20인치 휠과 295/35 ZR20 타이어가 장착됐다. 타이어는 콘티넨탈 콘티스포츠콘택트 5P가 사용됐다. AMG에 주로 탑재되는 타이어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멈춰서는 것도 AMG GT에겐 너무 쉬운 일이었다. 거리는 약 30-35m를 오갔다. 젖은 노면에서도 그 거리는 비슷했다. 금색 캘리퍼가 적용된 카본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은 연이은 테스트에서도 변함없이 차를 멈춰세웠다. 또 차선을 벗어나는 일도 없었고, 노즈 다이브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 밸런스를 위해 화려함을 버렸다
오토크로스로 활용되는 코스는 매우 복잡했다. 각도가 큰 코너의 연속이었다. 처음엔 다소 가볍게 느껴졌던 스티어링휠은 속도를 높일수록 반발력이 커졌다. 스티어링휠로 전달되는 감각과 스티어링의 반응은 SLS AMG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명확하고 예리했다. 또 여전히 보닛이 비교적 긴편이지만 그것 또한 걸리적거리지 않았다.
▲ 메르세데스-AMG GT의 파워트레인 구조. 엔진은 앞에, 변속기는 뒤에 놓였다. 드라이브 샤프트는 카본파이버로 제작됐다. |
낮은 무게 중심과 넓은 차체, 앞뒤 47:53의 무게 배분 등도 AMG GT의 정교한 핸들링을 돕는다. 메르세데스-AMG는 차체 밸런스를 위해 SLS AMG와 마찬가지로 변속기를 리어 액슬에 붙이기도 했다.
AMG GT의 특징 중 하나는 다양한 주행모드 변경이 가능한 점이다. 엔진의 반응, 변속기의 적극성 등은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레이스 등으로 변경할 수 있다. 또 변속기는 매뉴얼 모드를 별도로 설정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서스펜션을 세가지 모드로 변경할 수 있다. 차체 자세 제어 장치도 세단계로 설정할 수 있다. 차체 자세 제어 장치는 메르세데스-벤츠와 동일하게 완전히 해제되진 않는다. 왠만해선 스핀을 허락하지 않는다.
레이스 모드는 AMG GT를 극단적으로 만든다. 엔진과 변속기의 신경이 곤두서있다. 사람보다 똑똑하다. 각 기어의 한계속도에 도달해야 그제서야 변속을 하며, 또 스스로 기어를 낮출때도 엔진회전수가 가장 높은 시점을 계산한다. 직선주로에서 코너를 진입하기 위해 속도를 급격하게 줄이면, 마치 F1 레이스카처럼 빠르고 통쾌하게 기어를 연거푸 내린다.
민첩하고 반응도 뛰어나지만, 아기자기한 코스가 AMG GT에겐 그다지 어울리지 않았다. 지난 8월 용인 스피드웨이에서의 주행이 더 감명 깊었다. AMG GT에겐 큰 서킷이 더 적합해 보였다.
# “내가 곧 메르세데스-AMG”
여전히 실내 공간은 폐쇄적이지만 SLS AMG에 비하면 훨씬 안락하다. 디자인이나 소재, 마감 등 전반적인 품질이 향상됐다. S클래스에서부터 시작된 실내 디자인은 고급스럽고, 세련됐다. 다만, 센터콘솔의 여러 버튼은 누르기가 쉽지 않다. 마치 운전에만 집중하라는 배치 같지만, 막상 기어노브를 조작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적극적인 시트포지션을 취하면, 기어노브가 시트보다 뒤편에 놓이게 된다.
그럼에도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사소한 불평은 사라지게 된다. 모든 신경은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고막의 떨림이 심장까지 전달되는 기분이다. 그동안 AMG는 배기음으로 많은 마니아들을 사로 잡았는데, AMG GT는 그보다 훨씬 단단하고 우렁찬 소리가 난다. 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이 차를 구입할 명분이 생긴다.
다소 평범해졌다지만 여전히 시선을 사로 잡는 디자인을 갖췄고, 시승한 에디션1은 거창한 리어 스포일러까지 장착됐다. 극단적으로 넓고 낮은 차체와 비율은 분명 시선을 끄는 요인이 되며, 테일램프의 방향지시등은 물결처럼 빛나기도 한다.
메르세데스-AMG는 GT의 경쟁모델로 포르쉐 911 터보를 지목했다. 결과가 어찌됐든 911 터보를 지목했다는 것 만으로도 메르세데스-AMG는 올바른 방향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정말 그 방향에 맞게 GT를 만들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그늘에서 조금 벗어난 메르세데스-AMG가 진짜 스포츠카를 만들기 시작한 셈이다. 이젠 보는 이의 부러운 시선보다는 차에 타고 있는 이를 위한 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 장점
1. 감동적이고 압도적인 사운드.
2. 주행 성격을 세부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3. SLS AMG, 911 터보에 비해 꽤나 저렴하다.
* 단점
1. 기어 노브의 위치는 납득하기 힘들다.
2. AMG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PDK 변속기에 비해 평범하다.
3. 달리는데 집중하다보면 살인적인 연비를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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